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숙 분장디자이너
언제나 매력을 먼저 찾으려고 해요
부새롬_연출가, 무대디자이너
90호
201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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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쌤 95년에 전문대를 졸업했어요. 전문대도, 직장에 갈 엄두는 안 나고 아버지한테 용돈 받으려면 어디든 가야겠다, 하고 들어간 거였어요. 졸업하고 나니까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눈치가 보이더라고. 그때는 연극 같은 건 잘 몰랐고, 영화를 많이 보러 다니고 좋아해서, 영화 쪽 일을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공부 많이...

- 뿌
- 쑥쌤, 요즘 작업 엄청 많이 하시잖아요. 재밌으세요? (쑥쌤은 내가 장경숙 디자이너를 부르는 호칭이다.)
- 쑥쌤
- 네, 재밌어요.
- 뿌
- 작업한지 얼마나 되셨어요?
- 쑥쌤
- 95년부터 했어요.
- 뿌
- 오, 이십년이 넘었네요. 근데 재밌어요?
- 쑥쌤
- 재미있는데. (웃음)
- 뿌
- 처음 시작하실 때 얘기 좀 해주세요.
- 쑥쌤
- 95년에 전문대를 졸업했어요. 전문대도, 직장에 갈 엄두는 안 나고 아버지한테 용돈 받으려면 어디든 가야겠다, 하고 들어간 거였어요. 졸업하고 나니까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눈치가 보이더라고. 그때는 연극 같은 건 잘 몰랐고, 영화를 많이 보러 다니고 좋아해서, 영화 쪽 일을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공부 많이 안한 애가 할 수 있는 거. (웃음) 그래서 특수 분장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게 뭔지도 모르고 멋있어 보이니까. 학원을 다녔어요.
- 뿌
- 처음에 영화 쪽으로 시작하신 거네요. 어려서 메인디자이너는 아니었겠지만, 어떤 작품 하셨어요?
- 쑥쌤
- 어느 선생님 팀에서 2년 반, 3년을 있었는데, 그 정도 해가지고 작품을 했다고 말 할 순 없지. 그냥 하래는 거 하고, 석고 뜨래면 뜨고… 현장에 잘 안 내보내는 어시스트였어요. 너무 쪼끄맣고, 대인관계나 이런 거 잘 못할 것 같으니까. 너무 어리고, 나이랑 상관없이 비주얼이나 하는 짓이나 그런 사람 있잖아요. 같이 시작했는데 현장에 내보내주는 애들 따로 있고, 나는 안보내주고. 얼마나 현장에 가고 싶었겠어요? 하도 징징거리니까, 어느 팀 막내 어시로 현장에 보내주기로 했는데, 내가 한다는 영화는 계속 기다리기만 하고 촬영 시작을 안 하는 거예요. 회의만 자꾸 한다 그러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처음에 같이 했던 친구가 대학로 극단에 들어간 거예요. 그 친구가 극단에서 너무 돈도 못 받고 일을 하니까, 어느 연출님이 큰 분장팀에 소개를 해줬는데, 그 친구가 혼자가기 뻘쭘하니까, 같이 가자 그래서 갔어요. 그게 국립극단에서 한 <시집가는 날> 분장팀이었어요. 거기서 일을 하면서 무대 분장을 시작하게 됐죠. - 뿌
- 이거 무슨 연예인들이 친구 따라 원서 냈는데 어쩌다보니 됐다, 뭐 그런 스토리네. (웃음)
- 쑥쌤
- 그렇게 만난 선생님 팀에 99년까지 있었어요. 그리고 2000년에 그 팀에 있었던 선배가 독립을 하고 싶은데 같이 하자고 해서, 둘이서 팀을 만들었어요.
- 뿌
- 분장이 좋아서 특수분장을 했다기보다는 영화가 좋아서 시작하신 건데, 연극에도 좀 관심이 있으셨어요?
- 쑥쌤
- 아니요, 연극 잘 안 봤어요. 처음엔 연극에 대한 재미나 이런 것 보다는, 새로운 세계를 만난 느낌? 아, 이런 데가 있구나, 이런 분장실도 있구나, 이런 배우들, 이런 분장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그런 게 좀 신기했어요.
