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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세월호 연극에 대한 우문: 현답을 기다리며

임승태
162호 2019.06.27
얼마 전 세월호를 다루는 연극을 보고 나오는 길에 한 연출가를 만났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이야기는 공연에 대한 아쉬움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그 역시 또 다른 ‘세월호 연극’의 연출자였기에 말하기 편한 주제는 아니었다.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세월호 연극을 좋았다, 혹은 나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뭔가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이 없지 않지만 ...
얼마 전 세월호를 다루는 연극을 보고 나오는 길에 한 연출가를 만났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이야기는 공연에 대한 아쉬움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그 역시 또 다른 ‘세월호 연극’의 연출자였기에 말하기 편한 주제는 아니었다.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세월호 연극을 좋았다, 혹은 나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뭔가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이 없지 않지만 선뜻 꺼내기는 저어된다. 그래서 나는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질문을 모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연극in’ 지난 호를 보고 난감해졌다. 리뷰의 필자인 김방옥 선생님이 내가 모으고 있던 질문들을 하나로 집약해서 제시했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재현’은 가능한가? 내 질문들은 이 질문의 변주이거나 아류에 불과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끝에 아류가 되더라도 범박한 질문들을 펼쳐보려고 한다. 그리고 선생님과 달리 나는 나 스스로 답변하지 않기로 했다. 현답을 할 귀인을 기다리며 우문을 던지는 것, 그것이 ‘응답하라’ 필자에게 주어진 의무이자 권리가 아닐까. 나 자신의 입장이 있는 질문도 있지만 할 수 있는 한 수사적 의문문이 아닌 진짜 질문을 담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이 질문들은 세월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회적 참사에 관한 연극’이라 호명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월호는 여전히 이 문제에 있어 가장 시급한, 그래서 어떤 일반 명사로 환원할 수 없는 현안이기에 ‘세월호 연극’이라는 호칭을 대표로 사용하려고 한다. 이 질문들에 특별한 순서가 있기는 어렵다고 판단해서 편의상 키워드의 가다나 순으로 정렬한다.
  1. 당신에게 가장 좋았던 세월호 연극은 무엇인가?
  2. 당신의 세월호 연극은 누구를 관객으로 설정하고 있는가?
  3. 세월호 연극은 가족협의회의 긴급한 의제 - 예컨대 전면재수사 - 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 그러한 기여는 세월호 연극의 본질인가 아니면 부차적인 것인가?
  4. 당신은 누구인가? ‘세월호 연극’의 제작 주체인가, (일시적, 혹은 지속적) 관람 주체인가, 양쪽 모두인가, 어느 쪽도 아닌가?
  5.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조심스러운 이유는 무엇일까?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인가? 혹은 결코 당사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인가? 우리는 어떻게 해야 당사자로서 세월호 연극에 참여할 수 있는가?
  6. 참사를 다루는 연극은 결국 타인의 고통을 대상화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극이 정당화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7. 참사 피해자의 목소리는 누가 어떻게 대변할 수 있는가? 특히 희생된 학생들의 목소리를 기성세대가 대변하는 것이 적절한가?
  8. 연극이라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또는 연극으로라도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9.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중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는 무엇인가? 아직 할 수 없는 이야기는 또 무엇인가?
  10. 지금 이 시점에서 세월호 연극의 최우선 목표는 무엇인가? 개별 작품을 아울러 그러한 목표가 상정되고 공유될 수 있는가?
  11. 세월호 연극은 무엇을 변화시키기 위해 존재하는가? 세상인가, 만들거나 보는 사람들인가? 그러한 변화가 얼마나 감지되는가?
  12. 대상화에 대한 우려와 심지어 잘못된 재현으로 인한 비난을 무릅쓰고서라도 세월호 연극을 해야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13. 비평은 세월호 연극을 어떠한 기준에서 다뤄야 하는가? 작품의 만듦새인가, 제작진의 애티튜드인가, 아니면 작품의 정치적 목적 혹은 영향력의 성취 여부인가?
  14. 연극적 상상력은 참사에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가? 참사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상상해야 하는가?
  15. 사회적 참사를 다룬다는 사실은 당신으로 하여금 그 작품의 제작 혹은 관람을 선택하도록 하는가, 혹은 멀리하게 하는가?
  16. 참사를 소재로 이용하는 것이 문제인가, 소재로 이용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목표가 문제인가?
  17. 어떤 연극적 애도가 불편하고, 때로는 불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이른바 시혜적인 태도는 어떤 것이며 왜 문제인가?
  18. 세월호 연극에서 예술가의 예술적 목표와 사회적 목표는 양립할 수 있는가? 충돌할 때는 무엇을 어디까지 양보해야 하는가?
  19. 참사에 직면했을 때 연극이 그동안 추구해온 모든 연극적 가치?예컨대 개연성에서부터 수행성까지?는 부차적인 것에 불과한가, 아니면 비로소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인가?
  20. 세월호는 이제 무대에서 자유롭게 호명되거나 “연상되고” 있는가?
  21. ‘왜’(목적)과 ‘어떻게’(방법) 중 더 중요한 질문은 무엇인가?
  22. 세월호 연극에서 웃겨도 또는 웃어도 괜찮은가?
  23. 세월호 연극을 만들거나 보는 행위는 어떠한 의지의 표명인가?
  24. 세월호의 재현에 있어서 문제되는 것은 가능성인가 당위인가?
  25. (세월호) 연극이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것이 바람직한가?
  26.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조심스러운 이유는 무엇인가? 조심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만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27.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고 재발 방지를 원하는 관객은 부족하고 부적절한 면이 있는 연극이라도 지지해야 하는가? 더 엄격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가?
  28. 제작진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작품을 만드는 데까지인가, 가능한 많은 관객을 불러오는 데까지인가?
  29. 주변 사람들에게 세월호 연극을 추천한 경험이 있는가? 어떤 작품을 추천할 수 있었는가? 반대로 어떤 경우에는 권할 수 없었는가?
  30. 세월호 연극에서라도 우리는 재미, 혹은 미적 쾌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31. 세월호 참사의 목격자, 생존자, 그리고 어쩌면 참사를 유발하는 시스템의 일부인 우리에게 필요한 연극은 어떤 것인가?
  32. 세월호 연극은 어떤 말들로 홍보해야 하는가?
  33. 마지막으로, 당신은 앞으로(도) 세월호 연극을 만들 것인가? 또는 볼 것인가? 그것은 무엇을 위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