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성북동비둘기 <야생 다큐멘터리: 연극>
코로나 시대 생존 가능한 연극은?
남지수
186호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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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이후 “공연은 계속되어야만 한다(Show must go on)”는 무대 위 오랜 전언의 유효성은 강한 회의에 휩싸였다. 연극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극장 문을 여닫기를 반복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무력하고 불안정한 시간을 버텨내고 있다. 게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공연은 계속되어야만 한다(Show must go on)”는 무대 위 오랜 전언의 유효성은 강한 회의에 휩싸였다. 연극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극장 문을 여닫기를 반복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무력하고 불안정한 시간을 버텨내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 대유행의 공포를 예감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까지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지금, 하반기 연극계의 전망은 더욱더 암울하다. 이제 연극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현실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을 결코 멈출 수 없다고 당차게 선언한 연극이 눈에 들어온다. ‘코비드19 긴급 프로젝트’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코로나 시대 생존 가능한 연극을 실험하겠다는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면역리허설’ 삼부작이다. ‘면역리허설’이란 극장(연극) 안에서 면역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일련의 실험(리허설)을 뜻한다. <야생 다큐멘터리: 연극>은 '면역리허설'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6~8월 한 달에 한 편씩 선보인 ‘면역리허설’은 성북동비둘기가 성수동에 새롭게 둥지를 튼 연습실 겸 극장인 ‘뚝섬플레이스(took some PLAYS)’에서 공연되었다. 주로 고전 텍스트를 자유로운 상상과 기발한 연상으로 비틀고 해체하는 작업을 수행해온 극단의 연극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절묘한 극장 명이다. 작년 말 이곳으로 이주해 여러 공연을 준비하던 중 코로나로 인해 연간 계획을 전면 재수정/취소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에서 “연극을 이렇게 멈출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맞는, 지금 꼭 해야만 하는 연극을 하자.”는 취지로 ‘면역리허설’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방역, 언택트, 환경, 생태 등의 시의적 키워드들로부터 출발해 삼부작이 창작된 것이다. 첫 번째 공연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동물원>을 모티브로 취해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서 극장 운영을 고민하는 이야기를 담은 <격리동물원>이고, 두 번째 공연은 브레히트 서사극의 미학적 개념인 ‘거리두기’를 사회적 거리두기의 맥락으로 치환해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거리두기’ 효과 극대화를 위한 연출기법과 연기술 연구-코로나 바이러스를 中心으로>이다.
6~8월 한 달에 한 편씩 선보인 ‘면역리허설’은 성북동비둘기가 성수동에 새롭게 둥지를 튼 연습실 겸 극장인 ‘뚝섬플레이스(took some PLAYS)’에서 공연되었다. 주로 고전 텍스트를 자유로운 상상과 기발한 연상으로 비틀고 해체하는 작업을 수행해온 극단의 연극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절묘한 극장 명이다. 작년 말 이곳으로 이주해 여러 공연을 준비하던 중 코로나로 인해 연간 계획을 전면 재수정/취소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에서 “연극을 이렇게 멈출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맞는, 지금 꼭 해야만 하는 연극을 하자.”는 취지로 ‘면역리허설’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방역, 언택트, 환경, 생태 등의 시의적 키워드들로부터 출발해 삼부작이 창작된 것이다. 첫 번째 공연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동물원>을 모티브로 취해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서 극장 운영을 고민하는 이야기를 담은 <격리동물원>이고, 두 번째 공연은 브레히트 서사극의 미학적 개념인 ‘거리두기’를 사회적 거리두기의 맥락으로 치환해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거리두기’ 효과 극대화를 위한 연출기법과 연기술 연구-코로나 바이러스를 中心으로>이다.
