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유망예술지원 NEWStage
집요하고 치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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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시작된 뉴스테이지가 어느새 신인 연출가들을 위한 지원사업으로 단단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세 명의 연출가에게 지원이 이루어졌던 전년과 달리 올해는 총 4명의 연출가가 지원을 받아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흔히들 연극계의 비수기라고 칭하는 1월에 네 명의 연출가들은 어느 때보다 바쁘고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 겨울 사전 인터뷰에서 만났던 이들은 연극 연출가로서 매력적인 사람들이었다. 물론 다수의 연극인들이 그러하겠지만 이들은 유난히 자신들만의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가지고 있었다. 자신들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혹은 자신의 연극은 어떠해야하는지를 명확한 언어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이들이 얼마나 집요하고 치열하게 고민했는지를 증명하는 것에 다름없다. 물론 네 편의 작품들이 완벽한 완성도를 보여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작업들은 이들이 앞으로 보여줄 작품 세계를 예시해 준다는 측면에서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도시에 사는 예술가의 생태보고서: <아임언아티스트>
이은서
- 김태희
- <아임언아티스트>를 통해 만리동예술인주택을 처음 방문 했어요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예술인 주택 안을 둘러보는 동안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이은서
- 사실 주택 내부 공개는 의도가 있었어요. 물론 한 집은 1년 살다가 나가긴 했지만, 공개된 그 집들은 꽤 오랜 시간 비어있었거든요. 저희가 아무리 항의를 해도 SH공사 직원들은 3/4이상이 비어있지 않으면 공고를 할 의무가 없다는 거예요. 그걸 이번 공연을 통해 알리고 싶었어요.
- 김태희
- 1년 살다 나가신 분은 왜 나가신 건가요?
- 이은서
- IT쪽으로 하시는 일을 바꾸면서 나가셨죠. 그 분이 주택설립과정을 기록하셨어요. 공연에 사용되었던, 엘리베이터 안에 붙어 있던 텍스트도 그 분이 쓰신 거예요. 기록의 필요성이 있다고 작성하신 건데 실제로 그 기록문이 얼마 전에 사용됐어요. 작품 초반에 엘리베이터에 관한 이야기를 하잖아요. 저희 의사와는 다르게 SH공사가 엘리베이터를 설치 해놓고 그 관리자를 우리 중에서 선정하도록 떠맡겼어요. 그래서 저희가 그 기록문을 보내서 저희가 원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죠.
- 김태희
- 엘리베이터에서 붙여 놓은 텍스트를 인상 깊게 보긴 했는데 그런 일화가 담겨져 있는지는 몰랐네요. 리서치하신 내용이 공연에 들어간다고 하셨는데 공연 마지막에 스케치북을 넘기면서 들려줬던 이야기가 그 부분이죠?
- 이은서
- 네, 스케치북에 들어있는 내용은 포럼에서 막쿱에 살고 있는 작가가 실제 발언한 내용이에요. 또 작품을 만들면서 배우 네 명이 주민들 여덟 명을 인터뷰했어요. 스스로를 예술가로 생각하는지, 결혼은 왜 안했는지. 집, 생활 전반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녹취를 한 다음 어떤 내용을 사용할지를 선별했죠.
- 김태희
- 그 안에 살고 있는 주민 분들 내부에서도 이 공연이 본인들의 생활과 관련된 문제의식을 다시 한 번 다지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아요.
- 이은서
- 사실 막쿱 주민들이 이 공연을 제일 좋아했어요. 아마 입주 이후 가지고 있었던 고민이 같았던 것 같아요. 본인의 정체성이랄지 예술작업으로 평가받는 문제랄지. 생활공동체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좋았어요.
- 김태희
- 그렇다면 일반 관객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 이은서
- 어떤 관객 분들은 성장 이야기, 꿈 이야기로 이 작품을 보시기도 하셨고 또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자각하고 돌아가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전세 때문에 적금 붓고 깨는 일이 다반사고 이 도시에서 내가 살 데가 없는 것 같고. 거기에 공감이나 문제의식을 느끼신 분들도 많으신 것 같아요.
