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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디자이너 김미나

연극은, 끊을 수 없는 담배 같아요

김정_연출가
139호 2018.05.10
제가 대학 2학년 때, 옷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제대로 모를 때, 연영과로 진학한 고등학교 동창이 퓨전사극을 한다며 연락이 갑자기 온 거예요.

정
의상디자인도 분야가 다양하잖아요. 어떻게 공연의상 쪽으로 오시게 되셨어요?
미나
제가 대학 2학년 때, 옷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제대로 모를 때, 연영과로 진학한 고등학교 동창이 퓨전사극을 한다며 연락이 갑자기 온 거예요. 제가 21살 때.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공연(의상 작업)을 하나 했어요. 근데... 너무 좋은 거예요.(웃음) 그걸 본 선배 언니가 의상하시는 선생님께 소개 시켜줬어요. 무대의상 어시스턴트 해 볼 생각 없냐며. 그렇게 선생님 밑에 한 5년 있었죠. 친구네 학교에서 학생들 끼리 하는 공연이 매학기 있었는데 몇 년 동안 그 공연의 의상들을 제가 다 했고 동시에 무대의상 디자이너 선생님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학교를 졸업했죠.
정
학창시절 때는 어떻게 의상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신 거예요?
미나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특별활동 같은 걸 하잖아요. 고2때 옷 만드는 수업이 있었는데 재미있더라구요. 원래 저는 피아노를 되게 오래 쳤었어요. 사실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사정상 안 되고. ‘그냥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이러고 있다가 새로운 것에 눈을 떠가지고(웃음) 그리고 특활부 선생님께서 고3때 저희 담임선생님이 되셔서... 수능 보자마자 3군데 다 의상 쪽으로 넣어버렸어요.(웃음)
정
아. 과감한 진로 선택이시네요.(웃음) 그럼 처음 친구부탁으로 공연의상을 하시고는 그대로 쭉 무대의상 쪽으로 오신 거예요?
미나
네. 대학 다닐 때도 의류 쪽은 디자이너들도 피팅이 돼야하니까. 교수님께서 살 빼라고 엄청 얘기하셨거든요. 근데 저는 만날 ‘저는 연극할 거니까. 살 안 빼도 되는데요.’ 막 이러고 다녔어요.(웃음)
정
뭔가 마음을 정하시면 쭉 가는 편이신가 봐요.(웃음)
미나
네. 이제는 딴 걸 할 줄 몰라서 못 옮기고 있죠.(웃음) 근데 얼마 전에 좀 힘든 시기가 왔었어요. 10년 가까이 작업을 하고 나니까 ‘내가 뭐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고. 의상이 만날 다 똑같은 것 같고. 만날 있는 것 우려먹는 것 같고. 나는 점점 발전이 없는 것 같고. 혼자 자괴감에 빠지고 그랬죠. 그만 둬야 되나... 작업이 너무 재미가 없고. 그랬어요. 연출이나 작가들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작업이 되는데. 의상도 마찬가지 인 것 같아요. 뭔가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야 작업이 되는 건데. 그게 힘든 시기가 한 번 씩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작년부터 조금씩 재밌어졌어요. 새로운 팀도 만나고.
정
지금은 극단에 계실 때 보다 작업을 함께하는 팀들이 훨씬 많아 지셨겠네요.
미나
네. 근데 생각해보면 그게 다 극단 달나라 동백꽃(이하 달동) 덕분이기도 해요. 극단 사람들과의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도 많고.(웃음) 극단 작업보고 연락주신 분들도 많고 하니까.
정
저는 옛날에 대학로에서 술 먹으려고 어슬렁거리다 보면 달동 식구들 성대 입구 쪽 술집에서 늘 모여 있고.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엄청 크게 웃고 너무 행복해 보여서... 샘이 났어요. 제가 샘이 많네요.(웃음) 아무튼 그런 모습들이 참 좋고 부러웠어요.
미나
저도 너무 너무 좋았어요. 사실 극단에 속한 의상디자이너가 흔하지 않죠. 저도 처음 극단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선배 스텝들이 되게 많이 말렸어요. 스텝들은 극단 들어가는 거 아니라고. 근데 있는 동안 정말 너무 좋았어요.
