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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극작가·연출가 이철희

충남의 밭에서 연극을 재배하는 매력적인 농사꾼

김정_연출가
137호 2018.04.05
정 이번 작업은 어떠셨어요? <닭쿠우스>

정
이번 작업은 어떠셨어요? <닭쿠우스>
철희
이번에 <닭쿠우스>를 하면서 ‘B급 키치’ 라는 캐치프라이즈를 걸었지만 ‘B급’도 그렇고 ‘키치’에 대한 정의가 형태적인 것이 아닌 기존의 것에 대한 저항이라는 의미로 해석을 했던 것 같아요. <에쿠우스>라는 작품에 대한 (창작자의)관습이라고 해야 하나... 멋지게 포장하고 미화시키고자 하는 것에 대한 저항. 그 속살을 한번 까보고 싶은 욕구. 고전명작이라는 것에 가려져 있는 것들, 본질적인 부분들이 더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걸 벗기고 싶은 욕구가 내 안에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관객들의 반응에 있어서 호불호가 갈린다고 하잖아요. 근데 연극에 있어서는 그거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을 중심으로 공연을 만들어가지만 그것보다도 내 안에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포커스를 더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대중의 기호 보다는.. 내러티브에 충실한 작품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은 그런걸 보기 힘들죠. 왜냐하면 습관적으로 이야기를 자꾸 꿰려고 하니까요. 그런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나 드라마는 상업적인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연극은 훨씬 예술에 가까운 분야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의 기호도 중요하지만 내 스타일, 나만의 이야기, 그런 오리지널리티가 훨씬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만 과감한 시도도 있을 수 있고 어려운 부분도 스스로 더 믿고 할 수 있는 거고 여러 가지 실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
형이랑 사석에서 이야기 나누는 건 처음인데.(웃음) 형은 어떤 점이 재밌어서 이 일을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철희
재미를 사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집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굉장히 재밌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비단 웃기는 것만은 아니고... 아니, 웃기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누가 재미없다 그러면 정말 짜증나거든요.(웃음) ‘이게 재미없다고? 그래, 그럼 내가 한 번 더 웃겨 줄게.’ 그러기도 하는데. 집에서는 아내가 말 좀 그만하라고...(웃음)
정
배우를 오래하시다가 연극 안에서 다른 분야를 시작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세요? 그 전에 글을 계속 써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치원 해문이>로 큰 상을 받으셨고. 이슈가 많이 됐잖아요.
철희
글을 쓴 계기부터 말하자면 그 때... 일이 없었어요. 2014년도였는데 일이 없었죠. 일도 없고 그때 소속사가 있었는데 뭔가 좋지 않게 엮여 있었고 방송 일만 간간히 하는 정도였는데 신기하게 그 해 자체에 공연이 하나도 안 들어왔어요.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그러다보니까 2년 전에 써 놓았던... 그때는 <충남 해문이>였어요.(웃음) 그걸 꺼내서 다듬었죠. 피드백 받은 것들도 보면서 글을 고치고 준비를 해서 벽산희곡상에 냈어요. 당연히 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어요. 100여 편 중에 한 편 뽑는 건데. 말이 안 되는 거죠 이거는. 나는 전혀 족보가 없는 사람이고.. 접수를 해놓고 ‘결과 언제 나오지.’ 이러고 있는데 아내가 ‘그걸 당신이 왜 기다리냐. 강아지 산책이나 시키고 와.’ 이랬어요.(웃음) 그 때가 많이 힘들었을 때였어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저녁에 반찬 몇 개 놓고 아내랑 식사하는데 전화가 02-*** 뭐 이렇게 왔길래.
철희
(혼잣말) 가뜩이나 돈 없어 죽겠는데. 이 놈의 대출전화는... 왜 이렇게...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
네. 여기는..
철희
(격앙되어)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
네. 안녕하세요.
철희
(무성의) 크게 말해요.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
(크게) 여기, 벽산문화 재단인데요.