- 김태희
- 그럼 마지막으로 공연이 끝나고 나서 아쉬운 점은 뭐가 있을까요?
- 이은서
- 공연 끝나고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출연자에 이름이 있는데 왜 극에는 등장을 안 하냐는 질문이었어요. 원래 제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연습 중간 쯤 갔을 때 다 잘라버렸어요. 굳이 내가 내 입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거기 나오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다 내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죠. 그런데 끝나고 보니까 그 이야기에 내가 숨은 건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내 이야기를 직접 해보려는 애초의 연출 목표와 공연 볼륨, 이야기 밀도 사이에서 고민을 한 건데 아직 거기에 대한 판단이 안 서서 잘 모르겠어요. 아마 그 문제는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이은서 연출은 본인 스스로를 “나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그녀의 전작들은 정체성이라는 키워드로 정리될 수 있는데 이번 작품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요컨대 나는 예술가인가,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떤 곳인가, 나는 어떤 연출가이고 싶은가. <아임언아티스트>는 그런 질문들의 결과다. 비록 이번 작품이 그녀에게 명확한 답을 주지는 못했을지라도 적어도 그녀가 다른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하는 방식을 얻게 되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아이 엄마로 투잡을 뛰는 연출가로 자신의 정체성이 휘청거리는 순간,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고 있는 예술가들과 함께 하는 작업에서 힘을 얻었다는 그녀. 그녀의 존재 자체가 이 도시에 살고 있는 도시 예술가의 한 사례다.
지독한 삶의 역설에 대해 : <손님들>
김정
- 김태희
- <손님들>이 끝나고 주변에서 희곡이 참 좋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 김정
- 네, 이건 여담인데요. 첫날 공연 보신 선생님 한 분이 하나 지적해주셔서 바로 고친 게 있어요. 다른 부분 보다 퇴장이 애매하다는 지적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바로 고쳤죠. 이번 공연은 이런 게 많았어요. 셋업 시간이 하루만 더 있어도 정돈할게 많은데 어어, 하다 끝난 게 많았죠.
- 김태희
- 저도 첫날 공연을 보면서 끝부분이 걸렸는데 퇴장 때문에 그런 거였군요.
- 김정
- 네. 퇴장뿐만 아니라 끝부분이 역시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공연 시간이 다가오다 보니까 안정적으로 뽑은 게 있었어요. 뭔가 다른 걸 시도를 하고 덜그럭 거릴 것이냐, 아니면 관객을 며칠 만나는 데 문제없이 가는 걸 선택하는 거냐. 그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 김태희
- 원래는 그럼 어떻게 끝을 맺을 생각이었나요?
- 김정
- 지금 결말이랑 똑같은 건데 한 끝이 더 있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부모와 싸우는 마지막 장면에는 부모와 아이 사이에 있었던 긴 시간의 폭력성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가 달려있어요. 근데 그걸 그냥 감정을 실어서 대사로 뱉어버리니까 그냥 그 당시의 그 시간, 현재가 되어버리더라고요. 또 다른 예를 들자면 도끼로 부모를 내리치는 것도 분노 때문이 아니라 다시 삶을 반복을 하기 위한 고통스러운 단계로서의 끊어짐 같은 거였는데 그걸 정확하게 관객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이미지로 끝난 것 같아요. 그런 게 많아서 아쉬움이 남아요.
- 김태희
- 사전 인터뷰 때 소년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계셨잖아요. 그 부분은 어땠나요? 공연 하시면서 좀 해결이 되신 건지 궁금해요.
- 김정
- 치열하게 하긴 했지만 그것도 사실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해요. 극 중 소년은 굉장히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감정선이 조금 단순하게 나온 것 같기도 해요. 결과적으로 관객이 쉽게 소년에게 연민을 느끼게 됐달 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불쌍하다는 선명한 감정이 아니라 뭔지 모르겠는데 불쌍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데 알 수 없는 감정. 그 정도까지 표현되길 바랐어요.