- 뿌
- 2000년에 선배랑 작업을 시작해서 그 이후에는 쭉 지금처럼 작업하신 거예요?
- 쑥쌤
- 그렇죠. 12년을 같이 했어요. 어떻게 하다보니까 오래 했었네요. 번갈아가면서 디자인을 할 때도 있었고, 둘 다 어리고 잘 못하니까 서로 응원하면서 하기도 하고. (웃음) 그래도 선배언니가 선배고 잘 하니까 선배 위주로 했죠.

- 뿌
- 그때 현장에 분장디자인이란 개념이 제대로 있었어요?
- 쑥쌤
- 그땐 제가 연극하는 사람들하고 교류를 하거나, 아는 사람이 많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고, 제가 뭘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냥 누가 일을 시켜주는 대로 했죠. 디자이너라기보다는 분장사라는 개념이 일반적이었던 같아요.
- 뿌
- 화장해주는 사람, 이건 디자인을 한다는 거랑 개념이 좀 다르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속상하진 않으셨어요?
- 쑥쌤
- 잘 못해서, 그런 걸 생각할 만한 정도는 아니지 않았을까? (웃음) 내가 막 잘해서, 사람들이 왜 나를 인정하질 않지? 이런 게 아니라 내가 지금 잘하고 있나, 여기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했죠.
나중에 그런 생각을 했을 때가 있었죠. 이걸 계속 해야 되나, 더 나이 먹기 전에 다른 일을 찾아야 되나? 30대 중반이 될 즈음에, 정신이 좀 들었나 봐요, 그땐 그래도 뭔가 일을 좀 하고 있었으니까. 이 일을 어떻게 해가야 되나, 재미나 뭐 그런 걸 떠나서, 내가 계속 할 수 있을까, 35살까지만 하고 다른 일을 할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 뿌
-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어요?
- 쑥쌤
- 그때는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고, 일을 오래했는데 별 볼일이 없으니까, 일을 잘 못하나보다, 난 별로 비전이 없구나, 그랬어요. 근데 시간을 딱 정해놓고 그때까지만 하고 그만두자, 하니까 그제서야 더 재밌어지고, 뭔가 아쉽고 그렇더라고요.
- 뿌
- 어떤 사람이나 작품에 영향을 받진 않으셨나 봐요.
- 쑥쌤
- 그런 것도 있었겠지. 딱히 어떤 작품이다, 말하기가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연극이란 걸 잘 모르지만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뭐가 뭔지 개념도 없었는데, 지나고 보니 좋은 작품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건 내가 잘 해서라거나, 뭘 알고 했던 게 아니라 어쩌다보니 사람, 작품을 잘 만났던 거죠. 뭘 알았겠어요? 전공자도 아니고.
사람들이 가끔 그런 거 물어봐요, 오래 한 사람이니까, 어떤 작품이 가장 의미가 있느냐, 인상 깊었냐. 그럴 때 얘기하는 작품이 <흉가에 볕들어라>예요. 2000년에 사무실을 냈는데 아무도 우리한테 작품을 안주잖아요. 나 같아도 안줬을 것 같아 (웃음) 어리고 뭘 잘 모르고 그러니까. 어떻게 소개 받아서 하게 됐는데, 초연은 아니고 재연이었던 것 같은데, 그게 참 재밌었어요. 이해제 작가, 이기도 연출, 지금은 스타가 된 배우들도 많았고, 그 연극이 재밌었어요. 사람들이 재밌고, 신기했어, 소소하고. 그 전에 선생님이랑 작업할 때는 대극장에서 큰 공연들만 하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분장사는 분장사, 배우는 배우 (나눠져 있었죠), 밥은 각자 식당가서 먹으면 되는 거고. 근데 바탕골소극장 그 좁은 분장실에서 다 같이 밥을 나눠먹어요. 밥이 1인분씩 공기에 담겨져 오는 게 아니라 큰 밥통, 국통에 배달이 와요. 그러면 표 파는 사람들은 나중에 먹어야 되니까 따로 챙겨놓고. 나는 학교 다닐 때 동아리 같은 것도 안 해봤고, 어디서 단체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 그래서 그랬는지 그게 되게 인상 깊었어. - 뿌
- 맞아요. 언젠가부터 없어졌는데 예전엔 그렇게 밥 배달시켜서 많이 먹었죠. 작품적으로는 어떠셨어요?
