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극작가 방법론 : 의미를 찾아야 작품이 된다
최윤우_본지 편집장
81호
201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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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자리는 극작가들의 극작 방법론에 대해 공유해보는 자리다. 극작가 네 분을 모시게 됐는데, 요즘 재난 수준의 현실 앞에서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무력해지는 시절이기도 하다.
[연극in]에서는 기획특집으로 극작가들의 창작의 과정 즉 각기 다른 개성으로 전개되는 극작 방법론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본 원고는 서울연극센터에서 진행해 온 ‘연출가 방법론 워크숍’에 이어 또 하나의 기획으로 진행된 ‘극작가 방법론 워크숍’의 과정을 기록, 편집하여 게재한 원고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일시: 2015년 11월 6일 오전 10시
장소: 서울연극센터 아카데미룸
사회: 조만수(연극평론가)
참석: 김은성, 이미경, 최원종, 최치언
편집: 최윤우(본지 편집장)
- 조만수
- 오늘 이 자리는 극작가들의 극작 방법론에 대해 공유해보는 자리다. 극작가 네 분을 모시게 됐는데, 요즘 재난 수준의 현실 앞에서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무력해지는 시절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들의 힘이 요구되는 때이기도 하고. 이런 시점에 극작가들의 창작의 과정과 그 지향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우선, 여러 글쓰기 중에 희곡이라는 매체가 일반인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장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떻게 희곡을 쓰게 되었는가?
극작가, 그 선택의 이유
- 최치언
- 문학상을 시로 받았는데, 시만큼 좋아했던 것이 희곡읽기였다. 도서관에 가면 희곡전집을 읽곤 했는데 처음 쓴 장막희곡이 공모에 당선 되면서 극작가로 활동하게 되었다. 시 쓰기 스타일이나 방법이 대화체적인 것이 많았는데, 쓰다 보니 나만의 스타일이 생겼고, 나만의 스타일에 해방감을 느꼈던 것이 소설보다는 희곡에서 더 컸다. 내가 쓰려는 방법이 희곡의 장점과 만났던 것 같다.
- 최원종
- 기본적으로 저는 우울한 사람인데, 사람들과 텍스트를 만들어 가는 것이 내 우울한 인생에 빛이 되겠구나 싶어 희곡을 쓰게 된 것 같다. 공동 작업으로 희곡을 쓰는 과정에서 오는 만족감이 굉장히 컸기 때문이다. 소설은 텍스트를 발표해서 자기 존재를 인정받고 증명하는 거지만, 희곡은 사람들과 같이 작업하면서 무대를 통해 완성된다. 결국 나는 사람들 때문에 희곡을 쓰고 있는 것 같다.
- 김은성
-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글쓰기를 꿈꿨다. 고등학교 방송반에서 오디오드라마 대본쓰기를 시작했다. 이 영향이 크다. 그때부터 뭔가 쓰면 발표가 빨리 되어야 했다. 내가 쓰면 친구들이 발표를 한다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었다. 그게 희곡을 계속 쓰게 한 이유가 된 것 같다. 예전에는 지금과 같은 질문이 오면, ‘자본의 영향을 안 받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그것도 맞지만 더 정확한 이유는 내가 뭔가를 쓰면 빠른 시일 내에 세상과 만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계속 희곡을 쓰게 하는 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 이미경
- 공연 보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희곡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처음에는 관객의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굉장한 희열을 느꼈다. 하지만, 연출이나 극단이 없다보니 작품 쓴 것은 쌓여 가는데 세상에 내놓지 못하니까 답답한 때도 많다.