- 김태희
- 고연옥 작가님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 김정
- 이런 적이 있었어요. 작품 중에 춤추는 장면에 대사가 한 페이지가 있었는데 그걸 제가 다 빼버렸어요. 작가님께 대사를 빼야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처음에는 필요한 대사라고 하셨죠. 그런데 리허설을 보시고는 빼도 되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 때 너무 기뻤어요. 작가와 연출로서 뜻이 맞은 것 같아서 좋았어요.
- 김태희
- 이번 뉴스테이지 작업이 연출님한테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 김정
- 뉴스테이지 덕분에 많은 스텝들과 같이 작업할 수 있었어요. 솔직히 지원사업이 아니면 이렇게 많은 스텝들과 함께 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프로들의 손길이나 도움이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이렇게 많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죠. 제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들과 작업을 한다는 것에 굉장히 만족을 느꼈고 고연옥 작가님과 만나는 순간도 좋았어요. 작가님의 세계를 같이 나누고 무대화시키는 과정이 저에게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어요. 앞으로 창작극에 대해서도 많이 애를 써야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김정 연출은 무대에서의 강렬한 순간을 갈구한다. 그것은 김정 연출 본인이 연극 무대를 만났던 최초의 순간에서 비롯된 것임과 동시에 그의 작업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느꼈던 것처럼 관객들이 무대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돌아가기를, 그 감응이 관객의 삶에 파장을 일으키고 종국에는 위로가 되기를 꿈꾼다. 그런 면에서 <손님들>은 김정 연출의 의도와 가장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끊임없이 부모를 살해해야하는 아이. 동시에 내일은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자신들의 삶을 위로해주었던 손님들을 초대하는 아이. 삶은 지독한 역설이고 어쩌면 그래서 살아볼 만한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로 혹은 ‘나’로부터 : <전화벨이 울린다>
이연주
- 김태희
- <전화벨이 울린다>도 작품 줄거리나 배경 때문에 배우 분들이 작품에 이입하시면서 감정적으로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 이연주
- 저희는 오히려 낭독 공연 즈음 그런 시기가 온 것 같아요. 낭독 때는 콜센터에 대한 이야기, 작품의 전체적인 콘셉트에 대한 이야기들만 서로 나누었거든요. 그랬더니 어느 순간 다른 배우들도 모두 다 수진의 감정으로 있더라고요. 그래서 콜센터에서 일하는 다른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아요. 그 인물들이 고민을 안 한다고 해서 고민이 없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자기의 캐릭터 안에서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간다는 거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콜 센터의 애환을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수진의 고민 요컨대 “내가 왜 이렇게 적응을 못하지”, “나만 이상한가”라는 질문들이 계속 던져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내가 어떻게 살고 있지, 내가 누구지라는 질문으로 갈 수 있는 힘이 생기거든요. 다만 수진은 콜센터 대신 민규와의 씬에서 인물의 고민을 드러내는 방법을 선택했고 나머지 사람들도 각자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지 고민을 했어요.
- 김태희
- 다른 인물들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본부장 캐릭터가 개인적으로는 너무 도드라지게 보였어요. 객석에서도 유난히 본부장이 등장할 때 웃음이 터져 나온 것 같고요.
- 이연주
- 사실 이 작품을 쓰면서 인물들이 다 전형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배우를 캐스팅 할 때 대본에 쓰인 일차적 지점과 그렇지 않은 양면을 가지고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어요. 크지 않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본부장이 도드라지게 보였다는 점은 사실은 그 배우가 자기 식으로 인물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 김태희
- 무대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저는 들어가자마자 압도적으로 서 있는 콜센터 부스가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게다가 극 중 연기를 배우는 옥상이라든지 마지막에 콜센터 직원이 올라가는 옥상이라든지 여러 가지 공간이 중첩되어 있기도 하잖아요.