정
정말 그래 보였어요. 웃음소리도 다들 비슷하고.(웃음) 작품도 좋았고, 사랑도 많이 받았고 멤버십도 좋고 그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미나
극단에 있으면서 연극이 뭔지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 동안에는 내 작업하기에 바빴어요. ‘이번 작업 어떻게 하지.’ 그것만 생각하다가 연출이랑 얘기하는 것도 배우게 되고 배우들이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많이 듣게 되고 그러면서 조금씩 달라 진 것 같아요. ‘그 시간이 없었으면 지금 연극을 안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
사람이랑 가까워지고, 사람한테 애정을 갖게 되고, 그러면서 작품에 마음도 쏟게 되고, 그 때부터 내 것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작품에. 남이 보는 내가 아니라 진짜 내 것이.
미나
아까도 얘기 했지만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 시간들을 같이 보내고 신뢰가 쌓여야지 그제야 마음을 열고 자기 걸 보여 줄 수 있는 일 인 것 같아요.

정
혹시 다른 분야를 해보고 싶진 않으세요?
미나
되게 많죠.(웃음) 하고 싶은 거. 요새도 친구들끼리 농담으로 ‘나 연출 한 번 할 거야.’ 그런 얘기 많이 하는데.(웃음) 그 동안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서... 지금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긴 했어요. 저도 의상 작업을 오래했고, 작품 안에서 (의상디자이너로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다 보니까. 제가 얼마나 고정관념이 많은 지 깨닫게 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성녀는 하얀 드레스, 악녀는 빨간 드레스처럼.(웃음) 작년에 <메이크 업 투 웨이크 업> 하면서 ‘나도 이런 작업을 의상으로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한 적 있어요. 그게 꼭 공연형태가 아니더라도. 근데 아직 생각만 있고 어떻게 해야 될지는 모르겠어요.
정
정석적인 작업들 보다는 그걸 깨보려는 작업자들이 주변에 있기 때문에 그런 자극들을 많이 받으실 것 같아요.
미나
고정관념도 깨고 새롭고 신선한 걸 했으면 좋겠는데, 그것이 관객이 이해하는 범위 안에 있어야하고, 그게 나한테도 타당성이 있어야 하니까. 작업하다보면 사실 그게 제일 힘들어요. 이렇게 가면 너무 뻔해지고 이렇게 가면 왠지 너무 가는 것 같고. 그 중간선을 찾는 게 되게 어렵죠.
정
그리고 특히나 의상이나 분장 같은 경우에는 우선순위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뭣하지만 사실 순서적으로 무대 미술이 결정된 다음에 입혀질 때가 많잖아요. 원래는 무대미술 회의를 할 때 미술팀(의상 분장)이 다 같이 논의를 해야 되는데 사실 순서상 콘셉트와 무대가 정해지고 그 다음 순서로 의상, 분장이 되는 케이스가...
미나
저는 그렇게 하는 작업이 싫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들어가는 작업들은 거의 초반 대본 리딩 때부터 연출이랑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게 막판에 디자인 정리하기도 편하고 서로 의견을 많이 나누게 되니까. 저도 연출이나 작가들한테 전화가 되게 많이 와요.(웃음) 새벽 서너 시쯤 되면...
정
힘들다고?(웃음)
미나
네. 힘들다고. 나 이렇게 가는 거 맞냐고.(웃음)
정
저도 자주 그래요. 같이 작업하는 친한 의상(디자이너)선생님 작업실이 집이랑 가까워서. 작업하게 되면 만날 새벽까지 이미지 리서치하고 있는 의상 조합해보고 저한테 입혀도 보고(웃음) 그러다가 두세 시 되면 피곤하니까... ‘그래 이거다!’ 하면서 헤어져서 집에가 쓰러져 자다가 아침에 깨면 전화해서 ‘쌤,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요.’ 이러면 선생님도 ‘그래, 너 전화 올 줄 알았다.’ 이러고 다시 뒤집어엎고.(웃음)
미나
되게 어려운 연출이구나.(웃음)
정
진짜 끊임없이 그래요. 왜냐하면 둘 다 진짜 마음에 들어야 이게 버텨지지 아니면 참을 수 없는 성격이라. 서로가. 그래서 끝까지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사람으로서도 너무 좋아하지만 작업에 있어서 싸우더라도 둘이 흡족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관계가 유지 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 일이. 근데 육체적으로는 힘들죠. 일이 너무 많으니까.
