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박찬
마음을 나누는 일
부새롬_연출가, 무대디자이너
102호
201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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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 변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야할 것 같은데요. 지금 저랑 같이 공연하고 있는 배운데, 좀 그렇잖아요. 어떡하다보니 찬 씨를 하게 됐는데, 이번 호 발간될 때면 공연 끝나갈 때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런 변명을…
찬 어차피 변명일 뿐. (웃음)
뿌 그렇죠. 너무 과하게 오해하지 않기를 바래...
찬 어차피 변명일 뿐. (웃음)
뿌 그렇죠. 너무 과하게 오해하지 않기를 바래...

- 뿌
- 변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야할 것 같은데요. 지금 저랑 같이 공연하고 있는 배운데, 좀 그렇잖아요. 어떡하다보니 찬 씨를 하게 됐는데, 이번 호 발간될 때면 공연 끝나갈 때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런 변명을…
- 찬
- 어차피 변명일 뿐. (웃음)
- 뿌
- 그렇죠. 너무 과하게 오해하지 않기를 바래보지만, 첫 번째 하고 싶은 질문부터 좀 그러네요. 얼마 전에 한 기사에서 되게 칭찬을 받았어요. 어때요?
- 찬
- 되게 당황스러워요. 어떤 공연을 하면서는 기대를 하게 될 때가 있어요.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해내고 싶다, 라는 욕심이 들 때가 있어요. 이번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선물같은 배역이었기 때문에 좀 달랐어요. 2010년에 <말들의 무덤>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한국근현대사, 한국 전쟁에서 벌어진 양민학살 스터디를 하고, 2012년 <21세기 여인>, 2013년 <말들의 무덤>, 2015년 <생각나는 사람>까지 5, 6년을 (동일선상에 있는) 작업에 매달렸던 시간이 있었어요. (전박찬이 소속되어있는 극단 코끼리만보의 작품으로 모두 한국근현대사를 다루고 있고, 공동창작 작품이다.) 그런 작업을 하면서 배우로서 무대에서 어떤 얘기를 해야겠다, 라는 고집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에 제가 그때까지 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가지의 작품들을 하게 됐어요. 물론 감사한 역할들이었지만 좀 지치는 것도 있었어요. 내가 이런 걸 이렇게 하는 게 맞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썬샤인의 전사들>에서 선호라는 역할을 만나게 되니까, 선물 같았어요. 제주 사투리도 그렇고, 좀 부담되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에 이 역할은 연기를 잘 하거나,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하거나,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것보다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해서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를, 혹은 다가올 지도 모를 끔찍한 근미래를 관객들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떤 평가를 두려워하거나 기대하거나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행히 좋게 봐주시는 건 기분이 좋지만요. (웃음) 당황스럽다는 건 이런 지점이에요.
- 뿌
- 극단 코끼리만보의 작업이 배우, 창작자로서의 전박찬한테 꽤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 찬
- 전 연기 전공을 했는데, 졸업을 되게 늦게 했어요. 졸업을 바로 하기가 싫었어요. 어떻게 연극을 해야 되는지, 어떻게 배우가 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단순히 학교에서 4년 연기 공부를 했다고 해서 배우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휴학을 많이 해서 8년 만에 졸업을 하고 코끼리만보에서 처음 대학로 작업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정말 잘 못했어요. 지금도 진짜 잘해요, 그런 건 아니지만요. (웃음) “너 그 때 왜 그렇게 못했어?”라는 얘기를 지금도 들을 정도로 정말 못했어요. 그래서 그랬는지 중간중간에 빨리 그만둬야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빨리 그만두고 평범한, 땀 흘려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뭔가 사람답게 밥 벌어 먹고 살아야지, 라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 그만 두려고 와인 스쿨을 다니기도 했어요. 교육과정이 끝나고 레스토랑에 취직하려고 면접을 보고나서,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때 <말들의 무덤> 워크샵을 만나게 됐어요.
