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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 X 하나만 프로젝트 <내일을 사는 법>

당신의 내일은 무엇인가요?

김태희_연극평론가
120호 2017.07.20
반발감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내일을 사는 법’이라니. 내일을 위해 열심히 살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인가, 혹은 열심히 꿈을 꾸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인가. 현재를 사는 것도 벅찬데 내일을 생각할 수 있을까. 이런 삐딱한 생각이 먼저 떠오른 것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게 만드는 사회 구조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

반발감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내일을 사는 법’이라니. 내일을 위해 열심히 살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인가, 혹은 열심히 꿈을 꾸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인가. 현재를 사는 것도 벅찬데 내일을 생각할 수 있을까. 이런 삐딱한 생각이 먼저 떠오른 것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게 만드는 사회 구조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일을 사는 법>은 이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들은 우리에게 ‘내일을 사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극장에서 관객들을 맞이하는 것은 더 처참하고 가혹한 ‘현재’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두 남자가 있다. 이들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세 가지 죽음에 얽힌 비밀을 찾기 위해 역할극을 시작한다. 마이스터고와 노량진 공시촌, 해군의 함선, 바다를 누비며 이들이 목격한 것은 내일을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힌 사람들이었다. 아파도 아프다고 하지 못하는 사람들, 버티다, 버티다 결국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 누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누가 이들의 죽음에 침묵하고 있을까. 그것은 곧 우리 사회의 민낯이고 그래서 더욱 슬프다.

공동창작, 부단한 소통의 과정

김태희
작년 11월에 초연을 하고 이번 공연이 세 번째 공연이지요? 초연공연을 할 때와는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수정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박서혜
작년 11월 같은 경우는 국정농단사태로 뜨거웠던 시기였잖아요. 그래서 고 백남기 선생님 사건이 메인 스토리였어요. 거기에 블랙리스트 이야기도 들어가면서 당시 시국을 직접적으로 다루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공연을 하면서 당시 이슈를 가지고 오기에는 시의성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그 사이 많은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고요. 마이스터고 사건,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이 올해 초에 있었던 일들이잖아요. 그래서 공시생 에피소드를 빼고는 거의 다 새로 추가 되었어요.
김태희
작품을 거의 새로 만든 수준이네요. 모든 관계들의 중심에 놓여 있는 게 공시생 이야기인데, 그 에피소드를 빼고 다 바꾸셨다니!
진성웅
완전히 다른 공연이에요. 초연에는 사내라는 콘셉트도 없었고, 옴니버스식이었어요.
김태희
사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두 분이 나오실 때 도깨비 OST가 나왔어요. 워낙 인기리에 끝난 드라마라 듣자마자 관객들 반응이 뜨거웠어요.
김성은
일종의 화자 역할을 하는 두 남자가 세 가지 죽음의 원인을 찾아가는 콘셉트죠. 하지만 그러면서도 두 남자는 각 이야기에 개입을 하고 그 이야기에 대한 감정도 드러내요. 그런 설정들이 관객에게 혼란을 줄까봐 관객 입장에서 고민을 하다 보니 그런 설정을 넣게 된 거죠.
김태희
공동창작 작업 과정은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요? 처음에 이런 화두를 어떻게 가지고 왔고 어떻게 발전시켰는지가 궁금해요.
진성웅
초연 때는 너무 재밌는 이야기가 뉴스만 틀면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그 재밌는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만들어보자고 마음먹게 되었죠. 서혜가 가이드라인 대본을 만들어왔고 그걸 저희끼리 앞뒤 구성을 바꿔서 장면을 만들고 이런 식으로 초연을 올렸어요. 그런데 이번 공연은 처음에 가이드 대본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모여서 노량진 공시촌, 마이스터고, 군대 성군기, 이런 문제를 가지고 즉흥극을 많이 했었어요. 대본에 들어가면 좋을 이야기들에 대한 토론을 하고 그것들을 실현해보고 그러면 작가가 취합을 해서 가이드 대본이 나오고 또 그것을 해체하고의 반복이었죠.
김태희
작가님이 고생하시는 메커니즘이네요.
박서혜
사실 선배들하고도 공동창작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각기 다 방식이 달랐어요. 가이드 대본이 아예 없는 창작도 있지만 그런 경우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도 하고 즉흥만으로 상황을 만들고 장면은ㄹ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초연 때는 가이드대본을 바탕으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 번 경험을 바탕으로 아예 처음부터 즉흥으로 장면을 만들면서 배우들이 많이 참여를 했죠.
김태희
사실 공동창작 작품을 보기 전에, 제일 우려가 되는 게 그거더라고요. 이렇게 사공이 많은 데 배가 산으로 가면 어떡하지? 그게 공동창작이 가질 수 있는 제일 큰 위험인 것 같아요.
김성빈
그런 인지는 항상 했던 것 같아요.
진성웅
연습보다도 토론을 많이 했어요. 연출부에서 올해 이슈가 되었던 소재를 몇 가지 줬어요. 그럼 배우들이 각자 조사를 해 와서 즉흥극을 하고 그 장면에 대해서 줄곧 토론을 하는 거죠.
김태희
확실히 그런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작품인 것 같아요. 그 문제의식에 대한 공유가 없으면 계속 끌고 가기가 힘든 작업이잖아요. 공동창작에서 문제의식이 공유가 충분히 안되면, 나는 이게 문제 같지가 않은데 이게 문제로 안 느껴지는 내가 이상한 건가? 이런 생각도 들고 문제의식을 강요받는 기분이 들 것 같기도 해요.
김성은
그래서 연습 때 마이스터고나 공시촌의 문제들 중에서도 강렬한 것들을 제시했어요. 연출부가 문제의식을 주입하기 보다는 이런 이슈들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알려주고 싶었어요. 아주 강렬한 사건들만 제시해주니까 배우들끼리 재밌게 잘 놀더라고요. 문제의식을 스스로들 의식하고 움직이니까 본인들이 빠르게 캐릭터도 창조하고 인식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스스로 고민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더라고요. 그런 소통의 과정들이 즐거웠죠.

