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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디자이너 여신동

내가 살면서 지나가고 있는 시간

부새롬_연출가, 무대디자이너
82호 2015.12.17
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한 지점을 향해서 가는 거잖아. 다 나와 같을 순 없는 거고. 나랑 소통이 되면서 같은 지점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지만, 흉내 내는 사람, 모르면서 그냥 억지로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걸 보고 있을 때 제일 힘든 것 같아.

무대디자이너 여신동

뿌
이 질문 엄청 많이 받았을 것 같지만, 연출해보니까 어때요?
신동
안 할라고. (웃음)
뿌
<비행소년 KW4839>는 재연이지만 초연이라 다르게 하고 있고, <사보이 사우나>까지 하면 벌써 3번째잖아.
신동
재미는 있는데 내가 할 깜냥은 아닌 것 같아. 나한테 리스크가 너무 많아. 연출은 사람이 좀 커야지 할 수 있는 거 같은데,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 그런 생각 많이 하고 있어요. 안 해야 되는 거지. (웃음)
뿌
뭐가 제일 힘들어?
신동
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한 지점을 향해서 가는 거잖아. 다 나와 같을 순 없는 거고. 나랑 소통이 되면서 같은 지점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지만, 흉내 내는 사람, 모르면서 그냥 억지로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걸 보고 있을 때 제일 힘든 것 같아. 새롬 씨도 그래? 이런 게 연극인가 싶기도 하고, 내가 부족해서 다 끌고 가지 못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뿌
연출들이 다 비슷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다르게 보고 있는 작업자가 있으면 설득을 해야 되잖아. 그게 잘 안될 때 힘든 것 같아. 너무 많이 부딪힐 때.
신동
나는 경험이 별로 없으니까, 연출이 이런 건가, 싶어.
뿌
연출해보고 나니까 연출한테 되게 잘해주고 싶지 않아?
신동
응, 진짜. (웃음) 연출 진짜 불쌍해. 내가 생각했던 그전이랑 다르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뿌
그럼 처음에는 무슨 생각으로 시작하게 된 거예요?
신동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는데,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한다. 배우들, 스태프들이 필요했고, 같이 재밌게 해보자, 그런 거였어.
뿌
굳이 연극연출을 하겠다, 그런 생각이 아니라.
신동
그렇지. 지금도 그래. <비행소년 KW4839>도 그렇게 시작했어. 근데 배우들이 모여서 작업을 하다 보니까… 어린 친구, 경험이 많이 없는 친구들도 있고, 내 말이 정확하게 전달이 안 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배우들이 못 따라오는 건, 그럴 수 있지. 근데 나랑 안 맞는 배우, 그 배우가 잘못됐다기보다는, 나랑 인생의 지향점이 완전히 다른 배우를 만났을 때가 제일 힘든 것 같아. 내가 작품을 하는 게, 밥상을 차리는 거라고 하면, 밥상에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반찬이 올라가 있는 거지. 그래도 나랑 다른 거니까, 그 사람을 뭐라고 할 수는 없지.
뿌
연출이 자기랑 잘 맞는 스태프, 배우 만나는 게 쉽지 않죠. 잘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나랑 잘 맞는다는 보장도 없고.
신동
맞아.