- 뿌
- 면접을 보고나서 왜 갑자기 이러면 안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찬
- 일단 그 일을 하려면 외국 손님도 오니까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게 하기 싫었고. (웃음) 제가 다녔던 와인스쿨이 수료증을 받기는 힘든데 취직은 되는 편이었어요. 한 달에 얼마 월급을 받는 그 삶이랑 배우로서의 삶을 바꿀만한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때는 제가 연기를 되게 못할 때였는데, 김동현 연출님이 그랬어요. “너 왜 이렇게 못하냐, 너한테 잘 하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그냥 즐겁게 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즐겁게 못하고 괴로워하고 그러냐.” 그러시면서 <말들의 무덤>에 전 캐스팅을 안 하시겠대요. 그러면서 워크샵은 준비를 하라고. 캐스팅은 안 할 거라면서 왜 워크샵 준비는 하라는 거지? 온갖 욕이 다나왔어요. 그래서 제 멋대로 했어요. (웃음)
그 때 배우들이 민간인 학살이 있거나, 민간인이 피해를 많이 본 지역에 취재를 다녔는데, 전 인천을 갔어요. 6주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갔는데, 인천상륙작전 때 폭격으로 집이랑 가족을 잃은 월미도 주민들이 많아서 취재를 하러 간 거죠. 시위장이 아직도 있어요. 폭격으로 잃은 집을 찾아달라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시위를 하고 있어요. 그 분들 인터뷰를 하면서 주로 들은 이야기는 재산에 관한 것이어서 좀 힘들었어요. 그러던 중에 후두암 수술을 해서 목소리가 잘 안 나오는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나게 됐어요. 그 할아버지가 뱉어내는 가래침, 지금은 공원이 된 곳에 집이 있었다고 하면서 바라보는 시선, 그런 것들에서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고, 아무 것도 말하고 있지 않지만 강렬한 무언가를 만나게 된 거죠. 굉장히 부끄럽지만 작업 초반에는 다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가, 에 포커스를 많이 두고 있었거든요. 공연이 그렇게 되진 않았지만요. 결국은 그 아무 것도 없음, 그걸 무대에서 얘기했을 때 오히려 사람들이 무언가를 가져갈 수 있겠구나, 확신이 들었어요. 그 때문에 무대에 서있을 힘이 생겼던 것 같아요. 또 <썬샤인의 전사들> 얘기를 하게 되는데, 저한테는 이렇게 연결해서 할 수 있는 작품인 거죠.

- 뿌
- 배우를 하다보면 본인이 의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있는 작품을 하게 될 때도 있지만, 안 그럴 때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좀 편안한 로맨틱코미디 작품이라든가.
- 찬
- 아직까진 제안 받은 적이 없는데요. 아마도 안 할 거 같아요. 이게 인터뷰에 실리면… (웃음) 제가 연기를 잘 하는 베이스를 갖고 있지 못해서 그런 걸 하면 망할 거 같거든요. (웃음) 그런 걸 잘 하는 배우들, 무대 위에서 저보다 훨씬 근사하고 잘 노는 배우들 많잖아요. 저는 아직 그럴 능력이 안 되는 거 같아요. 만약에 제가 막 날고 기게 되면, 즐겁게 할 수 있을 때가 오겠지만, 향후 몇 년간 못할 거 같은데… 그러면 늙어서 안 시켜줄 것 같은데요. (웃음)
- 뿌
- 재간이 많고 잘 노는 배우들이 많잖아요. 학부를 연기과로 갔다 그러면 어릴 때부터 흔히 말하는 끼도 많고 그럴 거 같은데 찬 씨는 되게 차분한 것 같고, 막 나서거나 그러지 않는 것 같아요. 어떻게 연기를 하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전부터 궁금했어요.
