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창작실험활동 과정과 공유
내일의 공연을 위한 실험과, 그 가능성
박다솔
177호
2020.03.26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Ctrl + V, 붙여넣기해서 사용하세요
지난 2월 20일부터 22일까지 문화비축기지에서 진행된 <2019 창작실험활동 과정과 공유 <창작실험활동 과정과 공유>는 예술가들이 창작을 위한 준비와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산실 창작실험활동지원’ 사업의 프로그램으로, 해당 사업에 선정된 예술단체의 창작실험 과정을 공유한다. ...
지난 2월 20일부터 22일까지 문화비축기지에서 진행된 <창작실험활동 과정과 공유1)>에서는 연극, 뮤지컬, 무용, 음악, 전통예술, 다원예술 분야의 총 22개 예술단체가 자신들이 창작 중인, 혹은 창작을 계획 중인 작품에 대한 실험과 그 과정을 일부 공개했다. 이들은 작품에 따라 쇼케이스, 피칭, 전시, 워크숍 등의 형태로 관객들을 만났는데, 곧 ‘내일의 공연’이 될 작품들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중에서도 관객들이 새로운 감각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관람형태를 다양화 하려는 시도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같은 기술을 접목하려는 공연이나 사람의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신체 움직임 혹은 소리의 리듬을 시각화하려는 시도가 매우 흥미로웠다.
먼저, 남기륭의 <엔피씨를 찾습니다>와 ‘무제의 길’의 <무제의 공간>은 각각 극예술에서의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실험하며 짧은 시연과 함께 피칭을 통해 리서치 과정과 기술 구현 과정을 공유했다. 두 작업 모두 가공된 이미지를 관객에게 제공하고, 관객이 이를 수용하고 반응하는 과정을 통해 공연을 완성 시켰다. 일반적인 극예술이 관객들의 수동적 관람 형태를 전제로 한다면, 이 두 공연은 관객들이 직접 움직이고, 만지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감각적 행위를 통해 관객들에게 능동적인 위치를 부여하고자 했다.
먼저, 남기륭의 <엔피씨를 찾습니다>와 ‘무제의 길’의 <무제의 공간>은 각각 극예술에서의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실험하며 짧은 시연과 함께 피칭을 통해 리서치 과정과 기술 구현 과정을 공유했다. 두 작업 모두 가공된 이미지를 관객에게 제공하고, 관객이 이를 수용하고 반응하는 과정을 통해 공연을 완성 시켰다. 일반적인 극예술이 관객들의 수동적 관람 형태를 전제로 한다면, 이 두 공연은 관객들이 직접 움직이고, 만지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감각적 행위를 통해 관객들에게 능동적인 위치를 부여하고자 했다.
남기륭 <엔피씨를 찾습니다> ⓒ최원규
남기륭의 <엔피씨를 찾습니다>는 AR기술의 사용으로 관객들이 극 안에서 적극적인 플레이어가 되도록 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증강현실은 일반적으로 카메라를 통해 얻은 실제 이미지에 그래픽을 덧대어 입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기술을 통칭하는데, 핸드폰, 컴퓨터, 프로젝터 등 실제 이미지와 가상 이미지를 동시에 투사·관람할 수 있는 화면을 필요로 한다. 남기륭은 피칭에서 AR기술을 사용하여 실험해온 일련의 짧은 작업들을 소개했는데, 연극과 AR을 접목하여 관객들이 장면을 선택적으로 볼 수 있게끔 하거나, AR 휴대기기를 소지한 참여자가 대중 시설에서 개인 공간을 설계하게 하는 컨셉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대체로 관객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적인 실험들이 주를 이뤘다. 보다 완성된 형태에서 증강현실이 어떠한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으며, 관객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극에 위치해야 하는지, 혹은 관객에게 적극적 참여를 강제할 수 있는지 등 여러 질문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올랐는데, 예술가 스스로도 이런 실험의 과정을 통해 이 질문들에 답을 찾아가고 있는 듯 보였다.
무제의길 <무제의공간_새로운 공연 무대로서의 VR의 가능성을 찾기 위한 실험> ⓒ최원규
반면, ‘무제의 길’의 <무제의 공간>은 관객이 VR헤드셋을 착용한 상태로 공연을 관람하는 가상현실 공연을 10분가량의 짧은 버전으로 시연하고 피칭을 진행했다. <무제의 공간>의 부제는 ‘새로운 공연 무대로서의 VR의 가능성을 찾기 위한 실험’으로, 이 단체가 이번 창작 리서치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은 몇 년 전부터 게임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상용화가 되고 있기 때문에 낯설지 않게 체험에 임할 수 있었다.
