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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저작권, 어떻게 논의되어야 하는가】 두 번째 이야기

저작권을 둘러싼 쟁점: 일본의 경우

이성곤_연극평론가
148호 2018.09.20
지적재산권(지적소유권)이라는 말은 이제 보통명사처럼 누구나 사용하는 법률용어가 되었다. 일본에서도 같은 한자를 쓰며 동일하게 표기하고 있다. 이를 크게 둘로 나누면 특허권, 실용신안권, 의장권, 상표권 등의 산업재산권과 또 하나는 문화창작물을 보호 대상으로 하는 저작권으로, 저작권은 저작권법이라는 법률로 보...
지적재산권(지적소유권)이라는 말은 이제 보통명사처럼 누구나 사용하는 법률용어가 되었다. 일본에서도 같은 한자를 쓰며 동일하게 표기하고 있다. 이를 크게 둘로 나누면 특허권, 실용신안권, 의장권, 상표권 등의 산업재산권과 또 하나는 문화창작물을 보호 대상으로 하는 저작권으로, 저작권은 저작권법이라는 법률로 보호하고 있다. 산업재산권의 경우 등록을 하지 않으면 권리가 발생하지 않는 데 반해, 저작권은 권리를 얻기 위한 과정이 필요 없다. 저작물을 창작한 시점부터 자동적으로 권리가 발생(무방식주의)하고, 이후 원칙적으로 저작자 사후 50년까지 보호된다. 사후 70년을 기준으로 하는 우리나라에 비해 20년 짧다. 일본도 저작권 보호에 관한 기본 조약인 베른협약에 가입되어 있지만 영미권 기준을 따르는 우리나라와 달리 독자적인 보호 기간을 유지하고 있다. 어쨌든 저작권법에 따르면 어린이가 그린 그림도 ‘훌륭한’ 저작물이 되는 것이다. 일본의 저작권법은 한국과 법계를 같이 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저작권법을 의율(擬律)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맥락이나 구성 등이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저작권을 둘러싼 문제의식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저작권을 둘러싼 쟁점과 문제점을 살펴보자.
정의신과 신주쿠양산박 이야기
먼저 유명한 사건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재일교포 극작가 정의신과 신주쿠양산박의 저작권을 둘러싼 재판이다. 결론이 내려진 지 1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일본 연극계에서 ‘저작권 이슈’가 생길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1995년 정의신이 그간 몸담았던 신주쿠양산박을 그만두며 남긴 말이 ‘화근’이었다. “미리 양해를 구하면 공연을 허락하겠다.” 그러나 이후 극단이 무단상연은 물론 무단각색까지 하기에 이르자 정의신은 신주쿠양산박에 자신의 작품을 일체 공연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그 후에도 2005년 3월 <인어전설>이라는 작품의 한국공연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가 하면, 2007년에는 <그 이후의 여름>이라는 작품을 제목까지 바꿔가며 공연을 준비한다. 이에 정의신은 공연금지가처분신청을 낸다. 법원은 정의신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연금지 및 화해권고를 내리지만, 정의신이 ‘화해’ 대신 정식판결문을 요청하자 극단 측이 ‘청구기각’을 선택함으로써 사건이 종결되었다. 이 사건은 일본 연극계에서 적지 않은 화제를 모았다. 뿐만 아니라 연극인들에게 많은 고민거리와 저작권에 대한 학습의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가령, 신주쿠양산박의 주장처럼 연출의 아이디어나 배우의 즉흥연기와 애드리브를 공연과 희곡에 반영할 경우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아니라면 연출과 배우는 공연에 대해 무슨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가?
고교연극과 공연허가
최근에는 ‘고교연극과 공연허가’가 이슈화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교연극이 활성화되어 있어 전국고교연극대회가 매우 권위 있는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고교연극’이라는 말이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겠다. 여기서 말하는 ‘고교연극’을 포괄적으로 해석하자면 비영리·무료·무보수 공연 일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비영리 아마추어 연극을 포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본 연극계에서는 무료 공연에 대해서도 저작권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학생들이 일본 작품을 공연하기 위해 저작권자에게 연락을 취하자 형식적으로 5천 엔의 저작권료를 받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교육 과정에서 학생이 연출한 비영리·무료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일본 저작권법 제38조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상연 등’에 대해 저작권 제한 조항을 두고 있다. 대강의 내용은 이러하다.

가. ‘상연’ ‘연주’ ‘상영’ ‘구술’ 등 어딘가에 속할 것.

나. 이미 공표된 저작물일 것.

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것.

라. 청중, 관중으로부터 요금 등을 받지 않을 것.

마. 주연자(主演者) 등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지 않을 것.

바. 관행이 있는 경우 ‘출처의 명시’가 필요.

