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센터 ‘PLAY-UP 아카데미’ 뷰포인트 편 - ④ 배우 김신록
내가 바라보는 것이 곧 힘이 되고, 상상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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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라… 얼핏 무용에서 많이 쓰인다고는 얘기 들었는데 배우들에게는 어떻게…?
사실 움직임을 좋아해서 무용 워크숍들을 많이 참여했었고, 움직임...

‘뷰포인트’를 처음 만났던 순간!
학교에서 공연을 준비하던 중 연출이 ‘뷰포인트’ 워크숍을 해야겠단다. 창작 공연이기에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지 않겠나 하는 것이 그녀의 의견이었다.
‘뷰포인트’라… 얼핏 무용에서 많이 쓰인다고는 얘기 들었는데 배우들에게는 어떻게…?
사실 움직임을 좋아해서 무용 워크숍들을 많이 참여했었고, 움직임에 관해서는 나름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움직임에 관한 방법론이라면 뻔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지금 당장 움직임이 중요하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 배우로 잘 서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뭐 연출이 필요하다고도 하고, 이왕하기로 했으니 군 말 않고 착실히 참여하기로 했다.
그 때 처음 ‘김신록’ 배우를 만났다. 배우이자 ‘뷰포인트’ 워크숍의 리더. 학교에서 3명의 배우(필자포함)와 함께한 4번의 짧은 워크숍이었지만, 내가 연기를 하면서 풀리지 않았던 숙제들을 풀어줄 것 같은 느낌이 확 들었다. 곧장 김신록 배우에게 전화를 걸어 ‘뷰포인트’를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했더니 이번 서울연극센터 플레이업 과정을 신청해보란다. 필자는 신청을 급히 서둘렀다. 이전에 서울연극센터의 ‘PLAY-UP 아카데미’ 교육과정을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보다 더 적극적으로 절실하게 원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뷰포인트 시작되다!
첫째 날.
서울연극센터의 연습실은 매번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공기들로 채워져 있어 낯설게 느껴진다. 이번 워크숍은 반가운 인물이면서, 의외의 인물들이 있었다. 나름 대학로에서 열심히 배우 활동하시는 선생님이자 배우들도 그 공간에서 나와 같이 몸을 풀며 워크숍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었다.
몇 주 만에 다시 만난 김신록 리더. 노란머리로 나타난 그녀는 여전히 활기차고 강한 흡인력을 가지고 우리 앞에 섰다. 짧은 소개 후 우린 곧바로 김신록 리더(이하 리더)의 지휘(?)로 공간을 걷기 시작했다. 걷자마자 박수소리와 ‘스탑!’ 멍하게 걷던 우리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얼떨결에 멈췄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각자 자신들의 감각과 마주했다. 오랫동안 많은 훈련들을 받아왔던 터라 내가 하던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움직임 기계가 되지 마세요!”
리더는 우리에게 말했다. 나는 뜨끔 한다. 이 워크숍을 진행하는 동안 필자가 가지고 있던 훈련 습관에서 벗어나야 했다. ‘스탑’ 소리와 함께 눈이 감겨지고 내 오른편 왼편에 누가 또는 무엇이 있는지 말하라고 했을 때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나는 누가 있는지, 무엇이 있는지 전혀 말 할 수 없었다. 공간에서 그럴싸하게 잘 걸으려고만 했고, 신호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잘 하려고만 했었지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무감각했다.
리더는 어떤 신호에 감각적으로 반응하되 자신을 비롯한 모든 주변의 것에 대한 감각이 열린 상태이기를 원했다. 괜찮은, 멋있는 형태이기보다는 열려있는 상태에서의 형태에 더 집중한다. 뭔가 불안했다. 괜찮은 형태를 찾기 위해서 나는 그토록 애썼는데…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그래도 리더를 믿고 차근히 지시를 따라가려 노력했다.