미나
맞아요. 이 작품을 위해 옷을 만들면서도 다른 작업을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어야 되고. 온전히 한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작업을 이어나가기 힘들고... 근데 저는 잘 까먹는 성격이라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무대에 올리고 나면 힘들었던 걸 잊어버리게 되니까.(웃음) 그리고 의상도 그렇고 분장도 그렇고 계속 다른 (성향, 성격의)팀을 만나게 되니까. 그래서 계속하게 되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정
아, 그렇겠네요. 저는 연출이라 계속 제 성향대로만 하니까. 그런 재미가 또 있겠네요. 생각 못해 봤어요.(웃음) 근데... 문득... 원래는 극단에 계셨고, 오래전부터 알고 함께 작업해 온 연출들이 있으실 텐데 그분들이 다양한 팀들과 작업을 하는 선생님에게 질투를 느끼거나 샘을 하진 않나요?(웃음)
미나
시기하거나 질투 할까봐 다 열심히 하려고 노력해요. 하하. 근데 제가 S극단 예뻐한다고 달동 친구들이 질투한적 있어요.(웃음) ‘요즘 S극단 얘기 많이 한다.’ 이러면 제가 농담으로 ‘니네도 더 열심히 해봐.’ 이러고 (웃음)
정
저도 그랬어요. 계속 같이 하는 디자이너 선생님이 다른 극단이랑 작업을 많이 하시면 괜히...(웃음)
미나
소유욕이 있으시군요.(웃음)
정
네.(웃음) 그것도 있고. 솔직히... 다양한 작업을 하시는 만큼 내 작품에 시간할애를 못하게 될까봐 예민해 지는 거죠. 질투이기도 하고 두려운 것이기도 하고...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 질까봐.
미나
정말 실질적으로 얘기하면 한두 달에 한 작품씩만 하면 저는 정말 못 먹고 살아요.(웃음) 그게 현실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죠.

정
연극 하면서 혹은 보면서 어떤 점을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세요?
미나
사실 제가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라 연극에 느끼는 매력이 되게 많은데요.(웃음) 뭘 얘기해야 되지? 음... 처음 학교 공연 했을 때. ‘왜 좋지? 나 이거 왜 재밌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생각해보니까... 공연이 끝나고 커튼 콜 하고 인사하러 무대 뒤로 들어가서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인사하는 순간이 제일 좋았어요. 지금도 그래요. 제가 참여한 공연도 물론이지만. 이젠 아는 작업자들도 많고 하니까 공연 보러가서 공연이 끝나고 뒤에서 ‘수고하셨습니다.’ 인사하고 공연을 마치고 나온 그 모습을 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예전에 <로풍찬 유랑극단>이 처음 한예종에서 공연 할 때인데요. 강기둥 배우와의 일화가 있어요. 그 때는 처음 만났고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거든요. 뭘 물어볼게 있어서 공연 직전에 무대 뒤로 들어갔는데 뭔가에 집중해서 캐릭터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배우의 모습을 본거예요. 그 순간, 말도 못 붙이고. 그 모습이 ‘참, 멋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배우를 되게 좋아하고 존경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볼 때 어떤 짜릿함을 느껴요. ‘아. 관객들은 못 보는 걸 나는 지금 보고 있으니 나는 이 직업을 선택하길 잘 했구나.’(웃음) 뭔가에 푹 빠진 순간. 그리고 거기서 빠져나오는 순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도 좋지만 무대 뒤에서 만날 수 있는 그런 순간들이 좋아서 스텝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정
아까 언젠가 연출도 해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만약에 어떤 대본이나 작품을 선택할 수 있다면... 아니면 염두 해 두고 있으신 이야기가 있나요?
