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예술지원제도를 묻다
예술지원은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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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연극in』에서는 지난 109호부터 112호까지 총 4회에서 걸쳐 주요 지원사업에 대한 좌담을 진행했습니다. 지원제도라는 것이 누구를 위하여 존재해야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시작해서, 현재의 지원제도가 예술현장에는 어떻게 읽혀지고 있는가를 조심스럽게 되짚어 봤습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이슈로는 신진예술가지원, 작품제작지원, 다년간/단계별 단체 지원, 창작 공간 지원이었습니다. 이러한 지원제도들이 긍정적인 측면과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무엇인가를 논의하면서 확장된 주제는 결국, 예술지원이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맥을 같이 합니다.
물론, 여기에 담겨진 대화들은 좌담에 참여한 개인 창작자들의 의견으로써 연극계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하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좌담을 통해 창작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구체적으로 개진되었기에, 그것이 더 면밀한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 올곧은 방향으로 지원정책에 반영되기를 기대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좌담을 통해 담겼던 내용들의 주요 이슈들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예술지원을 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들여다보고, 더 나은 방향을 위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진짜 신진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기준, 방향 명확해야
- 신진 예술가 지원
2017년 눈에 띄게 집중되고 있는 지원사업은 단연코 ‘청년예술가지원’이다. 서울시 청년예술단,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가지원 등이 그렇다. 신진 예술가들의 창작활동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필요성, 공감대의 형성은 실제 다양한 사업들로 연결되어 있다. 분명 고무적인 일이지만, 신진예술가를 접근하는 방식과 방향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신진’이라고 말하는 단어가 함의하고 있는 것,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 게다가 예술지원을 ‘일자리창출’이라는 사회적 이슈와 동일시하면서 생겨나는 문제점들 때문이다.
· 누구를 신진으로 부를 것인가?
· 지원사업은 신진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 진짜 신진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109호에 진행된 좌담의 주요 이슈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위와 같다. 즉, 신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신진예술가 지원제도를 경험했거나 참여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술지원이라는 틀 안에서 지원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창작자들 사이에 이력 만들기를 위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무엇보다 기성 극단에 들어가지 않고 자기 작업을 시작하는 창작자가 늘고 있지만, ‘지원제도가 자유로운 시도를 보장하기보다 여전히 안정적인 성과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사업 방향성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어쩔 수 없는 경쟁구도가 필연적이라 하더라도, ‘모든 창작자들은 배경이나 경력으로 평가받지 않고 작업 그 자체로 동등하게 비교되어야 한다’는 의견 역시 신진 예술가 지원제도가 품어야 할 분명한 고려 사항이다.
이러한 문제의식들을 통해 신진 예술가 지원제도가 예술현장에, 혹은 진짜 신진들에게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즉, 다변화되고 있는 예술 현장에 대한 이해, 실질적으로 창작 환경을 넓힐 수 있는 사업으로의 확대, ‘신진’에 대한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가져가야 비로소 예술지원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 연출가 중심의 지원 제도는 현장의 다변화된 창작 방식을 반영하지 못한다.
· 공공 부문의 지원사업은, 젊은 창작자들의 연극계 진입을 확보해주기 위한 공간, 장비 등의 간접지원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 창작자들의 필요에 따라 자기 멘토를 선택하고 제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정산 및 프리젠테이션 능력 등이 창작자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 스스로를 신진이라고 생각하는 창작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장기적인 목적과 방향성을 갖고 단체의 체제를 정비할 수 있는 환경 필요
- 다년간/단계별 단체지원
한국 연극계에서 ‘다년간 지원제도’의 명운은 시시각각 변한다. 제도와 정책을 입안하는 기관도, 예술현장에서도 단체지원의 필요성과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동일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다년간 단체지원은 손에 꼽힌다.
연극계에서 주목할 만한 다년간 단체 지원제도 중 현재 운영되고 있는 것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지자체의 1:1 매칭으로 진행되는 ‘공연장 상주단체육성 지원사업’이 유일하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운영된 서울문화재단의 ‘다년간 예술단체 지원제도’는 2017년에는 사업 진행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팩토리 지원사업’으로부터 시작된 단계별 지원 제도인 ‘창작산실’의 경우도 2017년 또 다른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적어도 2년에서 3년의 주기로 집중 지원을 통해 예술단체의 활동성, 특화된 언어를 개발할 수 있는, 즉 현장 예술가들이 필요로 하는 창작 환경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조금 더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 금전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창작자들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극단의 철학이 지원사업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다년간 지원은 개별 작품보다 극단의 활동 그 자체를 고민할 수 있는 지원이라는 점에서, 극단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 모든 창작자들에게 자생을 위한 준비 단계가 다르므로, 지원 제도도 그만큼 세부적인 것들을 반영해야만 한다.
