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승언
저는 연극을 할 놈입니다
부새롬_연출가, 무대디자이너
99호
201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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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 연극반 출신인 걸로 아는데, 대학에서 처음 연극 하신 건가요?
승언 예. 전 연극을 봤던 경험도 없었어요. 단 한 가지 기억이, 어떻게 보게 됐는지도 모르겠는데, 초등학교 때였나, 장화홍련전을 뮤지컬로 한 걸 본 적이 있어요. 고등학교 때는 다른 동아리 했고, 취미로 기타도 좀 치고 그...
승언 예. 전 연극을 봤던 경험도 없었어요. 단 한 가지 기억이, 어떻게 보게 됐는지도 모르겠는데, 초등학교 때였나, 장화홍련전을 뮤지컬로 한 걸 본 적이 있어요. 고등학교 때는 다른 동아리 했고, 취미로 기타도 좀 치고 그...

- 뿌
- 연극반 출신인 걸로 아는데, 대학에서 처음 연극 하신 건가요?
- 승언
- 예. 전 연극을 봤던 경험도 없었어요. 단 한 가지 기억이, 어떻게 보게 됐는지도 모르겠는데, 초등학교 때였나, 장화홍련전을 뮤지컬로 한 걸 본 적이 있어요. 고등학교 때는 다른 동아리 했고, 취미로 기타도 좀 치고 그랬어요. 대학을 갔더니 선배들이 나와서 동아리 신입생 모집을 하는데, 합창반, 클래식기타반, 괜히 연극반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기타는 쳐봤고, 합창부도 해봤고, 그래서 연극을 해볼까? 그랬죠. 지나가다가 연극반에서 나와있길래 혹시 가입해도 되냐고 했더니, 아주 환영을 하더라고요. 몰랐죠, 왜 환영을 하는지. (웃음) 사람이 워낙 없으니까. 제가 92학번인데 연극 동아리의 위상(?)이 조금씩 허물어져가고 있을 때였던 거 같아요. 한 기수에 학생들이 많이 남아있는 경우가 드물어지니까 일단 많이 뽑아놓고 남을 사람만 남게 했던 식이었어요.
- 뿌
- 고등학교 때는 무슨 동아리 하셨어요?
- 승언
- 제가 저희 형이 졸업한 고등학교를 다녔어요. 형이 미술부였는데, 저는 생각도 안 했거든요. 쉬는 시간마다 선배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동아리 홍보를 막 하는데, 미술부 선배들이 들어와서, 바로 교실 옆이다, 그렇게 홍보를 하는 거예요. 교실 바로 옆이 미술실이었거든요. (웃음) 제가 3남맨데, 저희 형이랑 누나가 그림을 정말 잘 그렸어요. 저는 그쪽에 컴플렉스가 좀 있었고, 그래서 그림을 배워볼까? 하고 미술 동아리에 가입을 했는데, 입시반이었던 거예요. (웃음) 입시반이다보니까 맨날 데생만 시키고 재미가 없었어요. 근데 선배들이, 제가 성적이 어정쩡하게 좋았거든요, 아직 1학년 수준의 그림이긴 하지만 너 정도면 서울대 미대를 갈 수 있다고. (웃음) 서울대 가려고 점수에 맞춰서 과 선택하고, 그런 게 싫었어요. 그리고 그 동아리만의 문제는 아니었을 텐데 폭력 문제가 있었어요. 술 멕이고 때리고, 뭐… 여차저차한 일들이 있었는데, 제 동기 중 한 놈이 엄마한테 꼰질른 거죠. 교장실로 직통 전화가 가고 미술반이 해체가 돼버렸어요. 미술실 문에 나무로 막고 못박아놓고.
- 뿌
- 진짜 야만의 시대네요.
- 승언
- 89년이었으니까요. 맞는 게 일상이었고, 당연시되던 때였죠. 그걸 거스른 용기 있는 엄마가 한 분 계셨던 거죠. 어느 날 선배들이 후배들을 조용히 부르더니, 잠겨있는 미술실을 따고 들어갔어요. 불 다 꺼놓고 전부 엎드려 뻗치게 하더니 탈퇴하고 싶은 사람은 지금 일어나서 나가라, 그래서, 나왔어요. (웃음) 그러고 2학년이 됐는데 저희 반에 합창부 부장이 있었어요. 합창부에 들어오라는 거예요. 노래 잘 불러야 되는 거 아니냐, 그랬더니 사람 없어서 괜찮다고. 궁금해서 가봤더니, 애들이 우르르 왔어요. 오디션이라고 보는데, 그냥 음역대를 보는 거였어요. 1년 동안 합창반을 했는데, 특별한 건 없었고, 변성기가 지난 때니까, 남성 합창의 그 웅장한 소리를 그 속에서 한번 느껴봤다, 그 정도였죠.