정치, 현실과 연극의 공존

김태희
제가 이 작품을 보면서 좋았던 건 그런 지점이었어요. 작품에서 줄곧 이야기하는 것들은 우리 현실적인 문제들인데, 그런 것들이 그냥 무대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연극적인 표현을 거쳐서 부각이 되니까 재밌더라고요. 가령 마이스터고 졸업생 심청이는 결국 바다에서 죽음을 맞이하죠. 그리고 그 바다는 해군인 지현이의 죽음과 연결되고 스텔라데이지호의 죽음과도 연결이 되는 거죠. 공시생들이 떨어지는 별을 줍기 위해 소동을 벌이는 것도 아기자기하고 동화 같잖아요. 이런 은유들이 들어오니까 현실 문제가 무대 위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도 부대끼지 않더라고요.
박서혜
개인적으로 작, 연출을 같이 하면서 경계해야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작가의 지점도 연출의 지점도 완성된 게 아니니까 한쪽으로 함몰되면 힘든 부분이 있잖아요. 말씀하신 부분이 그런 사례 같아요. 연출로서 명확하게 설명해줄 순 없지만 작가적 느낌으로는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거죠.
김성빈
본인은 명확하게 설명해줄 수 없었다고 했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그런 설정들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몇몇 장면은 지나치게 사실적이어서 이걸 동화적으로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박서혜
현실이 그냥 무대에 불쑥 들어오면 많이 피로할 것 같았어요. 현실을 다루는 너무 많은 공연이 있었잖아요. 사실 연극은 정치적이고 사회적 문제를 다룬다고는 하지만 일반 관객 중에는 편하게 공연을 보려고 오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어쨌든 절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동화적으로 풀든 은유적으로 풀든 연극적으로 풀든요.
김태희
그냥 갑자기 문득 궁금해서요.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 모두 다 정치 이야기를 했잖아요. 작업하시는 분들은 어떤 느낌이셨는지 궁금해요. 정치적 이야기를 하는 게 당위적으로 느껴졌는지 일종의 부담으로 느껴졌는지요. 사실 저는 평론을 쓰면서 문제의식이 미처 소화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글이 나와야한다는 게 부대끼는 순간들이 있었거든요.
박서혜
저는 사회적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언젠가 한 번 성웅형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이게 내 취향은 아닐지라도, 비록 소수의 인원이라도 우리 연극을 보러 찾아와주는 관객이 있다면 그 안에 어떤 메시지는 담아야 하는 게 아닐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게 큰 부담이 되거나 이걸 반드시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아니라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로 바뀐 것 같아요.
진성웅
정말 진심으로 연극이 좋아서 하는 건 맞지만 우리가 연극이라는 예술을 하면서 사회에 이바지하는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심각한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뭔가 좋은 메시지가 있기를 바랐어요.
김성빈
만약에 초연을 그대로 지금 시기에 한다면, 그건 재미도 없고 멋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현실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것들을 과감하게 말할 수 있는 것, 그건 지금의 저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공연의 소재가 철지난 이야기를 다시 꺼내서 그걸로 뭔가 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청년 문제에 초점을 맞춰져 있는 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박서혜
솔직히 대본을 새로 만들고 공연을 거듭하면서 다음에 또 공연을 해도 이제 대본이 어느 정도 있는 상태로 많이 변하지 않는 선에서 공연을 다시 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이번에는 그런 거에 집중했어요. 철을 타지 않는 것, 우리 공연이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해보면 어떨까. 앞으로 변하지 않을 수도 있는 젊은 사람들이 느끼는 묘한 상실감 같은 것에 대해서요.
김태희
아이러니하지만 이 작품을 계속 뜯어 고칠 수밖에 없어야, 이번에 다루었던 문제들이 다음 공연 때 더 이상 시의성이 없어져야 사회가 더 건강해지는 거 아닌가요? (웃음)
박서혜
(한숨)
진성웅
(웃음) 사실 사회의 문제라는 건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내일을 사는 법