철희
(화들짝) 근...근데요? 전화기 너머 “축하드립니다.” 이러는 거예요. 밥 먹다 말고. 정말 엉엉 울었어요. 엉엉 울었지. 너무 감사했고 그렇게 작가로 등단했어요. 근데 이걸 딱 받고 나니까. 무슨 생각이 들었나 하면, 내가 이제 글을 계속 써도 되겠다는 믿음이 생기고 마치 라이센스를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예요. 뭔가 자신감이 스스로 생기는 거죠. 그래서 지금 말도 안 되는 것도 막 써보고 그러고 있죠.(웃음) 연출을 하려고 마음먹은 건... 학교 때 연출을 해보긴 했지만 ‘내가 50살 정도 돼서 기회가 있으면 내 글을 가지고 연출을 해봐야겠다.’ 그렇게 평소에 생각해 왔었어요. 근데 작년에... 구체적으로 얘기 할 순 없지만. 상처를 좀 받은 일이 있었어요. 그 일이 있고 나서 지금 상황에서 내 컴퍼니가 없으면 내 글을 공연으로 올리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글을 넘기니까 생기는 문제들이 있더라고요. <닭쿠우스>도 누구한테 맡길 그런 게 아니었어요.(웃음) 사실 작품준비 하면서 알만한 형들한테 ‘형 내가 이런 거 하려고 하는데...’ 얘기하면. 하하 웃어요. ‘야, 기발하다!’ ‘형 그럼 할 거예요?’ 그러면 ‘야, 그럼 하지.’ 근데 막상 대본을 드리니까. 발을 빼더라고요.(웃음) 몇 명 있었어요. ‘그래? 그럼 다른 연출한테 맡겨도 마찬가지일거 아녀. 그럼 내가 해야겠다.’ 그래서 내가 한 거예요.

정
연극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철희
2000년도에 시작했어요. 대학교 졸업하고 소개를 받아서 ‘실험극장’에 입단 하게 됐죠. 그때 해외명작시리즈 단막극에 극단이 참여 했었어요. 그 작품에 스태프로 처음 시작했죠. 옛날에는 문예회관소 극장에서 프로그램도 팔고 빵도 팔았어요. 카스테라랑 우유 같은 거.(웃음) 단막극 여섯 작품씩 보려면 배고프고 힘드니까 한 작품 끝나고 나와서 쉬면서 빵도 먹고 그랬거든요. 그걸 내가 팔았어요. 그리고 관객이 많이 오면 지금이야 보조석도 있고 방석도 있지만 그때는 그런 게 없었어요. 대신 그때는 돗자리가 있었죠. 관객들이 몰려오면. ‘잠시만요.’ (그 돗자리를) '촤악~!' 펴면 말린 게 쫘악 굴러가서 '탁! '서거든요. 그게 쾌감이 그냥!(웃음) 처음에 그런 일들을 하면서 시작했죠. 그때가 22살 땐가 그랬어요.
정
그 전에는요? 애초에 연극배우를 하려고...
철희
원래 댄스가수가 꿈이었어요. 하하. 내가 동네 애들 모아서 ‘서태지와 아이들’을 결성했어요. 제가 이주노였어요. 하하.
정
하하하.
철희
원래는 연예인이 꿈이었죠. 춤추는 걸 좋아하고. 근데 대전이다 보니까 잘 몰랐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러다가 대학 진학을 하긴 해야 하는데 전공을 뭘 해야 할지 모르니까 찾아보다가 연기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렇게 해서 들어가게 된 거죠. 사실 연극을 하려고 시작한 건 아닌데... 막상 들어가서 보니까 이런 세계가 있다는 걸 알아버린 거죠.(웃음) 대학에 들어갔는데 내가 1기였어요. 그때 처음 한 작업에서 내가 연출 했어요. 우리 학교 공연연보를 보면 첫 작품이 제가 연출한 피란델로의 <뜻대로 하세요>예요. (웃음) 그때 맛을 본 거죠. 공연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연출론 책을 보면서 공부하고 그대로 적용해보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어요. 왜 안 싸웠겠어요. 다들 20대 초반에 젊은 애들인데. 근데... 짜릿했어요.
정
지금은 글도 쓰시고 연출도 하시지만 그 이전에는 꽤 긴 시간을 배우로만 활동했는데 그 시간을 배우로만 살아올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요?
철희
가장 큰 건.. 제가 가장이지만 돈을 벌어야 하는 스트레스가 가중이 되었다면 이 일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지지해주는 아내가 있고 작업을 할 수 있는 가정환경이 되니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중요한 건 배우로서 이 일이 재밌으니까. 그것 말고는 없어요. 할 수 있는 게 이거 밖에 없고 이게 재밌으니까 그냥 그렇게 해 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는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눈치를 잘 안보거든요. 그런 내 자신이 너무 좋아요. 혼자 나름대로 해석하고 시도 해보고 ‘아니면 얘기해줘.’ 이렇게 얘기하고.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스스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남들이 안 하는 해석이나 나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내 안에서 발견되어 질 때의 쾌감. 이런 것들을 굉장히 즐기는 것 같아요. 그게 꼭 결과적인 얘기만은 아니고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 즐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아마 배우 하는 재미가 아닐까..
정
어떤 역할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으세요?