- 뿌
- 주로 사람 없는 데를… (웃음) 공연에서 기타 연주를 자주 하시잖아요. 그건 독학을 하신 건가요?
- 승언
- 독학에 가깝죠. 기타를 치고 싶어서 중학교 졸업하고 통기타 학원을 한 달 다닌 적이 있어요. 고등학교 입학 전이니까 엄마가 잠시 놀아라, 하는 차원에서 정말 딱 한 달치 지원을 해주셨어요. 이제 좀 알 꺼 같은데 관둬야 했으니까, 미련이 남았던 거 같아요. 나중에 왜 클래식 기타로 바꿨는지, 아마 남들이 다 통기타 치니까, 그렇다면 나는 클래식 기타를 치겠다… 부산말로 ‘디비쪼은다’ 그러죠. (웃음) 합창반 할 때 주변에서 음악을 많이 접하고 그러면서, 기타 사달라고 엄마를 졸랐어요. 성적이 얼만큼 나오면 사주겠다, 그래서 기다렸다는 듯이 그 성적을 받고 기타를 샀죠.
- 뿌
- 그 야만의 시대에 예술교육을 많이 받으셨네요. (웃음) 형, 누나도 그림을 잘 그리셨다고 하고, 예술적 재능이 있으신 집안인가 봐요.
- 승언
- 저희 엄마가 노래를 되게 잘 하시고, 노인들 강좌 많잖아요, 거기서 그린 그림을 보니까 되게 잘 그리시더라고요.

- 뿌
- 다시 연극반 얘기로 돌아가볼까요. 결국은 연극을 업으로 하게 됐는데 재밌으셨어요?
- 승언
- 연극을 할 생각은 없었어요. 고등학교 땐 ‘대학만 가면…’ 그런 얘기 많이 듣잖아요. 학과 공부는 좀 게을리 해도, 어떤 대학의 낭만이라고 해야 되나? 선배들도 다 그렇게 학교를 다녔다고 하고, 그러려니 하면서 연극반에 들어가려고 한 거죠. 좀 창피한 얘긴데, 선배들한테 처음 물었던 게 “데모하나요?” 였어요. (웃음) 저희 형이 쌍팔년도에 집에 1년에 몇 번 안 들어 올 정도로 데모를 엄청 했어요. 그래서 저랑 누나가 대학 갈 때 아버지가 내건 조건이 있었어요, 데모를 절대 안 하겠다. 그리고 동아리에 가입을 하면 데모를 한다고 생각을 하셔서 동아리를 안 하는 거였거든요. (제가 질문했을 때) “아, 아니오.” 그러면서, 뭐 이런 걸 물어보나, 얘는 뭐지? 하는 그 선배눈빛이 아직도 기억이 나요. 가입하고 며칠 뒤에 동아리방에 갔는데, 선배들이 별 관심도 안보이고 질문 몇 개 툭툭 하고 어정쩡하게 있었어요. 동기 누가 오겠지, 그러고 있는데 군대 갔다온 4학년 남자 선배가 들어와요. 여자 선배들이 남자를 형이라고 막 부르는데, 그것도 문화충격이었어요. 제가 정말 촌놈이었던 거죠. 동기는 한 명도 안 오고,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되나, 그러고 있는데, 그 남자 선배가 <세일즈맨의 죽음>읽어봤냐고, 제목도 못 들어본 거였죠. 책을 주면서 독후감을 써오라는 거예요. 그 뒤로 한달 동안 동아리방을 못 갔어요, 너무 무서워서. (웃음) 읽히지도 않고, 그 책이 세로로 쓰여져 있는 거였거든요. 가서 모르겠던데요, 그랬으면 되는데 그런 성격도 못 되고… 아 그냥 열심히 학과공부나 하자, 했어요. 그러고 있는데 4월쯤 집으로 동기한테 전화가 왔어요. 신입생들을 많이 기용해서 올리는 봄 워크숍 공연을 해야 되는데 사람이 필요했던 거죠. <세일즈맨의 죽음>그 책은 집에 놔두고 나갔어요. 나는 그런 책을 받은 적이 없다, 그 선배가 다시 묻기 전까진 입다물고 있어야겠다, 그러면서. (웃음) 그렇게 처음 <굿닥터>를 했어요.
