기록된 기억이 변이되고 망각되는 것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경험한다는 것은 현재를 읽어가는 것이고, 기억한다는 것은 이를 다시 읽어보는 반복적 행위이다. 의미가 활자로 고정된 듯 보였던 기록물은
이를 읽어보는 순간과 공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불완전하고 왜곡되는 과정 속의 기록을 기억에 비유하며, 기록물과 기록의 행위가 작업의 주요한 재료가 된다. 나에게 있어서 기억을 아카이빙 하는 방식은 잃어버린 공간을
메워가는 것이다. 이는 지우는 동시에 남기는 것이고, 그렇게 드러나는 불완전한 흔적들의 궤적으로 공간과 지면에 드로잉 한다. 2015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드로잉 작업인 <순간의 연대기 A Chronicle of the Moments> 연작은
지면 위에 선을 그어 기록하며 시간을 쌓아간다. 그리고 이를 얇게 잘라 미세한 균열을 주거나 전체의 조각을 섞어, 지면에 다시 붙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면은 마치 원본의 이야기가 허물어져 균열되듯, 원래의 화면과는 다르
게 변이되어 새로운 지층의 단면을 만들어낸다. 쌓여진 선들을 분절하여 재구성함에 따라 지나간 순간을 새로이 연대기화한다.
프로젝트 감정선感情線은 참여자들이 지면 위에 선線으로 마음의 궤적을 남기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다양한 기록으로 드러난 이 자취들은 서신으로 도착한다. 나는 이 기록에 다시 선을 더하여 타인의 마음을 중첩시킨다. 그
리고 이를 시간의 단위로 나뉘듯 자르고, 이 순간의 단면들을 재배치한다. 이는 사라짐과 드러남을 반복하며 새로이 드러나는 개인의 감정을 다시 읽고, 기록을 더하여 새로운 장면으로 시각화하려는 시도이다. 그리고 이렇게 축
적된 감정선感情線은 ‘너와 나의 기록’들이자 하나의 풍경으로 공간에 기록된다.
이 공간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마음의 흐름에 따라 문장을 읽어 발췌하고, 기록한다. 순간 속에서 떠오른 마음의 단면들은 페이지로 나뉘어져, 각기 다른 두께를 지닌 하나의 조각이자 책이 된다. 이 새로운 조각들로 이뤄진 하나
의 단면은 책의 표지가 되어, 감정서가感情書架에 꽂혀지고 그 자체로 다시 단면의 조각으로서 공간에 놓여진다.
감정선으로 이루어진 감정서가를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의 종류와 그 흐름의 흔적들을 공간에 드러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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