철희
<지하생활자들> 했을 때 내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어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고가 많이 열리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내 나름대로의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었고. 연출님도 터치를 많이 안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러다보니 괴상한 게 계속해서 나오고 생각이 열리더라고요. 그러면서 ‘아, 연극이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알게 된 것 같아요. 그게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됐어요. 근데 역할로서는... 나한테 아주 딱 맞는 역할... 그런 건 없었어요. 그런 게 있어요. 확장해서 얘기하자면 내 작업에서 주연급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방식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요. 내가 하는 작업들에서 주인공 역할을 생각 할 때 보통 '이런 역할에 이 배우'라고 하는 것들을 따라 가지 않아요. 주인공 역할을 많이 하진 못했지만 고유한 매력을 가진 배우들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나 역시 나를 누군가가 (가능성이 무한한) 그런 배우로 봐줬으면 하는 욕구가 있거든요. 근데 우리나라 연극 시장에서는 주인공 역할이 있으면 ‘이 역할은 누가 봐도 이 사람이 해야 해.’ 라는 게 있어요. 나는 항상 알런(<에쿠우스>의 주인공 소년)을 하고 싶었으나 나를 알런으로 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햄릿 역할을 하고 싶으나 우리나라에서 햄릿이라고 하면.... 나는 (주위에서 생각하는) 햄릿과는 아니니까.(웃음) 그러다보니 저항심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꼭 ‘이 역할엔 이 배우’ 이렇게 정해진 배우들이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아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충분히 그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다는 걸 자꾸 증명해 보이고 싶은 욕구가 있는 거죠. 누군가 나를 배우로서 그렇게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내 안에 있는 거고요. 그리고 아까 얘기한 주인공을 주로 하는 배우들을 내가 캐스팅 한 (독특한 매력의) 주인공 뒤에 숨기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웃음) 나는 ‘이 역할에는 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 배우를 소모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배우들은 항상 고민해요, ‘나는 이것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나한테는 이런 역할만 들어와.’ 누군가가 그를 적확하게 봐주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은 그 역할에 전문적인 배우로 개발이 되는 거예요. 근데 지금까지 두 작품정도 경험(연출)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작품을 새롭게 만들고 싶으면 연출도 모험을 해야 되고 배우들한테도 도전 의식을 심어 줘야 된다는 걸. 배우 입장에서도 내가 안 해봤던 것을 맞닥뜨렸을 때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역할들보다 또 다른 무언가가 그들의 욕구와 열정이랑 맞물려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또 배우로서 내 욕구가 투영이 된 거고요.

잠시 쉬는 시간 이후.

철희
젤리 좀 먹을래요? 나는 술 담배 이런 거 다 끊어 가지고..
정
술을 왜 끊으셨어요?
철희
아이, 먹을 만큼 먹었어요.
정
술이요? 하하 지겨울 때가 있구나. 술이.
철희
너무 많이 먹었어요. 술을 끊고 싶었어요. 끊은 건 종교 때문에 끊을 수 있었고. 계기는... 자제가 안 됐어요. 너무 많이 먹어서. (대학로 근처) 고시원에서 3년 반을 살았어요. 연극하면서 매일 술을 마셨는데 선배들 뒤치닥거리까지 다 하고 혼자 와서 또 마시고. 사람이 자꾸... 내가 워낙 염세적인 게 강해요. 근데 술 먹으면 그게 엄청 올라와요. 술 안 먹어도 자꾸 심해지고. ‘위험하다.’ 근데 술이 끊어지나요. 그래서 교회에 다니면서 ‘하나님 나 술 더 먹으면 어떻게 할 것 같애요.’ 기도했죠.(웃음) 그러고는 딱 끊었어요. 쉽게 끊었어요.
정
얼마나 되셨어요?
철희
한 10년 됐어요. 안 먹어요. 내 인생에 이제 그런 건 없어요. 내 인생의 20대가 너무... 다 그렇게 질풍노도의 시기겠지만. 나는 너무 그랬어요. 연극한답시고 20대를 연습실이랑 극장에서 다 보냈죠. 지금 좀 후회되는 게 다시 한 번 20대가 주어진다면 친구들이랑 삼삼오오 모여서 유럽에 배낭여행도 다녀보고 그러고 싶어요. 나는 그런 게 없었으니까. 그런 걸 좀 해보고 싶고, 영어도 배우고 싶고. 결혼하고 나서는 아내가 데리고 다녀서 외국도 좀 나가보고 그랬지만 ‘어렸을 때 많은 경험을 더 했다면 지금 내 사고가 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 있었던 극단이 선배님들이 많으신 곳이라 제가 이야기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계속 들어야 되잖아요. 그러다 극단을 나온 이후 젊은 친구들을 만나서 작업할 때 작품이야기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너무 서슴없이 이야기하니까. 근데 나는 듣기만 해왔으니 말이 잘 섞이지 못하더라고요. 고립감이 생기고. 그 물 빼는데도 오래 걸렸어요. 이젠 스스로가 그런 경험을 통해서 동생들이나 후배들에게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해요. 작업은 물론 때때로 엄격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캐쥬얼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서 얻어지는 게 굉장히 많으니까. 작업하는 동료끼리 느끼는 친밀감이나 인간적인 부분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어느 순간부터.
