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검색영역

- 청년예술가 집담회

청년예술가를 만나다

김승언_배우
123호 2017.09.07
이번 기획연재로는 신진예술가들의 창작활동 과정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집담회’를 기획했습니다. 2017년에는 서울시 청년예술단,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가지원 등 청년예술가들의 진입경로를 낮추고, 창작활동의 기회를 폭넓게 마련한다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이 유독 많아졌습니다. 그 결과 연극 분야로만 약 90여 개의 개인 및 단체가 관련 지...

이번 기획연재로는 신진예술가들의 창작활동 과정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집담회’를 기획했습니다. 2017년에는 서울시 청년예술단,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가지원 등 청년예술가들의 진입경로를 낮추고, 창작활동의 기회를 폭넓게 마련한다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이 유독 많아졌습니다. 그 결과 연극 분야로만 약 90여 개의 개인 및 단체가 관련 지원 사업을 통해 작품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등 눈에 띄게 신진 예술가들의 작업이 확대되었습니다.
반면, 이들의 창작활동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실제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어려움은 어떤 것인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웹진 『연극in』에서는 이번 집담회를 시작으로 청년예술가들의 실제 창작과정을 들여다보고, 그 과정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청년 예술가들의 활동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일시: 2017년 8월 21일 3시
장소: 서울연극센터 2층 아카데미룸
진행: 김승언(배우)
참석: 연극 분야 청년예술가 누구나

김승언 : 안녕하세요, 배우 김승언입니다. 오늘 이 자리는 누구나 청년예술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모이시게 됐는데요. 새롭게 연극판에 진입하려는 경우에 어떤 면에서든 진입장벽을 크게 느끼게 되잖아요. 소위 스타트업 같은 팀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아주 미세한 것부터 거대한 이야기까지, 실제로 나는 이런 것들을 겪었고, 이런 어려움이 있었고, 이러한 부분은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처음 청년예술가 지원제도가 생겼는데요. 어떤가요? 지원을 받은 분도 있고 아닌 분도 계시겠지만, 이런 지원제도라도 없는 것 보다는 나은가요?

지원만큼 필요한 네트워크의 필요성
- 지원 당시의 행복함 Vs 실행단계에서의 막막함

참가자 : 개인적으로 너무 좋죠. 기본적인 취지가 생애 최초 예술 활동 지원이라 너무 좋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 같은 경우는 지원 자격이 안 되더라고요. 순간 왜 35세 미만? 이렇게 생각이 든 거죠. 두산아트랩도 비슷한 과정인데 그곳도 마찬가지로 40세 미만, 거기에도 이미 넘어서 버렸는데요. 그러면서 왜 나이라고 하는, 아주 오래된, 이분법적인 사고로 기준을 잡아놓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함이 들었어요. 계속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이 제도가 기본적으로 생애 최초 예술 활동을 하려는 사람(단체)에게 기회를 주는 게 먼저이냐, 아니면 그 나이가 중요한 것이냐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참가자 : 아직 지원을 받은 일은 없고요,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저는 연출, 기획 다 혼자 하는 1인극을 합니다. 규모가 너무 작다보니 지원도 어렵습니다. 저는 단체장이지만, 단체장에게는 돈을 지급할 수 없잖아요. 2015년부터 프린지페스티벌만 계속 참여했어요. 제일 신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을 하는데요. 나이에 대한 문제는 두렵습니다. 저는 지금 서른인데요. 35살까지 자립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건가? 하는 엄청난 공포에 쫓기더라고요. 공포에 쫓기려고 예술가가 되려고 한 게 아닌데… 지금은 일 년에 한 번이지만 계속 공연을 만들고 싶은데,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참가자 :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 생활을 하다가, 우리끼리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도전을 했고, 최초 예술가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일단은 저희 안에서 해결해야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인맥이 하나도 없으니까요. 우리는 배우집단인데 작가나 연출 아는 분들이 없거든요. 배우야 오디션을 통해 뽑으면 되지만, 작가 같은 경우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참가자 : 저희도 원래 배우집단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제가 연출을 맡고 있는데요. 저희 역시 인맥도 없고, 돈도 없으니까 저희가 바라볼 게 이런 지원 사업 밖에 없는 거예요. 지원 사업이 없으면 연극을 할 수가 없는 거죠. 전에 상업극에 참여하게 됐는데 첫 달은 연습이고 2, 3번째 달은 8회, 16회 계약했는데 회당 페이가 1만 5천 원인 거예요. 그러면 난 뭘 먹고 살아야 하지? 생각이 드는 거죠. 사실 지원을 받아도 돈 없는 건 마찬가지지만, 물만 먹고는 안 살죠. 라면 먹고는 살 수 있어요.(웃음)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죠. 작업을 할 수 있고 숨 쉴 수 있게 해주니까요. 물론 풍요롭진 않죠.