- 이연주
- 서사의 중심 자체가 콜센터에서 이루어지는 부분이어서 기본적으로 구체적인 구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진이 콜센터에서 일하기 위해서 일정 정도 연기가 필요했고 실제로 극 중 배우도 차츰 진정성 있는 연기가 아니라 수진이 필요로 하는 연기를 가르치게 되잖아요. 그래서 서로 다른 것 같았던 두 공간이 점점 겹쳐 보이길 바랐어요. 연기를 배우는 옥상과 콜센터가 분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인 콜센터에서 올 수 밖에 없는, 그 안에 공간들이 계속 만나서 나중에는 하나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는 공간으로 같이 가길 바랐어요. 사실 콜센터 건물의 옥상은 마지막 장면만을 위해 쓰인 것 같아서 앞에 이 공간을 다르게 쓸 수도 있지 않았을까 고민을 하긴 했었어요.
- 김태희
- <전화벨이 울린다>는 연출님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문제의식을 드러낸 작품이기도 하잖아요. 작품을 마치신 소감을 들어볼까요?
- 이연주
- 제가 하려는 이야기가 관객과 만나게 되었는지 물음표가 많이 생겼어요. 오이디푸스를 통한 이야기들이 결국에 다큐가 되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그 부분들에 대해서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저도 그 이틀의 셋업 기간이 너무 짧아서 정리가 덜 된 채로 첫 날 올라간 것 같아요. 나중에 수정을 하면서 가긴 했지만 김정 연출님처럼 공연이 이루어지기 위한 안정성에 대한 부분이 문제인 것 같아요. 어쨌든 조금 더 문제의식이 날카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화벨이 울린다>는 이연주 연출이 처음으로 극작을 시도한 작품이며 동시에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노동과 인권에 대한 관심이 발현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연주 연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콜센터 노동자들의 문제 이상의 것들을 담고 있다. 그녀들은 이름도 새로운 ‘감정노동자’로, 현대 노동의 인간 소외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들이다. 폭력적인 사회 구조에 맞서 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에 대한 끝없는 질문은 이연주 연출이 이 사회에 맞서는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자 연출 본인을 추동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소중한 것들이 반짝이는 순간 : <우리별>
신명민
- 김태희
- 솔직히 <우리별>은 대본을 읽었을 때까지도 무대가 잘 안 그려졌었어요. 그래서 제일 궁금한 무대이기도 했고요.
- 신명민
- 처음에는 원형 무대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공연 여건 상 그건 포기 할 수밖에 없었죠. 원의 이미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무대 디자이너 조명, 영상 스텝들이랑 이야기해서 검은색으로 배경을 가고 엘이디로 테두리만 두르자고 이야기가 되었어요. 게다가 랩극이라는 형식이 있으니 디제이를 애매하게 무대 어딘가에 두지 말고 아예 센터로 보내기로 결심했죠. 그게 오히려 더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 김태희
- 극 중 카운트다운이 참 재밌는 설정인 것 같아요. 카운트다운을 하고 다 같이 무대에서 쉰다든지, 공연 시작을 알린다든지 적절한 타이밍에 재치 있게 잘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 신명민
- 카운트다운이라는 설정은 원래 대본에 있었어요. 공연 때 일본에서 작가 분하고 배우 분들이 오셨어요. 둘째 날 공연을 보셨는데 작가님과 만나서 직접 얘기해보니까 워낙 소소하게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분이시더라고요. 심지어 개그맨이 꿈이었다가 접고 작가가 되었다고 하셨어요. 그런 성향이 대본 곳곳에 녹아 있는 것 같아요.
- 김태희
- 공연을 본 일본팀의 반응은 어땠나요?
- 신명민
- 대체로 좋아하셨어요. 작가 선생님은 일본 극단의 공연과는 다르게 이 쪽 팀만의 작품이 되어서 감사하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이 작품은 배우들끼리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에요. 연출인 제가 따로 코멘트를 하지 않더라도 배우 분들끼리도 안 틀리려고 다짐을 하고 무대에 오르곤 했어요. 일본 극단 배우 분들도 그런 부분을 너무 잘 아니까 배우들한테 많이 고생했다고 연습 때 힘들었을 거 다 안다고 서로 덕담해주더라고요.
- 김태희
- 음악이 계속 사용되는 부분도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실제로 첫 날 음향 사고가 있었잖아요.
- 신명민
- 네. 와이어리스가 계속 문제였어요. 음향 감독님이 음악을 조정하시면서 최대한 티가 안 나게 이끌어가려고 노력을 하셨죠.