- 뿌
- 연극 무대에 처음으로 선 거네요.
- 승언
- 처음 무대라는 곳에 서서, 많은 관객들 앞에서 뭔가를 해봤는데… 그게 참 이상한 거 같아요. 뭐든지 업이 되면 고통스러워지는데… 멋모르고 했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재미는 재미고, 나는 경제학과니까 공부 해야지, 그러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고, 연극 쪽으로 자 꾸미련이 남고… 한번만 더 하자, 그러고 정기 공연을 하고 다시는 연극을 안 하겠다고 했죠.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 뒤에 저는 놀고 있었고, 겨울 정기공연을 입센의 <유령>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스왈드 역을 하던 동기가 갑자기 군대를 가게 됐어요. SOS를 받고 어쩌다가 주인공을 했는데, 다 말아먹었죠. 정말 이제 연극을 못하겠구나, 그러면서 저희 연극반 입장에서는 정말 대박 난 작품을 안 했어요. 마로윗츠 <맥베스>였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참 잘 만든 작품이었어요. 그게 아쉬웠는지, 제가 빠른 생년이어서 남들보다 군대를 1년 늦게 가니까, 군대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작품만 하고 가자…
- 뿌
- 이미 망하기 시작한 것 같은데요. (웃음)
- 승언
- 그쵸? 그 겨울에 <코커서스의 백묵원>을 재밌게 하고 군대를 갔다 왔죠.
- 뿌
- 정말 좋은 작품을 많이 했네요.
- 승언
- 저희 연극반이 굉장히 학구적인 분위기가 있었어요. 선배들이 맨날 공부 좀 하라 그러고, 술 먹으면서도 맨날 연극 얘기 하고 싸우고.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에 돈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동기한테서 삐삐가 왔어요. 한번만 만나자고.
- 뿌
- 아, 그 놈의 동기. (웃음)
- 승언
- 만나자고 하는 이유가 너무 뻔하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죠. 사실 전 동아리에 그렇게 열혈은 아니었고, 어정쩡하게 한 발 걸치고 있었어요. 근데 저한테 연출을 하래는 거예요. 연출을 할 생각도, 자신도 없어서 거절하고, 또 설득하고… 그러다가 다른 동기를 연출로 꼬시면 배우는 하겠다고 했어요. 왜 그런 조건을 걸었는지… (웃음) 어떻게 했는지 연출할 친구를 꼬셔오더라고요. 결국 알바도 관두고…
- 뿌
- 무슨 시트콤 같아요. 1화 나는 연극을 안 할 거예요, 2화 한번만 더 하고 나는 연극을 안 할 거예요 3화 군대 가기 전에… (웃음) 저도 연극반 출신이라 너무 잘 알겠어요. 그 친구가 가서 어떻게 꼬셨는지도 알겠어요.
- 승언
- 작품 선정하면서 진통이 좀 있었는데 결국 <둥둥낙랑둥>을 했고, 반응이 좋았어요.
- 뿌
- 무슨 역할 하셨어요?
- 승언
- 호동 역할. (웃음)
- 뿌
- 오 주인공.
- 승언
- 전 멋모르고 했는데, 그 친구가 연출을 잘 했어요. 저는 그 작품으로 연극의 맛을 제대로 알게 된 거죠. 제대로 다 알았다는 게 아니라, 그 전까지는 무대에 서는 게 즐겁고 그 정도 느낌이었다면 갑자기 리듬이나 뭐나, 그 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느껴지더라고요.
이 외에도, 이후에도 김승언 배우의 재밌는 연극반 일화는 많았지만 지면 길이상 일부는 싣지 못해 아쉽다. 끊임없이 “연극 안 해야지”를 결심하던 대학생 김승언은 우여곡절 끝에 연극반 회장까지 하고 졸업반이 된다.

- 뿌
- 그럼 졸업 하시고 바로 연극을 시작하신 건가요?
- 승언
- 회장일 끝내고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는데, IMF가 터졌죠. 제법 괜찮은 성적을 받았는데 120명 기준으로 100등이 넘어요. 그렇게 공부를 잘 하는 애들도 전부 취직할 데가 없으니까 대학원을 준비하거나 그러는데, 저는 정말로 갈 데가 없는 거예요. 사실 속에서는 연극을 계속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4학년이 될 때, 부산에서 연극을 하고 있던 동아리 선배한테 자문을 구했죠. 제가 겁이 많아서, 연극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를 물은 게 아니고 “형이 보셨을 때 제가 연극을 해도 될까요?”라고 물었어요. 남의 인생인데, 그 형도 뭐라고 하겠어요. 바보같은 질문을 한 건데, 우문현답을 해주셨어요. 하고 싶으면 빨리 하라고, 그래야 빨리 포기할 수 있다고. 그 얘기를 듣고 4학년 때 외부 극단에서 처음 공연을 했어요.