극작, 쓰기와 출발의 과정
조만수
- 조만수
- 작가라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생길 것이다. 소재일 수도 있고, 인물일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자기가 꽂힌 하나의 대사를 어떤 인물에게 부여하는가를 고민하다가 작업이 나오기도 할 것인데, 작품을 쓸 때 제일 먼저 시작하는 것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희곡과 관련을 맺지 않고, 희곡 장르를 접할 기회가 한정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쓰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 쓴다는 것은 공동체 안에서 배울 기회가 박탈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을 먼저 시작한 선배들의 이야기가 후배들에게 큰 지침이 되는 것 같다. 축소하지 말고 작업 과정들을 펼쳐서 말씀해 주시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 이미경
- 신문을 꼼꼼히 챙겨본다. 사회전반에 관심이 많다. 배제되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꽂히는 편이다.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작품을 쓸 때 그 시선을 많이 생각하면서 고민한다. 최근에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합정동에 팔십 노모와 두 명의 정신지체 아들 이야기다. 노모가 병원에 간 사이에 50대의 한 아들이 아사했다. 머리에서 떠나지 않더라. 이런 이야기들을 세상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것 같다.
- 최원종
- 글을 쓰기 시작한 초창기 때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무얼 써야 하는지 잘 몰라 방황을 많이 했다. 학교 다닐 때 한 선생님이 어떤 정체성으로 글을 쓸지를 찾아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큰 울림이 있었다. 그 때 나는 앞으로 19살의 정체성으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소년의 끝에 있지만 성인은 아니고 소년도 아닌 복잡한 정체성으로 계속 써 왔다. 그런데 마흔 살이 되니까 그 감수성이 사라지더라. 젊은 나이가 주는 드라마틱함이 있다. 플롯을 몰라도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런데 플롯의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작품에 변화가 왔다. 플롯이라는 것을 머리로 이해하고 쓰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받아들이면서 쓰게 되면서부터다. 인위적으로 ‘이렇게 쓰면 재밌을 것이다’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오면서 생긴 패턴을 정리해 놓은 것이 플롯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가 살아온 것이 플롯이구나 하는 생각, 플롯이든 인생이든 시작과 중간과 끝이 있다. 아주 단순한 것이지만, 이를 어떻게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이냐의 차이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최치언
- 처음 쓴 희곡은 욕망에 가깝다. 문학하는 사람들은 희곡에 대한 욕망이 있다. 글쓰기를 시로 시작했기 때문에 시인 친구들이 많은데, 희곡을 쓰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희곡을 쓴다고 해도 세상에 발표할 수 있는 희곡은 많지 않다. 그러니까 욕망은 누구나 있다는 것이다. 처음 희곡을 쓸 때는 테크닉과 정신 모두 없었다. 그런데 계속 쓰다 보니 테크닉이 생기더라. 요즘은 테크닉을 잊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복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고민이다. 테크닉을 잊으니 정신이 좋아지는 것 같다.
- 김은성
- 아직도 모르겠다. 쓰고 싶은 이야기, 뭔가 써지는 상태가 잘 안 오는데 어떻게 준비를 하고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더라. 도서관 다니면서 공부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더라. 앉아서 쓰게 되기 전까지는… 뭔가 접선되는 느낌이 있다. 그래야 글을 쓰게 된다. 무언가를 써야 하는데 그 느낌이 안 올 때는 너무 힘들다. 아직도 어떤 과정이 쓰고 싶게 만드는지 잘 모르겠다. 열심히 쓰게 돼서 흡족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는 이런 상태가 계속되게 해달라고 주문을 건다. 뇌상태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그 상태가 고통스러운 상태이기도 한 것이다. 한 편 끝내고 다른 작품으로 바로 이어지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한다. 작품 끝내면 놀아야 하니까.
- 조만수
- 뭔가 오기까지가 힘들지만, 오게 되면 작품을 한다. 오늘 저는 개인적으로, 희곡 교육의 틀을 갖지 못한 젊은 작가들을 위해 오늘 작가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있다.
김은성
- 김은성
-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희곡이라는 그릇으로 가지고 와야 한다.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중심질문을 찾는 것이다. 햄릿으로 치자면, ‘햄릿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수 있을 것인가’다. 희곡은 그런 중심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 안에서 중심질문을 던지면서 나아가는 과정에서 드라마가 되는 것 같다. 중심질문의 답이 클라이막스의 결과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내 경우는 희곡 쓸 때 중심질문이 중요하다.
