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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예술지원제도를 묻다] ④ 창작공간지원

더 나은 창작환경을 만들기 위한 간접지원의 방향

김슬기_공연저술가
112호 2017.03.23
웹진 『연극 in』에서는 최근 몇 주간 기획연재를 통해 예술지원사업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들어보는 좌담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창작 공간을 매개로 한 지원사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하는데요. 공공 영역에서 창작 공간과 관련된 간접 지원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이런저런 사업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13년쯤의 일입니다. 한 해 약 140억 정도가 각...

일시: 2017년 3월 17일 금요일
장소: 서울연극센터 2층 아카데미룸
사회: 박해성
참석: 윤상원, 이수인, 이승구, 정범철
기록 및 편집: 김슬기

박해성

박해성
웹진 『연극 in』에서는 최근 몇 주간 기획연재를 통해 예술지원사업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들어보는 좌담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창작 공간을 매개로 한 지원사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하는데요. 공공 영역에서 창작 공간과 관련된 간접 지원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이런저런 사업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13년쯤의 일입니다. 한 해 약 140억 정도가 각종 공간 지원으로 쓰인다고 하네요. 이번 좌담에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간 관련 지원사업들의 실효성을 점검해보고 더 나아가서는 향후 지원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제언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분들을 간단히 소개해드릴게요. 극단 섬으로 간 나비의 대표 윤상원 연출님,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이수인 연출님, 소극장 혜화당을 운영하고 계시는 이승구 대표님, 그리고 극발전소301의 정범철 연출님 나와 주셨습니다.

