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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무대 <우리는 처음 만났거나 너무 오래 알았다>

여러 모습의 얼굴들

송이원_연출가
149호 2018.10.11
사돈지간의 60대 문자와 50대 연희가 자녀들의 이혼 소식을 듣고 한 차를 탄 채로 부산으로 향한다.
단편1. 운전하기 좋은 날_황정은 작
사돈지간의 60대 문자와 50대 연희가 자녀들의 이혼 소식을 듣고 한 차를 탄 채로 부산으로 향한다
단편2. 코디네이터_최보영 작
쌍둥이 자매 노영과 영로가 엉망이 된 옷방을 정리하며 엄마의 옷을 발견하고 옷들을 분류하기 시작한다.
단편 3. 이사_진주 작
몇 년간 함께 살던 연인인 희수와 이영은 이별을 맞이한다. 이사를 나가기 위해 짐을 챙기는 희수와 그녀가 빨리 가지 못하게 시비를 거는 이영은 곧 말다툼을 시작하게 된다.
단편 4. 팬미팅_김윤영 작
스캔들로 유명했던 영화배우 유나연과 그녀의 열혈 팬인 재경이 천국의 대기실(연옥)에서 만난다. 환생의 기로에서 결정을 유보하며 정작 나연에게는 선택을 재촉하는 재경.

송이원
리플렛을 보니 “여성의 관점에서 본 여성의 경험에 대한 연극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여성 극작가와 배우들의 모임”이라는 소개가 있었어요. 모이시게 된 계기와 활동, 또 과정 등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인수
처음 모이게 된 건, 제가 수업을 하다가 ‘왜 여자와 여자의 관계에 대해 여성의 시각으로 보는 작품이 없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작가들이랑 나누게 된 게 계기였어요. 마침 의기투합을 하게 돼서 단막극을 써보게 되었죠. 처음에 시작은 ‘노느니 장독 깬다’고, ‘심심한데 뭐하냐, 작품이나 쓰자’, ‘일단 써서 준비해놓으면 언젠가 쓸 데가 있겠지’ 하고 쓴 거예요. 그렇게 같이 작품을 쓰고 나니 학교에서 졸업생들을 위한 창작 플랫폼 프로그램을 진행하더라고요. 그 프로그램에 지원을 하면서 평소에 좋아하는 배우분들에게 연락해 팀을 모으게 되었고, 창단 공연 격인 이 공연을 작년부터 세 번째로 이어오고 있어요.
작가들은 가끔 수업하는 기분이 든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냥 저희 집에 모여서 써온 것들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제가 한 맛없는 요리를 먹고, 놀고, 헤어져요. 이런 방식으로 차기작 도 준비 중이랍니다.
송이원
공연을 보면서 이 네 가지 이야기를 담은 단막극들이 일단 이야기 자체도 다 다르고, 또 배우분들이 두 작품씩 출연을 하시며 캐릭터를 확확 바꾸시니 인상적이더라고요. 공연으로부터 받은 전반적인 느낌이 ‘다양하다’였는데 이 다양한 분들이 모인 계기와 하시는 작업들이 궁금했어요.
윤진성
작년에 처음 공연을 올렸을 때에는 1인 2역의 방식이 아니고 두 사람씩 한 편의 이야기를 맡는 방식이었어요. 작년에는 세 개의 단막이라 총 여섯 명의 배우가 출연하였고요. 올해는 네 편으로 작품 수는 늘었지만 배우 수는 네 명으로 줄면서 1인 2역을 시도하게 되었어요. 연출님이 ‘한 여자 안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공유해주셨고, 그래서 무대에서 옷도 바로 갈아입고, 필요하면 분장도 무대에서 바로 진행을 하고 있어요. 이런 요소들이 관객분들에게 재미로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송이원
옷과 상황이 바뀌자마자 몸짓과 말투가 확 달라지는 게 느껴져서 재밌었어요. 연극과 연기를 보는 재미랄지요.
김은숙
작가분들이 거의 30대이신데 작품 속 인물들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해요. 처음 작품 리딩을 할 때 남성이 보는 여성이 아닌, 여성의 삶과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이야기들이란 점도 매력적이었지만, 여러 세대의 이야기들이 와닿고 요즘 30대 여성 작가들은 삶에 대해 이런 고민들을 하는구나, 느낄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작년 공연 때는 제가 <운전하기 좋은 날>의 나이 많은 친정엄마 역할만 맡았었는데 이번엔 <팬미팅>의 어린 역할도 같이 맡게 되었어요. 보통 젊은 여자 배우가 분장을 하고 할머니나 어머니 같은 나이 든 역할을 하는 경우는 있는데, 나이든 여자 배우가 젊고 어린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조금 거부감이 있잖아요. 이번엔 인원도 적으니까 한 번 시도해보았죠.