참가자 : 저는 이제 곧 공연이 올라가는데요. 비전공자이고 대학에서 동아리로 시작을 했는데, 저 역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연극계 동료가 아무도 없는 거죠. 처음에는 ‘이십할페스티벌’에 먼저 나가서 동료를 만들라는 조언도 들었어요.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일차적으로 막막함을 느꼈고, 두 번째로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홍보 플랫폼도 없는 거죠. 공연을 올렸는데 보러 와주시는 분들이 안 계실까봐 그것도 걱정인 거죠. 데뷔작이잖아요. 관객이나 동료 연극인, 평론가분들의 피드백이라도 받으면 동기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안 될 것 같은 게 아쉬운 점입니다.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고 홍보플랫폼도 많이 공유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참가자 : 아직 데뷔를 못한 배우입니다. 최초(예술지원) 선정이 되어서 사전연구형으로 200만 원 받고 워크숍을 준비 중인데, 사실 워크숍보다는 공연을 하고 싶어하고 있죠. 최초예술지원도 공연준비 중에 지원한 건데… 사실 잊고 있었거든요. ‘우리 아마 안 될 거야.’ 이러다가 선정되었다는 문자보고 감동받아서 그 자리에서 막 울고 그랬거든요. 근데 이게 막상 선정되고 나니까 막막하더라고요. 여기에 지원 받으신 분도 있고 못 받은 분도 있고, 공연을 올리신 분들도 있잖아요, 이런 게 공유가 되면 서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기면서 서로가 서로의 공연을 볼 수 있고, 그렇게 네트워킹 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기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자기 팀에만 있으면 자기 팀밖에 모르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공연 계속할거니까 이런 자리 만들어 주시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참가자 : 11월 공연을 준비 중인데요. 제가 얘기 들으면서 느낀 것은 인프라, 인맥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다들 각자 알고 있는 전문 분야들이 있잖아요. 배우나 연출, 스텝(조명, 음향) 등 한 쪽만 잘 알고 있는 그런 단체와 단체, 개인과 단체, 개인과 개인들이 서로 알게 되어 협업을 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참가자 : 저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만 참가를 했었는데요. 우주마인드프로젝트의 작품을 <잡온론> 때부터 계속 보게 되었었어요. 롤 모델 같은 느낌이거든요. 저도 그런 식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하는 원동력을 얻어 가시는지 궁금했습니다.

김승언 : 저희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우리가 하고자하는 작업이 과연 지속가능한가. 공연을 한 번 했다고 해서 다른 공연을 제작하고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가. 잠시 휴지기를 가지면서 생각을 했어요. 지원금 제도에만 의지해서 공연을 올릴 수밖에 없다면 안 하는 게 맞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내가 공연을 올릴 수 있는 자리를 찾아가자.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거리극 쪽으로 방향을 좀 달리 하게 됐어요. 사실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 대관료거든요. 그런데 돈이 있어도 안 빌려주는 극장들도 있죠. 대학로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공연을 올릴 수는 없을까? 그리고 꼭 극장이어야 하는가? 그런 질문을 하면서 공간을 이동한 것이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계속 이어가볼까요?

청년에게 강요되는 자격기준
- 어느 극장에서 누구와 어떤 작업을 했는가?

참가자 : 극단 생활을 하다가 잠깐 쉬면서 나와서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서 1인극을 시작으로 배우 겸 창작자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스’에 살짝 점을 찍고 있는 중인데요.(웃음) 저는 이번에 최초예술 지원에서 떨어졌어요. 사실 지금 지원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누구와 작품을 했는가. 극장 이름도 보는 것 같아요. 제가 1인극을 준비하면서 든 생각이 있어요. 내가 여기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경력이 될 만한 것을 남겨줘야 한다는 거에요. 그래야 다음 스텝을 나갈 수 있으니까요. 대관료를 많이 내더라도. 이것도 여쭤보고 싶었어요. 사실 예술이 체험적이고 경험적인 부분도 필요하지만, 저희가 직장인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경력을 요구하는 게 이해가 안 가거든요. 이 사람이 어떻게 포텐이 터져서 확 뜰지도 모르는데. 어느 극장에서 누구와 작품을 한 것으로 그 사람을 좌우한다는 게 속상하기도 하고요.