- 뿌
- 프로무대에 데뷔를 하신 거네요.
- 승언
- 교수 찾아가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죠. “저는 연극을 할 놈입니다. 따지고 보면 취직이 됐다는 거죠.” (웃음) 그러고 팜플렛에 있는 제 얼굴을 보여주면서 성적을 달라고 했어요. 그때는 취직되면 성적 그냥 줬잖아요. 교수가 기가 차서 C를 주더라고요. 정말 졸업이 임박했을 땐, 아버지를 설득하는 게 관건이었어요. 아버지가 보시기에도 취직 준비는 안 하는 것 같고, 강하게 압박은 못하시는 시대가 돼버린 거고. 대학원을 가면 명분이 서겠구나, 해서 학교를 알아보다가 우연히 실기학교가 있다는 걸 알고 준비를 했죠. 첫 해에는 떨어지고 두 번째에 붙었어요. 운이 좋았죠.
처음에 서울 생활에 적응을 잘 못했어요. 지금도 사투리 쓰잖아요. 연기하겠다는 놈이 사투리를 쓰냐고 보는 사람들마다 평소에 말을 고쳐야 된다고. 노력을 해봤는데, 과묵해지더라고요. 문장을 길게 말하면 티가 많이 나니까 단답형으로 말하게 되고, 즉흥연기 같은 거 할 때도 사투리에 신경이 쓰이니까 너무 어색하게 말하게 되고. 나도 연기할 때는 사투리 안 써, 라고 하고 싶은데 자신이 없고, 제가 듣기에 서울 출신이라고 다 제대로 말을 하는 건 아닌데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러다 독을 품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그때 인간관계를 잘 못 맺어서 솔직히 적도 많고, 저도 싫어하는 사람 많고… - 뿌
- 전 오늘 깜짝 놀랐어요. 예전 작업에서 처음 뵀을 때, 되게 과묵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너무 유쾌하고 재밌어서요.
- 승언
- 그때는 낯선 선배들이 많아서요. (웃음)
약간 얘기를 거슬러서, 연극을 할까 말까를 고민하던 시절에, 내가 연극을 한다면 뭔가 뜻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냥 재밌어서는 뭔가 아닌 것 같았어요. 연극을 왜 할까, 왜 해야할까, 연극이 뭐지? 그런 고민을 한 거죠. 그 시기가 한국 영화 부흥기였거든요. 매체가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데, 이런 아날로그 적인 걸, 연극이란 걸 보지를 않는 시대가 돼버렸는데, 왜 하지? 그냥 연극을 발판 삼아 유명한 배우가 되고 싶은 건가? 그건 아니었어요. 연극이 되게 재밌었어요. 재미만 있으면 되나? 물론 재미는 너무 중요한데 왜 연극을 살아남게 해야되지? 그런 고민을 하다가, 서울 올라오기 전에 “연극만이 할수 있는 걸 찾아보자. 그게 내가 연극을 하는 이유다.” 마음 속으로 그랬어요. 괜히 멋있는 척 한 거죠. (웃음) 근데 그런 건 못하고 독만 생기고… 그래도 학교에서 하는 공연은 엄청 많이 했어요. 동기 중에 남자가 저 하나여서 캐스팅이 많이 됐거든요.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틀어지기도 하고 그러면서 마음 맞는 친구들도 만나고, 그 친구들이랑 극단 신작로를 같이 하고 있죠.
학교 생활을 잘 하지는 못했지만 단편적으로 막 흐트러져 있던 것들이 많이 정리가 됐던 것 같아요. 정말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는데 김우옥 선생님이 연기실습 수업을 하신 적이 있어요. “너 누구한테 얘기해? 너 들었어? 니 말은 가서 붙지를 않아.” 매 수업시간마다 이 얘길 들었어요. 한 학기가 지나고 방학이 돼서야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요. 뭔가 싹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이후에 공연에 참가할 때 조금씩 중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 뿌
- 그런 굉장히 기본적인 얘기가 힘이 되게 세죠.