김태희
그래서 내일을 어떻게 살아야하나요?
김성은
사실 내일을 사는 법을 제시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그럼에도 살고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지요. 배우들하고 처음 만나서 각자에게 내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질문을 했어요. 대부분 오늘보다 내일이 희망적일 거라는 반응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성빈 배우가 “눈 뜨면 내일이지”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본인에게는 잠을 자는 순간이 내일이고 눈 뜨면 오늘이라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그러면 내일은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우리는 늘 오늘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작품도 내일을 사는 방법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오늘에 포커스를 두자고 생각을 한 거죠. 내일의 의미는 관객들이 오늘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서 스스로 찾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김태희
저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잠수부가 사람들을 찾으러 바다에 뛰어들면서 뒷일을 부탁한다며 관객들을 쳐다보잖아요. 세월호 이후에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이 벌어졌는데 우리 정부의 대응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렇다면 뒷일을 부탁한다는 잠수부의 대사는 이런 비극을 잊지 않고 변화해야 한다, 당신들이 기억을 해야 내일이 온다는 메시지를 주는 게 아닌가. 그런 느낌도 받았어요.
박서혜
그것도 맞을 것 같아요. 마지막 장면은 세월호와 스텔라데이지호의 말들이 섞여 있어요. 잠수부는 세월호의 잠수부이고 바닷가에 앉아있는 대령은 스텔라데이지호의 피해자에요. 거기서 뒷일을 부탁한다는 건 그럼에도 기억을 해야 한다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태희
제가 아무래도 너무 울분에 차서 봤나 봐요.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여고생이면서 여공인 설정으로 나오고, 남자2는 87년에 최루탄에 맞아서 죽는 걸로 설정이 되고 있어요. 그런 설정을 하신 의도가 있으실까요?
박서혜
전당포 아줌마가 그런 말을 해요. “몇 년을 못 기다릴까, 3년도 기다리고 30년도 기다렸는데.” 이 작품을 잘 드러내는 대사라고 생각해요. 사내1과 2사이에는 30년의 시간이 있고 또 거기에 대한 차이가 암묵적으로 드러나는 부분들이 있어요. 이런 설정들은 결국 저희가 변하지 않는 사회, 여전한 문제들에 대해 고민했기 때문에 같이 넣었던 것 같아요.
김성은
연출의 입장에서 남자2가 최루탄에 맞아서 죽었다는 장면을 좀 부각시키고 싶었어요. 박종철 열사, 이한열 열사의 죽음, 그들로 인해서 민주화 운동이 확산되고 커진 거잖아요. 그들은 변화를 주도했던 사람들이었어요. 가혹한 시국에서 변화를 위해 일어난 거죠. 그런데 사실 시간이 흐른 지금, 그들이 꿈꾸었던 것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과거로 원상복귀가 되버린 것 같은 느낌도 들더라고요. 죽음으로써 변화를 꿈꿨지만 변하지 않았다는 거. 오히려 그걸 더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과거로 돌아갔다기보다는 변화를 위한 시도에 포커스를 두었다고 설명을 하고 싶네요.
박서혜
제목은 내일을 사는 법이지만 사실 모순이죠. 변화하지 않는 오늘이 더 맞지 않을까 싶어요.
김성은
관객들이 내일을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그게 오히려 저희가 더 바란 것 같아요. 여러분들에게 도대체 내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주지하다시피 이 작품에서 바다의 이미지는 매우 중요한 은유로 등장인물들의 주변을 맴돈다. 특히 작품의 시작과 마지막 부분에서는 물결 속에 가라앉아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과 그 주변을 탐색하는 잠수부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객석에 앉은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세월호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연출의 욕망처럼 이 장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세월호보다 스텔라데이지호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새로운 정부도 등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섣부른 희망보다 변화하지 않는 오늘을 주시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이들이 말하는 내일을 사는 법이 아닐까.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