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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단단페스티벌 <인곡(人曲):종말 앞에서>, <HER STORY>, <가위바위보>,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

담금질의 플랫폼이 되길 기대하며

장윤정_연극평론가
190호 2020.11.05
단단페스티벌은 “매년 가을마다 소극장 혜화당에서 열리는 단막극 페스티벌”로서 ‘단(短)단(鍛)’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단막극으로 작품과 창작자가 단단해져 가는 과정이길 바란다는 취지로 읽힌다. 벌써 5회째니, 페스티벌로서는 어느 정도 자리매김한 시간이다. 그 속을 채우고 있을 면면들이 궁금해져 극장을 찾았다.
단단페스티벌은 “매년 가을마다 소극장 혜화당에서 열리는 단막극 페스티벌”로서 ‘단(短)단(鍛)’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단막극으로 작품과 창작자가 단단해져 가는 과정이길 바란다는 취지로 읽힌다. 벌써 5회째니, 페스티벌로서는 어느 정도 자리매김한 시간이다. 그 속을 채우고 있을 면면들이 궁금해져 극장을 찾았다.
다양한 작품들의 참여
<인곡(人曲):종말 앞에서>는 ‘종말’ 속 인간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K라는 인물이 운명의 굴레 속에서 죽음으로 상징되는 D, E, A, T, H 5명을 만나며 끔찍한 과거를 반복하여 마주하는 작품이다. 해결되지 못하는 전염병과 전쟁이 동시에 발생하며, 그 속에서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K 또한 비윤리적인 태도를 취하고, 결국 같은 상황을 반복하여 겪더라도 K는 늘 같은 선택을 하고 말기에 지옥 같은 세계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인곡(人曲):종말 앞에서>는 디스토피아적인 사회상을 배경으로, 끔찍한 환경 못지않게 그 속에서 자행되는 인간의 비윤리적 행태와 선택이 종말을 형성한다는 점을 사유하게 만든다.

