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씨어터 <극장을 팝니다>
안녕하세요. 당근마켓에서 보고 연락드립니다. 부평아트센터 가격이 얼마인가요?
이수림
189호
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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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에 올라온 물건들을 구경하는 것은 우리 주변에 여러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특히나 코로나19 시국에 집에 오랜 시간을 머물게 되면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판매하는 것은 쏠쏠한 취미가 되어주기도 한다. 당근마켓을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판매가 가능한가 싶은 재미있는 매물을 발견하고는 하는데, 극단 앤드씨어터는 부평아트센터 개관 10주년을 맞아 극장을 판매하기로 했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물건들을 구경하는 것은 우리 주변에 여러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특히나 코로나19 시국에 집에 오랜 시간을 머물게 되면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판매하는 것은 쏠쏠한 취미가 되어주기도 한다. 당근마켓을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판매가 가능한가 싶은 재미있는 매물을 발견하고는 하는데, 극단 앤드씨어터는 부평아트센터 개관 10주년을 맞아 극장을 판매하기로 했다.
극장을 팝니다.
(10년 사용감 있음.)
(10년 사용감 있음.)
5명의 관객이 극장에 도착하면 부평아트센터 대극장 모니터 앞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극장을 팔게 된 이유를 만난다. 공연을 예매함으로써 예비구매자가 된 다섯 명의 관객은 다섯 가지의 이야기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태블릿PC 속에 있는 담당자를 따라 매물을 둘러보게 된다. 각 이야기는 조명, 배우, 관객, 시설, 행정편으로 나뉘어있으며 담당이 다른 만큼 각자 다른 이야기를 담았다. 필자는 극장을 구매하려면 극장 내부를 비롯한 주변 시설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 시설팀을 선택했다.
극장 카드키를 목에 걸고 태블릿PC의 재생 버튼을 누르면 시설팀장(박시현 역)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의 목소리에 따라 극장을 관람한다. 시설팀장은 극장의 개관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며 방문객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태블릿PC 속 시설팀장의 1인칭 시점을 따라 얄궂게도 깨끗한 하늘을 함께 바라보며 극장 마당에 있는 분수, 산과 산 사이에 위치하여 자연에 어울리게 계획된 극장의 위치를 살펴본다.
건물 왼쪽에 위치한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시설팀장이 예비구매자를 위해 특별히 열어준 풍경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지하철역과 동암산, 최초로 지하철 위에 조성된 산책로와 그 옆에 있는 주택 건물들이 넓은 시야로 들어온다. 풍경과 함께 작년 이맘때 진행되었던 야외공연, 그곳에서 판매했던 소시지와 와인의 이야기를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레 코로나19 이전의 공연과 일상이 떠오른다. 지금은 태블릿PC와 예비구매자만이 그 공간에서 과거를 기억한다.
시설팀장의 안내에 따라 극장 직원만이 갈 수 있는 뒷길로 들어서면 여러 사무실을 지나 창가에 도착한다. 창밖에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직원들은 쉬는 시간에 창밖을 바라보며 저 아파트에는 어떤 사람들이 입주할지, 그들을 위해 어떤 공연을 기획할지 고민한다고 한다. 이어 물품보관소를 지키는 경비원, 방문자들의 안전과 방역을 위해 신경 쓸 것이 더욱 많아진 직원들, 공연이 멈춘 뒤 극장에 출입하는 시민들을 경계했던 시선에 대한 반성 등. 극장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된다. 멈춘 것 같은 극장의 시간에 이후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연이 어쩔 수 없이 취소되어도 극장에는 삶이 있다.
건물 왼쪽에 위치한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시설팀장이 예비구매자를 위해 특별히 열어준 풍경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지하철역과 동암산, 최초로 지하철 위에 조성된 산책로와 그 옆에 있는 주택 건물들이 넓은 시야로 들어온다. 풍경과 함께 작년 이맘때 진행되었던 야외공연, 그곳에서 판매했던 소시지와 와인의 이야기를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레 코로나19 이전의 공연과 일상이 떠오른다. 지금은 태블릿PC와 예비구매자만이 그 공간에서 과거를 기억한다.
시설팀장의 안내에 따라 극장 직원만이 갈 수 있는 뒷길로 들어서면 여러 사무실을 지나 창가에 도착한다. 창밖에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직원들은 쉬는 시간에 창밖을 바라보며 저 아파트에는 어떤 사람들이 입주할지, 그들을 위해 어떤 공연을 기획할지 고민한다고 한다. 이어 물품보관소를 지키는 경비원, 방문자들의 안전과 방역을 위해 신경 쓸 것이 더욱 많아진 직원들, 공연이 멈춘 뒤 극장에 출입하는 시민들을 경계했던 시선에 대한 반성 등. 극장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된다. 멈춘 것 같은 극장의 시간에 이후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연이 어쩔 수 없이 취소되어도 극장에는 삶이 있다.

기획팀장의 이야기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다시 여러 사무실이 보인다. 계속해서 회의를 이어가는 상주극단의 사무실과 극장 사무실을 지나면 작은 야외 쉼터가 있다. 쉼터에 앉아 밖을 바라보면 왼쪽에는 소극장, 오른쪽에는 대극장 건물이 있다. 극장의 풍경을 다시 바라보고 앉아있으니 다섯 명의 학생이 시선을 빼앗는다. 건물의 통창을 거울로 사용하며 HOT의 <빛>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들의 춤을 보고 있으니 초반에 극장 앞에서 소리 지르며 자전거를 타던 아이들, 강아지를 산책시키러 나온 할머니, 복도에서 지나친 극장 직원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마침 그 시간에 이 극장을 방문한 사람들이 깜짝 배우가 되어주었다.