이인수
젠더 크로스(Gender Cross) 캐스팅이란 말을 참조해서 제가 말을 하나 만들었어요. 에이지 크로스(Age Cross)는 왜 안 되냐며(웃음).
김은숙
젊은 역할을 하려다 보니 처음엔 힘들기도 하고 부담도 되더라고요. 어린 척을 해야 하나 싶어서요. 그래도 지금은 많이 지났지만 저도 그 세대였고, 일단은 나이를 생각하지 말고 그 세대의 고민과 캐릭터가 가진 욕구부터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하다 보니 나이라는 요소를 잊게 되더라고요. 제 안에 있는 여러 옛날의 것들도 나오는 걸 느꼈고요.
윤진성
저도 <코디네이터>에서 현경 배우랑 쌍둥이 역할을 하면서 20대 역할을 맡게 됐어요. 저는 지금 40대 후반인데, 저 같은 경우도 ‘20대를 어떻게 연기해야 되지’를 생각한 게 아니라, 그냥 대본에 저와 같이 연기하는 이 사람과의 갈등이 있잖아요, 그래서 똑같았던 것 같아요. 평소에 대본 분석할 때처럼 이 작품에 어떤 이야기와 갈등, 화해가 있는 지에 대해서만 주로 생각했어요. 그리고 워낙 싸우는 장면이 많다 보니 나이 생각보다는 ‘이겨야겠다’ 이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저는 오히려 <운전하기 좋은 날>이 더 힘들었어요. 70대 역할이고 사투리를 쓰는 역할이기도 했고요. 20대는 제가 지나온 나이기도 하니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까진 아직 안 가본 나이니까요.
윤현경
<이사>는 30대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인데 제가 아직 30대를 안 겪어봐서 그런지 초반에는 연출님으로부터 유독 많은 코멘트를 받았었어요. 상대역인 홍혜련 선배님은 40대 초반이신데 20대 중반과 40대 배우가 30대 커플 연기를 하니 부담감이 생기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연출님이 초반에 시작할 때 두 사람의 연인 분위기를 위한 연습을 많이 진행하셨요. 하다 보니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면 되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윤지성윤현경김은숙이인수

송이원
공연을 여러 번 거쳐 오시면서 많은 관객과 만나셨을 텐데 이번에는 기존 방식의 공연과 어떤 지점들이 달라졌나요?
윤진성
일단 저희 공연 자체가 관객의 연령층에 따라 각 단막에 대한 반응이 정말 많이 달라요. 20대 관객이 많은 날은 전반적으로 반응이 좋은데 <운전하기 좋은 날>의 반응이 좀 시들한 게 느껴지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희가 한 번은 낮 공연 때 어머님들을 모시고 공연을 했었는데, 어머님들도 <운전하기 좋은 날>을 그렇게 좋아하시진 않더라고요. 어머님들이 보시기엔 저희가 하는 게 어설펐을 것 같아요. 다만 40대 정도의 기혼 여성들, 다시 말해서 ‘며느리들’이 왔을 때, 공감과 반응을 많이 얻었던 것 같아요.
김은숙
우리 올케가 좋아하더라고요(웃음)
윤현경
형제나 자매가 있는 분들은 <코디네이터>에서 티격태격하는 쌍둥이 모습에 공감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나도 저러고 싸우는데’ 하시면서요. 그리고 <이사>에서는 전반적으로 한숨 소리와 훌쩍이는 소리가 많이 들리는데, 역시 사랑은 만인의 공통 관심사구나 싶었어요.
송이원
한 공연 안에 네 작품이 있는 거니까 단편마다 관객분들의 반응이 다양해진다는 게 재밌네요. 그럼 각 단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는 <운전하기 좋은 날>을 보면서 기존 대중매체의 사돈 관계와 다르다는 게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보통 사돈이라고 하면 항상 싸우거나, 경쟁하거나의 식으로만 그려지는데, 자동차라는 한정적인 공간에 같이 있으면서 그 관계가 계속 바뀌어 가는 게, 또 동년배지만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여성이 서로의 삶과 마음을 나누는 게 좋더라고요.