어떤 사물을 하나의 감각으로 느끼지 않고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감각(시각, 촉각, 청각, 후각, 미각) 으로 느껴본다. 바닥의 냄새를 맡거나, 벽을 맛본다거나, 의자의 촉감을 느껴본다거나. 어쩌면 너무 당연하거나 한심해 보이는 행위이라고도 느껴졌다. 내가 뭐하고 있는 거야… 일반 사람들이 보면 우스워 보일만한 행동들이었다.
아!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감각들이 꿈틀댔다. 늘 똑같이 보이던 사물이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물을 개념화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것의 그대로를 받아들인 다는 것. 그것이 ‘감각적’으로 받아들인 다는 것일까.
그 순간,
“스탑!”
리더는 지시한 몇몇의 사람에게 움직여, 멈춰있는 사람들을 관찰하라고 한다.
오, 세상에! 내가 본 어느 형태보다 살아있었고, 흥미로웠고, 눈길을 사로잡았다. 내가 관찰하고 있는 그 사람은 멈춰있지만 정말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공간에서 또는 무대 위에서 살아있다는 것은 진짜로 그것을 감각하고 있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날.
‘감각적’… 그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어떤 감각의 소유자인가, 배우라면 어느 정도의 감각까지 깨워져 있어야 할까…? ‘뷰포인트’를 하면서 나는 그 감각적인 것에 더 매료되었던 것 같다. 이 공간의 사물들을 하나하나 감각하는 것은 생각보다 낯설고, 주저되는 일이었다. 나는 내가 편한 감각만을 써왔기에 내가 가능한 것만 시도했었다. 그랬기에 한편으로는 더 새로운 발상이나 접근이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움직임 기계가 되지 말자.’
워크숍을 하는 내내 스스로에게 되새겼던 말이다.
이번에 리더는 걷고, 뛰고, 정지하고 있는 우리에게 ‘사츠!’ 하길 바랐다.
“사츠!”
‘Full Ready’의 상태, 출발해서도 어디로 갈지 모르는 것.
양쪽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언제 어디서든 내가 다른 감각으로 갈 수 있는 풀 에너지의 상태였다. ‘사츠’가 들어오면서 계속해서 주어지는 리더의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우리의 감각은 최고조로 달하는 듯 했다. 그러면서도 리더는 이 모든 미션을 잘 따라가지만 자신이 거세되는 것을 경계하도록 했다. 다시 자신(홈)을 인식하도록 했으며 이 모든 미션이 모든 멤버 자신에게 치명적인 일이 되도록 했고, 살아있는 감각을 원했다.
어느 순간 20명 가까이 되는 멤버들이 원, 줄, 덩어리를 만들면서 흥분하는 것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 미션을 급하게 진행시켜 나가는 것을 보면서, 리더는 우리에게 전체를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했다. 리듬, 템포, 시간을 다양하게 이용하면서 전체를 이끌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다시 한 번 시도해보자고 했다.
우리 안에서 수시로 리더가 바뀌어갔고, 눈을 열고 그룹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거나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두개의 그룹으로 나눠지면서 각 그룹에 대한 차별성의 시도, 그러면서 다른 시공간을 만드는 것, 그룹과 솔로로 나눠질 때에도 모두의 적극적인 개입, 그룹에도 ‘사츠’가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 같은 목표로 가기 위해선 서로의 욕구들을 정확히 읽어내는 감각을 필요로 했다.
자신이 그룹이거나 솔로일 때도 다른 그룹과 솔로를 인식해야 하고, 전체의 리듬을 공유해야 했다. 이 미션들은 나를 인식함과 동시에 상대에 의해서 내가 충동하고, 변하는 것을 체험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이 공간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읽는 렌즈를 갖는 것’이며, 무대 위의 모든 것이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세 번째 날.
이 날은 모두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상대에게 모든 감각을 다 열어야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어느 원 안에 무조건 한 사람은 서 있어야 했다. 그 안에 서 있는 사람이 수시로 바뀔 수 있었는데 상대의 호흡과 타이밍을 정확히 캐치하는 감각이 필요했다.
그러다 이 미션이, 원 안에 두 명 이상이 서있거나 또는 3명이 들어가 있는 와중에 1명은 무조건 앉아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계속 복잡하게 업그레이드되어 갔다.