극장 대관료, 관객과의 만남을 위해 치러야 할 비용

박해성
네 분이 각각 다른 환경에서 활동하고 계시고, 창작 공간과 관련해서도 다른 경험들을 갖고 계실 텐데요. 이제 막 활발하게 작업을 시작하신 윤상원 연출님 얘기부터 들어보겠습니다. 극단 섬으로 간 나비는 키작은소나무극장에서 공연하시면서 몇 차례 극장 공간과 관련된 지원을 받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윤상원
처음부터 지원을 받으면서 활동을 시작한 건 아니었고요. 창단 이후 1년 정도는 자체적으로 공연을 올리다가 뒤늦게 지원사업을 알게 됐습니다. 2014년 처음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대관료 지원사업’을 통해 극장 대관료의 70%를 지원받아서 키작은소나무극장에서 공연을 올렸죠. 그런데 마침 그 해 키작은소나무극장이 예술위에서 운영하던 ‘예술전용공간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정초부터’라는 신진 지원 프로그램을 기획했거든요. 저희 극단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100% 대관료 지원을 통해 공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2015년에 ‘대관료 지원사업’을 통해 극장 대관료 일부를 지원받으면서 같은 극장에서 공연을 올렸고요.
박해성
연극계에 갓 진입한 극단 입장에서, 극장 대관료를 지원받는다는 것이 창작 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시나요?
윤상원
극장 대관료는 전체 제작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실제로 이 부분이 엄청난 부담이 되죠. 대개 활동을 처음 시작하는 단체들의 경우 어떤 지원사업으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희도 처음에는 그저 공연을 올리고 싶어서 이리저리 발품을 팔면서 대관료가 가장 저렴한 곳을 찾았는데 거기가 키작은소나무극장이었습니다. 그때 극장장님이 대관료 지원사업에 대해 처음 알려주셨죠. 저희 극단 같은 경우 이 극장과 지원사업을 통해 지난 몇 년간 해마다 신작을 제작하고 무대화할 수 있었는데요.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신진 단체들 입장에서는, 대관료 부담이 줄어든다는 게 아주 실질적인 혜택으로 느껴질 거라 생각합니다. 다른 지원사업들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것도 큰 장점이고요.
이수인
극장의 대관료를 지원받는다는 건 신진 단체들뿐만 아니라 현장의 어떤 창작자들에게도 실질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극단의 경우 일전에 두 달간 극장을 대관해놓고 작업을 시작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다행히도 예술위에서 운영하던 ‘대관료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1,800만원을 받은 적이 있었거든요. 이 사업은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작품지원보다 문턱은 훨씬 낮았지만 그와 거의 같은 정도로 큰 재원을 제공했습니다.
박해성
지금 말씀해주신 그 사업은 2년간 시행되고 나서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없어졌지요. 다시 시작하려는 계획이 있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범철 연출님도 같은 생각이신지요? 극발전소301은 어떤 사업을 통해 활동을 전개해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정범철
저희는 공간 지원과 관련된 직접적인 혜택을 받았던 건 아니고요. 지원을 받은 극장에 대관 신청을 하는 것으로 활동하는 데 도움을 받아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2015년 한국소극장협회에서 단체와 극장을 매칭해서 지원해줬던 ‘연극 창작환경 개선 지원사업’에서 대관료 지원을 받았었고, 2016년 ‘서울형 창작극장’에 선정된 극장에서 공연할 때 대관료 50%를 지원받은 적이 있습니다.
박해성
소극장 혜화당도 ‘서울형 창작극장’에 선정된 경우죠? 여러 단체들이 함께 모여 운영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모델을 생각하게 되셨는지요?
이승구
처음에는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까망소극장이 폐관된다는 것에 대한 울분이 있었습니다. 당시 극장 부대표가 학교 동문이었는데, 극장을 넘길 만한 다른 단체를 찾고 있었지요. 마침 저희 극단 회의가 있어서 얘기를 꺼내봤더니 우리가 시작을 해보고 어떻게든 1년만 버텨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스무 명 정도 동인들이 같이 하던 창작스튜디오 자전거 날다에서 9명이 투자를 했고, 오세혁 연출이 프로그래밍을 같이 하는 걸로 뜻을 모았어요. 다행히 극장을 인수할 무렵, 그러니까 2014년에 소극장협회에서 공모했던 ‘연극창작개선사업’의 ‘창작스튜디오운영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극장을 운영할 수 있었고, ‘서울형 창작극장’에 선정된 건 2016년입니다.
박해성
여러 단체들이 공동으로 극장을 운영하다보면 각자의 사정과 입장이 달라서 부딪히게 되는 문제들이 있을 텐데요. 극장에 대한 지원과 이로 인해 가능해진 페스티벌이라는 형식의 프로그래밍이 계속해서 동력을 제공하는 근원이 되어주지 않았을까 싶네요.
이승구
실은 여러 단체가 하나의 극장에 모였으니 처음부터 페스티벌을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젊은 창작자들 입장에서는 한 달에 40만 원씩 모으는 일도 부담이 되어서 결국 대관에 매달리게 되더라고요. 이후 2016년 서울시에서 ‘서울형 창작극장’을 새롭게 도입하면서 극장 임대료를 지원받아 애초 계획대로 페스티벌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중 SF연극제와 단단페스티벌을 고정적으로 운영하려 하고요. 작년에 ‘셰익스피어를 뒤집다’를 시작으로 올해는 ‘체홉을 뒤집다’를 계획하고 있어요.

