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로 이름쓰기 연구-궁디체 보급편>
[작품리뷰] 엉덩이를 통한 신체성찰 프로젝트
김연재_연출가
169호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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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것은 오직 내 엉덩이 뿐’ ‘엉덩이로 이름쓰기에 대한 새로운 접근’ ‘당신에게 엉덩이는 어떤 부위인가’ ‘엉덩이와 이름만 있으면 떠날 수 있는 엉쓰의 궁디체 연구 기행’...
믿을 것은 오직 내 엉덩이 뿐’ ‘엉덩이로 이름쓰기에 대한 새로운 접근’ ‘당신에게 엉덩이는 어떤 부위인가’ ‘엉덩이와 이름만 있으면 떠날 수 있는 엉쓰의 궁디체 연구 기행’
나를 인천까지 가게 한 것은 무엇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재미있어 보여서. 서울에도 콘텐츠는 많지만, 예상 불가능할 정도로 엉뚱한 작품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강렬한 파란색 바탕에 진지한 제목을 달고 있는, 그러나 타이포그래피는 약간 장난스러운 포스터를 만났다. 괜스레 입에 올리기에는 경박한 ‘엉덩이’를 성문화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연구’, ‘보급편’이라는 단어를 매칭한 제목은 가장 하찮은 것을 심도 깊게 연구한, 재밌고 새로운 결과물일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줬다.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공연은 태풍이 온다는 기상예보에도 불구하고, 인천이라는 먼 거리를 극복하고 공연장을 찾게 했다.
<엉덩이로 이름쓰기 연구-궁디체 보급편>은 생체역학 및 스포츠공학 연구소와 협력한 워크숍 과정, 2018년 1월 신촌극장과 10월 상촌재 ‘궁디체 개발편’, 12월 인천문화양조장 스페이스빔 ‘궁디체 응용편’을 거쳐서 완성되었다. 궁디체는 엉덩이 글씨체라는 뜻으로 사람마다 고유하게 갖고 있는 바디폰트를 의미한다. 2017년부터 궁디체를 개발하고, 생활에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끝에 많은 사람이 활용할 수 있는 ‘보급편’을 만들게 되었다.
<엉덩이로 이름쓰기 연구-궁디체 보급편>은 생체역학 및 스포츠공학 연구소와 협력한 워크숍 과정, 2018년 1월 신촌극장과 10월 상촌재 ‘궁디체 개발편’, 12월 인천문화양조장 스페이스빔 ‘궁디체 응용편’을 거쳐서 완성되었다. 궁디체는 엉덩이 글씨체라는 뜻으로 사람마다 고유하게 갖고 있는 바디폰트를 의미한다. 2017년부터 궁디체를 개발하고, 생활에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끝에 많은 사람이 활용할 수 있는 ‘보급편’을 만들게 되었다.

공연은 관객참여형 렉처 퍼포먼스로, 관객이 ‘엉덩이로이름쓰기연구소’에 들어와 각자의 궁디체를 실험해보고 자신과 엉덩이를 알아간다는 콘셉트로 구성되어 있다. 극장에 들어가기 전, 관객은 간단한 ‘궁디체 유형테스트’를 거친다. 테스트 내용은 엉덩이에 대한 것 같으면서도 일상생활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공연 말미에 테스트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엉덩이를 통해 ‘나’를 들여다보는 문항들로 구성되어 있다. 테스트의 질문들은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거나,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사소한 것들이어서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혔다.

극장으로 입장한 관객은 명예의 전당에 앉아있는 것처럼 광활한 극장의 정중앙을 차지하고 앉는다. 유명 인사들이 핸드프린팅을 하듯이, 나눠 받은 은박지에 엉덩이를 프린팅한다. 아주 정성스럽고 요염하게 엉덩이를 움직이면서 꼼꼼히 은박지에 엉덩이를 새긴다. 쉽게 볼 수 없었던 나의 일부인 엉덩이를 마주하는 순간이다.
진지하게 엉덩이와 마주하기
엉덩이로 나 자신과 조우했다면, 그 다음은 무대로 내려와 함께 엉덩이를 깨우는 과정을 거친다. 엉덩이를 민감하게 느끼면서 걷고 뛰고 움직인다. 익숙한 동작들인데도 모든 신경을 엉덩이에 두고 움직이자니 참 낯선 기분이 든다. 엉덩이는 앉아있을 때 제 기능을 한다 싶을 정도로 평소에는 신경쓰지 않았던 부위이다 보니 움직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감각이었다. 공연에 참여한 관객들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즐거워했다. 엉덩이로 자신의 이름을 쓴 게 오랜만이어서일까, 아니면 엉덩이가 있다는 사실이 반가워서일까. 이전 공연에도 참여했다는 한 관객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춤추게 되는, 일명 ‘엉알이’(엉덩이 옹알이)를 배워보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몸의 중심만 바꿔 움직였는데도 춤이 된다.