김승언 : 어느 극장에서 누구와 일을 했는가가 개인의 경력이나 이력이 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의외네요. 처음 느꼈어요. 어쨌거나 극장의 이름 때문에 대학로에 있는 괜찮은 극장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건가요? ‘앞으로’를 위해서?

참가자 : 그런 것 같아요. 예술인증명을 할 때도, 증명자격조건에 이미 나와 있어요. 워크숍, 졸업공연은 안 되고…. 경력이 3년이 다 됐는데, 이름 모를 극장에서 공연을 하기도 하는데, 리플렛이 한 장 밖에 없어서 이걸로는 증빙이 안 된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제가 증명을 하려면 좀 유명한 작품의 리플렛이나 포스터가 있거나, 전통이 있거나, 사람들이 들으면 딱 알만한 극장에서 했거나, 공연현장에서 작가가 찍어준 사진이 있거나, 축제에서 뭘 하거나, 이런 형식이 있어야 인정을 해주는 구나. 자생해서 하고 싶어서 워크숍 형식으로 극을 올리면 인정이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참가자 : 올해 초에 작품을 써서 사비를 조금씩 모아서 공연을 올려봤는데, 하면서 우리 돈으로 하면 무조건 마이너스라는 걸 깨달았죠. 지원사업을 여러 군데 넣어봤는데 해보면서 느낀 점은 어쨌든 경력 있는 단체나 이름 있는 극단들이 계속 지원을 받는구나, 였어요.

참가자 : 저는 아까 나이 이야기를 인상 깊게 들었습니다. 서구권에서 봤을 때 이건 확실한 차별이거든요. 저는 나이도 얼마 안 남았어요. 시한부예요. 과연 나는 어떤 것에 지원을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상태고, 아는 사람도 없으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다른 분야 선배님들이 하시는 말씀이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것을 알아야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올해 초에 공연 만들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표가 안 팔리면 지원사업도 희망고문인 것 같아요. 결국 사람을 어떻게 불러 올 것인가. 요즈음 많이 하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도 문제가 있어요. 기부나 후원이 문화적으로 잡힌, 예를 들면 팁 박스 문화가 있는 그런 나라는 기부나 후원이 그 나라의 문화인 거죠. 그런 문화가 있는 나라에서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을 만든 건데, 기부와 후원이 없는 사회에서 시스템만 갖추고 있으니까 이상한 상태가 되는 것 같아요.

김승언 :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주제나 이슈와 상관없이 마치 ‘아무말 대잔치’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 나눠보겠습니다.

참가자 :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올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뮤지컬이나 영화는 돈을 들여서라도 보는데 연극은 왜 그렇지 않을까…. 극장의 환경이 좋으면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해봤어요. 대학로에 많은 극장들이 있지만 ‘와! 되게 좋다’라고 관객들이 느낄 수 있는 극장, 화장실이 좋거나 좌석이 편한 극장은 많지 않은 게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지원사업을 받을 때 금전적인 것도 좋은데, 극장을 좀 좋은 곳을 대관 해주는 것이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원금을 조금 줄이더라도.

참가자 : 저는 극단에 소속되어 있는데요. 11월 공연이 끝나면 다음 일정이 없어요. 제가 기획서를 수십 개 쓰면서 창작활동의 목적을 잃었어요. 피라미드에 갇혀버렸고, 나가면 도태된다는 사실도 알아버렸고. 저는 예대를 나와서 기획전공이니까 쓰는 법을 배웠고 배운 대로 쓰다보니까 학교에서 배운 대로 하다보면 틀리고, 영풍문고에서 책보면서 공부하고 군대에서도 공부하고, 떨어져서 다시 공부하고. 제가 어느 날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어요. 하늘의 운이 다 우리에게 와서 모든 지원 사업에 선정되고 나면 그 다음에 뭐하지 하는.

참가자 : 저는 지원사업 이전에 고쳤으면 하는 점들이 연극판이 제대로 된 인건비를 받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정부가 신경을 많이 안 써도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작비가 부족할 때 제일 먼저 삭감되는 것이 배우들의 개런티잖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무대에 서는 사람들이 배우들인데. 이런 것들이 제도적으로 개선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제도적으로 정당한 인건비를 제시하는 프레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참가자 : 연극학과 4학년 졸업을 앞둔 대학생입니다. 저희 학교는 졸업공연을 4학년 1학기 때 하고 2학기 때 수업이 없어요. 남은 학점만 채우면 되니까.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뭐부터 막히느냐면, 연극학과임에도 불구하고 방송매체를 꿈꾸는 친구들이 워낙 많아서 팀이 안 꾸려지는 거예요. 동기들 꼬드겨서 겨우 2인극을 꾸렸는데 공연이 끝나고 나면 해체가 되거든요. 예술인 네트워크가 잘 돼 있었으면, 이렇게 배우나 스텝이 필요할 때 마치 ‘알바몬’ 같은 것이 있으면 어떨까 상상을 해봤어요. ‘협력’ 얘기를 하셨는데 극단은 계속 생기는데 아무래도 연극이 잘 돼서 커진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기존에 있는 극단들이 다 같이 으쌰으쌰 해서 사람들에게 더 연극을 홍보를 할 수 있는 장이 형성되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해요.