극장을 소유한 주인, 극장 운영의 주체, 극장을 이용하는 단체

박해성
지금 나온 얘기들을 우선 종합해보면 극장을 운영하는 주체와 그 극장을 이용하는 단체의 입장을 얘기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극단 섬으로 간 나비는 계속해서 키작은소나무극장에서 작업을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 사이 극장을 운영하는 주체도 바뀐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지금은 극장 이름이 소극장 공유잖아요.
윤상원
극장 공간에 저희가 익숙해져서 그렇지, 사실 대관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다른 극장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나름대로는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자생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서 극장 운영 주체가 바뀌는 것 자체에 대한 위기감이 있지는 않고요.
박해성
그에 비해서 이승구 대표님은 극장을 직접 운영하시는 거잖아요. 소극장 혜화당 같은 경우는 자체적으로 기획한 페스티벌 작품들이 공연되지 않을 때 대관을 하시는 거죠? 운영에 어떤 기준 같은 것이 있나요?
이승구
일단은 1년 중 6개월간은 우리가 기획한 페스티벌, 그리고 나머지 6개월간은 대관을 하려고 합니다. 조금 특별한 기획으로 설, 추석 연휴에 무료 대관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어차피 명절에는 대관을 하려는 팀이 없는데 극장을 그냥 놀리기보다는 뭔가 해보는 게 좋겠다 싶어서 시작했어요. ‘힘내라! 극단’ 시리즈로 공모를 해서 전기세도 내지 않는 조건으로 일주일간 극장을 개방합니다. 젊은 극단들에게 호응도 좋고, 저희 극장 입장에서도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공연을 올리고 싶어도 공간을 찾을 수 없는 창작자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려고 했던 저희 취지에도 잘 맞는 시리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생각입니다. 무엇보다도 운영진들이 이 극장을 통해 수익사업을 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큰 갈등 없이 잘 이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정범철
그런데 사실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되고, 이후 이와 관련된 부동산 가격 상승,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현상들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창작자들 입장에서는 그 틈에서 어떻게 활동을 지속해야 할지 뾰족한 해답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인 것 같아요.
박해성
이수인 연출님은 대학로 문화지구 지정 이전에, 지금의 축제소극장, 소극장 오늘을 운영하셨잖아요.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이수인
1995년부터 극장을 시작했는데, 경영난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3명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체제였습니다. 극장을 거점으로 삼아 안정적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하면서도 대관을 통해 수익을 거두면 살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죠.
당시에도 임대료가 안정적이었던 건 아니지만, 무엇보다 대관해준 단체들에게서 제대로 대관료를 받지 못한 충격으로 극장이 흔들리는 것을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우리가 기획했던 공연까지 흥행이 잘 되지 않아 그 여파가 극복이 안 되었고 부채에 대한 압박을 견디지 못했죠. 그 후로는 누군가 건물을 소유한 사람이 극장을 기증해서 안정적인 환경을 담보할 수 없는 이상 절대로 극장을 갖지 않겠다고 생각하게 됐고요.
박해성
그렇다면 건물주와 극장 운영 주체는 현실적으로 어떤 관계에 놓여 있나요? ‘서울형 창작극장’ 사업은 2016년 사업 당시, 그러니까 2015년 12월에 다음 해 1년 치 임차료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극장 운영자가 아닌, 건물주에게 직접 입금했던 지원사업입니다. 그런데 건물주가 이런 지원사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로 인해 오히려 극장 임차료가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났지요. 이런 식으로 임차료를 지원하는 것이 과연 이상적인 모델인가, 하는 근본적인 회의를 하게 됩니다.
정범철
임차료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건물주 입장에서는 극장 운영 주체들이 지원금을 받았으니 월세를 올리겠다고 하는 게 당연할 수도 있는 것 같고요.