근사하고 세련되고 재밌게 하기 위해 많이 신경 쓴다. 중심질문은 전통적인 희곡쓰기에서 중요한 지점이다. 이를 탈피하고 싶어 애써 노력했었다. 연극무대에서만 가능한 것이 무엇이 있을지 찾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다. - 최원종
- 저는 인물을 먼저 찾는다. 19살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드라마틱한 인물. 중학생이지만 정신적으로 성인이 된, 혹은 어른이지만 아이로서 살아가는 인물을 찾는다. 이들이 왜 사회에서 부유하면서 살고 있는지 그 이유를 찾는다. 인물을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쓸지를 찾아야 하는데, 저는 결론을 정해놓고 인물의 마음으로 들어가서 욕을 쓴다. 최원종이라는 나와 19살의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인물을 동시에 욕설을 섞어가면서 뭔가를 써간다. 그러면 어느 순간 한 문장, 한 대사로 우리 둘이 만날 때가 있다. 그 하나를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면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진실한 무언가가 반짝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다. 그러려면 내 안의 거침없는 욕을 하면서 영감이 찾아지는 것 같다.
- 최치언
- 나는 시놉시스를 쓰지 않는다. 시놉을 쓰고 들어가 보기도 했지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되어 거의 하지 않는다. 취재를 많이 했던 작품들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니 전혀 상관없는 작품이 나왔다. 글 때문에 취재를 하는 경우는 이제는 없고, 그냥 알고 싶고 인문학적으로 필요하다고 느껴서 개인적으로 찾아보는 게 전부다.
글쓰기를 배워서 글을 쓸 수 있을까? 가르칠 수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누가 희곡, 시가 뭐냐고 물어보면 개론서 한번 보라고 한다. 나도 개론서를 통해서 배웠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들처럼 생각해 주는 것이다. 그들은 분명 욕망을 가지고 있다. 나도 사실 그 방법을 못 찾겠다. 나도 아직 글을 쓸 때 무수한 어려움을 겪는다. 무언가 내 안에 있는데 멈춰진 몇 작품들이 있을 때 아직도 쩔쩔맨다.
최원종
- 최원종
- 저는 글을 가르친다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제자들이 활동을 하고 자신의 색을 구축해 나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어떻게 보면 독려가 되는 것도 있다. 저 역시 선생님을 통해 글을 써나가는 과정을 발전시켰다. 극작가 수업이 좋았던 점은 학생들을 한 명씩 자신에게 가장 괴로웠던 경험을 발표시켰는데, 선생님께서 “재미없어, 들어가”라고 했다. 다음 시간에 선생님은 그런 이야기들을 객관적으로 말하면 재밌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던 친구들은 모두 작가로 활동을 하고 있다. 테크닉이 아닌, 작품을 물어봐주고 길을 찾게 해주면 작가가 되는 것 같다. 글이라는 건 대신 써 줄 수는 없지만 작가의 길로 인도 해주는 방법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 조만수
- 작품을 써나갈 때 어떤 요인이 외부에서 깨고 들어오는 것이 작용하는가.
- 최치언
- 최초를 기억을 못하는 것뿐이지, 분명한 건 그 최초는 날카롭게 들어왔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출혈이 있었을 것이고 어떤 식으로 해결할 것인지를 생각했었을 것이다. 지금 이순간도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들은 대부분 그런 것 같다. 의미를 찾아야 작품이 되는 것이다.
작품발표 그리고 무대화의 한계
- 조만수
- 서로의 작업방식이나 그런 것을 의미 있게 하기 위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던져주시면 좋겠다. 이런 얘기도 섞으면 좋겠다는 얘기들이 있다면 무엇이든 좋다. 또 하나 중요한 지점이 제도적인 장치와 만나야 하는 일일 텐데, 그런 것을 글을 쓰는 욕망과 연결을 해서 만나는지, 먼저 제안을 하는지, 찾아오는지… 그런 제도들과 어떻게 만나는지도 궁금하다.
이미경
- 이미경
- 그게 많은 고민의 지점이다. 출발이 조금 늦고 원했던, 그렇지 않았던 처음에 큰 주목을 받은 케이스이기도 하다. 계속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것은 정말 불꽃같은 것이었다. 정말 괜찮은 작품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있지만 소설이나 시처럼 출판사와 계약을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연출이나 극장을 거쳐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연을 올린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공모를 계속 하게 되는데 몇 번 상을 타고 보니까 이제는 그만해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점점 나이도 들어가는데 공모에 전전하는 게 초조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다. 하지만 계속 작업의 기회를 갖지 못하면 공모로 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연출님한테 직접 제안을 했던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작품의 질이나 여러 상황이 맞물려야 공연을 올릴 수 있다. 사실 언제까지 이런 방식으로 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다.