- 쑥쌤
- 인물들이 다 유령이었기 때문에 분장이 많이 들어가는 작품이었어. 근데 내가 연극을 좀 잘 알아서,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장면을 생각하면서 했던 게 아니라, 그런 개념이 없었어요. 연출이 이런 걸 원한다, 그러면 이렇게 해줘야겠다, 그 정도였어요. 그러니까 뭐가 막 재밌다, 이런 것도 몰랐지. 별 생각이 없었어요.
- 뿌
-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럽지 않으세요?
- 쑥쌤
-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한 것 치고는 잘했던 것 같아. (웃음) 좀 큰 팀에서 막내로 배웠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아. 별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기술적인 건 있었으니까. 사실 잘 하진 못했고. 사람들이 의미 있는 작품 물어보면 그 작품이 떠올라요.
잠깐 쉬는 시간.

- 뿌
- 좀 전에 잠깐 쉬면서 지금이 제일 재밌는 것 같다, 그러셨잖아요.
- 쑥쌤
- 지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재밌어. 이 사람은 이래서 재밌고 저 사람은 저래서 재밌고.
- 뿌
- 쌤이 말하는 재미있다는 건 뭐예요?
- 쑥쌤
- 음… 뭐라고 해야… 그러니까… 예전에는 원하는 걸 해줘야 하는 그런 입장으로 많이 있었다면, 요즘에는 작업하는 환경이 바뀐 것도 있고, 만나는 사람들이 좀 젊어진 것도 있고 그래서… 뭐라 그럴까?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작업자들을 만나는 게 재밌어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하는 일에 관심이 가고, 조명이나 무대나 배우들이나. 서로의 입장에 대해서 많이 듣게 되고, 서로 배려하면서 자기 껄 할 수 있는, 그런 게 재밌는 것 같아. 지금도 아주 거창한 건 없지만, 뭐.
- 뿌
- 저도 연출하면서 작품 전체에 대해서 많이 얘기할 수 있는 스태프가 좋더라고요.
- 쑥쌤
- 요즘에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요. 그런 게 재밌고 즐거워요. 그리고 이게 맞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나는 분장실이 좀 재밌고 편했으면 좋겠어요. 배우들이 즐겁고 편안하면 그게 제일 좋은 거지만, 분장실이 배우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다 같이 공연하니까, 오퍼도 잠깐 와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쉬다 가고, 연출도 잠깐 와서 대화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분장실에서 다 같이 소소하게 재밌는 거? 그게 좋아요. 어떤 연출이 별 거 없는 거 공연인데, 그래도 같이 해서 분장실에 우리 배우들이랑 같이 있는 게 좋다, 라고 얘기했을 때 기분 좋고 고마웠어요.
- 뿌
- 처음엔 아무래도 낯서니까 일로써 만날 수밖에 없는데 시간이 쌓이면서 그런 관계가 되는 것 같아요.
- 쑥쌤
- 다른 분야의 사람들한테 많이 배우는 것도 있죠.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배우들도 그럴 것이고, 스태프들도 서로의 입장에 대해서 알게 되고.
- 뿌
- 힘든 건 없으세요? 미술적으로는 무대에서 큰 그림이 먼저 정해지는 것에서 오는 거라든가, 공연 기간 내내 많은 배우들을 직접적으로 만나는 것에서 오는 거라든가.
