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 샷>
[작품리뷰]모두의 스포츠, 보통의 농구 이야기
함은주
170호
201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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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까지 본 연극이 몇 안 된다. 다만 지금까지 스포츠를 해왔고 스포츠에 관해 공부하는 사람이다 보니 스포츠를 다루는 문화텍스트에 대해서는 반사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 드라마, 소설, 애니메이션, 웹툰에 이르기까지 많은 텍스트를 보아왔지만 연극으로는 처음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본 연극이 몇 안 된다. 다만 지금까지 스포츠를 해왔고 스포츠에 관해 공부하는 사람이다 보니 스포츠를 다루는 문화텍스트에 대해서는 반사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 드라마, 소설, 애니메이션, 웹툰에 이르기까지 많은 텍스트를 보아왔지만 연극으로는 처음이었다.
연극을 보러 가는 길, 늘 어색하고 부족해 보였던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 속 스포츠의 재현이 연극에서는 어떨지 염려의 마음이 컸다. 한편으론 농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라고 하니 스포츠 하는 여성들이 겪는 불편부당함에 대한 것이려니 하는 뻔한 생각도 했다.
그런데, ‘보통의 농구연극’이란다. 사이다 같은 청량한 하늘 바탕에 레몬 같은 유니폼을 입은 여성이 림을 향해 농구공을 던지는 그림이 담긴 포스터에 분명히 이렇게 인쇄되어 있다.
연극을 보러 가는 길, 늘 어색하고 부족해 보였던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 속 스포츠의 재현이 연극에서는 어떨지 염려의 마음이 컸다. 한편으론 농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라고 하니 스포츠 하는 여성들이 겪는 불편부당함에 대한 것이려니 하는 뻔한 생각도 했다.
그런데, ‘보통의 농구연극’이란다. 사이다 같은 청량한 하늘 바탕에 레몬 같은 유니폼을 입은 여성이 림을 향해 농구공을 던지는 그림이 담긴 포스터에 분명히 이렇게 인쇄되어 있다.
보통의 농구 연극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샷
맞다. 농구 연극이었다. 농구하는 여성들 이야기가 아니다. 여성들의 농구이야기였다. 여성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누구였대도 그냥 농구하는 이야기더라.

컴컴한 극장, 무대에 홀로 조명을 받으며 우뚝 서 있는 농구대. 농구코트를 독점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현실에서 존재하던가? 객석에서 무대로 내려가 농구공을 던지고 싶었다. 내가 평소 농구를 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농구공을 던지고 싶었다.
‘같이 농구할래요?’라는 재영의 제안과 설득 끝에 게임 시나리오를 쓰는 연정은 농구를 시작하고 연극도 이렇게 시작된다. 연정의 참가로 재영, 혜준, 환희, 연미는 함께 레몬사이다 팀을 결성한다. 연극은 이들이 연습하고, 경기하고 대회에 참가하는, 농구하는 이야기다. 농구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 차별, 불편함, 부당함 등에 대한 이야기는 1도 없다.
농구를 좋아할 뿐 아니라 농구 좀 아는 3인과 어떻게든 농구를 해야 하는 목적이 있는 농알못 1인, 그리고 뭐든 끝까지 가 본 적이 없는 낮은 자존감에 무기력한 1인이 한 팀을 이룬다.
연극에서 농구하는 장면을 어떻게 구현했을까 하는 기대는 이제 막 농구를 시작하는 사람들과 팀에 대한 것이라는 이야기 전개에 바로 접었다. 공도 없이 드리블과 수비 연습을 하는 장면엔 솔직히 실소가 나오기도 했다.
7분을 뛰기도 힘든 저질체력에 농구공을 던져본 적도 없는 농알못 연미가 스핀무브를 상상했다는 대사를 할 때는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났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 웃는 이는 관객 중 나를 포함 서넛에 불과했다. 순간 관객 중 스핀무브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궁금했다.
연극에서 농구하는 장면을 어떻게 구현했을까 하는 기대는 이제 막 농구를 시작하는 사람들과 팀에 대한 것이라는 이야기 전개에 바로 접었다. 공도 없이 드리블과 수비 연습을 하는 장면엔 솔직히 실소가 나오기도 했다.
7분을 뛰기도 힘든 저질체력에 농구공을 던져본 적도 없는 농알못 연미가 스핀무브를 상상했다는 대사를 할 때는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났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 웃는 이는 관객 중 나를 포함 서넛에 불과했다. 순간 관객 중 스핀무브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궁금했다.

