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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미아리고개 비밀기지, ‘미인도’

김연재_연출가
154호 2018.12.20
성신여대 1번 출구에서 나와 미아리고개로 올라가다 보면, 점성촌을 지나게 되고, 고가도로 아래에 위치한 미인도를 볼 수 있다.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우연히 지나가다 ‘동네에 신기한 공간이 있구나’하고 들여다볼 수 있을 만한 공간이다.
출처: 미인도 홈페이지
성신여대 1번 출구에서 나와 미아리고개로 올라가다 보면, 점성촌을 지나게 되고, 고가도로 아래에 위치한 미인도를 볼 수 있다.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우연히 지나가다 ‘동네에 신기한 공간이 있구나’하고 들여다볼 수 있을 만한 공간이다. 미인도는 <공공미술 시범사업 ‘지역재생+예술’ 미아리고개 재생프로젝트 미인도(2014~15)>로 탄생했다. 지역주민과 예술가를 위한 공간이며 문화예술 협동조합 ‘고개엔마을’과 성북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대관을 성북문화재단에 문의하면, 고개엔마을 담당자가 연락을 해온다. 대관료는 무료이며 선착순 모집이다. 다만 신청할 때 기획안을 제출하여야 하고, 고개엔마을 회의에서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미인도 밖에는 주민들을 위한 쉼터이자 야외공연장이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목재로 된 전시공간이 있다. 밖에서도 볼 수 있게 통유리로 되어있으며 목욕탕처럼 한 평 정도가 움푹 파여 있어서 히노키탕이 떠오른다. 환경미화 자재 창고로 사용하다 개조했다는 다목적공간도 있다. 다목적공간에서는 공연이나 워크숍, 전시 등이 가능하다.
요지컴퍼니 <지구우주굿>(사진: 필자 제공)
필자는 미인도에서 다원공연 한 편을 보았고, 지난 10월에 팀원들과 함께 전시 및 퍼포먼스 <지구우주굿>을 하였다. 미인도는 깔끔한 전시관이나 극장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어서 작업과 잘 부합한다면, 장소선정만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10월 전시 때에도 미인도 공간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장소로 선정하게 되었다. 천장과 한쪽 벽면은 고가도로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비가 올 때는 벽면을 따라 물이 새기도 한다. 낡고 색상이 불규칙적인 콘크리트가 거칠고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서 빗물이 새도 나름대로 멋있겠다 싶었다. 빗물 새는 것이 걱정이라면, 미인도 안에 있는 하얀색 가벽을 세워서 벽을 가리거나 가벽에 전시를 하는 방법을 택하면 된다. 벽과 기둥 사이에 간격이 조금 있는데, 관람했던 공연에서는 그곳에 오브제들을 놓아두어서 하나의 전시장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른 한쪽 벽은 거리와의 구분을 위해 미닫이 창문을 설치했는데,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다. 소리와 조명 등을 완전히 차단해야 하는 작업자에게는 곤란한 조건이지만, 분명히 ‘안’임에도 바깥의 소리가 난다는 경계를 이용하면 재밌는 작업이 될 수도 있다. 등퇴장로 용도로도 쓸 수 있다. 정해진 출입구 외에 한쪽 벽면 어디서든 등퇴장이 가능하다는 점도 미인도만의 특징이다. 예상치 못하게 ‘대뜸 등장하기’가 가능한 곳이다. 바깥의 빛을 차단하고 싶은 경우는 창문에 설치된 암막 커튼을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시간에 따라서 한쪽 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주는 물리적 감각이 꽤 훌륭하므로 한 번 감상해보길 바란다. 미인도에는 천장조명이 따로 없고, 풋조명을 기본적으로 쓸 수 있다.
다목적공간(출처: 미인도 홈페이지)
다목적공간이 꽤 넓은 편인데 특이한 것은 3단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20미터 정도 되는 공간이 단계별로 높아지면서 단차가 생긴다. 고가도로 모양을 따라서 높아지는 것 같다. 관람한 공연에서는 제일 높은 단에서 연기공간을 내려다보는 구조로 객석을 두어서, 마치 마법사의 작업실을 관망하는 듯한 거리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관객석을 가장 아랫단에 둔다면 무대를 올려다봐야하는데, 이 각도를 보고 ‘동굴 속에서 제단을 보는 듯하다’라는 상상을 하기도 하였다. 확실히 미인도 주변이 점성촌이라 그런지, 음험한 분위기가 있다는 농담을 팀원들과 주고받기도 했다. 음험함이라고 표현했지만, 기분 나쁜 섬뜩함 쪽이 아닌 동굴로 들어가는 듯한 비밀기지 같은 공간이다.
공연, 전시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을 위한 ‘고개장’도 매달 열린다. 지역 주민이 공연하고 먹거리장터나 벼룩시장을 열고 워크숍을 개최한다. 평소에도 지역주민들이 동아리 모임을 하거나 워크숍 등을 개최할 경우 공간대여가 가능하다. 모든 용도로 개방되어 있는 미인도이다.
사진: 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