- 쑥쌤
- 힘들다기보다 이건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건 어느 분야에나 좋은 거, 나쁜 게 있고, 좀 부조리한 게 있고, 그러지 않겠어요? 배우들 중에도 정말 좋은 사람이 있고 이상한 사람이 있고, 다 착한 건 아니죠. 저는 사실 아주 친절한 분장사는 아니어서, 싫으면 싫다고 얘기하고, 아니면 슬쩍 불친절하게, 나름의 소심한 복수를 하죠. (웃음) 근데 싫어하는 거에 집중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거에 더 치중하기, 좋아하는 사람한테 더 잘 해주기, 그런 생각을 해요. 일상의 소소한 짜증이라는 건 무슨 일을 하건, 누구한테나 피해갈 수 없는 일인데 짜증내고 구시렁대고 불평하고, 어쩔 땐 다시는 안보겠다는 얘기도 하고, 그래요. 진짜 다시 안 보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땐 더 좋은 친구들이 나타나겠지, 그러고.
분장을 할 때도 단점을 가리는 것보다 장점을 부각시키는 게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 사람은 어디가 부족한가, 보다 어디가 예쁜가를 먼저 보는 편이에요. 매력을 먼저 찾으려고 하죠. - 뿌
- 좋은 말이네요. 보통은 옷을 골라도 단점을 가리려고 하는 편이잖아요.
- 쑥쌤
- 그게 효과적이지 않잖아요? 그리고 내가 단점을 잘 가려주지도 못하고. (웃음) 자기 눈에는 단점이 남한테는 장점이, 매력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좋아하는 사람, 작품에 (에너지를 쏟는 게 좋아요) 모든 작품, 모든 사람을 다 공평하게 사랑합니다, 는 종교인이고.
- 뿌
-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이런 생각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원래 그랬어요? 아니면 일을 하다보니까?
- 쑥쌤
- 워낙 별 생각 없이 살다보니까 옛날에 어땠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연극이란 것도 제한적인 면이 많아서 되게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제작비, 공간, 시간, 그런 것들에서 오는 제한을 극복하려고 모든 파트의 사람들이 골몰하잖아요. 그런 방식에 길들여져서 더 편하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게 되니까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 뿌
- 그 제한에 대한 얘기, 너무 동의해요. 누가 한 걸 보건 우리 팀에서 했건.
- 쑥쌤
- 와, 기발하다, 그럴 때.
- 뿌
- 그걸 발견할 때… 그리고 볼 때 쾌감은 영화 같은 걸로 보는 거랑 비교할 수가 없죠.
- 쑥쌤
- 맞아요. 그게 진짜 재밌는 것 같아요.
- 뿌
- 처음엔 연극이 뭔지 잘 모르고 시작하셨는데 지금은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아요.
- 쑥쌤
- 좋아하게 됐죠, 좋아하니까 계속 하고 있는 거고. 예전에는 내가 잘 하는 사람인가, 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생각 안 해요. 뭐, 할 만하니까 시켜줬겠지, 그래요. 잘 못할 거 같은데 굳이 시키진 않았을 거 아냐. (웃음)
- 뿌
- 할 만하니까 하고 있겠지, 집에다 써 붙여 놔야겠어요.

- 뿌
- 분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 쑥쌤
- 분장은 소품이랑 비슷한 개념인 것 같아요. 관객들은 사실은 분장이 어떤지, 연극에서 많이 기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안하면 안 한대로, 연극은 자유로우니까 상관이 없죠. 저는 관객한테 정보를 준다기보다는, 하는 사람 입장에서 자기 인물에 들어갈 때 편안하게 해주고 더 잘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거였으면 좋겠어요. 제가 했던 작업들 중에서 분장 했어, 안 했어?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게 중요한가, 라는 생각도 들어요. 배우들이, 아니면 작가나 연출이 실현하고자 하는 어떤 것에 조금 더 잘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였으면 좋겠다, 어떤 테크닉으로 들어가는 분장도 있겠지만 공연 전의 어떤 과정 안에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 뿌
- 전에 배우한테 분장을 받으면서 인물로 들어가는 단계를 지나간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요. 저는 모르는, 배우랑 분장사만이 느끼는 그런 게 있을 것 같아요.
