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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새별

연극,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요

김정_연출가
125호 2017.10.12
정 어떻게 배우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셨어요? 처음에?
새별 저는 원래 포항에서 태어나서 11살까지 포항에서 살았는데. (머뭇, 웃음) 이건 좀 그렇지만. 어릴 때는 주위에서 예쁘다. 예쁘다. 하기도 하고...(웃음) 주변에서 배우 시켜라 이런 얘기들도 자주 듣고 하니까... ‘그런가?’ 약간 그...

정
어떻게 배우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셨어요? 처음에?
새별
저는 원래 포항에서 태어나서 11살까지 포항에서 살았는데. (머뭇, 웃음) 이건 좀 그렇지만. 어릴 때는 주위에서 예쁘다. 예쁘다. 하기도 하고...(웃음) 주변에서 배우 시켜라 이런 얘기들도 자주 듣고 하니까... ‘그런가?’ 약간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마음속에.(웃음) 초등학교 4학년 때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친구들이랑 연극으로 준비를 하면서 천으로 옷도 만들고 서로 손바닥에 대사도 적어주고 이랬던 게 재밌었나 봐요.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러다가 11살 때 쯤 서울에 올라오게 되었어요. 서울은 어린 저에게 낯선 곳이기도 했었고, 그 무렵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에이, 내가 어떻게 배우를 하겠어.’ 하는 생각(단념)을 했었던 것 같아요. ‘내가 배우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은 늘 가졌지만. ‘할 수 있다!’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정
어릴 때부터 마음에 담고 있긴 했었네요.
새별
마음은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저는 학교에서도 늘 조용한 아이였어요.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지내는 편이었어요. 반면에 배우는 정말 특별한 사람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죠. 그러다보니 또래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되는대로 공부하고 그러다가 점수에 맞춰서 대학을 들어가게 된 거죠.
정
경영학과 가셨다고.
새별
(화들짝) 어떻게 아셨어요?(웃음)
정
오는 길에 검색해 봤어요. 정보를 좀 알아야 하니까.(웃음) 저도 지방 출신에 전공자도 아니라서, 그래서 그게 제일 궁금해요. 어떤 계기로 이리로(연극) 넘어 오게 되었을까.
새별
또 한 가지 일화가 있는데요. 중학교 때 교생선생님이 계셨는데 만우절에 친구들끼리 선생님을 좀 놀려주자 해서 상황극을 준비했어요. 왕따를 한 명 정해서 수업시간에 애들이 그 친구를 괴롭히면 선생님께서 어떻게 반응 하실지 보자. 근데 애들이 그 왕따 역할을 저를 시키는 거예요.(웃음) 어쩔 수 없이 왕따 역할을 해야 하니까 수업시간에 계속 엎드려 있었죠. 그리고 친구들이 저를 괴롭히는 상황으로 들어갔는데 교생선생님께서 별 반응이 없으신 거예요.(웃음)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제가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어요. 선생님 놀라셔서 뛰쳐나오시고.(웃음) 학창시절에 그런 소소한 기억들이 즐거웠던 것 같아요.
정
뛰쳐나갔을 때. 선생님께서 깜빡 속으시던가요?
새별
그렇죠. 엄청 당황해서 뛰쳐나오시고 옆 반 선생님까지 나오셔서 겨우 수습하고.(웃음)
정
그 때 느꼈던 쾌감 때문에 배우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웃음)
새별
맞는 것 같아요.(웃음) 사실 ‘진짜로 내가 이 일을 해야겠다.’하고 생각했던 건... 대학교 들어가기 3일 전에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죽음이라는 것이 그 나이에 너무 감당이 안됐던 것 같아요. 가족들을 봐도 다 정신을 잘 못 차리고 있는 상태였었고... 결과적으로 그 일이 저를 확 바꿔놨던 것 같아요. 그 일을 겪고 나서 대학에 들어가 1년은 정신없이 학교만 다녔어요. 근데 학교도 너무 재미가 없고. 좀 답답했어요. 그 때는 감정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하루는 매일 다니던 학교 가는 길에 연기학원이 보이는 거예요. 무작정 찾아갔죠. 그 당시에는 ‘내가 배우가 되어야겠다.’ 이런 마음이기 보다는, 너무 답답하니까. ‘저기 가면 그래도 뭔가 속이 시원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연기학원을 찾아갔던 것 같아요. 학교도 재미없었고. 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도 몰랐던 상태였었고. 생각해보면 아버지께서 항상 ‘니가 하고 싶은걸 해라.’고 하셨던 말씀이 계속 마음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 내가 한번은 해봐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정
해보니까 그래도 할 만 했었나 봐요.(웃음)
새별
아니요.(웃음) 사실 학원가서도 아무것도 못했어요. 처음에 갔을 때 선생님께서 나가서 뭐라도 해보라고 하셨어요. 근데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서있었어요. 정말 할 줄 아는 게 없었어요. 그때는 선생님이 만들어 주신 것 같아요. 입시를 위해서. 그렇게 대학을 들어가게 되었죠. 그런데 대학가서도 익숙한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까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주변에 끼 많고 개성 강한 친구들을 보면서 저런 사람이 배우를 해야 하는 건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저는 혼자 또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계속 의심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그럴 때마다 그냥 했던 것 같아요. 배역이 주어지면 열심히 준비하고. 무대 위에서는 즐거웠으니까요. 사람들이랑 같이 공연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힘들면서도 즐거웠기 때문에 계속 해왔던 것 같아요.
