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검색영역

‘삼일로창고극장’, 개방

유혜영_본지 편집위원
154호 2018.12.20
서울이 고향이 아닌 나로서는 삼일로가 어딘지도 몰랐지만, '삼일로창고극장'은 왠지 아는 척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유명한 곳이었다. 1975년에 문을 연 이후, 벌써 여러 번 휴관과 개관을 반복해 온 극장은 올해 6월 또 한 번 재개관했다.
서울이 고향이 아닌 나로서는 삼일로가 어딘지도 몰랐지만, '삼일로창고극장'은 왠지 아는 척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유명한 곳이었다. 1975년에 문을 연 이후, 벌써 여러 번 휴관과 개관을 반복해 온 극장은 올해 6월 또 한 번 재개관했다. 이번엔 민간 소극장이 아니라, 민관이 함께 운영하는 공공극장이라는 점이 달랐고, 또래들이 공연을 올린다고 하기에 드디어 직접 만나게 된 것이다. 1)

"공연장 들어갈 때, 그 기운과 분위기가 다른 세계 같은 느낌이 들어요. 벽이라든가 특히 분장실 안에 들어가면… 내가 함부로 연극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공간인 것 같아요."

- 공연장운영팀 S담당자(이하 동일)

"콘솔, 스피커, 프로젝터… 시스템은 소극장 중에서 5성급이라고 할 수 있죠. 공연에 들어온 음향감독님이 할 맛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하는 사람들만 아는 거죠"

그 전의 극장이 어땠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지금의 삼일로창고극장은 공간 자체가 꽤나 '동시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갤러리로도, 연습실로도, 그리고 얼마든지 극장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실내 공간이 4-5군데나 있고, 이들은 모두 극장 입구의 작은 '터'로 연결된다. 딱히 몇 층 건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몇 개의 봉우리가 겹쳐 모인 산처럼, 중앙에 흐느적 흐르는 강 하나를 공유하는 마을들처럼 공간들은 제각각의 높이에 옥상과 테라스까지 갖추고 하나의 극장이 된다.

"뭔가 숨이 탁 트인다고 해야 하나, 공연 보고 나왔을 때도 장시간 자꾸 앉아있게 되고, 계속 얘기를 나누게 되고, 그런 연결고리가 되게 많은 것 같아요."

"당연히 저 공간 쓰겠구나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공연할 때, 사무실 앞쪽 테라스 진짜 많이 쓰고, 잔디 깔린 옥상 많이 쓰고, 여기저기 다 쓰려고 하는 것 같아요."

건물을 싸고 있는 붉은 벽돌, 좁고 가파른 계단은 최근 '힙'한 카페들의 정취가 부럽지 않다. 물론, 매끄럽고 안전하게 마감된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삼일로가 불편할 수 있다.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이어지는 가파른 경사길의 당황스러움과 뒤로 넘어갈 것 같은 객석 의자의 불안함은 나도 이미 몇 차례 경험했다.

"분장실! 옛것을 살리고자 한 건 좋은데 너무 좁아요. 돌벽이 튀어나와 있어서 6명도 빡빡해요. 그래서 미안하죠… 서 있어요."

1) 이전 역사에 관해서라면 서울시 미래유산 홈페이지를, 올해 행보에 관해서라면 『연극평론』 2018 가을호를 참고할 수 있다

"원래 스툴을 샀는데, 영 불편한 거죠. 그래서 등받이 의자를 샀는데… 흠, 의자가 많아서 의자왕이에요(웃음)… 극장 문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은 창고로 사용해요. 극장 앞까지 올라왔다가 표 받으러 다시 내려가는 관객들… 많죠."

하지만 삼일로는 극장의 생김새만으로 언제나 상상력을 자극한다. 무대 정면 안쪽으로 옴폭 들어간 벽에 조명이 비추고 배우가 섰을 때, 한참 공연을 보고 있는데 객석 옆에 있던 철문이 덜컹 열리더니 바깥에서 들어온 빛이 무대에 겹칠 때, 극장 문을 나서기 전부터 언덕길을 오르며 방금 끝난 공연의 내용을 곱씹게 될 때, 이 극장 참 재미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객석을 정해놓고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한번은 객석 방향을 뒤집었어요. 입장은 사무실 쪽으로 올라가서 내려오는 길의 문으로 하고, 그런 묘미가 있죠. 미로 같은."

"삽으로 다 파서 만든 거래요, 사실 무대 중앙에 리프트가 있어요. 안전상의 이유로 쓰진 못하지만 원래 있었어요. 무대 오른쪽에도 있어요. 그건 사용할 수 있어요."

워낙 작은 공간이기 때문에 객석 어디에 앉아도 무대까지의 시야는 꽤 훌륭하다. 삼일로에서 공연을 보게 된다면, 극장이 하는 퍼포먼스에도 눈길을 줘 보기를. 삼일로가 품었다는 실험의 정신, 가난했던 현실, 상징화된 증언,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극장에 있다.

"대관 공연들 보면, 삼일로가 되게 여러 창작자에게 열려있구나… 주제불문, 경력불문… 공공극장으로 좋은 모델이 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처음 시도하는 창작자들도 쉽게 문을 두드리더라고요. 뿌듯할 때도 있죠."

"이름이 극장이다 보니 연극이 대부분인데,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가 공연되면 좋겠어요."

[사진 출처: 삼일로창고극장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