무대디자이너 여신동

뿌
그러면 당분간은 연출작을 생각하고 있지 않겠네요.
신동
네. 연출작이라기보다는, 뭘 하고 싶은 건 있는데 어떻게 할지 생각 중이에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배우가 현장에 나오지 않는 공연을 하고 싶어. 배우들이랑 같이 작업한 걸 비디오나 오디오로 따서 공연을 하는 거지. 또 하나는 되게 엄청 아방가르드한 막장 연극. TV 연속극 막장 말고 너무 처절해서 그게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그런 막장 연극? 엄청 신기한 거, 신비로운 어떤 거, 이런 걸 고전으로 해보고 싶어. 비극을 막장으로 하면 재미없을 것 같고, 블랙코미디가 있는데, 그걸 지나서 막장 비극으로 갔다가, 비극에서 이제 더 안드로메다로 가는 그런 거. 텍스트를 완전히 새롭게 해석해서 다 새로 써서 하고 싶어.
뿌
원전 텍스트가 뭔지 물어봐도 돼요?
신동
아직 모르겠어. 텍스트를 찾아야 돼. 누구나 알만한 작품이었으면 좋겠어. <햄릿>, <세자매>, <갈매기> 같이 뻔한 거 있잖아.
뿌
그런 뻔한 텍스트로 아방가르드하게 한번 가보고 싶다.
신동
응. 완전히 욕 들어먹게. (웃음)
뿌
둘 중의 하나겠네. 완전히 욕먹거나, 이런 새로운 걸 했다, 라는 좋은 평을 받거나.
신동
전자가 맞을 것 같아. 왜냐하면 이번 <비행소년 KW4839>도 평론가, 선생님들은 다 안 좋아했어, 진짜, 다. 근데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 어린 친구들은, 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너무 좋아했어. 다시 보는 사람도 너무 많았고.
뿌
객석과 평단, 그리고 연극에 익숙하냐, 안 익숙하냐, 연령대에 따라서 온도 차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신동
근데 왜 날 인터뷰 하는 거야?
뿌
잘 나가는 무대디자이너가 연출도 하고 그러니까 흥미롭잖아. 연출 하니까 어떠냐, 왜 하게 됐냐? 이런 질문 많이 받았을 것 같아서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걱정은 했지.
신동
그런 질문 많이 받았지. 근데 난 연출이라고 하면, 선배나 선생님 연출님처럼 느껴져서, 내가 연출한다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아. 그렇게까지 내가 통솔력이나 리더십이 없거든. 연출 한다기보다는 배우나 연극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어떤 걸 해보려고 하는 것 같아. 나는 연출이라는 말 안 듣고 싶은데 다들 어쩔 수 없이 연출이라는 타이틀을 줄 수밖에 없잖아. 내가 참 못하는 게 있는데, 그게 문젠 것 같아, 연출은 배우들 감싸주고 다독거려주고 코멘트도 해주고 그래야 되는데 해주기가 싫어. 이미 내 손을 떠났으니까 이제 배우들이 스스로 찾아갔으면 좋겠는 거지. 근데 그렇게 안 되더라고. 왜 연출들이 배우들하고 싸우고 끝까지 붙잡고 싸우고 연습하고 그러는지, 그걸 알았어. 나는 그렇게까지 못했지만. 정말 나를 연출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부새롬 연출님. (웃음)
뿌
새로운 말을 하나 만들어요. 말에 갇히는 게 있잖아. 만약에 신동 씨를 ‘연출’이 아니라 다르게 부르면 ‘연출’이라는 고정된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는 바도 달라지고. 신동 씨는 ‘연출’이라는 명칭을 달지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멋진 말을 하나 생각해봐요.

무대디자이너 여신동

뿌
이제 무대디자이너 얘기를 좀 해볼까요? 무대디자인은 어떻게 하게 됐어요?
신동
무대디자이너는 하다 보니까 된 것 같은데, 연출도 그렇지만, 내가 무언가를 원해서 된 건 아니거든요. 무대미술을 하고 싶지 않았어, 연극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과거엔 그랬었죠. 더 정확하게는 안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내가 이걸 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흘러오다 보니까, 두산아트센터 육성창작자가 됐지, 상 받았지, 그러니까 사람들이 부르지, 일이 많아지지, 일이 많아지니까 그중에서 하나 걸리면 또 상 받고, (웃음) 잘한다는 소리 듣게 되고, 일을 많이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요즘 쟤가 제일 잘하나 봐” 그러면서 또 찾고, 이러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어쩌면 내가 이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겠지만 사실 원한 적은 한 번도 없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이걸 안 하고 싶어. (웃음)
뿌
어릴 때부터 미술 했어요?
신동
7살 때부터 계속 미술을 했어. 미술 신동 이런 건 아니고, 어릴 때 어머니가 미술학원을 쭉 보냈는데 상을 받으니까 계속 보내주고.
뿌
또 그렇게 쓸려온 거야? (웃음)
신동
중학교 말? 고등학교 때쯤, 뭔가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어. 그래서 한예종 무대미술과를 간 거야. 무대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서 간 게 아니라. 그때는 갈만한 데가 무대미술과랑 영상원밖에 없었고, 미술원이 없었어. 학교 들어가서 후회 많이 했지. 무대미술과를 졸업하면 방송이나 영화, CF 이런 쪽으로 갈 수도 있는데 연극을 했다는 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상업성이 강한 매체 쪽은 그 사람의 가치가 돈으로 다 매겨지잖아. 연극은 그렇지 않은 거니까. 연극은 어떤 작품에 참여해서 내가 뭘 하고 싶어 하고, 무슨 얘기를 하고 싶고, 이런 게 더 중요하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
뿌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안 하고 싶은 이유는?
신동
돈 벌어야 되니까. 뭘 막 짜내야 할 때도 있고, 일하기 싫은 사람이랑 일해야 될 때도 있고, 뭐 이런저런…
뿌
돈 안 벌고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하고, 한량으로 살고 싶은 거네. 모두가 한량을 꿈꾸지만 뭐. 근데 무대디자인 너무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들으면…
신동
정말 재수 없지. 가끔 인터뷰할 때 대학생, 고등학생한테 해주고 싶은 말,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얘기하는 건데, 뭔가 되고 싶어 하면 안 되는 것 같아. 흔히 노력하면 된다고 하잖아요. 아티스트 같은 경우는 좀 다른 거 같아요. 아티스트는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 자기 시간에 잘 노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잘 노는 거. 주변을 보면 열심히 연극하는 사람 많잖아요. 근데 너무 뭔가 되고 싶어 하면 오히려 걸리는 게 많아지고, 해야 되는 것도 많아지잖아.
뿌
힘이 너무 들어가게 되면 경직되고, 잘 안 되기도 하죠.
신동
아티스트 지원해주는 사업들이 많잖아요. 그런 게 되게 위험한 거 같아, 오히려. 아티스트들의 등급을 만들어 버리니까. 누군가는 누군가를 부러워하게 되니까. 우리도 그 일을 겪고 있지만 (제작하는 쪽에서) 잘 나가는 아티스트는 계속 더 부르고, 이런 게 조금 비정상적이라는 생각도 들어.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은데. 선택하는 쪽에서는 경험이 많고 검증된 사람을 원하잖아, 그러니까 아티스트들이 검증을 받아야 된다는 게 생기고, 그거에 몰입하게 되고. 그런 시스템이 위험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티스트들을 더 좁아지게 만들고, 더 불안하게 만들고, 만약 자기가 잘 못되면 실패자다, 능력이 없다, 라고 생각하게 만들죠. 사실 아트에는 실패라는 게 없잖아요.
근래 내가 나이가 들면서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제작을 하는 쪽에서 아티스트들을 이용한다는 생각. 아티스트들을 잘 이용하는 건 좋죠. 삶이 풍성해지니까. 근데 너무 이용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예술에 대한 철학이나 사명이나 그런 게 너무 없이 아티스트들을 그냥 워크메이트로 바라보는 거지. 그러니까 자꾸 검증된 사람을 찾는 것 같아요. 어쩔 수 없긴 한데 그러니까 더 하기가 싫어지는 거지.