고도의 집중력과 상대에 대한 인식 그리고 즉각적인 운동감각능력을 총동원해야만 이 미션을 수행할 수 있었다.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잘 되지 않을 때도 많았고, 오히려 정신이 산만해져 이것이 맞게 가고 있는 것인지도 가늠이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감각이 열리고, 미션에 대한 사람들의 목표가 강해지는 것을 느끼니, 굉장히 생동감 있고, 흥미로운 순간이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져서 즉흥도 이루어졌다. 그 즉흥에서는 모두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고 하나의 약속도 없었음에도 그 순간에 몸을 맡겼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리더가 던져주는 미션뿐이었는데 그것을 통해서 만날 뿐이었다.
필자는 이것을 통해서 꽤 새로운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사람은 자신이 바라보는 길로만 그것을 바라보고 대하는데(필자 또한 그랬다), 뷰포인트를 하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감각을 인정하고 여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잘 열려고 하지 않았던 감각들을 열게 되고, 그 순간을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새롭거나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했던 것 같다. 특히, 같이 워크숍을 했던 선생님들과의 사이에서 가로막힌 장벽 없이 한 인간으로 그 순간 만나고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큰 희열감을 가져다주었다. 무대 위에서는 모두가 동등하고 편견 없이 만나야 진짜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 번째 날.
마지막 날까지도 우리는 절대로 몸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이쯤 되면 슬슬 할만도 한데, 뷰포인트는 끊임없이 배우를 인식하게 하고, 살아있게 하기 위한 방법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
이번에는 나에 대한 인식을 가져가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나의 몸 구석구석을 움직여보고 인식하는 것이다. 나의 관절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지 내 몸을 어느 만큼 또는 여태까지 쓰던 방식이 아닌 어떻게 다르게 써볼 수 있을까하는 것의 탐구로 이어졌다. 이 시간은 꽤 긴 시간동안 이루어졌다.
지루할 만도 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너무나 당연하게 움직이던 몸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있었다. 나에 대해서 너무 무관심했던 내가 부끄러웠고, 미안했다. 그 탐구의 시간은 내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게 할 만큼 집중의 시간이었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대그룹에서 소그룹으로 그리고 두 명, 한 명이 하는 즉흥까지 시도하길 바랐다. 사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즉흥은 한편으로는 기댈 곳이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들어서 주저 없이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는데 혼자서 하는 즉흥은 주목받기도 하고, 왠지 기댈 곳이 없어서라고 생각하는지 모두 주저했다. 그러다 필자가 용기를 내어 공간 안으로 걸어갔다. 왜냐면 필자는 무대에서는 항상 멋있는 형태이거나, 그럴싸한 움직임을 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뷰포인트 워크숍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인식하면서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는 것.
연습실에 나 있는 창 밖 사이로 지나가는 새를 볼 수 있었고, 내 눈을 비추고 있는 햇볕의 따스함을 느꼈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에 대한 나의 충동으로 비롯된 행동들. 그때의 그 순간은, 정말 그 어떤 황홀감에 비할 데가 아니었다.

무대에서 존재한다는 것!
“내가 무대 위에 던져졌을 때… 그 안에서 존재할 수 있을까.”
“무대 위에서 나는 어떤 ‘점’이어야 하는가.”
항상 스스로 고민했다. 이 짧은 워크숍만으로 다 알 수는 없지만, 무엇이 중요한지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무대 위에서는 그럴싸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감동이 아니라, 무대 위에 있는 배우가 정말로 감각하고, 있는 그대로를 느끼며 그 순간의 충동을 경험하고, 행하는 것. 그것이 주는 감동…!
‘뷰포인트!’
어떤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는 렌즈. 그 순간 새롭게 인식하고, 정확하게 보는 것.
필자는 그 힘을 믿고 무대에 서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노란 머리의 리더 김신록 배우에게 그런 힘이 느껴져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뷰포인트를 함께 했던 사람들과 무대에서 만난다면 어떤 작업을 할 수 있을까하는 기대를 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 한다.
[사진: 서울연극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