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x0set프로젝트 <바람없이>
[작품리뷰] 고민의 소용돌이, 그리고 한 줄기 빛
정나라
162호
201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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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을 통해 수어로 통역되는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대학로에서 공연을 볼 기회가 몇 번 있었음에도 통역이 없었던 탓으로 관람할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수어 통역도 제공되고, 공연에도 호기심이 생겨서 친구와 함께 가게 되었다.
공연 시작 10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티켓을 배부해주는 것부터 수어로 통...
웹진 연극in에서는 ‘배리어 프리 연극’의 경우, 당사자 관객에 의한 리뷰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배리어 프리 연극은 수어통역, 장면해설 및 자막제공 등의 장애인을 위한 관극 환경을 갖춘 작품을 일컫습니다. - 연극in 편집부
지인을 통해 수어로 통역되는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대학로에서 공연을 볼 기회가 몇 번 있었음에도 통역이 없었던 탓으로 관람할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수어 통역도 제공되고, 공연에도 호기심이 생겨서 친구와 함께 가게 되었다. 공연 시작 10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티켓을 배부해주는 것부터 수어로 통역해주시는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지금까지는 필담으로 소통했었는데, 수어로 해주니 마음이 고마웠다.

대학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연장이었다. 객석은 비장애인이 앉는 곳과 청각장애인이 앉는 곳으로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으니 수어 통역사가 맞은편에 있었다. 공연 중간에 있을 수어 통역과 뛰는 소리, 탁탁 소리가 날 것이라는 상황 설명을 미리 들었다. 보청기를 끼고 있었는데, 사람 목소리가 나자마자 바로 수어 통역이 시작되었다. 수어 통역은 구석진 곳에서 진행되어 비장애인 관람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듯했다. 공연은 고요하면서 적막하게 느껴졌다. 수어 통역을 통해 공연을 보니 한결 편했다. 영상을 이용한 효과, 다양한 몸동작은 공연에 고요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자신의 고민에 관해 이야기 하고, 그 고민을 움직임으로 하는 배우를 보면서 내 삶을 보는 것 같았다.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나 서로 공통점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삶의 고민. 이유는 다양해도 삶을 고민하는 것은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하는 내내 암흑 속에는 고요함과 고민이 가득 차 있었다. 어두움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공연이 끝나고 여운이 강하게 남았다. 시간과 여건이 된다면 다른 공연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관련된 이야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장애인, 노동자, 여성 등 다양한 분들의 나레이션을 들을 수 있었다.
“옳아서 여기에 참여한, 어떤 책임감 있고 성실한 어떤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내 욕망을 담고 내 이야기를 담고 나라는 사람이 가진 캐릭터를 부려 넣고 그래도 되는 곳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어떤 것들이 막 나오는데, 저도 처음 보는 모습이죠.”(김혜정)
“나의 자리, 위치 늘 고민하는 건데, 그래서 내가 어느 자리에 있냐, 내가 어떤 자리에 있냐, 내가 어떤 위치에 있냐, 나아가서 내가 어떤 토대 위에 있는 거냐.”(공기)
“그걸 짚어주는 게. 난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내가 이게 어려워. 저게 맞는 거 같은 왜 어렵지, 근데 못하고 있는 내가 부끄럽긴 해. 근데 뭔가 이유가 있겠지. 이런 걸 설명하는 것, 다양한 이야기가 필요한 거. 모두가 다 정의로울 순 없잖아.”(홍은전)
“나의 자리, 위치 늘 고민하는 건데, 그래서 내가 어느 자리에 있냐, 내가 어떤 자리에 있냐, 내가 어떤 위치에 있냐, 나아가서 내가 어떤 토대 위에 있는 거냐.”(공기)
“그걸 짚어주는 게. 난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내가 이게 어려워. 저게 맞는 거 같은 왜 어렵지, 근데 못하고 있는 내가 부끄럽긴 해. 근데 뭔가 이유가 있겠지. 이런 걸 설명하는 것, 다양한 이야기가 필요한 거. 모두가 다 정의로울 순 없잖아.”(홍은전)
- 공연 중 음성 일부 발췌
어쩌면 우리 모두 삶에 어려움이 있는데, 드러내지 않을 뿐인 것은 아닐까? 어쩌면, 나레이션을 한 분들은 본인의 고민을 공유하기 위해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것을 드러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들을 위한 배리어프리 공연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공연을 보는 내내 갖고 있는 고민에서 벗어나 예술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기에, 연극에 한층 더 다가설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진제공: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7기동인 ⓒ박동명]
바람없이
- 일자
- 2019.05.23(목) ~ 06.02(일)
- 장소
-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 출연
- 엠마누엘 사누, 고권금 외
- 조명
- 노명준
- 사운드
- 정의석
- 그래픽
- 황혜준
- 영상
- 박동명
- 드라마터그
- 강보름
- 오퍼
- 김은정
- 연출
- 신재
- 각색/제작
- 0set프로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