- 김정
- 어떤 관객은 연출의 의도로 알더라고요.
- 신명민
- 첫 공연 날, 마지막에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시공간을 초월하는 걸 표현하려는 의도인줄 알았다는 분들도 계셨어요. 공연 날마다 업그레이드를 시키고 싶은데 호흡을 맞출 부분도 많고 큐도 많으니까 실수를 안 하는 방향과 그 안에서 조금 더 업그레이드 시키는 방향 사이에서 고민을 한 것 같아요.
- 김태희
- 다들 비슷한 고민들을 하셨네요.
- 신명민
- 네, 또 각 장면들을 정서적으로 터치해주어야 할 순간들이 관객과 만나면서 조금 더 보이기 시작해서 아쉬웠어요. 작품을 보고 남자가 왜 지구한테 달려가는지, 남자가 왜 지구한테 집착하는지를 물어보신 분들이 계셨거든요. 그게 사실은 이 작품의 핵심이었는데 그런 큰 흐름을 부각시키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아요.

신명민 연출은 자신을 지칭하면서 “젊은” 연출가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그의 미덕은 단순히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단어의 무게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 지금이 아니면 시도 할 수 없는 형식. 그것이 신명민 연출이 생각하는 젊은 연극인들의 미덕이다. <우리별>은 작품이 가지고 있는 서사도 매력적이었지만 그보다는 랩이라는 형식적 특성에서 기인하는, 무대 구현의 난관이 더 부각되는 작품이기도 했다. 끝없이 쏟아지는 말들의 향연 속에서도 작품의 진가를 발견하고 도전해보려는 연출의 패기가 있어 가능한 작품이었다. <우리별>은 그의 표현처럼 “젊은 연극인”들만이 도전 할 수 있었던 발랄한 작품이 아니었을까.
지원사업에 대해
- 김태희
- 다들 공연 시간이 짧았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확실히 뉴스테이지가 사실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지원 프로그램인데 그에 비해 공연 날짜가 너무 짧은 것 같기는 해요. 사전 인터뷰 때 만나보니 뉴스테이지 담당자 분들도 끊임없이 고민을 하시는 것 같았어요. 중간에 점검하는 방식이나 과정 중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요.
- 이은서
- 개인적으로는 중간 점검 단계로 낭독공연을 하게 되어있지만 반드시 낭독공연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줘서 좋았어요. 대신 저희는 포럼을 했는데 덕분에 작품에 담길 내용이 깊어질 수 있었어요. 또 극장에서 공연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존중해주셔서 그 순간부터 마음이 편해졌어요.
- 김정
- 확실히 지원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아서 좋았던 것 같아요. 지원이라는 게 성과를 눈에 보여줘야 하잖아요. 그러다보면 불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해야 하는 것들도 있는데 그런 게 없었고 오히려 도와주려고 하셔서 감사했죠.
- 신명민
- 아직 본 공연 후 피드백 단계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공연 끝나고 평가가 진행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낭독 끝나고 피드백 받았던 게 알고 있었어도 자극제가 되는 측면이 있어서 좋았거든요.
- 이연주
-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지원사업 자체에 대한 우리의 자체적인 평가도 필요한 것 같기는 해요. 지원 사업 안에서 주체성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늘 하는데 결국 대상화되는 것 같은 순간들이 있어요. 이런 것들이 단순한 하소연이 되지 않으려면 그런 과정들이 의미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뉴스테이지는 진행상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신 덕분에 별 어려움이 없어서 이런 마음이 강하게 안 드는 것 같기도 해요.
인터뷰의 마무리는 자연스럽게 지원사업에 대해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요즘 같은 연극 환경에서 반 년 이상의 시간 동안 오롯이 한 작품에 집중 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드문 경험에 속한다. 게다가 작품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연출가들에게 이런 환경이 주어진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연주 연출의 말처럼 지원사업에서 연극인이 주체성을 갖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서로의 소통이 전제가 된다면, 그것이 지원사업 본연의 목적을 지켜나가기 위한 길을 열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뉴스테이지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기원해본다.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 서울문화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