관객이 VR헤드셋을 착용하고, 양손에 컨트롤러를 쥐게 되면, 관객은 어느새 가상의 공간 안, 어느 정원의 입구에 위치하게 된다. 이 정원에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우두커니 서 있는 몇몇 인물들을 만나게 되는데, 해당 인물의 앞에 설 때마다 각기 다른 내레이션을 듣게 된다. 이 내레이션을 통해 관객은 상황을 유추하면서 이야기를 스스로 조합하게 된다. 짧은 시연이라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픽으로 설계된 가상공간 안에서 관객들이 직접 인물을 찾아가고, 만나서, 이야기를 직접 경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 단체가 ‘가상공간연극(VR Theatre)’에서 다양한 포지션의 창작자들(연출, 무대, 조명, 음향, 기획 등)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공론화하고 함께 탐색해나간다는 점이다. 가상현실 안에서 극예술을 구현할 때에도 테크닉뿐만 아니라 공연예술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앞서 언급한 두 공연이 관객들의 적극적인 체험을 통해 완성되는 공연이었다면, 현대무용 안무가 이정인의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띤다. 무용공연에 증강현실 기술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관객들의 관람 형태는 여전히 시각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에 머문다. 하지만 이 단체는 AR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시각정보를 다양화한다. 실제 사람의 눈으로는 보지 못하는 것을 이 기술을 통해 볼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것이다.
관객이 VR헤드셋을 착용하고, 양손에 컨트롤러를 쥐게 되면, 관객은 어느새 가상의 공간 안, 어느 정원의 입구에 위치하게 된다. 이 정원에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우두커니 서 있는 몇몇 인물들을 만나게 되는데, 해당 인물의 앞에 설 때마다 각기 다른 내레이션을 듣게 된다. 이 내레이션을 통해 관객은 상황을 유추하면서 이야기를 스스로 조합하게 된다. 짧은 시연이라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픽으로 설계된 가상공간 안에서 관객들이 직접 인물을 찾아가고, 만나서, 이야기를 직접 경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 단체가 ‘가상공간연극(VR Theatre)’에서 다양한 포지션의 창작자들(연출, 무대, 조명, 음향, 기획 등)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공론화하고 함께 탐색해나간다는 점이다. 가상현실 안에서 극예술을 구현할 때에도 테크닉뿐만 아니라 공연예술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앞서 언급한 두 공연이 관객들의 적극적인 체험을 통해 완성되는 공연이었다면, 현대무용 안무가 이정인의
이정인 ⓒ옥상훈
쇼케이스는 두 가지 관람 형태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AR전시로 동양화 작가 장경애의 그림에 숨겨진 각각의 코드 위에 태블릿 카메라를 비춰 그림 위에서 춤추는 이정인을 보도록 하는 것이다. 거대한 폐허의 곳곳마다 이정인이 있고, 그는 폐가의 기둥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거나, 잿더미 위로 몸을 구르며 그림 위에 존재한다. 그는 이것을 가상공간 안에서 이뤄진 장소특정 공연이라 부른다. 두 번째는, 무대 벽면에 그래픽 이미지를 투사하고 그 앞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그래픽이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의 공연이다. 작은 픽셀이 촘촘하고 정갈하게 흩뿌려져 있는 배경 앞에서 무용수들의 신체가 움직일 때마다, 이 픽셀들은 움직임을 따라 이동하고, 진동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관객들은 무용수들의 실제 움직임과 더불어 움직임에서 발생하는 힘의 세기와 빠르기, 움직임의 파동 등을 벽면에 투사된 그래픽 이미지를 통해 동시에 관찰하게 된다. 비슷한 방식으로 작업을 고수하고 있는 ‘Adrien M et Claire B’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이 공연이 쇼케이스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보다 창의적인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된다.
Adrien M et Claire B (출처: 유튜브)
이정인의 공연이 움직임의 파동을 그래픽으로 그려내기 위한 시도였다면, ‘몸소리말조아라’의 <판소리 움직임탐구1>은 판소리의 소리를 움직임을 통해 시각화하는 작업이었다. 앞선 작업들과의 다른 점이라면, 조아라는 오직 자신의 몸 하나만을 새로운 감각을 위한 주된 장치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는 소리를 할 때에 자신의 신체에서 작동되는 모든 감각(호흡, 장단, 움직임 등)을 예민하게 분석하고 이를 어떻게 몸을 통해 시각화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작은 무대 위에는 방패연을 연상시키는 도형이 크게 그려져 있다. 정사각형 안에는 동그란 원이 있고, 원 안에는 열십(十)자가, 그리고 모든 선 위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짧은 선이 그려져 있다. 공연이 시작되면, 관객들은 이 도형이 조아라가 탐구하는 판소리 대목의 선율을 그려내는 오선지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을 알게 된다.