물론 여기에는 단서조항이 따른다. 가령, 주최나 공동주최 단체에 신문사 등 영리기업이 포함되었을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팸플릿 구매가 입장 조건일 경우 입장료를 받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 그리고 연회비 등 회비를 징수하여 운영하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고교연극이나 대부분의 아마추어 연극은 무료로 공연되고 있음에도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곳이 많다. 사단법인 일본연극협회에서는 입장료 무료 공연이라 하더라도 90분 이내의 공연은 만 엔, 91분 이상의 공연에 대해서는 2만 엔의 상연요금을 정해놓고 있다. 개별 극단이나 극작가의 경우도 자체적으로 요금을 정해놓고 있다. 일본 저작권법 제38조 1항에 버젓이 명시되어 있는 ‘저작권의 제한’ 규정이 왜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것일까?
저작인접권과 저작인격권
앞서 제기한 두 가지 질문, 공연에 대한 연출과 배우의 권리와 법적 지위, 그리고 ‘저작권의 제한’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답을 구해볼 차례다. 힌트를 저작인접권과 저작인격권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어감이 비슷하지만 두 개념은 큰 차이가 있다. 저작인접권이 저작자는 아니지만 저작물을 전달함으로써 창작에 준하는 행위를 한 자에게 귀속되는 권리라면, 저작인격권은 말 그대로 저작자의 인격과 명예를 보호하는 권리다. 결론을 미리 말해두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작자로서 연출과 배우의 권리는 상대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저작인접권은 저작물 등을 공중(公衆)에 전달하는 자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공연예술에서는 무대나 음악, 디자이너 등과 달리 무형의 ‘저작물성’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연출과 배우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공동저작자로서 연출가와 배우의 권리는 저작인접권 가운데 실연가(實演家)의 권리를 통해 보호받는다. 연극에 국한하여 보자면 실연가의 권리는 실연가인격권과 저작인접권, 청구권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저작물을 공표할 경우 저작자명을 표시할 것. 그리고 저작물과 그 제호(題號)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말한다. 공동창작이나 공연의 결과물(가령 공연영상이나 사진 등)의 경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공연예술에서 연출가와 배우의 권리규정이 미비하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정의신과 신주쿠양산박 재판 당시 일본극작가협회에서는 공동집필, 공동저작으로 인정받으려면 실제로 집필을 분담한 사실이 있거나 발표시점에 그것을 문자로 명기한 경우에 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극작가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주장이지만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비영리·무료·무보수 공연에 대한 ‘저작권의 제한’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은 2차 저작물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각색이나 번안은 저작권법상 2차 저작물에 속한다. 2차 저작물은 저작권의 제한 대상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각색이나 번안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이다. 대본을 재구성하거나 대사를 잘라내는 것, 조사를 바꾸거나 부분적으로 수정하는 것, 그리고 배우의 남녀비율이나 출연자 수에 맞추기 위해 대본을 일부 수정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는 소위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유지권에 저촉되기 때문에 반드시 저작권자나 원작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설령 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2차 저작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법률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필자의 눈에도 이러한 경직된 법해석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공연 창작 행위의 상식적 프로세스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결론적으로 일본 저작권법의 제한 규정을 무력화하는 해석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화, 그리고 유연한 권리 제한규정
법 개정에 있어 일본은 매우 보수적인 국가임에 틀림없다. 저작권법만 보더라도 기본은 1970년 개정 당시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앞서 얘기했듯이 일본 저작권의 보호 기간은 원칙적으로 저작자의 사망 후 50년까지다. 예외적으로 ‘무명/가명’ 혹은 단체명의 저작물일 경우 저작물 공표 후 50년까지 인정되고, 영화저작물의 경우 공표 후 70년까지 보호된다. 영화저작권의 보호기간은 2004년 1월1일에 개정되었다. 그 밖의 저작물 보호 기간은 1970년 저작권법 전면개정 때 사후 38년에서 50년으로 연장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바뀌지 않고 있다. 2016년, 70년으로 연장하자는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일본 내에서도 보호 기간 연장에 대한 요구가 많다. 일본문예가협회, 일본음악저작권협회(JASRAC), 일본예능실연가단체협의회(예단협), 일본레코드협회 등이 주도하고 있다. 한편, 극작가나 법률가, 학자 등이 중심이 되어 소위 ‘저작권보호기간 연장문제를 생각하는 국민회의’를 발족하여 반대하고 있다. 과거의 저작물을 보호할 것이냐 이용할 것이냐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2018년 5월 18일 저작권법 개정안이 일본 참의원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소위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화에 따른 규정의 정비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권리 제한규정을 유연화 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서는 그 내용을 다 살필 수도 없을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제30조 4항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 또는 감정의 향수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용’이라는 대목이다. 기존의 ‘기술의 개발 또는 실용화를 위한 시험에 제공하기 위한 이용’(현행 제30조4항) ‘정보분석을 위한 복제 등’(제47조7항)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항목을 삭제하고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규정으로 재정비한 것이다. 신 규정에서 명시하고 있는 ‘사상 또는 감정의 향수’란 다름 아닌 예술작품을 대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 말하자면 ‘예술적 행위’로 규정되지 않는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의 권리 제한이 유연해졌다는 의미다. 작품의 마케팅과 관객개발을 위한 정보공유 활성화로 이어진다면 공연의 ‘유통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공연의 새로운 가치 창조 사이클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영세극단들은 지금도 극장 좌석에 ‘지라시’를 비치하는 수공업적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개정법은 2019년 1월 1일 자로 시행될 예정이다. 큰 틀에서는 한국과 대동소이하지만 세부규정을 들여다보면 미세한 차이점들이 발견된다. 우리의 문제와 해법을 찾기 위해서라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본 내의 ‘저작권 논쟁’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