이승구

이승구
그런 조건은 건물주가 거부할 것 같아요. 저희는 원래 재계약 시점이 4월인데, ‘서울형 창작극장’ 사업에 신청하려고 계약 기간을 12월로 연장했어요. 이 사업에 신청하려면 1월부터 12월까지 지원을 받는 기간이 명시되어 있는 건물주와 극장 운영 주체 간의 임대차 계약서를 제출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올해도 우리가 이 사업에 선정될지 아닐지 확실한 보장이 없으니까 곤란한 부분이 있어요. 재계약하면서 임차료를 올리지 않았는데 우리가 다시 사업에 선정될 경우, 건물주 입장에서는 그만큼 우리가 혜택을 본다고 생각하니 당연히 계약 조건을 바꾸려고 하거든요.
물론, 한번 서울시에 제출된 계약조건을 건물주가 임의로 변경할 수는 없어요. 제출된 임대차계약서를 근거로 지원을 해주니까요. 그런데 어떤 공연장의 경우 건물주가 이런 것을 악용해서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계약기간을 연장해줄 테니, 매달 일정 정도 돈을 더 달라는 극장도 있고, 어차피 지원금 받을 거니까 임차료를 올려서 새로 계약하자고 종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거죠. 하지만 극장 운영자 입장에서는 다음해에 선정이 될지 안 될지 모르니까, 그렇게 임차료를 올리는 것에 대한 압박이 있는 거고요.
정범철
게다가 ‘서울형 창작극장’ 사업도 작년보다 예산이 감소하면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극장이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좀 전에 이승구 대표님이 얘기하셨지만, 이런 지원사업이 있더라도 결국은 그 혜택이 건물주에게 돌아가는 식이라 극장을 운영하는 단체들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계속되는 거고요.
박해성
실질적으로 공간 지원과 관련된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에 흔들리지 않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수인
이야기를 듣다보니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극장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건가요? 계약 기간을 어떻게 정하는 거죠? 극장을 운영하기 위해 그 공부를 좀 면밀히 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장임대차보호법을 새롭게 만들어 적용하지 않는 이상 말이죠.
박해성
전문가가 아닌 창작자들이 작업을 하면서 그런 공부를 개별적으로 하는 것보다, 그와 관련된 법률 지원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그런데 공연장임대차보호법이 생기면 현실적으로 극장 수가 더 줄어들지 않을까요? 건물주들이 굳이 극장을 고집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수인
다른 인센티브를 줘야겠지요. 입주해있는 극장에 대한 권리도 보장하는 선에서요.
이승구
역사가 있는 민간 소극장들이 하나둘 없어지고 있는데 그 명맥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건물주와 극장주 모두가 피해를 보지 않으면서 창작자들에게 작업 공간을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공공의 극장과 연습실이 갖춰야 할 조건

박해성
임대차보호법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가 없다면, 임대임과 임차인 사이에 권력을 쥔 쪽에서 계속해서 이익을 가져가는 현재의 구조가 바뀌는 건 어려운 일 같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민간 극장들에 지원을 해주기보다는 공공 극장들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 건가요? 혹시 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장 정기대관 공모에서 동숭아트센터나 아트원 씨어터에 대관 신청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런 방식으로 특성화된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정범철
문제는 이런 공공 극장 대관을 심사할 때, 이미 검증된 극단이나 공연들을 선정한다는 데 있습니다. 안정적인 자본을 확보하고 있거나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나오는 공연들에 대관을 해주잖아요. 사실 힘없고 영향력 약한 극단들 입장에서는 어떤 허탈감 같은 것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박해성
애초에 그 사업의 취지가 2~3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는, 대중성을 가진 공연들을 지원해 주는 것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 같습니다.
이승구
이제 막 작업을 시작하는 신진 창작자들이나 규모가 영세한 극단은 어차피 돈이 없어서 그런 극장을 쓸 수가 없잖아요. 어떤 식으로든 기회를 줘야 우리도 언젠가 이 극장에서 작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박해성
그러면 역으로 질문을 드려볼게요. 사업 주체 쪽에서는 지원이 없어도 어느 정도 자립 가능한 단체가 아니라, 보다 지원을 필요로 하는 단체들을 선정했을 때 지원 의존도가 더 높아질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수인