<판소리 움직임탐구1>에서는 <춘향가> 중 ‘사랑가’의 한 대목을 탐구했다. 조아라는 판소리 움직임에 대해 설명하면서 동시에 시연을 보임으로써, 관객들이 판소리에 대한 정보가 취약하더라도 그의 소리와 움직임이 작동하는 원리를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극을 구성했다. 예를 들어, 그는 사랑가를 이루는 장단인 중중모리장단을 부르면서 무대 위에 그려진 도형 위를 장단에 맞춰 걷기 시작한다. 장단이 진행되는 동안 발의 보폭, 무릎의 굽히는 정도, 이동방향, 빠르기 등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보여줌으로써 중중모리장단을 시각화 하는 식이다. 이 소리의 시각화를 돕는 또 다른 요소는 조명이다. 소리의 높낮이나 빠르기에 따라 빛도 함께 변화한다. 아주 단순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조아라가 소리를 시각화하는 작업은 결코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각 마디마디, 음절 하나하나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몸 밖으로 내보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의 판소리가 눈에 또렷이 보였다.
작은 무대 위에는 방패연을 연상시키는 도형이 크게 그려져 있다. 정사각형 안에는 동그란 원이 있고, 원 안에는 열십(十)자가, 그리고 모든 선 위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짧은 선이 그려져 있다. 공연이 시작되면, 관객들은 이 도형이 조아라가 탐구하는 판소리 대목의 선율을 그려내는 오선지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을 알게 된다.
<판소리 움직임탐구1>에서는 <춘향가> 중 ‘사랑가’의 한 대목을 탐구했다. 조아라는 판소리 움직임에 대해 설명하면서 동시에 시연을 보임으로써, 관객들이 판소리에 대한 정보가 취약하더라도 그의 소리와 움직임이 작동하는 원리를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극을 구성했다. 예를 들어, 그는 사랑가를 이루는 장단인 중중모리장단을 부르면서 무대 위에 그려진 도형 위를 장단에 맞춰 걷기 시작한다. 장단이 진행되는 동안 발의 보폭, 무릎의 굽히는 정도, 이동방향, 빠르기 등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보여줌으로써 중중모리장단을 시각화 하는 식이다. 이 소리의 시각화를 돕는 또 다른 요소는 조명이다. 소리의 높낮이나 빠르기에 따라 빛도 함께 변화한다. 아주 단순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조아라가 소리를 시각화하는 작업은 결코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각 마디마디, 음절 하나하나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몸 밖으로 내보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의 판소리가 눈에 또렷이 보였다.
<판소리움직임 탐구1> 하이라이트 영상(출처: 유튜브)
<창작실험활동 과정과 공유>가 진행되는 사흘 간 열편이 넘는 다양한 작업들을 보았지만, 이 글에서 다룬 공연들은 그 중에서도 관객들의 감각을 확장하는, 혹은 그럴 것이라 기대되는 작업들이라 할 수 있다. 보다 예민한 감각들로, 보다 더 완성도 높은 형태로 곧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잠시 미래의 공연에 대해 상상해보았다. 내가 결코 해석하지 못할 알고리즘으로 중무장한 테크놀로지 융합 공연이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이내 나의 편협한 상상력을 탓하게 되었다. 테크놀로지가 미래의 전부는 아닐 테니까. 그래서 어느 시간에 놓인 ‘미래’와 마주 봐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그저 앞으로 올 날을 미래라 말한다면, 어쩌면 당연하게도, 아직 보지 못한 내일의 공연도 미래의 공연일 것이다. 그러니까, ‘아직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기대 때문에 미래의 공연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내일의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잠시 미래의 공연에 대해 상상해보았다. 내가 결코 해석하지 못할 알고리즘으로 중무장한 테크놀로지 융합 공연이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이내 나의 편협한 상상력을 탓하게 되었다. 테크놀로지가 미래의 전부는 아닐 테니까. 그래서 어느 시간에 놓인 ‘미래’와 마주 봐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그저 앞으로 올 날을 미래라 말한다면, 어쩌면 당연하게도, 아직 보지 못한 내일의 공연도 미래의 공연일 것이다. 그러니까, ‘아직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기대 때문에 미래의 공연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내일의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진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창작실험활동 과정과 공유>는 예술가들이 창작을 위한 준비와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산실 창작실험활동지원’ 사업의 프로그램으로, 해당 사업에 선정된 예술단체의 창작실험 과정을 공유한다. 지원사업에 선정된 예술단체는 쇼케이스, 피칭, 전시, 워크숍 등의 방식으로 창작중인 작품의 일부를 시연하거나 기록을 발표한다.
2019 창작실험활동 과정과 공유
- 일자
- 2020.02.20(목) ~ 02.22(토)
- 장소
- 문화비축기지
- 2.20(목) 워크숍, 관객과의 대화 Tank6 창의랩
- 2.21(금) 피칭, 관객과의 대화 Tank6 강의실
- 2.20(목) 사전체험 Tank6 에코라운지
- 피칭, 관객과의 대화, 전시 Tank6 강의실
- 2.21(금) - 2.22(토) 쇼케이스, 전시 Tank6 원형회의실
- 2.21(금) - 2.22(토) 쇼케이스, 피칭 Tank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