미숙하기 때문에 하는 실수들과 어리숙함에 사람들이 웃는다. 하지만 선수들은 진지하고 심각하다. 이들은 배우가 아니다. 선수다. 이들이 농구공을 바닥에 튕길 때, 나의 심장도 퉁퉁 튕겨졌다. 드리블의 리듬을 내 심장 박동이 따라간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따라 내 몸도 움찔댄다. 클린 샷을 성공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박수가 쳐졌다. 관객들도 환호했다. 그들이 거친 숨을 몰아쉴 땐 나도 숨이 차고 그들이 슛을 던지면 내 팔도 움찔대었다. 나도 레몬사이다다. 나도 저들에 끼어 농구하고 싶다. 나에게도 ‘같이 농구할래요?’ 하고 물어 주었으면 했다.
담백하고 즐거웠다. 농구 한 게임 한 기분이었다.
연극을 보기 전 나는 이 연극에서 농구하는 여성, 여성들의 농구에서 스포츠사회학적 의미, 스포츠 젠더적 의미를 찾아내고 해석하리라 다짐했었다. 다 부질없다. 이 연극은 보통의 농구 연극인 것을. 보통의 남자들이 그냥 농구하는 것처럼 보통의 여자들이 농구하는 연극이다. 스포츠는 그런 것이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고 누려야 하는 것. 그래서 그냥 보통의 삶에 편재된 것이어야 한다.
연극을 보기 전 나는 이 연극에서 농구하는 여성, 여성들의 농구에서 스포츠사회학적 의미, 스포츠 젠더적 의미를 찾아내고 해석하리라 다짐했었다. 다 부질없다. 이 연극은 보통의 농구 연극인 것을. 보통의 남자들이 그냥 농구하는 것처럼 보통의 여자들이 농구하는 연극이다. 스포츠는 그런 것이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고 누려야 하는 것. 그래서 그냥 보통의 삶에 편재된 것이어야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스포츠 활동은 인간의 권리이다. 모든 인간은 차별 없이 올림픽 정신 안에서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올림픽 헌장에 천명하고 있다. 누구나 일상에서 자유롭게 스포츠를 누릴 수 있는 권리. 바로 스포츠권을 의미한다.
여성들의 농구하는 이야기가 특이하거나 특별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스포츠권이 실현되는 사회이고 스포츠에서의 성평등 실천이다. 그래서 보통의 농구 연극이다. 이건 보통의 농구 이야기여야 한다.
여성들의 농구하는 이야기가 특이하거나 특별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스포츠권이 실현되는 사회이고 스포츠에서의 성평등 실천이다. 그래서 보통의 농구 연극이다. 이건 보통의 농구 이야기여야 한다.
여자들이 축구하는 이야기를 담은 김혼비의 에세이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에 이런 글이 있다.
한 사람에게 어떤 운동 하나가 삶의 중심 어딘가에 들어온다는 것은 생각보다 커다란 일이었다. 일상의 시간표가 달라졌고 사는 옷과 신발이 달라졌고 몸의 자세가 달라졌고 마음의 자세가 달라졌고 몸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가 달라졌다. 축구의 경험이 쌓이는 만큼 내 몸과 마음의 어떤 감각들이 깨어나는 걸 느끼면서, 축구가 너무 재미있어서 어쩔 줄 모르겠는 기분을 느끼면서, 선수들과 이런 말을 주고받곤 했다. “왜 진작 축구를 하지 않았을까?” 사실 이 질문을 좀 더 엄밀하게 고치면 이렇다. “어렸을 때 우리는 왜 축구할 기회가 없었을까?”

이 연극을 본 사람들은 어쩌면 농구를 자신의 삶에 들여놓았을 지도 모르겠다. 연극을 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농구장에서 농구공을 던져 보고픈 마음이 들었다면 그들도 ‘레몬사이다!’. ‘왜 진즉에 농구하지 않았을까’ 후회하지 말기를... 스포츠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는 그 기분을 아는 삶과 모르는 삶의 차이는 해본 사람만 안다. 그러나 우린 안다. 그렇게 보통의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그나저나 레몬사이다 유니폼은 왜 굿즈로 만들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사진 제공: 플레이포라이프ⓒ김희지]
레몬 사이다 썸머 클린 샷
- 일자
- 2019.10.15(화) ~ 10.20(일)
- 장소
-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
- 극작
- 심정민
- 연출
- 설유진
- 드라마터그
- 성효선
- 조명
- 신동선
- 의상
- 강기정
- 사운드
- 목소
- 오퍼레이터
- 박진아, 유보민
- 사진
- 김희지
- 그래픽
- 황가림
- 기획
- 나희경
- 제작
- 플레이어F, 페미씨어터
- 협력
- 907, 극단8월, 칠리앤드위그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