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검색영역

당신이 만드는 에피소드, ‘알록에피소드’

윤현지_작가, 연출가
153호 2018.12.06
“그래서 공연장이 어디라고? 거기가 어딘데?” 이곳에서 공연을 할 때마다 듣는 첫 번째 질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효창공원역과 남영역 중간에 위치한 이곳은 찾아오기 쉽지 않다. 아주 높고 세련된 아파트들 사이에 좁고 긴 골목이 있고, 음식점과 카페가 듬성듬성 자리한 열정도가 바로 이곳, 알록에피소드가 위치한 거리이다.
“그래서 공연장이 어디라고? 거기가 어딘데?” 이곳에서 공연을 할 때마다 듣는 첫 번째 질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효창공원역과 남영역 중간에 위치한 이곳은 찾아오기 쉽지 않다. 아주 높고 세련된 아파트들 사이에 좁고 긴 골목이 있고, 음식점과 카페가 듬성듬성 자리한 열정도가 바로 이곳, 알록에피소드가 위치한 거리이다. 두 번째 질문 “거기서 공연을 할 수 있어?” 물론 가능하다. 나는 이곳에서 두 편의 연극을 올렸고, 다수의 전시나 공연을 보러 갔다. 나에게 알록에피소드는 약간의 익숙하지 않음을 감수할 만한 공간이다.
알록에피소드는 전시, 공연을 할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이자 와인과 커피, 음식을 파는 카페다. 문을 닫는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카페로 운영된다. 기본적으로 알록에피소드의 내부는 갤러리로 꾸며져 있다. 매달, 혹은 기획마다 새로운 전시로 꾸며진다. 많은 아티스트의 작업물이 로테이션되고, 전시에 최적화된 공간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또한 내부가 세로로 길게 뻗은 형태라 소리가 크게 울리지 않기 때문에 콘서트를 하기에도 꽤 괜찮다. 그러나 연극을 올리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카페로 운영되는 곳이기에, 조명이나 음향을 전문 공연장처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부분이다. 그래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객석이었다. 대다수의 대안공간이 그러하듯, 이곳에도 단차는 없다! 단차가 없다는 것은 공연할 때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한다는 말이다. 배우가 바닥에 앉는 순간 3열부터는 배우의 정수리도 볼 수 없을 것이다. 보통 단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덧마루를 까는데, 그것을 이곳까지 가져올 여력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할 것이라면 그냥 전문공연장으로 가는 것이 낫다. 해서 첫 공연 때 높이가 20cm인 키높이 방석을 깔았다. 높이가 낮은 순대로 의자를 깔고, 뒷줄에는 방석을 올렸다. 회당 관객이 40-60명 사이였는데, 관객이 최대로 왔을 때는 맨 뒤에서 서서 보는 것이 외려 더 편했다는 평이 있었다. 두 번째 공연은 객석을 최대한 가로로 길게 깔아 열을 줄이고, 맨 앞줄은 바닥에 앉아서 볼 수 있게 했다. 관객의 시야제한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공연 제작 단계에서 꼭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물론 현재 알록에피소드에는 20개의 키높이 방석이 있다.)
이를 제외하고, 알록에피소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많다. 첫째로는 대안공간만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다. 소극장이 대부분 지하에 어둡고, 좁은 느낌이라면 이곳은 탁 트인 느낌이 든다. 공연이 시작되면 셔터를 내리거나, 암막을 치기에 집중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하지만 공간 전체를 무대와 객석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답답하지 않고, 공간의 본래 용도-카페 공간을 이용해 무대를 만들면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공간 사용의 용이성이다. 이전에도 카페에서 공연한 적이 있었지만, 운영 외 시간만 공간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연습이나 리허설을 하기 어려웠다. 이곳은 일요일은 카페를 오픈하지 않는 데다가 오픈 시간이 오후 5시이기 때문에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길었다. 마지막으로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 공연 때만 하더라도 이곳은 복합문화공간이라기보다는 카페에 가까웠다. 다수의 공연을 거치며 공연장으로서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또한 작업을 하면서 조명이나 무대 셋업에 있어 공간 제공자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연장으로서의 장점을 더해가는 느낌이다. 전문 극장이 아닌 대안공간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모험이다. 내가 상상한 무대를 정확히 구현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존재하고 있는 공간에 나의 상상을 더한다는 것 또한 흥미로운 일이다. 내가 이렇게 사용했던 공간이 반쯤은 그대로 있은 채,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바뀐 모습을 보는 것은 꽤나 재미있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공연을 알록에피소드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진: 알록에피소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