정
처음 했던 작품 기억나세요?
새별
처음 했던 건 거리극이었어요. 배우들끼리 대사도 만들고 소품도 직접 만들어서 학교 내에서도 공연하고 대학로에 나와서도 했어요. 그 때 되게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직접 뭔가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반응하는 게 즐거웠어요.
정
평소에는 이렇게 수줍다가도, 나가면 눈 뒤집어져서 난리나고 그런 편 아니에요?(웃음)
새별
(웃음) 아니요. 그러진 않은 것 같... 아니 좀 그런 것 같아요.(웃음)
정
그러니까 배우를 할 수 있는 거죠.
새별
근데... 그게 다는 아니니까. 온전히 나에게만 몰입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같이 공연을 만들어가면서 그 안에서 어떻게 사람들과 이야기 해 나가고 내가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거니까요. 어릴 때는 무대 위에서 내 마음대로 막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게 다가 아니란 걸아니까. 거기에 대해서 또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정
꽤 긴 시간을 배우로 활동하고 있잖아요. 그 시간동안 어떤 기억 혹은 순간이 나를 지금까지 끌고 온 거라고 생각하세요?
새별
사실 요즘에 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웃음) 계속해서 작업을 해오고는 있어요. 새로운 역할들을 만나는 것도 좋구요. 근데 그게 너무 어렵기도 해요. 새로운 역할을 만나는 게. 그 인물이 나와 너무 동떨어져있다는 생각이 들 때. 뭔가 스스로 굳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그 인물에 대해 잘 모르겠고. 내가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래서 연습을 할 때나 접근을 할 때도 확신이 안 들고... 스스로 믿음이 생겨야하는데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고. 요 근래에 작업들을 하면서 조금씩 그런 생각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한 작업 끝나고 쉬면서 다음 작업에는 다른 각오로 임하자는 마음으로 여행도 다녀오고 그랬는데 역시나 쉽지 않은 것 같아요.(웃음)
정
저도 인터뷰하러 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지금 한창 연습중이시고 정말 쉽지 않은 작업 과정중이라는 걸아니까. 정새별이라는 배우를 잘 소개하는 것도 인터뷰의 목적이겠지만 지금 이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보내고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니까요. 지금 준비 중인 공연을 마치고 혹은 지금 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내가 이런 고민을 했었구나 다시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새별
네, 맞아요. (고민에 대해 이어가 보자면) 내가 잘 모르겠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로서 이 인물에게 다가가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 내가 뭔가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이 더 큰 것 같아요. 나랑 다른 사람인 것만 같은 그 인물을 내가 연기 한다는 게 안 맞는 옷을 입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왜 내가 하고 있는 것을 믿지 못할까. 내 스스로 자꾸 어색해하고 (나와는) 다른 것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만 들고. 그것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아요. 아니면 내가 매너리즘에 빠진 건가?(웃음)
정
저도 배우는 아니지만 같은 고민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새 대본을 만났듯이 이 배우와 만나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그 배우가 잘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만 무대에 꺼내 놓는 건 재미없는 것 같기도 하구요. 함께 하는 배우들이랑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저랑 계속 작업을 해가고 있는 동료들, 그들이 늘 비슷한 모습으로 보여 지는 걸 저는 원치 않고, 배우들 역시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아니까.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사람을 작업자로서 신뢰하고 좋아하고 있다는 걸 서로 안다는 거죠. 서로가 믿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지금 작업을 함께 하는 동료들이 편한 이유는 어떤 이유에서건 이들이 최선을 다해서 성실히 하고 있다는 걸 믿기 때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 기다려 줄 수 있고 더 깊은 곳으로 가보자고 말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매너리즘 같진 않아요. 제가 들어보니까.(웃음) 정말 성실히 열심히 하실 것 같고. 믿음인 것 같아요. 스스로 믿는 것. 그리고 동료가 얼마나 믿고 기다려주고 있는지를 믿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두 손 맞잡고 눈 보면서 편하게 얘기 나눠보세요.(웃음)
새별
제가 좀 그런 것 같아요. 얘기하는 것 자체를 너무 조심스러워 하는 성격이다 보니까. 연출님과 얘기를 많이 해야 한다는 건 아는데. 이 한마디를 꺼내기가 좀 어렵고 조심스럽고.(웃음) 저도 노력하면서 조금씩은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요.