- 김은성
- 미리 의식하고 계획하고 그런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공모나 대회, 그 기간에 목표를 두고 시작했다. 최근에는 어떤 극장을 생각하고 글을 쓴 적도 있다. 그게 남산예술센터다. 무대까지 생각하고 글을 썼는데 공모에 떨어졌다. 미리 극장, 연출가가 정해져 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 초기 단계부터 얘기를 하면서 하고, 극장이 정해졌다는 것은 무대를 상정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공연으로서 대본을 만들 때는 좋지만 또 독립적으로 하나의 희곡으로 보면 그것이 좋은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그 모든 것이 아직도 경험에 가고 있는 상태다.
- 조만수
- 작업 속에서 연출가가 나와 다른 욕망을 요구할 때, 힘들지 않나.
- 최치언
- 연출과 작가는 사실 욕망이 맞을 수가 없다. 좋은 파트너가 될 수는 없다. 연출은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림이고 작가는 작품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둘 다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는 것인데, 그 과정 속에서 너무 많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힘들어한다. 이게 과연 해결해 내야 되는 문제인가? 이런 문제 때문에 극작가들이 다른 쪽으로 가는 것 같다. 그래서 극작가들이 소수라고 생각한다.
- 최원종
- 다른 작가님들의 말씀에 공감한다. 나는 내가 폐인이라고 생각했다. 공모에 떨어지고 또 다른 공모에도 떨어지니까 폐인 같고, 대인기피증이 생기더라. 그래서 연극을 그만 두고 다른 표현의 방법을 찾게 되었다. 마흔 살이 넘어서 까지 “제 작품 한 번만 해주세요” 라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은데, 작가는 마흔 살, 쉰 살이 넘어서까지 계속 그런 말을 하지 않나. 그래서 연출도 하게 되었다.
최치언
- 최치언
- 이 말에 대답이 있는 것 같다. 이게 지금 극작가와 연출이 함께 “이거 망하면 같이 그만두자”라고 하면 뭔가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사실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나.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인 교류가 있으면 조절해 나갈 수 있는데 작가와 연출 중간 다리가 없는 것 같다. PD같이 작가, 연출가의 생각도 듣는 중개자가 있으면 좋겠다. 술자리에서 연출가가 한번 줘봐 이래서 주면 장난 같고, 또 사실 작가 입장에서는 작품을 주기가 되게 어렵다. 주고 나서 답이 없으면 상처받고. 그래서 저는 중간 중개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미경
- 나도 공감한다.
- 조만수
- 실제로 그 역할을 하는 게 출판사, 에이전시다. 단행본으로 출판하고 싶은 욕망은 없나.
- 이미경
- 근데 그런 출판사가 있나?
- 조만수
- 없겠지만, 이상적으로 한 번 생각해보자.
- 김은성
- 생각을 많이 해봤다. 단행본으로 즉각 나오고, 디자인도 예쁘게 나오면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들겠다. 그래서 올해 계획이 출판사를 만드는 거였다. 그렇게 어려운 것 같지 않았다. 진행을 하다가 지금은 안하는데, 좋은 문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돈과 관련된 것이 많은데 그 생각을 버리면 뭔가 더 재미있는 것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 조만수
- 아까 최치언 작가도 그런 얘기를 한 것 같다. 시인 같은 경우도 그들이 전집을 들고 다니는 것은 아니지 않나. 현재는 가능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가능 할 수 있지 않나?
- 최치언
- 영화 쪽에서는 영진위에서 시나리오 마켓이라는 것을 하는데 그게 중재자 역할을 한다. 시나리오를 올리면 제작자가 조회하면 볼 수 있고 뭐 그런 것이다. 일종의 플랫폼 역할이다. 구매자와 판매자, 중개자로 나뉘어서 계약서를 쓰게 한다. 희곡은 지금 그런 게 없다. 희곡의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가 큰 것 같다. 공연이 되어야 저런 희곡이 있었구나 혹은 출판이 되어야 저런 출판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출판은 공연이 되지 않으면 힘들지 않나.