- 찬
- 어렸을 때부터 뭔가 흥미로워하는 게 없었어요. 애들 축구 많이 하잖아요. 저도 같이 하긴 했는데, 일단 구기는 다 못하고요. (웃음) 남자애들 많이 하는 로보트 조립하고 그런 것도 안 했고, 뭔가 다 흥미가 없었어요. 근데 중학교 때 우연히 마당극 <밥>을 봤는데 너무 흥미로운 거예요. 정규수 선생님 등 당시 마당극으로 날리고 계셨던 분들이 많이 나왔어요. 너무 재밌고 하고 싶은 거예요. 그때부터 중고등학교 때 연극부를 했어요. 예고를 가고 싶었는데 집에서 말도 안 된다, 그래서 순순히 일반 고등학교로 갔고, 대학을 연극영화과를 가야되겠다, 생각했죠. 쉽지 않았어요. 일단 누나가 미술을 하고 있었고, 외아들이고, 부모님께서 절대 안 된다, 한 집에 두 명이나 딴따라(?)를 만들 수 없다, 그러셨죠. (웃음) 재수까지 하고 어렵게 연기과를 들어갔는데, 방황을 많이 했죠. 학교를 그만두려고도 했었는데 다행히 어느 선배가 꼭 배우가 되라고 말려줬어요. 휴학도 하고, 학교 다니면서 미술 수업 같은 거 듣고, 그러면서 졸업을 늦췄죠.
- 뿌
- 누나도 그림을 그린다 그러고 찬 씨도 미술 수업 들었다고 하고 그림 잘 그려요?
- 찬
- 아뇨. 그 역시도 잘 하지는 못해요. (웃음) 누나는 전업 미술 작가예요. 전시도 하고.
- 뿌
-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중간중간 참 많이 했네요. 학교 다니면서, 졸업하면서, 졸업하고 나서도.
- 찬
- 어렸을 때는 연극이 되게 재밌고 흥미로웠고 그래서 연극 연기를 배우러 학교를 갔던 건데, 제대를 하고 나니까 너무나 다들 뮤지컬을 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뮤지컬을 해야 성공한 거다, 라는 인식이 있고. 솔직히 이해가 안됐어요. 학교에서도 뭔가 가르쳐주기는 하는데 관심과 책임은 없는 것 같고, 스스로 알기에는 너무 어리고. 졸업할 때쯤엔 바보가 된 기분이었어요. 연기도 잘 못하겠고. 현장에 나간다 해도 뭘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저도 졸업할 때 영화 오디션, 기획사 오디션도 되게 많이 봤어요. 떨어지고 나서 왜 떨어졌는지 분석해서 일기도 쓰고 그랬는데, 왜겠어요? 연기 못해서 떨어진 거죠. (웃음) 그런 것들이 다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연극을 시작하게 됐는데, 이것도 아닌 것 같은 거예요. 연기를 잘 못하겠으니까. 데뷔 작품 할 때, 같이 했던 선배님이 술을 마시면서 저한테 포기했다, 그럴 정도였어요. 몸도 안 좋았는데, 아마 그것도 스트레스 때문이었을 거예요. 달팽이관에 이상이 오고, 매일 소화제, 두통약 달고 살고. 그렇게 작품을 하면서 무대에 대한 두려움, 그건 지금도 있는 거고, 그걸 넘어서 공포가 생겼어요. 근데 그 저를 포기한 선배님이랑 작품에서 자꾸 만나게 되는 거예요. 아마 불편하셨을 거예요. 저 연기 못하는 애, 그러면서. (웃음) 6년 만에 그 선배를 누나라고 부르게 되면서 동료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전이랑은 다르게 공포도 사라지고요. 같이 작업하는 즐거움을 찾게 된 거죠.
연기 못한 작품의 정점은 <그을린 사랑>에서 찍었던 것 같아요. 무대에 두 다리를 못 붙이고 서있을 정도였어요. 처음으로 큰 극장에서, 좋은 배역으로 작품을 하면서 인정받고 싶었던 욕구가 컸었던 것 같아요. 결과는 정말 처참했어요. 그 때 정말 바닥을 치고, 그 다음부터 기어 올라왔던 것 같아요. - 뿌
- 연기 못했다는 얘기를 계속 하네요.
- 찬
- 진짜 많이 했죠? 이제 연기 못했던 얘기는 그만할까요? (웃음)
- 뿌
- 아직 젊은 배우잖아요. 관객이든 동료들이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거랑은 별개로 지금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이상한 것 같고. 배우들마다 다들 스스로 생각하는 부족한 점이나 콤플렉스 같은 게 있을 것 같아요. 특히나 찬 씨는 못했다는 얘길 많이 했으니까.