정
혼자서 감당해내기 어려운 역할도 있는 것 같아요. 이 어려운 역할을 누구라서 수월하게 할 수 있을까. 그럴 땐, ‘이건 너 혼자서 못하는 거다. 힘들면 꼭 얘기해라. 나도 너무 어렵다. 방법을 함께 찾자.’ 저는 이렇게 얘기하기도 해요.(웃음) 너무 어렵잖아요. 연극작업이라는 게. 웃으면서 해야죠 뭐. 하하.
새별
맞아요. 어려운 것 같아요.(웃음)
정
다른 질문으로 넘어 가 볼게요. 요즘 끊임없이 작업을 해오고 계신데 혹시 주어지는 역할이 제한적이다 라는 생각은 안 드세요?
새별
저는 오히려 요즘 계속 다른 결의 인물들을 맡게 돼서 아직까지는 제한적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이미지 적으로...음...(어렵게) 뭔가... 있어 보이는 것? 때문에 내가 계속 역할을 맡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보긴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어쨌든 저도 나이가 들어 갈 텐데 여배우에게 주어지는 역할 자체가 한정적이다 보니까. 앞으로 내가 또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좀 더 다양한 여성상을 제시하는 연극이나 대본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냥...막... 여자들이 나와서 신나게 여자 얘기들을 하는 그런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웃음) ‘인간으로서의 여자 ’이야기들로 채워지는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여자가 더 주체적이었으면 좋겠고. 남자 주인공 옆에 달려있는 장식 정도로 소모되는 역할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여자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으로 무대에 서고 싶어요.
정
여배우들한테는 남자배우들과는 다른 아주 찐득한 애착이랄까. 자기 역할에 대한 집착.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제 첫 작업에서 정말 강하게 느꼈구요. 그 모습이 지독했지만 정말 멋졌어요. 어쨌든 여배우든 남배우든 배우는 무대 위에서 멋있어야 되는 것 같아요. 예쁘다는 재미없죠.(웃음) 특별히 하고 싶은 역할이나 작품이 있으세요?
새별
옛날에는 있었어요. 어릴 때는 그렇게 ‘니나’가 해보고 싶었어요.(웃음) 근데 요새는 그런 게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정말 좀 쉬어야 할까 봐요.(웃음) 저에게 오는 역할들을 정신없이 소화하다 보니까. 내가 이 역할을 하고 싶다. 이 작품을 하고 싶다 이런 것들이 지금은 좀 사라진 것 같아요.
정
연극 외적으로는 어떤 삶을 살고 계세요?
새별
작업 안 할 때는 놀기도 하고 여행도 가고 그래요. 그리고 초등학교에 예술 강사로 나가서 수업도 하구요. 최근 2년 정도는 작업이 있어서 그렇게 길게 쉬진 못했어요. 한 작업 끝나고 또 다음 작업, 또 다음 작업으로 이어지는 날들이 길었다 보니 개인시간을 제대로 가질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사실 작업을 계속한다는 건 너무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작업과 개인의 삶이 구분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작업을 들어가게 되면 개인생활이 없어져 버리는 편이예요. 다른 분들도 많이 그러시겠지만. 그 경계를 좀 찾아가고 싶어요. 그런 시간이 있어야지만 작업하러 연습실에 왔을 때 다른 기운으로 더 잘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구요. 근데... 그게 잘 안 돼요.(웃음) 작품 들어가면 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사실 어떤 역할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도 잘 못하게 되는 것 같구요.