그들의 공연을 관람하고 극장으로 향한다. 이번에도 극장 스탭들이 다니는 비상구를 이용한다. 대극장의 옆문으로 들어가면 다른 예비구매자들과 만나게 된다. 어쩌면 내가 시설팀장이 되어있고, 조명감독, 배우, 관객, 기획자와 만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태블릿PC에서 일러주는 자리에 앉아 무대에서 로미오를 하고 싶은 배우의 연기를 잠시 관람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태블릿PC에서는 핀 조명을 받은 배우가 무대 위에서 짧은 독백을 하는 영상이 나오고, 환한 실제 극장에서는 배우의 이야기를 선택한 관객이 무대의 한 가운데에 서서 패드를 바라보는 모습이다. 극장에서 비로소 모두가 만난다. 모든 팀이 극장을 위해, 공연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준비하고 있다.
기획팀장의 안내에 따라 남들보다 조금 먼저 극장을 나와 건물 밖에 있는 나무들을 만난다. 처음에 같은 길을 걸었지만 곁을 주지 못했던 나무들이다. 기획팀장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무들이라고 한다. 극장을 팔아도 나무들은 팔고 싶지 않다는, 콘크리트 기반에서 10년 동안 용케도 잘 자라준 나무들을 바라보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그렇게 ‘극장을 파는 것이 맞을까요?’ 질문을 남기며 공연은 끝난다.
영상이 마무리되면 크레딧이 올라가고 실제 시설팀 직원의 인터뷰가 나온다. 공연을 위해 기획된 것임을 알면서도 극장을 판다고 하니 뒤숭숭한 모습, 씁쓸한 웃음들, 추억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지은 행복을 담은 얼굴이 계속해서 남아있다.
그들의 공연을 관람하고 극장으로 향한다. 이번에도 극장 스탭들이 다니는 비상구를 이용한다. 대극장의 옆문으로 들어가면 다른 예비구매자들과 만나게 된다. 어쩌면 내가 시설팀장이 되어있고, 조명감독, 배우, 관객, 기획자와 만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태블릿PC에서 일러주는 자리에 앉아 무대에서 로미오를 하고 싶은 배우의 연기를 잠시 관람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태블릿PC에서는 핀 조명을 받은 배우가 무대 위에서 짧은 독백을 하는 영상이 나오고, 환한 실제 극장에서는 배우의 이야기를 선택한 관객이 무대의 한 가운데에 서서 패드를 바라보는 모습이다. 극장에서 비로소 모두가 만난다. 모든 팀이 극장을 위해, 공연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준비하고 있다.
기획팀장의 안내에 따라 남들보다 조금 먼저 극장을 나와 건물 밖에 있는 나무들을 만난다. 처음에 같은 길을 걸었지만 곁을 주지 못했던 나무들이다. 기획팀장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무들이라고 한다. 극장을 팔아도 나무들은 팔고 싶지 않다는, 콘크리트 기반에서 10년 동안 용케도 잘 자라준 나무들을 바라보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그렇게 ‘극장을 파는 것이 맞을까요?’ 질문을 남기며 공연은 끝난다.
영상이 마무리되면 크레딧이 올라가고 실제 시설팀 직원의 인터뷰가 나온다. 공연을 위해 기획된 것임을 알면서도 극장을 판다고 하니 뒤숭숭한 모습, 씁쓸한 웃음들, 추억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지은 행복을 담은 얼굴이 계속해서 남아있다.
공연을 통틀어 HOT의 <빛>에 맞춰 배우들이 춤을 췄던 약 4분 만이 관객과 배우가 직접 만나는 순간이었다. 이마저도 먼 거리를 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코로나19의 장기화를 계속 고민하며 “수도권의 7일 평균 확진자 수가 총 200명이 넘을 경우”에만 공연을 연기한다는 기준을 세우고, 극장을 관객에게 양보한 채 창작자들은 한 발짝 밖에서, 다른 시간에서, 관객과 만나는 이들의 선택은 효과적이었다. 50분간 관객은 온전히 태블릿PC에 의존해 극장을 관람했고, 그 덕에 극장이라는 공간의 현존을 더욱 온전히 감각할 수 있었다.
극장에서 모든 참여자를 만났을 때에 들었던 감각이 맴돈다. 그들을 만난 순간 관객, 예비구매자, 기획팀장의 역할이 혼재되어 흠칫 놀라버렸다. 무대의 공연을 감상했던 순간에는 극장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한 사람으로서 객석에 앉아있었던 것 같다. 공연의 컨셉에 맞게 극장을 구매하려는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왔지만, 되려 팔지 말아야 할 이유들을 가득 안고 극장을 나오게 되었다.
극장에서 모든 참여자를 만났을 때에 들었던 감각이 맴돈다. 그들을 만난 순간 관객, 예비구매자, 기획팀장의 역할이 혼재되어 흠칫 놀라버렸다. 무대의 공연을 감상했던 순간에는 극장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한 사람으로서 객석에 앉아있었던 것 같다. 공연의 컨셉에 맞게 극장을 구매하려는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왔지만, 되려 팔지 말아야 할 이유들을 가득 안고 극장을 나오게 되었다.
[사진 제공: 부평구문화재단 ⓒ김솔]
극장을 팝니다
- 일자
- 2020.10.07. ~ 2020.10.09.
- 장소
- 부평아트센터
- 공동구성연출
- 권근영, 송김경화, 신재훈, 전윤환, 조민정, 홍예원
- 배우
- 강민지, 고홍진, 박시현, 이도준, 이윤하, 전민호
- 리허설 기록
- 박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