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검색영역

‘행화탕’, 현재를 맞이하는 과거

허영균_예술·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
153호 2018.12.06
마포구?아현동에 있는?이 인상적인 공간의 정식 명칭은 ‘복합문화예술공간?행화탕’이다. 잘 알려진 대로 2000년대 초까지 운영했던 마을 목욕탕 ‘행화탕’으로부터 이름과 자리를 이어받았다.?행화라는?이름은 ‘살구꽃’이라는 뜻으로, 예전에 아현동에 살구나무가 많았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이 인상적인 공간의 정식 명칭은 ‘복합문화예술공간 행화탕’이다. 잘 알려진 대로 2000년대 초까지 운영했던 마을 목욕탕 ‘행화탕’으로부터 이름과 자리를 이어받았다. 행화라는 이름은 ‘살구꽃’이라는 뜻으로, 예전에 아현동에 살구나무가 많았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1960년대에 운영을 시작했다고 알려졌지만, 지난해 목욕탕 건물 뒤에 있는 주택 창고에서 당시의 간판을 발견하여, 1958년이라는 정확한 개점 시점이 확인되었다. 그러니까 58년 개띠. 올해로 환갑을 맞은 셈이다. 그 경사(慶事)를 ‘행화백년’, ‘예술로 목욕하기’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가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출판기념회_1도씨(사진: 필자 제공)
인스타그램에서 ‘행화탕’이 태그 된 이미지를 검색하니, 절반 이상이 내가 한 짓(?)이다. 그만큼 이곳에서 여러 일을 벌여오고 있다. 출판기념회, 독서모임, 전시, 세미나 등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50명 정도의 인원이 모이고 만나는 일들이었다. 전신인 목욕탕을 상상해보면 탕 공간과 탈의실 공간을 합쳐도 상당히 작은 규모의 마을 탕이다. 지금은 탈의실 공간에서 카페 ‘행화커피’를 운영하고, 행사는 주로 탕 안에서 열린다. 이 두 공간이 완벽하게 분리되는 것은 아니고, 카페 공간 또한 전시나 행사 공간으로 사용한다. 피아노와 기타도 있어 가끔 음악 공연도 소화해낸다. 부드러운 붉은 색감의 벽돌이 그대로 노출된 벽면 한편에는 5칸짜리 작은 책장이 있는데, 이것(곳)이 내가 운영하는 초소형 도서관 ‘행화서가’이다. 운영 중인 출판사 1도씨의 출간물을 소개하는 ‘1도씨 온도서관’, 매달 새로운 에세이와 함께 큐레이팅되는 ‘리딩가이드’ 코너, 다른 분의 책장을 옮겨 오는 ‘출장도서관’ 코너 등으로 운영되고, 한 달 주기로 주제와 책이 바뀐다. 그러면서 매달 말 독서모임을 여는데, 지금까지는 다양했던 주제만큼 참여 인원도 유동적이었다. 
걸음이 잦다 보니, 행화탕에서 열리는 공연이나 전시를 대부분 쫓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전시는 행화탕의 역동적인 공간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사실 행화탕은 목욕탕 건물뿐만 아니라 안쪽 마당에 있는 창고, 창고 뒤편에 있는 기름 창고, 그리고 2층짜리 주택까지 모두 활용한다. 각 공간은 최대한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살리고 있는데, 목욕탕 주인댁이 거주하던 2층 주택의 경우, 부서진 벽이나 망가진 테라스를 그대로 둔 채로 활용한다. 
이처럼 다양한 층위로 이루어진 이 공간은 어쩌면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시간성을 그대로 품고 있기에 그 자체의 이야기가 충만하다. 세월만큼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분위기를 내는 것도 행화탕의 매력이다. 작년 말 진행했던 프로젝트 에서 협력 디렉터로 시각작가 Hez Kim과 협업했는데, 행화탕이 지닌 겹겹의 층위를 이용하여 작품을 설치했다. 
ⓒChad Park
공연장으로도 많이 활용되는데, 회당 50명 정도의 관객이 적절해 보였다. 의자를 깔 수도 있지만, 바닥에 담요를 깔고 앉도록 유도한 경우가 많았다. 탕에 들어갈 때 겉옷과 신발을 벗듯이, 공연을 통해 세신의 경험을 하자는 의미로. 일반 공연장 같은 조명 기구는 없지만, 공간에 따른 조명의 구분이 가능하고, 사운드 설비도 대여할 수 있다. 공연이 있는 날엔 카페 공간을 주로 관객 대기석으로 사용하고, 외부 카페 손님은 제한한다. 목욕탕 하나가 온전히 공연장이 되는 것이다.
아현동 고개를 넘어오거나, 지하철 애오개역 1번 출구로 나올 때면 행화탕의 심볼, 굴뚝이 눈에 들어온다. 더는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 굴뚝을 둘러싼 최신의 브랜드 아파트들이 외려 행화탕을 강조하는 듯하다. 행화탕은 카페로 또는 전시장 혹은 공연장으로 각각 다르게 기억해도 좋은 공간이라 생각한다. 활용하는 방식에 따라 명백히 다른 매력을 발산하므로. 그러므로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수식이 적절하다. 누군가의 눈에 현대적이거나, 편리하거나, 세련된 공간은 아닐지도. 그렇다고 잘 계산된 현대식 레트로 풍의 장소도 아니다. 다만 장소의 물리적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장소의 의미와 기능을 다듬었다. 이를 통해, 행화탕이 발산하는 ‘노스텔지어 무드’ 아티스트와 관객에게 전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