윤진성
네, 흔하게 다뤄지는 어색한 혹은 불편한 사돈 관계가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죠. 사실 사돈지간이라는 게, 저희 어머니께서는 항상 그런 말씀을 하셔요. 자신이 가진 것 중에 제일 좋은 걸 서로 주고받은 사이인데 그 관계가 나쁠 이유가 뭐가 있냐고요. 이 두 사람 같은 경우는 자식들은 이혼을 앞두고 있지만 자식을 통해 두 노년의 여성이 서로를 알아가며 어쩌면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죠. 처음엔 비호감이던 시어머니가 알고 보니 이혼도 했고, 나이는 들었지만 스스로 자립하려고 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이 점점 공감을 하시는 것 같아요.
김은숙
그리고 ‘여성적인’ 모습에만 갇혀있는 듯 보이는 엄마도 감춰진 욕구가 점점 드러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엄마들도 여자로서든 인간으로서든 욕망을 가진 존재로 보이게끔요.
윤현경
<코디네이터>는 직접 인물로 등장하진 않지만, 무대 위 딸들이 닮고 싶지 않아 하고, 피하고, 소개팅도 데이트도 나가고, 찢어진 옷도 입는 엄마라는 인물을 구체적으로 그리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어요. 각자의 엄마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미지를 모은 다음, 깎아가고 절충하면서, 또 타협하면서 만들어 보았어요.
윤진성
그 과정에서 세대 간의 차이를 느끼긴 했어요. 현경이 같은 경우는 엄마의 남자친구를 상상하는 것도, 엄마의 잠자리를 상상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엄마가 누구랑 섹스를 한다는 걸 상상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김은숙
이 작품을 보면서는 ‘저 엄마 되게 진취적이다’ 싶었어요. <이사>에서도 레즈비언 관계를 개의치 않으며 김치를 보내주는 엄마가 멋졌고요. 우리 세대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엄마이긴 하지만, 멋있는 엄마들인 것 같아요.
이인수
30대 여성들에게 엄마라는 존재가 무언가 해결해야 할 숙제처럼 드리워져 있나 봐요. 작가들의 작품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계속 반복해서 드러나더라고요.
송이원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어쩌다 보니 저만 30대인 것 같은데 20대와의 달라진 점을 생각해보자면, 20대 때는 자신이 어떤 이행기나 거쳐 가는 과정에 있다는 생각을 주로 하지 않았나 싶고, 그래서 소위 나의 것, 하고 싶은 것만 바라보면서 그것들에 몰두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30대가 되면서 이 불안정함이 이행기의 문제가 아니라 받아들여야 할 상태구나, 하며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이 나이쯤에 결혼을 하고 나를 낳은 엄마는 어땠나, 눈을 넓혀 생각하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아무튼, 생각해보니 말씀하신 것처럼 네 작품 모두에 엄마라는 존재가 빠지지 않고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는 것 같아요. 실제 인물로서 등장하는 게 아니더라도요. 그런 의미에서 <코디네이터>와 <이사>의 멋지고 자유로운 혹은 ‘현대적인’ 엄마와 더불어 <팬미팅>의 엄마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 같아요.
김은숙
<팬미팅>의 재경이란 인물은 안 좋은 가정 환경에서 학대 받은, 어떻게 보면 한국의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일 수도 있는 인물인 것 같아요. 멋진 부모들이 아니라 현실의 부모들이 싸우거나 어려움을 겪었을 때, 본인들은 학대하려고 한 게 아니더라도, 부모도 부모가 처음 되어보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불행을 겪고 아이들을 혼내는 식으로 본인들의 감정을 풀잖아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집과 부모가 곧 세상이니까 계속 그 환경에서 자랐다면 자기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자기비하하며 엄청난 상처를 겪고 자란 거죠.
극 중의 재경이는 부모에게 받은 여러 상처가 있지만 독립을 위해 일도 하고, 그러다 마음껏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나쁜 여자’ 스타를 좋아하며 사실 대리만족을 하며 살아왔던 거고요. 본인은 대리만족이 아니라고 하지만. 엄마 아빠한테 못 받은 무언가를 스타에게 투영하게 된 건 아닐까요.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저쪽에 있는 멋있는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막상 만나 보니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닌 것 같고, ‘나쁜 여자’가 후회하고 망설이고, 고민 하고, 곶감 먹고 죽어 연옥에 오고. 자기가 본 이미지랑 되게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윤진성
재경이가 자신의 투사와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스타를 보면서 뱉는 마지막 대사가 “나쁜 여자다. 나쁜 여자네!”잖아요. 저희가 극 전반에 걸쳐서 하고 싶었던 말도 “다들 각자, 스스로, 남들이 보기엔 나쁜 여자일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은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아라”의 말과 마음인 것 같아요.