무대디자이너 여신동

뿌
예술감독 하면 되게 잘할 것 같아요. 생각이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신동
그래요? 나는 어떻게 보면 또래들보다 연극을 했던 기간도 짧고, 고민했던 시간도 짧아서, 좀 부끄러울 때도 많아. 우리 또래가 뭘 해야 한다, 정신 차리고 뭘 어떻게 해야 돼, 라는 건 사실 힘들 것 같아. 해도 안 돼. 우리 주변에 거리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고 사회와 정치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있는데, 난 요즘 슬프거든요.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SNS에 올라오는 그런 것들을 보면 내가 뭔가 죄의식을 느끼게 되는 거지. 거리에 안 있으면 이시대의 예술가가 아닌 것 같고. 물론 지금 세상이 개판인 건 모든 사람들이 다 느끼고 있는 건데, 여기서 내가 무엇을 해야 되는지. 그렇게 거리에 나가는 건 나랑 너무 안 맞는 방식이고. 모르겠어요. 우리 형이 나보다 9살이 많은데, 형 세대가 싸우는 방식이 있고, 나는 우리의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거든. 왜냐하면 나는 형처럼 안 살았으니까, 그 세대보다 더 개인적으로 살았지.
올해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 내가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아티스트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세상에서, 뭘 해야 하지? 내가 내린 답은, 첫 번째는 내가 예술가로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잘 살고 있는지, 나 자신부터 잘 봐야 되겠다, 라는 거였어. 내가 잘 못사는 데 길거리에 못나갈 것 같은 거지. 두 번째는 가까운 사람들을 봐야 되겠다, 라는 거였어. 내 주변에 취향에 맞는 사람들이 있잖아. 그 사람들부터 바라보는 걸 배워야 되겠다,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내 취향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래서 나를 좀 더 알아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어.
뿌
자신을 다시 좀 돌아보게 된 것 같은데.
신동
왜 그랬냐면, 올해 들어와서 주변의 내 또래 사람들이 하도 길거리에 있으니까,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내가 너무 비겁한가? 그러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거지. 예술가라면 길거리에 나가야 되나? 나는 왜 안 나갈까? 저런 일들이 왜 나한테는 확 들어오지 않을까? 그러면서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세상은 진짜 개판이고. 지금의 예술가들이라면 아름다운 걸 표현 못한다고 봐. 다 기형적이고 완전히 미친 세상을 그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 그렇지 않아? 고상한 것, 우리는 행복해, 그런 걸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되게 기형적인,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기형적인 우리의 자화상을 그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무대디자이너 여신동