이수인
기본적인 숨통을 트이게 만들어주는 지원이라고 생각해야지요. 그리고 지원에 선정된 사업에 대해서 확인하고 평가하는 기준을 잘 만들어야 할 테고요. 정량적 평가의 기준도 유료 관객 수가 몇 명인지를 집계하는 정도가 아니라 훨씬 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극장 지원도 필요하지만 연습 공간과 관련된 지원도 고민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그나마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대학로 연습실이 가장 환경이 좋은 편에 속하는데, 여기는 악기 반입과 관련된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요. 물론 악기 소리가 다른 연습실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건 이해가 되지만, 기타 하나도 못 들고 들어가게 하더라고요.
박해성
그런데 대학로 연습실에 뮤지컬 연습하는 팀들도 자주 들어오고 음악 소리도 상당히 크게 들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아마도 무거운 악기가 바닥에 끌리는 것 때문에 정해진 규정인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오늘 이 자리에서, 실제로 대관업무를 진행하시는 서울연극센터 측에 적극적으로 말씀이 전달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수인
네, 어떤 약속과 믿음을 전제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대학로 연습실도 대관을 위한 경쟁이 있다 보니, 공간을 더 늘리면서 악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연습실을 확보해주셔도 좋을 것 같고요.
박해성
2018년에 성북구 소유의 부지에 서울시에서 건물을 짓는 형태로 가칭 ‘성북창작지원센터’를 건립 예정이라는데, 거기에 스튜디오, 연습실, 그리고 250석 규모의 공연장 1개가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 창작자들 입장에서 이런 공공의 공간이 늘어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같은 사업비를 들인다면 단체 지원을 더 확보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지금으로서는 서울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단체가 대략 300여 개 정도 된다는데 그 중 몇 개 단체가 연습실을 운영하고 있는지 현황 파악조차 안 되고 있습니다. 한성대에서 돈암동 사이에 50여 개 정도, 그리고 대학로 인근에 30여 개 정도가 있다고 짐작을 하는 정도죠. 이런 민간 연습실의 운영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공공 연습실을 더 만드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도 질문하게 됩니다.
정범철
공공 연습실은 당연히 더 있는 게 좋죠. 80개의 민간 연습실들이 있다고 해도 여건이 좋은 연습실은 정말 얼마 안 되니까요.
이수인
사실 지하의 누추한 연습실에서 연습을 할 때와 시설이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들어갔을 때, 배우들이 보여주는 에너지가 달라요. 공간의 환경이 ‘나는 연극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배우들의 영혼과 자존감에도 당연히 영향을 끼칠 테고요. 공공 건물들의 유휴공간을 쓰는 식으로 공간 자체를 임대해주는 방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윤상원
민간 연습실의 깨끗한 버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규모와 설비에 차등을 둔 공공 연습실이 더 생기면 되는 것 같아요. 현재로서는 공공에서 운영하는 연습실이 훨씬 좋은 환경이라는 걸 알면서도 경쟁이 치열해서 들어가기 힘들 때가 있거든요. 저는 대학로예술극장 지하에 있는 리딩룸 같은 공간도 더 많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해성
공공 연습실은 시설이 좋지만 들어가기 위한 경합이 있고, 그 정도의 환경을 갖춘 사설 연습실은 너무 비싸니 이수인 연출님, 윤상원 연출님이 말씀해주신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윤상원
이를테면 이번에 저희 극단에서 준비하는 공연은 어떤 극장의 연습실에서 올리기로 했거든요. 스튜디오 형태의 공간이고, 연습실이긴 하지만 공연을 하기에도 무리가 없는 곳이에요. 이런 공간들이 더 늘어나는 것은 적극 찬성입니다.