정
저도 그런 구분이 필요하고 가능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믿진 않은 것 같아요.(웃음) 말은 ‘맞아, 그래야지’ 하지만 그게 안 될 거라는 것도 너무 아는 거죠. 하하.
새별
근데 또 선배님들 뵈면, 간혹 그렇게 잘 구분을 하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더라구요.
정
몰래 어디서 연습하고 계실 거예요.(웃음) 저 아는 형이 그러던데 어떤 배우는 연습 때 맨날 여유 부리면서 공연 전에 소대에서 대사연습을 그렇게 한데요.(웃음)
새별
(웃음) 아. 그렇구나!

정
여행은 어디로 주로 많이 가세요.
새별
여행은... 제가... 온천을 좋아해서.(웃음)
정
아. 온천여행.(머뭇) 아... 온천여행 다니시는구나...아... 일본도 온천이...(웃음)
새별
시간이 길게 나지는 않아서 외국은 잘 못 가고. 국내로...
정
저는 온천여행이라고 하셔서 일본 어디 얘기 하실 줄 알았는데...(웃음) 그럼 어디 저기... 온양온천...
새별
네... 온양온천을 추천합니다! 하하. 시간이 잘 안 되서 멀리는 못가고 가까이에... 지하철 타고 갈 수 있는...
정
그러니까...그 저기... 온양온천 말씀하시는 거죠?(웃음)
새별
네.(웃음)
정
강원도에 오색계곡 쪽에 탄산온천도 있고.
새별
강원도에 탄산온천이 있나요?(화색) 제주도에만 있는 줄...
정
제주도 산방산온천도 탄산온천이고 강원도에 오색계곡 쪽에도 탄산온천이 있더라구요.
새별
아~! 그렇구나!(기쁨) ... 근데 이런 얘기 계속해도 되나요?(웃음)
정
온천여행 좋아하시는 구나. 좋네요. 색달라서.(웃음) 혹시, 지금 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지만 다른 쪽으로도 활동 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새별
사실 예전에 한창 배우를 할까 말까 고민을 하던 시기에는 연극치료, 교육연극 이런 쪽에도 관심이 있었어요. 이 일 그만두고 그런 쪽으로 해봐야 할까. 제가 과거에 겪었던 일이 어떻게 보면 배우를 하면서 조금 치유(또는) 도움을 받았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연극이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만약에 내가 배우 이외에 다른 일을 가진다면 연극치료나. 교육연극 쪽으로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학교 나가서 아이들 만나면 몸은 힘들지만 아이들의 에너지로 제가 힘을 받는 것도 있어서.
정
제 친구도 초등학교 수업 나가는데 자신의 인성을 테스트 할 수 있는 참 귀한 시간이라고 얘기해주더라구요. (웃음)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라며. 그래도 적성에 맞으시나 봐요.
새별
사실... 말 안 들으면 가끔 쥐어박고 싶을 때도 있지만...(웃음) 수업할 때 아이들이 좋아하면 그 기운을 받는 것 같아요.
정
어쨌든 연극과 관련된 일이네요.
새별
네. 떠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웃음) 연극을 안 했다면 평범하게 직장 다니면서 소소한 행복을 찾으면서 나름 잘 살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연극을 하면서 내가 절대로 내지 못할 것 같았던 큰 힘을 내면서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어떻게 보면 고맙죠. 다른 내 모습을 알게 해줬으니까요.
정
맞아요. 내 안에 없을 것 같았던 큰 힘을 내게 해 주죠.(미소) 마지막 질문입니다.
정새별에게 연극이란?
새별
어쨌든. 저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연극작업 안에서. 계속해서 나와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어떻게 나와 만난 사람들과 같이 함께 하면서 그 사람들을 알아가고. 그리고 또 작품이 이야기하는 세계와 인물들을 만나고 알게 되어가고... 내가 만나는 일상은 너무 한정 되어 있잖아요. 하지만 연극하면서 일상에서 만날 수 없는 것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살아보고 그 경험으로 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 같아요. 저 스스로도 웃긴 게. 그런 것들을 두려워하면서도 알고 싶어 하고 그 두 가지가 계속 상충되면서 계속 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무섭다가도 그리워지고. 멀어지다가도 또 만나고 싶고. 안하고 있으면 하고 싶어지고. 하고 있으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고민하고. 지금 저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정새별(배우)

주요작품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 <가족> <심청> <썬샤인의 전사들> <왕과 나> <외계인들>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