미나
어떤 배우가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코스튬 플레이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하면 어떻겠냐고 그러더라구요. 그걸 듣자마자 제가 ‘완전 좋지!’ 했었거든요. 의상으로 뭔가를 보여주면서 의상이 극을 끌어 갈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긴 해요. 성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올 수 있고 이것저것 다 녹일 수 있는... 코스프레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오, 이거 되겠다.’ 싶어서 ‘재밌겠다.’ 그랬죠. 근데 현재 그 친구가 대본을 쓰고 있지 않아서.(웃음) 뭐가 됐건. 캐릭터를 확 뒤집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관객들이 보기에도 (무리 없이) 이해가 될 만한 이상한 캐릭터를 만들면 뭘 입어도 가능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요.(웃음) ‘완전히 파격적인 작업을 한 번 하고 나면 이제 지루한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다.’하는 생각도 들구요.(웃음) 한편으로 새로운 작업에 대한 욕구가 생기는 건 끝까지 못 가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내 만족이 되는 끝까지 가는 작업을 하고 나면 그 때 부터는 고전을 해도 그 나름대로의 재미도 찾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정
요즘 작업이 많이 바쁘실 텐데 작업하다보면 바로 곁에 사람을 두고 함께 일을 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마음 맞는 사람을 찾기도 너무 어렵고 어시스턴트 잘못 만나면 일은 일대로 죽어라 해야 하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고...(웃음) 딴 것 보다는 이 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 얼마나 이 일을 좋아하는 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미나
맞아요. 저도 오랜 어시스턴트 경험이 있으니까 친한 언니들한테 의상 일 하나도 몰라도 되니까 연극을 좋아하는 친구를 소개시켜 달라고 했어요. 지금 같이 일하는 친구도 원래 무대디자인 하려는 친구인데 제가 한 번만 같이 해보자고 꼬셔서...(웃음) 작년부터 같이 하고 있는데 확실히 연극을 좋아하다 보니까 배우는 속도도 빠르고 연습 보러 다니는 것도 지치지 않고 아이디어도 많이 공유하게 되고 그런 게 너무 좋더라구요. 저는 테크닉이 좋은 사람보다도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정
저도요. 그런 기운을 주는 사람이 힘이 되고 내가 무모한 것을 하려고 했을 때 도움이 더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구요. 쉽진 않겠지만.(웃음)
미나
저는 어시스턴트 할 때 선생님이랑 참 많은 시간 붙어 있었어요. ‘내가 남편보다 너랑 있는 시간이 더 많다.’ 하실 정도로.(웃음) 그 때는 일이 없어도 같이 영화 보러 다니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 그랬어요. 그렇게 쌓여 온 시간들이 지금 저에게 도움이 많이 되요. 선생님이랑 나눴던 이야기들. 그 때 해주셨던 이야기 중에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게 ‘비싼 스테이크도 먹어보고, 천 원짜리 국수도 먹어보고 그래야 디자인 하는 거야. 너 만날 천 원짜리 국수만 먹고 어떻게 살래.’ 이런 얘기 하셨거든요. 그래서 정말로 스테이크 썰러 가기도 하고.(웃음) ‘돈 많이 주는 작업이라고 다 잘 할 수는 없는 거다.’ 이런 말씀도 해주시고.

정
선생님은 어떤 작업자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미나
얘기가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무슨 이야기든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고 작품이야기 하면서 싸우기도 하고 그렇게 같이 만들어 가는 작업자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저도 앞으로 그렇게 작업하고 싶구요. 작품이야기 많이 물어봐주고 쓸데없는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있는 그런 작업을 하고 싶어요. 제가 지금까지 그럴 준비가 제대로 안 되어 있었는지도 몰라요. 근데 지금부터 만나는 팀들과는 그랬으면 좋겠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정
왠지 앞으로 시간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더 힘들어 지실 것 같은데요?(웃음)
미나
저는 저를 많이 괴롭히는 팀이 좋아요.(웃음) 뭔가 약간 이상한데... 하하. 연습 보러 오라고 전화하고 언제 올 거냐고 물어봐주고... 저한테 집착해 주는 팀이 좋아요.(웃음) 워낙 바쁘다고 다들 조심해 주는 분위기라... ‘아, 그럴 필요 없는데.’라고 저는 생각하죠. 저는 디자인 구상하고 그림 그리고 연출이랑 얘기 나누고 그럴 때가 참 좋거든요. 의견이 안 맞더라도. ‘이 옷을 입었으면 좋겠어.’ 보다는 ‘이 역할은 이런 성격이고, 이런 캐릭터라고 생각해’ 라고 이야기 하면 제가 저의 영역에서 ‘이 방법은 어때.’ 라고 제시할 수 있잖아요. 근데 ‘이런 옷을 입었으면 좋겠어.’는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작품에 대한 고민이나 과정 안에 함께 있어야지 작업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테크니션이 되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정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연극데이트의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가 볼까요. 김미나에게 연극이란?
미나
사실 예전에 친한 배우 언니랑 농담처럼 이 질문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 있어요. 나는 이렇게 얘기할 거라고 했어요. ‘연극이 담배 같아.’라구요. (웃음)
정
오. 좋은데요.
미나
연극은 건강에 안 좋아.(웃음)
정
하하. 그렇네요.
미나
제가 연극을 시작하면서 담배를 시작했는데요. 지금까지 못 끊고 있어요. 너무 사랑하고.(웃음) 연극도 비슷한 것 같아요. 못 끊겠어요. 하하.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김미나(의상디자이너)
주요작품
<로풍찬 유랑극장> <누수공사> <20세기 건담기> <광인일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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