- 찬
- 제일 콤플렉스가 연기를 못하는 거예요. (웃음) 얼마 전에 연기를 못해서 죽을 것 같다, 그런 얘길 했던 어느 선배가 “연기력 논란은 10년은 가는 거야, 넌 아직 멀었어.” 그러는 거예요. 그 얘기를 듣고 아직 나한테 시간이 많이 남아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대에서 잘 못 놀고, 연기를 못하는 게 콤플렉스인데, 하나를 살짝 넘어가는 게 너무 힘든 것 같거든요.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 지금은 소화제 두통약도 안 먹고. 작업하면서 끝나는 날짜 세는 게 태반이었는데, 달력에 엑스표 쳐가면서 했던 작품도 있었어요. 지금은 그러진 않는 것 같아요. 콤플렉스도 받아들이고 나니까, 어차피 잘 못 노는 거, 그러면 열심히라도 해야지, 어차피 못하는 거 다 아는데, 어떻게 다 잘 할 수만 있어, 못하는 건 못하는 거고, 할 수 있는 건 할 수 있는 거고, 사람들이 좋게 봐주면 감사한 거고, 아니면 아직 먼 걸 다시 깨닫는 기회인 거고… 그래요.
- 뿌
- 저한테도 참 위로가 되는 말이네요. 창작자들은 자기 부족한 점 때문에 괴로울 때가 많잖아요. 특히 젊은 창작자들한텐 이런 말이 많이 위로가 될 것 같아요.
- 찬
- 연기 아직 못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한테 위로가 되는. (웃음)
- 뿌
- 찬 씨가 얘기하는 걸 들어보면 연기에 접근하는 방식이랑 뭔가 닿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굉장히 정성스럽게, 마음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고 해야 되나? 연습을 같이 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 찬
- 제가 대사를 진짜 못 외워서 쓰면서 외우거든요. 정말 여의치 않을 때는 제 대사만, 어떤 때는 상대방 대사까지, 정말 여유 있고 욕심이 날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써보기도 해요. <썬샤인의 전사들>에서 제 장면은 얼마 안 되잖아요. 그래서 여러 번 써봤어요. 대사는 얼추 외워졌는데 내용을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전에 <맨 끝줄 소년> 할 때, 작문 선생님이랑 글을 주고받는 역할이어서, 글을 직접 써봤는데 완성을 못하고 실패한 경험이 있었어요. 이번에 선호도 글을 쓰는 인물이니까 그렇게 시도를 해볼까 했다가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밤에 술 먹고 우리 작품 드라마터그지만 극단 선배한테 전화를 해서 고민을 얘기했어요. 원래 드라마터그로서는 배우한테 절대 무슨 말을 안 해주거든요. 근데 그날은 대사를 다 써봤으면 선호의 글을 써봐, 그런 얘길 해주더라고요. 맥주를 제법 마신 상태에서 집에 있는 메모패드랑 신발끈 같은 걸 찾아서 공책을 만들었어요. 너무 즐겁고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다음날 뭘 쓰려고 폈는데 쓸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선호가 처음 글을 배울 때처럼, ㄱㄴㄷ, 가나다부터 써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자기 이름, 가족, 동네 이름, 이런 걸 쓰고. 쓰다보니까 울컥하는 게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한 페이지씩 글짓기도 해보고, 쓰면서 울기도 많이 울고. 그걸 다 쓰고 전장 수첩을 만들어서 일기도 써보고. 그 공책이랑 수첩이 없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물론 관객들도 좋게 보지 못했겠죠. 그리고 그걸 쓰면서 새로운 걸 발견하기도 했죠. 이런 인물을 연기하다보면 착한병(?)에 걸리잖아요. 근데 절대 쓸 수 없는 글들이 있더라고요. 처음엔 그걸 썼다가 나중에 다시 보니까 거짓말이더라고요. 찢어버렸죠. 다른 눈으로 인물을 볼 수 있게 된 거죠.