창작을 추동하는 지원, 정보를 유통하는 플랫폼

박해성
매번 작업을 할 때마다 연습실과 극장을 찾아다니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창작자 입장에서는 극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안정적으로 연습실을 확보해보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 것 같고요.
이수인
저로서는 극장을 운영하는 동안 대관을 주는 일이 상당히 스트레스였어요. 지금도 연습실을 하나 가져볼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는데, 작업을 하면서 그 연습실을 내내 사용하는 게 아니니 비어 있는 기간을 줄이기 위해 다시 연습실을 대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죠.
박해성
극장이든 연습실이든 공간을 운영할 때, 소위 말해 대관 영업을 해야 하죠.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이, 창작자들은 언제나 공간을 찾아 헤매고 공간은 그곳에 들어올 창작자들을 원한다는 거예요. 윤상원 대표님과 정범철 대표님은 극단 연습실을 갖고 계시잖아요. 현재 연습실 시세나 운영 현황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정범철
지금 한성대 입구, 혹은 성신여대 쪽 연습실은 대부분 15~20평 사이 규모일 거예요. 저렴한 곳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조금 더 비싸면 2,000만 원에 70~80만 원까지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윤상원
저희는 한성대 인근에 연습실을 갖고 있는데 대관은 거의 안 하는 편입니다. 지인들이 들어오면 저렴하게 내어주는 편이고, 월세는 개인적으로 부담하고 있고요. 언제까지 이렇게 지속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정범철
극발전소301도 창단 9년째인데 초창기 5년 동안은 연습실이 없었어요. 그런데 단원들이 늘어나면서 함께 모이고 회의할 공간이 필요해지더라고요. 저희 작업이 없을 때는 대관을 하긴 하지만, 무엇보다 대관 채우려고 애쓰는 게 싫어서 처음부터 월세는 자체적으로 해결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매달 극단 운영위원들은 2만원씩, 다른 단원들은 만원씩 내는 것으로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공간을 구했고요.
이수인
춥거나 덥고 열악한 화장실 상태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연습실 환경이 대부분 이렇게 비슷하다 보니, 작업을 하다 보면 상상력에 한계가 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언제나 그 정도 규모의 공연만을 생각하게 되는 거죠. 심지어는 그런 연습실의 아우라에 지배받는 것 같은 인상이 들 정도니까요.
박해성
한성대와 성신여대 앞 연습실이 우리 연극계의 미학을 결정하는 현실이 씁쓸하네요. 만약에 민간 연습실에 월세가 안정적으로 지원이 된다면 시설을 정비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정범철
아니요. 그 돈 아껴서 제작비로 쓰지 않을까요(웃음). 사실 연습실 지원이 어떤 식으로 가능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물론 월세 지원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긴 할 테지만, 저는 연습실을 가지고 있는 극단들 대부분이 어떤 식으로든 월세는 해결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보다 제작비 지원이 훨씬 절실하지요.
이수인
대개 극단의 연습실 같은 경우, 해당 극단의 작업을 하지 않는 시간에 대관을 하거나 혹은 레슨을 하려는 용도로 사용하는데요. 아마 월세 지원을 하게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가 분명 발생할 거예요. 더 나아가서는 대관만 전문으로 하는 공간도 생길 수 있고요.
정범철
저도 그렇게 되면, 소위 말하는 연습실 업자가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어떤 도움이 창작자에게 가장 절실한지 생각해보면, 예술위의 ‘대관료 지원사업’이나 소극장협회에서 했던 극장과 단체를 매칭해주는 형식의 사업일 것 같거든요. 특히 소극장협회에서 했던 ‘창작스튜디오운영사업’은 ‘서울형 창작극장’이 생기면서 없어지긴 했지만, 신작을 개발하는 단체 입장에서는 발표공간과 제작비 지원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지요. 그 사업으로 여러 단체와 극장들이 정말 큰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모델들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승구
저는 무엇보다도 실제로 극장을 필요로 하는 단체들이 극장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할 수 없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대관료를 절반이나 할인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울형 창작극장’에 선정된 극장 중 어느 곳이 언제 비어 있는지를 알 수가 없죠. 지금으로서는 이런 모든 정보들이 한꺼번에 유통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싶은데요.
정범철
저도 동의합니다. 지금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게시판들을 통해서 간신히 극장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일일이 연락을 해보는 정도잖아요. 이 극장이 어떤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전화했는데, 마침 그런 소식을 듣게 되면 운이 좋은 거고요.
박해성
지원사업 선정 결과가 모두에게 원활히 공개되는 것은 물론, 특히 공간 지원에 대해서는 수요자와 공급자 간에 원활한 정보가 오갈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서 또 많은 아이디어를 얻게 되네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간을 매개로 한 지원사업들은 역사가 얼마 되지 않기도 했거니와 더 나은 모델을 찾아가기 위해 계속해서 바뀌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 이 좌담의 이야기들이 실제 정책을 만드는 분들에게 잘 전달되어서, 기존의 사업들은 물론 새로 준비하는 사업들에도 온전히 반영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좋은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