· 예술지원을 위해 공모제와 추천제를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110호에서 진행된 좌담의 주요 의제는 다년간 단체지원의 방향성, 창작환경에 대한 개선이 주요 논의대상이 되었다. 즉, 단체지원이라는 것은 작품별 지원과는 다르게 한국 연극계의 전체적인 지원제도의 흐름과 예술현장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각각의 지원사업에 대한 의견 역시 긍정적인 측면, 개선해야 할 지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되었다.
| 지원사업 | 주체 | 주요 효과 |
|---|---|---|
| 공연장 상주단체육성 지원사업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각 시도지자체 |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과 다년간 지원은 개별 작품 지원을 세 번 받는 것과 비슷한 규모의 지원이지만 훨씬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제공함 |
| 다년간 예술단체 지원제도 |
서울문화재단 | |
| 창작산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극단 경력이나 배경을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본 공모를 통한 지원사업이 신생 극단에게 보다 공정한 기회가 되고 있음 |
반면, 이러한 사업들의 진행시기 및 제도의 변화에 대한 아쉬움도 많다. 다년간 지원제도가 예술현장의 창작환경을 개선하는 장기적 관점으로의 방향성을 지향한다고 했을 때, 예술가들이 지적하는 개선의 방향성 역시 사업 설계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 하나의 지원사업이 효과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 반드시 고려되어할 사항이기 때문이다.
· 창작산실은 창작 희곡의 개발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연극계 흐름이 작가에서 연출가, 희곡에서 공연 텍스트로 이동해감에 따라 이제 대본 공모를 완전히 배제해버렸다.
·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지원금을 단체가 아닌 극장이 받게 되면서, 작품의 소유권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은 공연 창작 외에 관객개발이나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극단의 성격에 따라 극단 고유의 역량이 강화 혹은 약화될 수 있다.
· 공공 공연장만을 대상으로 상주단체를 매칭하는 것은 현장의 다양한 창작 방식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예술단체의 다년간/단계별 지원제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성과 역시 단기간에 몇몇의 작품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과 단체의 활동성을 높일 수 있는 관점을 갖고 하는 지원의 방식과 성과도출의 개념 역시 다른 잣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창작자들이 권위를 부여해 줄 수 있는 제도로 만들어야
- 예술작품지원
예술작품지원제도, 그러니까 작품계획서를 중심으로 지원을 결정하는 제도는 현재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예술작품지원제도가 유일하다. 평균 300여개의 단체가 지원 신청을 하고 2500만원의 지원금 내에서 평균 45개 내외의 단체가 선정된다. 지원 건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당히 적은 단체가 이 제도를 활용해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 사업에 대한 기대와 효과, 필요성에 대한 현장 예술가들의 인식은 명확하다.
무엇보다 예술작품지원제도가 신진 및 기성 극단 모두의 활동에 가장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지원제도이며, 그런 의미에서 예술작품지원 선정 결과가 한 해 연극계의 미학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수긍할만하다. 다만, 예술작품지원제도가 예술현장과 괴리되지 않는 사업으로 확장 운영되려면 다양한 부분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 지원 신청서에 홍보 계획, 사업 평가 등을 작성하는 것의 효과를 재고해보아야 한다.
· 작품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창작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 아주 구체적인 심사평을 내놓는 것이 심의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연령이나 경력 등에 따른 여러 지원 트랙이 있어야 한다.
· 현장의 창작자들이 예산을 직접 짠다는 것은 기성의 제작 프로덕션과는 다른 자기만의 창작 환경을 만든다는 뜻이므로, 그에 맞는 운영 방식을 고려해주어야 한다.
· 최대한 현장의 방식을 고려해서 지출한 것에 근거해 정산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해가더라도 예측 가능한 지속성을 담보해야 한다.
· 지원서를 잘 쓰면 선정이 되는 것인지, 그렇다면 어떤 지원서가 잘 쓴 지원서인지 참고 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 지원사업 스스로 창작자들이 부여해주는 권위를 만들어가야 한다.