- 쑥쌤
- 있죠. 그래서 편안하고 유쾌한, 안정적인 분장실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 뿌
- 어시들이 몇 명 있잖아요. 무슨 얘기 자주 하세요?
- 쑥쌤
- 주로는 욕을 하죠. 넌 다 나쁜데 이것도 나쁘다, 그런. (웃음) 생각이라는 게 다 같을 수가 없는데 난 이거다, 라고 생각해서 후배들한테 그렇게 얘기하는 건 말도 안되는 것 같고,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다 각자의 몫이니까. 근데 나는 이렇게 생각을 하고 충분히 재밌게 하는데, 너도 꼭 그 재미를 느껴봤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만나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을 때 그 작고 소소한 우리끼리만 아는 성취감, 그런 걸 꼭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이런 애기를 해요.
- 뿌
- 그런 걸 느끼면 이제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거죠. (웃음)
- 쑥쌤
- 잘 안 빠져요, 정말로. 경험하지 않았고 잘 모르는 거니까. (어떤 길을 계속 갈 수 있는) 믿음이라는 건 당연히 될 껄 확인하는 게 아니라, 될지 안 될지, 안될지 몰라도 하는 게 믿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지금 사회나 환경이 그렇게 좋지 않으니까. 그 믿음을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안타깝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뿌
- 같은 분야 아니어도 힘들어하는 후배들 많잖아요. 고민 털어놓거나 그러면 무슨 얘기 해주세요?
- 쑥쌤
- 그때마다 다른데, 주로는 시작하는 사람들이나 어린 사람들이니까, 어쩔 수 없이 기회도 없고, 뭐랄까, 기약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 되게 많은데, 제 얘기를 해줘요. 예전에 되게 구체적으로 바랬던 생각을 얘기해요. 저 극장에서, 저 연출이랑, 저 작가의 신작을, 저 배우랑, 저 무대디자이너랑, 저 기획사랑 작업해 보고 싶다, 굉장히 구체적으로 바라고 상상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운이 좋은 편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좀 생각한 대로 됐어요. 그런 호기심이나 마음이 되게 많았던 것 같아요. 말도 안 되는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마음을 그쪽으로 보내야 되지 않을까? 안 될 거라는 좌절감을 먼저 생각하는 거보다 가고 싶으니까 어떻게 할까, 라는 생각을 먼저 하고 준비하고 그런 게 덜 피곤한 거 아닌가? 제가 생각하고 바랐던 어떤 걸 진짜 만났을 때, “오, 내가 이걸 만났어!” 그런 기분 좋은 게 있더라고요.
- 뿌
- 대단하고 추상적인 게 아니라 눈앞에서 잡을 수 있는 목표였잖아요. 사실 이건 모르면 가질 수 없는 거고. 그만큼 구체적이었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쑥쌤
- 진짜로, 그랬던 것 같아요. 만나보고 싶었던 연출은 다 만나본 것 같아요. (이 분야에서) 누구는 잘 하고, 누구는 못한다고 감히 얘기할 수 있겠어요? 그거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고. 잘 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아침에 일찍 안 일어나도 되고 (웃음) 그런 일이죠.
- 뿌
- 사람들하고 자주 놀고. 최소한으로 먹고살 수만 있으면 참 재밌는 일이에요. 좀 간지럽지만, 누구도 못 피해가는 연극데이트 공식 마지막 질문입니다. 장경숙에게 연극이란?
- 쑥쌤
- 간지럽네요. 저는 그냥 지금 현재 직업?
- 뿌
- 덧붙이고 싶은 거 없으세요?
- 쑥쌤
- 덧붙이자면 직업인데 평상시 좋아하는 글도 많이 읽을 수 있고, 신기하고 재밌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하는 좋은 직업, 좋은 음악 듣고. 그러나 직업.
[사진: 장우제 woojejang@gmail.com]

- 장경숙 분장디자이너
- 주요작품
<환도열차> <두 코리아의 통일> <떠도는 땅> <생이 사를 지배할 때> <사라지다> <아이엠파인투>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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