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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깊은 몰입의 순간, ‘서촌공간서로’

현예솔_연출가
153호 2018.12.06
‘서촌공간서로’는 이름 그대로 서촌에 위치한 아담하고 세련된 공연공간이다. 3호선 경복궁역에서 느긋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는데, 아기자기한 서촌 동네를 기웃기웃 구경하며 가기 좋은 코스에 있다. 필자는 올여름 이곳에서 소설 낭독공연을 연출했다. 그 경험을 기반으로 솔직한 리뷰를 적어보려 한다.
‘서촌공간서로’는 이름 그대로 서촌에 위치한 아담하고 세련된 공연공간이다. 3호선 경복궁역에서 느긋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는데, 아기자기한 서촌 동네를 기웃기웃 구경하며 가기 좋은 코스에 있다. 필자는 올여름 이곳에서 소설 낭독공연을 연출했다. 그 경험을 기반으로 솔직한 리뷰를 적어보려 한다.
서촌 골목을 요리조리 지나 그 끝자락에 다다르면 모던한 외관의 ‘공간서로’ 건물이 나온다. 극장의 1층은 카페로 꾸며져 있어 관객들은 편안하게 공연을 기다릴 수 있다. 계단 하나를 내려가면 지하 1층에 가로세로 7M의 정사각형 블랙박스 극장이 나온다. 기존에 설치된 객석은 약 6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물론 가변형이다. 이 공간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신축 원룸’이라고 하고 싶다. 작다. 하지만 깔끔하고 설비가 잘 되어 있다. 장비들도 대부분 새것이다. 대신 작다. 어떤 형식의 공연에서는 이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공간 자체가 정사각형이니 객석이 절반을 차지하고 나면 무대 공간은 옆으로 길쭉한 직사각형이 된다. 필자도 공간이 작다는 이야기를 사전에 듣긴 했지만 실제로 봤을 땐 당황스러웠다. 무대의 깊이를 거의 활용할 수가 없다. 무대 안쪽 끝에서 객석을 향해 다섯 걸음 정도 걸어오면 1열에 앉은 관객과 무릎이 부딪힐 정도다. 그만큼 객석과 무대가 가깝다. 양옆의 포켓 공간도 없다. 분장실은 객석 뒤편에 위치해있는데, 이 때문에 배우는 필연적으로 객석 계단을 통과해서 등장해야 한다. 드라마틱한 등장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무대의 양옆 또는 뒤에서 등장하기 위한 벽체를 설치한다면 연기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안 남을 것 같다. 이런 공간제약이 있는 관계로 이 극장에서 큰 무대세트와 많은 출연진이 필요한 공연을 하게 된다면 아마도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다. 하지만 관객과 거리가 가깝다는 것은 몰입에 큰 도움이 된다. 거의 모든 객석이 1열이라고 보면 된다. 배우의 목소리는 작게 말해도 객석 끝까지 명료하게 전달되고, 관객은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의 미세한 눈빛과 표정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이 극장이 가진 분명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곳에서 1인 낭독 공연을 올렸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한 명의 배우가 이야기를 읽어주는 형식에는 상당히 잘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빈 무대를 잘 활용한다면 마치 다른 공간으로 간 것 같은 일루전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다. 이곳에서 음악공연도 많이 한다고 하는데, 관객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퍼포머를 볼 수 있고 퍼포머도 가까이에서 관객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주의할 점은 높은 집중도가 빠른 체력 저하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40분. 필자에게 이 공간을 소개해주신 분은 이곳의 장점이 몰입감이지만, 깊은 몰입이 이루어지다가 급격하게 지치는 시점이 있는데, 그게 공연 시작 후 40분 전후라고 하셨다. 정말 꿀팁이었다. 필자는 그래서 공연 시작 후 40분경에 좀 더 다이나믹한 장면이 나오도록 애썼고, 다행히 1시간이 약간 넘는 공연을 관객들이 졸음과 싸우지 않도록 마칠 수 있었다. 나중에 이 공간에서 공연할 계획이 있는 분들께도 꼭 이 팁을 전달해드리고 싶다. 기술면에서는 조명과 영상을 언급하고 싶다. 천고가 높지 않고 면적이 좁아 많은 조명기를 활용하기는 어렵다. 극장이 보유한 조명기 수량도 미니멀한 편이라 조명디자이너가 하나의 조명을 가능한 여러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영상은 극장이 보유한 빔프로젝터를 활용했는데 성능은 양호하지만 거리가 짧아서 뒷벽을 꽉 채우는 큰 화면을 쓸 수는 없었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극복하기 어려운 ‘작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의 몰입도라는 장점도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가장 가까이에서 배우와 관객이 만날 수 있는 극장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공연 보러 가는 김에 여유롭게 서촌을 한 바퀴 산책할 수 있는 것 또한 매력포인트다.

[사진: 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