정
연극이 형의 삶에서 아주 긴 시간을 차지하고 있잖아요. 형 얘기 듣다 보니까 요즘에 연극이 더 재밌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철희
맞아요, 나는 지금이 나의 최고 전성기라고 생각해요. 언제나. 어제보다는 항상 오늘이 낫다고 생각해요. 내가 아무리 나락으로 떨어져 있을 때라고 해도 어제보다는 오늘이 항상 낫다고 생각하려고 해요. 이건 중요한 얘긴데... 연극하는 사람들은 작업이 있을 때는 하고 없으면 쉬잖아요. 집에서 쉴 때 자괴감이 많이 들었어요. 정체성이 막 흔들리는 거죠. 나는 무대에 있을 때나 배우지, 집에서 텔레비전 재방송 보고 있는 내 모습은...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배우러 다니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알바 구해서 일 한다고 해도 다 단기지. 직장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가세는 기울고 있지. 나는 도대체 뭔가.' 이런 생각들이 반복되면서... 그런 생각들이 나를 좀먹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순간에라도 ‘철희는 항상 사랑받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요, 내 스스로.(웃음) 내가 연극을 안 하고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집에서 다 챙겨먹는 다고 해도 ‘나는 항상 사랑받을 사람이야.’ 생각하기 시작했어요.(웃음)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여유를 잃지 않는 그 패턴을 유지하려고 하죠. 재밌게, 재밌게 뭔가를 하려고 하다 보니 아이디어도 많이 생겨나고. 그리고 그것이 내 작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거 같아요. 왜냐면 사람이 바뀌니까 작업이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많이 고통스러워하면서 나를 쥐어짰던 작업들, 스스로 억압하고 있던 부분에서 조금은 더 놓을 수 있고. 그런 여유가 지금은 더 생긴 것 같아요. 그게 다인 것 같아요. 사실 사는 게. 그런 면에서 사회적인 것과 타인의 시선 이런 것 보다는 내안의 욕구가 나는 더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통제하고 그러기 보다는 자꾸 내방식대로 이야기하고 싶고. 그것이 아무리 실패한다고 해도 ‘실패 해 봤자지.’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연극이 예술로서 다른 매체랑 다르게 더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사회적인 시선이나 보는 사람들의 평가들로 내 모든 게 결정되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더 과감해 질 수 있는 거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있어서도 ‘그래 봤자지 뭐.’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정
그게 아주 단순한 핵심일 수 도 있는 것 같아요. 재밌자고 하는 일인데. 노상 옳은 말만 해야 하고,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도 마음껏 못하면 이 일 왜하고 있나 싶거든요.
철희
맞어. 뭐 하러 해요. 그거 하려고 하는 건데. 스스로 위축되면... 재밌어야 돼요. 모든 건.
정
인터뷰는 이제 마무리 인데...
철희
그래요.
정
연극인데이트 공식 질문이 있어요. 아세요?
철희
‘나에게 연극이란?’ 나, (웹진) 봐요. 그거 맨날.(웃음) 나에게 연극이란? 참 그게 단순한데 어려운 질문이에요.(웃음) 그럼 김정에겐 뭐예요?
정
저요? 저도 이전에 웹진 인터뷰 했는데... 저는, 음... 제 인생에 최우선순위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가장 강렬하게 저를 흔드는 것 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그게 다예요.
철희
그럼 나는... 음... 연극은 밭인 것 같아요. 밭. 내 생각의 씨를 거기 심어서 잘 싹 틔우고 열매를 맺게 해줄 수 있는 밭인 것 같아요. 중요한 건 그 밭도 내 소유라는 거.(웃음) 내가 밭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밭이 내 소유라는 거죠. 연극이 나를 지배하지 않고 내가 연극을 재배하는 것...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웃음)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이철희(배우, 극작가, 연출)
대표작
<닭쿠우스>, <조치원 해문이>, <중립국>, <지하생활자들>, <소년이 그랬다> 외 다수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