뿌
요즘에 인터뷰를 하면 연극 얘기를 하다가도 자꾸 세상 얘기로 끝이 나는데 신동 씨랑 이런 얘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얘기 잘 안하는 사람이니까. 근데 좋은 것 같아요. 신동 씨 같이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속으로 고민하는 사람들 많을 것 같거든.
신동
맞아. 너무 많을 거야.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 내가 어떤 작업을 해야 되나,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되나, 그런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어. 나는 무대디자이너니까 보통 오더가 오는데 나 정도면 많이 오잖아, 거기에 취한 적은 없었지만 더더욱 못 취하게 되는 게 생기면서, 그러니까 일이 더 하기 싫어지고 생각이 많아져. 나를 인정해주는 건 참 감사하기도 한데 개인적으로는 뭔가 생각 없는 사람같이 느껴지는, 오더 받은 대로 그냥 수행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해.
뿌
원래 솔직한 사람인 건 알고 있었는데 정말 솔직한 거 같아.
신동
나는 <비행소년 KW4839>를 하면서 젊은 친구들, 젊은 배우들하고 작업을 했잖아. 이 친구들이 하고 싶어 하는 방식이 있어. 되게 가볍고 어쩌면 개인적인 걸 수도 있는데, 거기에 너무 목 말라해. 왜냐하면 연극이라는 게 너무 많은 것들을 얘기하려고 하니까. 나는 젊은 배우들, 젊은 예술가들이랑 작업을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뿌
자기가 선배로서의 자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신동
응, 그런 것 같아. 이 친구들이 되게 어설퍼도 가지고 있는 게 너무 좋은데 연극을 하면서, 선배들을 바라보면서 변하는 것 같거든. 안 변했으면 좋겠는데. 지금 너무 깨끗하고 뭐라고 비판할 수도 없는 걸 갖고 있는데, 그게 정말 제일 좋은 표현이잖아. 그걸 우리가 해치지 않았을까. 혹은 선배들이 우리를 해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 어린 친구들이 왜 나는 저렇게 안 되지? 왜 나는 저기에 못설까? 그러면서 배우로서, 창작자로서 실패감도 많은 것 같고.
뿌
뭘 못하거나 실패하거나 하는 거에 두려움이 너무 크죠.
신동
괜찮아. 우리가 너무 안 두려워했으면 좋겠어. 뭐 하나 하고 끝낼 것도 아니고, 실패해도 되고 원래 우리가 아는 모든 예술가들 보면 정말 개판일 때가 있잖아. 그게 너무 당연한 과정인데 그럴 때 자기한테 스스로 실패감을 안 느꼈으면 좋겠어.
뿌
예술, 예술가, 아티스트라는 말 참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예술이 뭔가요? (웃음)
신동
예술가라는 건 확실히 노력해서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예술은 확실히 노는 건 거 같거든. 자기 방식대로 잘 노는 거. 그만큼 잘 놀고 있는 예술가들이 있나?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원래 다 잘 놀 줄 아는 사람들이었는데 어느 순간 못 놀게 되는 것 같아. 예술은 고귀하고 이런 걸 떠나서, 잘 놀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잘 노는 게 예술인 거 같아. 아주 개인적인 것에서 시작하는 것 같거든. 못 노는 애가 노력해서 노는 건 진짜가 아닌 거잖아. 노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 잘 노는 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연극은 협업이니까 협업하는 사람들이랑 잘 놀았으면 좋겠어. 막 고민하고 술 마시면 연극에 대해서 막 얘기하고 그것도 노는 거잖아. 잘 놀아야 되지 않을까.
나는 진실은 통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수준이 좀 낮고, 높고, 깊이가 얕고, 깊고 그런 차이는 있겠지만 진실은 어떻게든 사람들한테 통하는 것 같아요. 가짜는 통할 수가 없죠. 예술은 TV처럼 사람을 취하게 하는 판타지는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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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
하고 싶은 얘기 있어요?
신동
연극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선배들은 너무 잘하고 계시니까 안 하고 싶고 (웃음), 내 또래 밑으로 젊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연극의 기준이 평론가들의 좋은 평가가 절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꼭 좋은 연극이 이름 있는 극장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얘기하고 싶어요. 좋은 사람들과 연습 기간 동안 너무 재밌고, 자신의 삶에서 그 시간이 기억되고 그 사람들을 또 만나고 싶고, 그러면 그게 좋은 연극인 거 같아요. 연극하는 사람들이 어떤 걸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연습 시간과 공연 시간, 우리끼리 모이는 그 시간을 자기 삶에 소중하게 여기면 좋겠어요. 동료들을 서로 소중하게 애틋하게 더 지켜줘야 하고, 우리한테는 지금 그런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다양한 연극이 많이 만들어져서 연극을 보는 눈도 다양해지면 좋겠어요.
뿌
마지막 공식 질문입니다. 여신동에게 연극이란?
신동
지금은, 연극이란, 돈벌이죠. (웃음)
뿌
맞는 말이죠. 이게 직업인데, 돈벌이죠.
신동
그리고 내가 살면서 지나가고 있는 시간인 것 같아요.

[사진: 장우제 woojej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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