- 승언
- 그 말을 몸소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해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너무 행복했어요. 그러고 돌아보니까 기본도 안돼있는 게 너무 많더라고요. 어 찌보면 지금까지도 무대에 섰을 때 제 중심을 잡아주는 말들인 것 같아요.
- 뿌
- 연기하실 때 뭘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었는데 미리 답을 주셨네요.

- 뿌
- (지면에 다 싣진 못했지만) 앞서 얘기들 보면 연기뿐만이 아니라, 연극 그 자체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갖고 계신 것 같아요.
- 승언
- 그래서 요즘 뻘 짓거리를 하나 하고 있는 게, 저랑 아내(신문영 배우)랑 둘이서 극단을 하나 만들었어요. 뭐, 대단할 걸 해보자는 건 아니고, 결혼할 때부터 나중에 둘이서 연극하면 재밌겠다, 얘기는 한 적이 있는데 시도해 본적은 없었어요. 각자 작업하느라 바쁘다가, 애 생기고 애 낳고, 애 키우느라, 먹고 사느라 바쁘고 지치고… 이러다 보면 당연히 더 못하게 될 것 같더라고요. 뭔가 스스로한테 책임감을 부여해야 되겠다, 싶어서 작년에 사업자등록부터 해버렸어요. 우리가 이 극단으로 무슨 지원금을 받아서 보통 생각하는 극장 공연을 하겠다는 건 아니었고, 둘이서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해보자, 그런 거였죠. 지금 대학로에서도 ‘검열각하’처럼 사회적인 발언을 담은 연극을 많이 하지만, 배우로 연극을 하고 있는 게 가끔은 약간 답답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말을 해주는 작품을 만나기도 어렵고. 내 속에 있는 얘기니까, 내가 뱉어야 된다, 뱉어보자, 그렇게 둘이서 뻘 짓거리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평소에 말장난을 좀 심하게 하는 편이라 극단 이름도‘우주마인드 프로젝트’인데, 영어로 ‘Wouldyoumind’이거든요. (웃음) 우주적인 마인드인 줄 알았다고들 많이 하시는데, 그런 뜻도 있고, 영어로는 “내가 이런 말을 하니까 싫으니?” 그런 뜻도 있다고 하죠. 작년에 첫 작품으로 <잡온론>을 했는데 영어로는 <Job On Loan>이예요. (웃음)
- 뿌
- 제목 너무 좋은데요. 두 분이서 공동창작으로 하신 건가요?
- 승언
- 네. 제가 출신이 경제학과라서 그런지… 자본주의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저희들 얘기예요. 올해는 둘째가 태어나서 못할 뻔 했는데, 저희가 처음에 힘들다, 어렵다고 못하면 자꾸 못하게 된다, 무조건 하자,고 약속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진짜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1인극으로, 2탄 <아담스 미스>를 했어요. (웃음)
- 뿌
- 제목은 너무 재밌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작업을 하셨네요.
- 승언
- 그랬죠… 세상이 잘못된 남성성에 의해서 많이 굳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게 아담의 실수다, 그런 의미의 작품인데… 너무 허접했어서 대폭 수정해야 할 것 같아요.
- 뿌
- 부부가 그렇게 극단을 한다는 게 참 좋네요. 다양한 방식의 연극이 있으면 좋잖아요.
마지막 연극데이트 공식질문입니다. 김승언한테 연극이란? - 승언
- 예전에 고 박경리 선생님이 작고 하셨다는 뉴스를 우연히 봤는데 선생님이 생전에 하셨던 말씀이 같이 나왔어요. 정확한 문구는 기억이 안 나고 ‘삶이 예술에 앞선다’ 그런 내용이었어요.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연극, 예술로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 한다, 독을 품고 있었어요. 그 생각이 다 뒤집어졌어요. 그 언저리에 르네 마그리트 전을 봤는데, 우리가 아는 마그리트 그림 옆에 노동자 단합대회 포스터 같은 게 있어요. 옆에 설명을 보니까 알바를 했더라고요. 연극계 현실이 자력구제를 어떻게든 해내야하잖아요, 구조를 지금 당장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일단 내가 먹고 사는 거에 충실해야 한다, 연극은 오히려 그 후순위다,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연극을 등한시하자는 건 아니고, 내 삶이 연극에 묻어나겠거니, 라고 생각하게 됐죠.
[사진: 장우제 woojejang@gmail.com]

- 김승언 (배우)
- 주요작품
<왕과 나> <심청> <해피투게더> <날개, 돋다> <배수의 고도> 외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