마지막 작품 <야생 다큐멘터리: 연극>은 그 제목으로부터 언뜻 생태, 환경, 동물, 생존과 같은 의미적 맥락들을 떠올릴 법하지만(어쩌면 공연의 최초 아이디어는 이러한 의미로부터 출발했을지도 모르겠으나), 여기서 야생의 의미란 거칠고 혹독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다시 말해 바이러스로부터 생존해나가야 하는 현실 상황에 대한 은유이다. 이 작품은 코로나19의 발발 이래 현재까지, 약 6개월간 성북동비둘기의 활동을 마치 여느 리얼리티 방송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구성한다. 무대와 객석 사이 책상을 두고 관객을 등진 채 앉아있는 연출가 김현탁은 이 연극의 내레이터다. 그는 무대 위 배우들의 실연을 보며 마치 영상에 내레이션을 입히듯 수려한 말솜씨로 공연을 진행해 나간다. 그가 한때 배우의 꿈을 꾸던 예술가였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상기할 만큼 그의 천연덕스럽고 독특한 내레이션은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하다. 내레이팅은 다큐멘터리의 프레임을 만드는 연극적 장치일 뿐 아니라 무대 위 배우들의 발화를 최소화하는 - 배우들은 주로 육체적 행위를 수행하며 때때로 대사는 립싱크처리 되기도 하는데 - 대신 내레이터의 자유로운 발화를 – 관객 반대 방향으로 발화를 수행함으로써 최소한 그의 비말로부터 관객을 지켜낼 수 있는 - 가능케 하는, 일종의 코로나 시대 연극/연기 메소드이기도 하다.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올해 첫 공연으로 준비했던 (<오셀로> 창안공연인) <Oh the yellow>의 연습과 취소 결정, 6월 이탈리아 축제에 참가 예정이었던 <메데아 온 미디어>의 연습과 취소 통보, 면역리허설 삼부작의 일부 장면 재연이다. 배우들은 <Oh the yellow>와 <메데아 온 미디어>의 주요 장면들을 압축해 재연함으로써 분주한 연습 풍경을 보여준다.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 <델마와 루이스>, <미녀와 야수>, <록키> 등 대중문화를 패러디한 장면들을 위주로 나열함으로써 고전 텍스트에 담긴 화두를 관객들에게 쉽고 빠르게 전달하고자 했는데, 다소 산만하다는 인상도 있었지만 강렬한 패러디들의 나열은 기존 공연의 연습(재연, 반복)에서 빚어질 수 있는 지루함이나 식상함을 비껴갈 수 있었다.
또한 장면들이 다시 잘게 조각나고 분해되어 여덟 배우의 쉼 없는 합으로 장면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그들의 일상을 압축하는 연극적 요약임과 동시에 극단 특유의 몸의 에너지와 빠른 템포의 감각들을 구현해내는 연극성이 발로하는 지점이기도 했다. 참고로 성수동 시대의 시작과 함께 성북동비둘기 배우들의 세대교체가 단행된 듯한데, 기존 레퍼토리 공연을 수행하는 데 있어 몸과 말이 단단하게 훈련된 젊은 배우들의 기량이 무척 돋보였다. 숨 가쁘게 이어나가던 장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Oh the yellow>의 공연취소, 이탈리아 축제의 취소 통보 및 예술감독 확진 소식이 개입되는 시점에서야 잠깐의 쉼을 얻는다. 가까운 미래에 대한 예측조차 불가능해져 버린 시대, 연거푸 발생하는 공연취소는 뛰고 부딪히고 지르는 배우들의 육체적 소진을 일순간 무용하게 만든다. 전염병의 시대, 과연 연극을 할 수 있을까? 연극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역수칙의 범위 내에서 연극을 할 수는 없을까? 일련의 질문과 회의를 거듭하는 과정 속에서 그렇게 ‘면역리허설’ 삼부작이 탄생한다.
공연 후반부는 ‘면역리허설’의 앞선 두 공연의 요약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공연의 뒷심이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애초 코로나 시대 그들의 일상을 다큐적으로 재연하겠다는 의도는 일정 부분 자기복제와 자기 인용을 관대하게(?) 거듭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한 편의 공연을 통해 마치 세 편의 공연을 본 듯한 - 보다 엄밀히 말하면 다섯 편쯤 되는 듯한데 - 기시감은 이 공연의 특성인 동시에 한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면과 비대면이 공존하기 어려운 특성으로 간주되며 코로나 시대 연극을 한다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시각들이 무성한 와중에, 연극이라는 콘택트의 형식 속에서 언택트(거리두기, 방역, 면역)할 수 있는 (연출, 연기의 지점에서의) 방법들을 찾고자 하는 성북동비둘기의 삼부작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독창적인 실험이었다는 것이다.
[사진 제공: 극단 성북동비둘기]
‘면역리허설’ 삼부작 중 야생 다큐멘터리: 연극
- 일자
- 2020.08.13 ~ 2020.08.23
- 장소
- 뚝섬플레이스
- 창안/연출
- 김현탁
- 출연
- 성석주, 김미옥, 박보현, 최하늘, 박현준, 곽영현, 송하늘, 정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