- 뿌
- 배우가 인물을 만나면, 처음엔 낯설고 구멍도 많다가 점점 채워지고, 어느 순간엔 너무 욕심을 내거나 지나친 해석이 들어갔다가 다시 쳐내고, 또 새로운 발견을 하고, 그런 과정을 글을 쓰는 걸 통해서 겪은 것 같아요.

- 뿌
- 얘기하면서 미리 대답이 좀 되긴 한 것 같은데 작업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얘기 좀 해주세요.
- 찬
- 되게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배우가 되는냐, 라는 질문 앞에서, 대학로에서 몇 년 작업하고 스스로를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어요. 어느 땐가 김동현 연출님이 농담 식으로 다른 배우한테 “넌 몇 년만 하면 어느 땐가 배우가 될 꺼야.” 그러셨어요. 옆에 있던 선배가 “찬이는요?” 그랬더니 1년 반 정도 하면 배우가 될 거래요. 스스로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 아니라고 하시니까 일단은 충격을 받았죠. 아, 배우가 아니구나. 그럼 배우가 되려면 1년 반 동안 즐겁게 작업을 하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한테는 엄청난 1년 반이라는 여유로운 시간이 생긴 거죠. 그때까지는 배우가 아니니까, 그냥 하면 되는 거니까요. 그러고 몇 개월 있다가 김동현 연출님이 찬이는 자기의 고민과 노력으로 배우가 됐다, 라는 얘기를 다른 사람한테 했대요. 배우가 돼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모르는 순간에 배우가 돼있는 거예요. 그럼 이제 배우가 됐는데, 어떤 배우가 돼야 하며, 배우는 많은데 좋은 배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라는 질문이 너무 폭발적으로 생겼어요. 좋은 배우? 잘하는 배우? 유쾌한 배우? 잘 노는 배우? 모르겠더라고요. 어느 시점이 되니까, 아까 했던 얘기이기도 한데, 무대에서 어떤 얘기를 할 수 있다면 배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제가 무대 위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알게 해주고, 관객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작게라도 깨달을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게 굉장히 감사해요.
- 뿌
- 정말 연극인이시네요. (웃음) 다른 매체에는 관심 없어요?
- 찬
- 잘 모르겠어요. 제안이 오기도 하는데, 다 단역이죠. 하고 싶지 않았고 의미도 별로 없는 역할이어서 거절했어요. 출연료 생각하면 아깝지만. (웃음)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또 연기력 얘기를 하게 되는데, 잘 하게 되면 기회가 오겠지, 생각해요.
- 뿌
- 요즘 다들 조급한데 참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특히나 배우들은 바로 자기 주변에서 순식간에 유명한 배우가 되고, 이런 걸 보잖아요. 그럼 되게 조급해질 것 같은데 안 그런가 봐요.
- 찬
- 길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과를 나왔으니까 그런 배우들을 보죠. 그러면 내가 그동안 했던 시간은? 이런 생각이 드는데, 금세 길이 다른데,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내 길이 있으니까 조급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지금 굶고 있지도 않고, 작품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지금 작품 끝나고 내년 2월까진 놀겠지만, 그런 시간이 더 작품을 하고 싶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내년은 극단 10주년이라 할 일도 있고, 하기로 한 작품도 있고요. 조급할 이유가 있나 싶어요.
- 뿌
- 그러기 쉽진 않죠.
마지막 연극데이트 공식질문입니다. 전박찬한테 연극이란? - 찬
- 연극은 마음 만드는 일인 것 같아요. 관객과 마음을 나누는. 배우가 무대에서 어떤 역할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과 뭐가 나누어지느냐, 가 중요한 거 같아요. 저한테 좋은 연극은 좋은 관객을 만나서 무언가를 나눌 수 있는 것, 인 것 같아요.
[사진: 장우제 woojejang@gmail.com]

- 전박찬(배우)
- 주요작품
<썬샤인의 전사들> <떠도는 땅> <맨 끝줄 소년> <생각나는 사람> <디스 디스토피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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