지난 111호에 게재된 구체적인 논의의 핵심은 예술작품지원제도의 필요성만큼 그것이 현장에 조금 더 부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있었다. 즉, 지원예산이 당장에 두세 배 늘어날 수 없는 현실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은 사업의 진행과 운영의 묘가 다른 관점으로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문화재단은 블라인드 심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고, 실제 2017년 지원사업 심의 선정에서 이와 같은 방식이 적용되었다. 그러한 방식이 실제로 적용 가능할 것이냐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즉, 개별 창작자들이 자기 미학과 질문을 발전시켜왔던 그간의 궤적과 의의를 가려버린다는 점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를 동등한 입장에 세운다는 점에서 연극계에 새롭게 진입하는 창작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공존하는 것처럼, 지원제도를 바라보는 관점의 다양성은 하나의 공통된 수식을 갖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제시되고 있는 여러 가지 개선점들은 이 사업의 현장 적용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거론되고 있음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원사업 스스로 창작자들이 부여해주는 권위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지점은 분명 사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창작공간 지원의 효과, 지속성으로 담보해야
- 창작공간지원
본 좌담 시리즈의 마지막에 이슈였던 ‘창작 공간 지원제도’는 ‘2010예술지원제도개선안’에 따르른 간접지원 확대로 확장되었다. 연극창작개선지원사업, 대관료지원사업, 예술창작발표공간지원사업, 공공연습실 운영사업, 서울형 창작극장 운영사업 등이다. 예술가의 직접지원보다 인프라 및 환경을 조성하여 창작활동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최근 5년 사이 눈에 띄게 확대되었다. 다만, 이러한 창작 공간 지원이 현장에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과연 어떤 사업들이 펼쳐지고 있는지를 체감하는 예술가들은 극히 적다. 그 이유는 단기간에 걸쳐 생기고 폐지되면서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지원사업명 | 내용 | 시행연도 | 운영주체 |
|---|---|---|---|
| 연극창작개선지원사업 | 대관료 및 제작비 일부 지원 | 2014~2015 폐지 |
서울시 |
| 서울형창작극장운영사업 | 공연장 임차료 지원 |
2016~현재 | 서울시 |
| 대관료지원사업 | 대관료 80% 지원(사후) |
2014~2015 폐지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 예술창작발표공간지원사업 | 극장 운영비 | 2015년 폐지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 공공연습실 운영 | 연습실 대관 | 현재 | 서울문화재단 |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 공간지원은 대부분 1~2년 사이 생겨나고 폐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작자들에게 보다 원활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측면과 실제로 공간을 운영하는 예술가에게 지원하는 효과가 충분히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제시한 창작공간 지원사업은 다양한 측면에서 예술현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들이 많다.
· 극장 대관료는 총 제작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대관료를 지원받는 것은 창작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관료 지원사업’은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작품지원’보다 진입장벽이 낮았지만 그와 비슷한 정도의 재원을 제공했다.
결국 창작공간 지원제도 역시 창작활동의 수월성에 방점이 찍힌다. 공간을 매개로 예술단체의 창작활동이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과연 간접지원으로서의 효과는 어떠한가 하는 것들이 그렇다. 최근 몇 년 사이 진행된 사업들을 들여다보면서 공간 지원에 있어서의 공공의 기능과 역할은 어떻게 증대 되어야 하는가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 민간 연습실은 대개 환경이 열악하고 규모가 획일적이기 때문에, 연습실을 이용하는 배우들의 심리에 영향을 끼칠뿐더러 다양한 미학적 시도를 제한한다.
· 공공 극장 대관의 심사 기준이 대중성에 맞춰져 있어 실제로 극장을 이용할 수 있는 극단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
· 규모와 설비에 차등을 둔 공공의 연습실이 보다 다양하게 확보되어야 한다.
· 극단에 극장 대관료를 직접 지원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관료 지원사업’이나 특정 공연에 대해 극단과 극장을 매칭해서 지원했던 ‘창작스튜디오운영사업’ 등 창작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공간 지원 모델을 확장해야 한다.
· 공연을 올릴 극장을 필요로 하는 극단과 공간을 사용할 단체를 필요로 하는 극장이 상호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2017예술지원제도를 묻다’라는 주제를 갖고 연속 진행한 좌담을 통해 주목하고자 했던 것은 지원제도가 전면 재설정되어야 한다는 측면은 아니다. 현재 연극계의 다양한 흐름을 견인할 수밖에 없는 지원제도가 현장을 어떻게 읽고 있으며, 그것은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가를 현장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여다보고자 함이었다.
지원제도는 분명 예술가를 위해 만들어지고 집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먼저다. 행정의 필요도 있고,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하지만, 사업의 계획과 운영, 실현의 방법들이 모두 예술현장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신진예술가지원, 단체 다년간지원, 예술작품창작지원, 창작공간지원 등은 한국연극의 주요 지원사업이다. 여기에서 진행된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가 실제 사업설계에서 고민의 지점으로 적용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