엉덩이로 이름쓰기는 어렸을 적에 벌칙으로 많이 했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엉덩이를 사람들에게 내보이고 이름을 쓰기 위해 씰룩이는 것이 벌칙의 내용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더럽히는 행위, 웃음을 사는 행위였다. 그리고 오랫동안 잊혀졌다. 점잖은 성인은 엉덩이를 쓰지 않는다. 서로의 신체를 보고 웃지 않는다. 걸을 때 엉덩이를 씰룩대도 안 되고, 운동할 땐 항상 엉덩이를 집어넣어야 한다. 이처럼 오랫동안 엉덩이는 움직일 일이 없었다.
어린이의 몸과 성인의 몸은 다르다. 사용하는 부위가 완전히 다르다. 온몸으로 뒹굴고 넘어지는 어린이의 몸과 비교하여 성인의 몸은 잘 넘어지지 않고, 앉거나 서거나 걷는 동작에 한정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따로 운동을 해줘야 질환·질병을 예방·치료할 수 있다. 이를 명랑하게 타파하기 위하여 창작자 김유진은 엉덩이를 중심으로 몸을 재편성한다. 다시 신체의 많은 근육과 에너지로 호흡하기 위해 엉덩이를 중심으로 감각하고 움직이며, 의자 아래에만 깔려 있던 엉덩이를 깨워낸다. 그가 하루에 한 번씩 엉덩이로 이름쓰기를 제안하는 이유다.
어린이의 몸과 성인의 몸은 다르다. 사용하는 부위가 완전히 다르다. 온몸으로 뒹굴고 넘어지는 어린이의 몸과 비교하여 성인의 몸은 잘 넘어지지 않고, 앉거나 서거나 걷는 동작에 한정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따로 운동을 해줘야 질환·질병을 예방·치료할 수 있다. 이를 명랑하게 타파하기 위하여 창작자 김유진은 엉덩이를 중심으로 몸을 재편성한다. 다시 신체의 많은 근육과 에너지로 호흡하기 위해 엉덩이를 중심으로 감각하고 움직이며, 의자 아래에만 깔려 있던 엉덩이를 깨워낸다. 그가 하루에 한 번씩 엉덩이로 이름쓰기를 제안하는 이유다.

엉덩이 중심으로 움직이고 나를 바라보기
퍼포머이기도 한 엉덩이로이름쓰기연구소 연구원들은 엉덩이로 이름쓰기의 유용성에 관해 설명하고, 엉덩이로 이름을 쓴 경험들을 서술하고, 엉덩이로 이름쓰기를 권한다. 현재 엉덩이로 이름쓰기 연구소에서는 ‘바른, 꾸밈, 무심, 역동’ 네 가지로 궁디체를 구분하고 있다. MBTI나 혈액형 등 각기 다른 기준으로 사람의 유형을 분류하는 것과 비슷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엉덩이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무심할 수밖에 없기에, 엉덩이에는 더욱 무의식적인 자기 자신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각 궁디체 연구 결과를 들으며 관객은 자신을 곱씹어볼 수 있다. 이토록 엉덩이로 이름쓰기는 위대하다.

전세계를 ‘엉쓰(엉덩이로 이름쓰기)’의 시대로 물들이고자 하는 포부가 무대에서 엿보였다. 무대에는 커다란 스크린 세 개가 있는데, 신성한 신전을 떠올리게 했다. 스크린에 등장한 출연진들은 우주를 배경으로, 궁극의 표정을 지으며, 엉덩이를 가리키는 단어 중 한 글자씩만 따서 ‘엉’, ‘궁’, ‘방’(엉덩이, 궁뎅이, 방뎅이)을 반복하였다. 우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영상과 아무 감정 없지만 진지하게 ‘엉궁방’을 반복하는 음향은 엉쓰교의 주문과도 같았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고도 ‘엉, 궁, 방’ 을 따라하게 된다. 공연이 끝나면, 입으로는 주문을 외우고, 몸으로는 이름을 쓴다. 자기 존재를 스스로 시공간에 새긴다.
공연이 끝날 무렵, 어디서든 한 번쯤 엉덩이로 이름을 써보라는 엉뚱한 제안을 한다. 영상 속 출연진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엉덩이로 이름을 쓰고 다니는 모습을 보여준다. 엉뚱한 수행 속에서 나를 찾아내고 발전시키는 신개념 접근법을 응원한다.
공연이 끝날 무렵, 어디서든 한 번쯤 엉덩이로 이름을 써보라는 엉뚱한 제안을 한다. 영상 속 출연진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엉덩이로 이름을 쓰고 다니는 모습을 보여준다. 엉뚱한 수행 속에서 나를 찾아내고 발전시키는 신개념 접근법을 응원한다.

공연을 본 관객들은 집에 가서 한 번쯤 엉덩이로 이름을 써보지 않았을까. 엉덩이로 이름쓰기, 안 쓰던 신체 부위를 환기해주는 <엉덩이로 이름쓰기 연구-궁디체 보급형>이었다. 한 번쯤 엉덩이로 이름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보자. 다르게 흔들 수 있다는 것, 어디서도 흔들어도 된다는 것, 그때의 내 움직임을 기민하게 살펴보자. 잊고 있던 엉덩이는 어느새 가장 친밀한 엉덩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엉덩이의 다양한 가능성, 엉덩이로 이름쓰기의 다양한 방법을 알고 싶다면, 엉쓰 연구소를 찾길 바란다.(facebook.com/buttfontlab, instagram.com/buttfont)
[사진 제공: 엉덩이로이름쓰기연구소 ⓒ팝콘]
엉덩이로 이름쓰기 연구-궁디체 보급편
- 일자
- 2019.09.20(금) ~ 09.22(토)
- 장소
- 송도 트라이보울
- 연출/출연
- 김유진
- 무대/출연
- 김혜원
- 영상
- 김보람
- 사운드
- 목소
- 조명
- 김지우
- 사진
- 팝콘
- 홍보물디자인
- OSC 디자인 스튜디오
- 기획
- 최봉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