- 이미경
- 그게 또 지원금 제도와 맞물려 문제가 된다.
작가로서의 나를 유지시키는 것
- 조만수
- 작가로서 나는 어떤 대화상대를 가지고 있고 또 그 상대들이 어떻게 나의 글을 밀어 붙이거나 버티게 하나. 작가로서 나를 유지시키는 대화상대는 무엇인가. 또는 앞으로 어떤 글쓰기를 추구하고 싶은가.
- 최원종
- 친한 사람이 없어서 안면만 있는 선배들을 쫒아 다니면서 희곡을 가르쳐달라고 따라다녔는데, 그때 선배들은 희곡은 주제의식이 강해야 하고 사회적 이야기, 무거워야 하고, 진지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런 것들에 짓눌려 있었다. 나는 조금 젊고 어린 정서를 가지고 있어 힘들어 하다가, 몇 년 전에 이만희 선생님이 “인생은 먼지 같은 거야, 고민하지 마, 그러니 코미디를 써봐”라고. 내 안에 그런 요소들이 많이 있다고 하면서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말을 듣고 내 감수성을 다시 찾게 되었다. 그래서 내 작품들이 스타일에 맞게끔 변화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 이미경
- 세상,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증평 레지던스에 거주했을 때 시골에 거주한 적이 없어 땅콩, 감 뭐 그런 것들이 너무 신기했다. 시골의 정서를 마흔이 넘어서 느낀 경우다. 그런 것들이 너무 재미있고 호기심이 생겼다. 농부와 할머니들을 따라다니면서 물어봤었다. 도축업 하는 곳에 가서 고기 자르는 것을 구경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것과 구체적으로 볼 때 되게 다르다. 직접 현장에 가서 뭔가 하는 것이 되게 좋다. 그들과 대화를 할 때 그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는 것 같다. 그런 믿음 하에 보는 것도 있지만 꼭 그것이 전부만은 아니다. 물론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이 녹아난다고 생각한다.
- 김은성
- 예전에는 선생님을 통해 물어보고 그랬는데, 몇 년 전 부터는 동료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몇몇의 경우 아주 깔끔하게 얘기한다. 너무 솔직하게 얘기해서 때로는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 정확하게 이야기해주는 그 동료들의 시선을 신뢰한다. 그들이 내 작품을 좋아하게끔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자기최면에 빠지지 않는 것 같다.
- 최치언
- 시기별로 좀 다른 것 같다. 내가 쓴 작품인데도 친구들이 이전의 작품들과 이후의 작품들의 차이를 말해준 친구들도 있었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너무 그들에게 의지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선 그런 평가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다. 그들 쪽으로 자꾸 붙잡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들과 거리가 생겼다. 그들도 그것을 원하고 나도 원했다. 저는 제가 항상 여기 있지만 제 생각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을 한다. 저는 다른 곳에서 또 누군가를 만나거나 사건 속에 있고 싶다는 욕망이 크다. 그것은 나를 만나기 위한 것이다. 시, 소설, 희곡이라는 장르가 아니다. 내 인생을 만나고 싶다. 만약, 이것을 멈추고 욕망이 사라지게 되면 나는 글을 안 쓰게 될 것 같다. 이것이 내가 글을 쓰는 동력이다.
- 조만수
- 말씀을 들어보니 대화 속에서 사람과 만나는 것, 삶 속에서 직접적으로 구체적으로 만나는 것이 희곡을 쓰게 하는 중요한 동력이 되는 것 같다. 사람이라는 것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이유가 된다. 그냥 사람이 아니라 절대적인 사람 말이다. 어떤 절대적인 사람을 만들어내면 그를 구체적으로 만들어 관객들과 만나게 하는 것이 ‘희곡’이라는 장르인 것 같다. 오랜시간 대화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글쓰기를 계속 이어나가기를 부탁드린다.
[사진: 서울연극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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