참가자 : 저는 멀쩡하게 회사생활 하다가 몇 년 전에 이쪽으로 넘어왔고요. 바로 일을 할 자신이 없어서 대학원을 다니다가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배우가 됐든 스텝이 됐든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진짜 잘나가는 공연 아니면 최저시급도 안 나오고, 턱도 없는 보수를 받으며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들을 들으면서 이게 목숨만 안 걸었지, 독립운동가랑 뭐가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연극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은지, 왜 연극을 지원해서 지속하게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 오늘부터 많이 고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가자 : 저 같은 경우는 러시아에서 공부를 했는데요. 러시아가 치안도 안 좋고 테러도 많거든요. ‘한국에 오면 나는 모든 걸 할 수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왔는데 어떤 측면에서는 러시아의 환경보다 열악한 것 같아요. 결국 제도의 문제고, 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 같고요. 여러 명이 지원을 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하나의 공연이라도 제대로 올려 져서 예술이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술가로서 자립을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극인의 입장을 생각해서 제도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김승언 : 제도에 대해 분명히 짚어야할 부분에 대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때까지 버텨내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요. 이 안에서 내가 어떻게 하면 버텨나갈 수 있을까. 어떻게 내 예술 활동을 해나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적자 덜 내면서, 혹은 돈을 조금이라도 벌면서 버텨나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비단 예술계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 시스템의 문제 같아요. 이게 개선되기 위해서는 제도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면서도 내가 설 땅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작업을 진행하셔야 할 것이고, 각자 스스로 그런 방법들을 개발해 나가야겠죠.

참가자 : 연극이 아닌 설치미술, 순수미술 쪽에서 활동했었어요. 퍼포먼스로 풀고 싶었던 것을 텍스트로 풀다가 이게 연극이 되었고 그래서 공연활동을 하게 됐는데요. 다른 분야보다 힘든 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 일을 배운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어찌어찌하다보니 연습실을 운영하게 됐어요. 좋은 취지에서 우리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공간을 함께 쓸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보자는 뜻으로요. 저희와 시간대가 맞는 팀이 조금 좋은 조건으로 연습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스튜디오 두유라는 곳이고요.(웃음) 좋은 연이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당동에 있으니 연락 주세요. 스튜디오 두유입니다.

참가자 : 지원사업에 다 떨어졌는데, 모였으니까 공연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은 게 크라우드 펀딩이었고 이걸 통해서 공연을 올렸지만 다음을 생각하니까 막막하더라고요. 경험이 있고 기존에 사둔 소품이나 그런 게 있으니까 활용해서 하면 되겠지, 다음은 좀 쉽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더라고요. 지난 공연에서 400만 원이라는 수익이 났지만, 인건비니 뭐니 해서 돈이 안 남더라고요. 다음 공연을 하고 싶은데 두려움이 커지는 거죠.
목적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은데 저는 뮤지컬 팀을 하나 운영을 하고 있어요. 이 뮤지컬 팀은 프로와 아마추어 경계를 나누지 않고 기부를 하는 팀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공연을 올려서 실제로 기부를 하게 되었어요. 물론 수익은 없지만 나눔 활동을 하면서 예술 활동의 의미를 찾았거든요. 인지도가 중요하거나 돈을 버는 게 목적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다른 쪽으로 예술을 하는 목적을 찾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김승언 :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오늘 이 자리를 끝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서 아무에게도 말 하지 못 했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두서없이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많은 가능성이 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지원제도가 예술가들에게 원하는 것이 일종의 ‘사회적 파급효과’라면 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단기적인 성과를 요구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예술가들이 스스로 뿌리내릴 수 있을 때까지의 과정을 지원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제도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청년예술가 집담회를 시작으로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활동들이 생겨나기를 기대해봅니다. 오늘 함께 자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본 원고는 청년예술가 집담회에서 진행된 이야기를 발췌, 정리한 내용입니다. 자유로운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 자리라 참가자의 실명을 명시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편집자 주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