송이원
“나쁜 여자네” 하고 가치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깨달음을 얻는 것이라 마지막이 참 와닿았어요. 동시대의 한국 여성 작가들이 쓰신 작품들이라 여성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인 눈으로 가깝게 담아내셨고, 그게 마음에 잘 달라붙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저는 의외로, 한 여성이 성장을 하고, 독립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겠지 계획하고 펼쳐나가는 삶의 과정 가운데, 네 편의 작품 모두에 어머니라는 존재가 등장을 한다는 게, 이게 의도하신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 지점이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포인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인수
여성들의 삶에 있어 엄마가 되게 중요한 존재인 것 같아요. 이 엄마라는 존재와 자기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와 서사, 어휘들이 많이 없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여자와 여자의 관계를 써보자고 화두를 던졌을 뿐인데, 제각기 다른 여자들의 관계들을 썼을 뿐인데, 엄마 얘기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거예요. 이게 뭔가 해결해야 할 물음표처럼 어딘가 계속 있나 봐요.
송이원
뭔가 있긴 있는데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점도 중요한 것 같아요. 일반화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보통 어머니라는 존재가 그려질 때 ‘희생하시는 거친 손의 어머니’, ‘내가 언제나 죄송한 어머니’, ‘집밥을 해주시는 어머니’ 이런 식으로 한 이미지로만 대상화되어 그려져 왔다면, 네 편의 단편들에서는 욕망하는 어머니, 진취적인 어머니, 자유로운 어머니도 있는 한편, 학대하는 어머니, 나쁜 어머니로도 그려졌으니까요.
이인수
엄마와 더불어 여러 여자들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어 과정이 즐거웠어요. 다양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 자체가 여성들의 삶이 다양하다, 하나로 모아질 수 없고, 다양한 색깔들이 있다라는 걸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윤현경
여덟 명의 여자가 나왔는데 다 너무 다르고 똑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송이원
그러면 아까 인터뷰 초반에 다음 작품으로 준비 중이시라는 역시 이런 식으로 단편을 모은 형식이 될까요?
이인수
아직은 개발 단계예요. 어떻게 착상을 하게 됐냐면, 성경에 나오는 다윗 왕이 죽으면서 자기 아들 솔로몬에게 ‘너는 남자답게 행동하여라’라고 남자답게 행동하는 강령 같은 것들을 유언으로 남기고 죽어요. 지금 2010년대 한국 사회에서 ‘act like a man’은 어떤 내용들일까. 어떤 식으로 이 사회에서 강요되고 있거나, 인정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이야기 나누며 풀어가는 중이에요. 작가들이 또 단편들을 썼는데 되게 재밌더라고요. 서사극 형식도 있고, 사실주의 드라마의 형식도 있고. 이것도 잘 개발해서 또 일을 저질러 봐야 하지 않을까, 하고 있습니다.
송이원
각각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단편들이 모인 형식은 또다른 감상을 주어서 차기작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들의 순서는 어떻게 이렇게 구성하게 되셨나요?
이인수
순서 구성은 <운전하기 좋은 날>이 따뜻하고 유쾌하기도 하고, 촘촘하게 잘 쓰인 작품이다 보니 처음에 오픈하기가 좋더라고요. 작년에 공연했을 땐 이 단편이 제일 마지막이었어요. 그래서 두 엄마가 마지막에 자유롭게 춤을 추면서 끝을 맺었고, 그것도 좋았죠. 이번에는 <운전하기 좋은 날>로 관객분들의 마음을 열고, ‘서로 남남이었지만 우정이 시작될 수도 있어’라는 가능성으로 운을 띄우고 싶었어요. 그 다음에 진성 언니가 출연을 했으니까 언니가 <코디네이터>를 통해 변신을 하는 거죠. 그리고 앞의 두 편이 명랑한 작품이다 보니 그 다음엔 <이사>가 나와도 감정적으로 무리가 없더라고요. 이렇게 진중하고 감성을 건드리는 작품이 세 번째로 나와주고, 그 다음엔 다시 조금 가볍게, ‘다른 나라로 가자’ 식으로 <팬미팅>으로 마무리를 짓게 되었어요. 마지막 장면이 또 어딘가로 가면서 새롭게 시작을 하는 인물이라 좋았던 것 같아요.
송이원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이렇게 모이게 되었군요. 좋은 공연과 뒷이야기 나누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이인수
아, 그리고 <우리는 처음 만났거나 너무 오래 알았다>가 11월에 ‘종로구 문화다양성 축제’에도 공식참가작으로 선정이 되었어요. 관심 부탁드립니다(웃음).

[사진: 김지성 jasonk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