<HER STORY>는 여러 여성 인물들의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담고 있다. 각 에피소드는 직접 관계되지는 않지만, 앞선 에피소드에 등장한 소재나 인물의 이름이 뒤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형태로, 은연중에 서사의 맥을 잇는다. 작품은 에피소드마다 중년의 여성 인물들이 등장하여 각자 지닌 삶의 문제를 토로하는 형태다. 때로는 여성으로서, 때로는 사회 구조망에서의 약자로서 문제적인 현실을 드러낸다. 말미에선 유쾌한 분위기로 여성들의 대화가 진행되고 그 속에서 관객은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반응하며 놀이로서의 연극을 경험하게 된다.
<인곡(人曲):종말 앞에서> 공연 장면
<인곡(人曲):종말 앞에서> 공연 장면
<가위바위보>는 사회인이 된 대학 동기들이 모여 술자리를 벌이고 술 게임을 하며 내기를 하는 작품이다. 자본을 생산해내는 위치와 그러지 못하는 위치, 전공을 이어간 친구와 그러지 못한 친구 등 인물들 내부에는 미묘한 신경전이 존재한다. 그리고 주변의 행인을 두고서 혹은 주변 지인을 두고서 내기에 진 사람이 벌칙을 수행하며 갈등을 일으키고 즐거움을 경험하는 서사다.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은 알레고리 형태의 작품이다. 아내와 남편이 사는 외딴 섬에 낯선 남자가 등장하고 그는 이내 섬을 자본주의적 논리로 지배해간다. 그것은 낚시와 물고기로 상징되는데, 큰 욕망 없이 일용할 물고기에만 관심을 두었던 아내와 남편에게 남자는 ‘폭력’으로써 ‘대출’, ‘빚’, ‘이자’ 등의 경제 개념을 형성시켜, 노동을 해도 노동의 대가가 더 이상 노동자의 몫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어 서로가 경쟁하게끔 만들고, 자연스레 서로를 불신하게끔 유도한다. 아내와 남편은 남자가 떠나고 나서도 부당한 시스템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채, 여전히 어리석은 방식으로 낚시를 지속하며, 작품은 막을 내린다.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은 남자를 여러 원시 형태의 섬을 집어삼킨 “괴물”로 표현함으로써, 자본주의가 사회를 어떻게 지배하고 구조화시키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각 작품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관객과 만났다. 짧은 시간 내에 작품의 의도를 충실히 담아내고자 하는 노력이 객석까지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HER STORY> 공연 장면
<HER STORY> 공연 장면
‘신진’이라 하여 ….
서울청년예술지원 사업으로 신진 창작자들의 활동이 활발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의 창작자에겐 응원이, 고유한 세계관을 펼쳐내는 창작자에겐 기대와 신뢰가 형성되곤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을 받았던 창작자 혹은 작품들의 경우, 그 이유가 비단 ‘신진’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새로운 연극형식을 실험하거나, 소수에 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세계를 다각도로 바라보도록 이끌거나, 일상이란 외피를 걸치면서 삶과 인간에 대한 사유와 토론의 장을 무대에 마련했기 때문이었다. 즉, 그들의 작품에는 늘 ‘신중함’과 섬세함을 기반으로 한 ‘민감함’이 묻어났다. 발화에서의, 표현에서의, 창작과정에서의 신중함과 민감함이 존재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신진’이라고 하여 무조건 지지를 받거나, 모든 것이 용인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예컨대, <가위바위보>의 경우 여성의 외모를 두고 웃음 요소로 표현하거나, 동성에게 구애하는 행위를 게임의 일환으로 하여 여성에게 구애하는 여성을 두고 ‘미친’ 사람으로 희화화하거나, 술 취한 행인의 옷을 탈의시키는 것으로 게임을 하는 등. 일상에서도 꺼려질 행동을 무대에서 재현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낀다. 그것은 어떠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풍자가 아니었으며, 있는 그대로 유머코드로 사용하기 위한 시도였기에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관객으로서 더 이상 속옷 차림의 배우를 보고 싶지가 않다. 특히, 남성의 속옷 차림을 유머코드로 활용하곤 하던 지난날의 행태를 재생산하는 지점에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전혀 맥락 없이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배우의 속옷 차림을 연출한 것은, 작금의 시대에 전혀 웃기지 않음을, 역으로 관객에게 자칫 불쾌함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끔 한다. 덧붙여 ‘가위바위보’라는 단순한 게임으로 ‘로또’ 같은 불확실성에 기대를 걸고 일확천금의 기회를 꿈꾸어야 하는 현 사회현실을 상징화하여 보여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에서는 가위바위보가 청년들의 술 게임의 일부로 그쳐버린 것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현실은 술 게임이나 가벼운 해프닝으로 설명되기엔 너무나도 무겁고 팍팍하며 절박하기 때문이다.
<가위바위보> 공연 장면
<가위바위보> 공연 장면
<인곡(人曲):종말 앞에서>와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은 전자는 ‘인간’에 후자는 ‘사회’에 초점을 두어 관객에게 사유할 지점을 남겨두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인곡(人曲):종말 앞에서>의 경우, 여성 인물들이 K를 위한 모성성(어머니)과 구원(아내)을 상징하는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의 경우, 여성의 신체가 자본주의라는 “괴물”이 취해야 할 대상으로 등장한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의 경우, “괴물”이 아내를 겁탈하려는 모습을 두고 남편이 “어설픈” 자세라고 꼬집는데, 그것은 역설적으로 창작자 스스로 그 장면이 젠더적 관점에서 위험하게 읽힐 수 있음을 인지하였던 것으로 설명된다. 스스로 문제를 꼬집음으로써 풍자와 자조 사이에서 비난의 위험을 비켜나가게끔 한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그 장면은 꼭 필요한 것일까. ‘자본’과 ‘원시적 세계관’의 대립 및 갈등을 그려내고 있는 작품에서, 여성의 신체를 취득하고자 하는 장면이 필수 불가결할 정도로 유의미한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관객과 만나기 위해 무대 뒤에서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분명 녹록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그렇기에 각 작품의 등장에 응원의 힘을 싣고 싶다. 다만, 관객과의 만남보다, 무대 위 등장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지는 않을까 자문하게 된다. 어쩌면 그 지점이 작품의 의도를 더 발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페스티벌의 향방을 주목하며
단단페스티벌의 특징이라면 아무래도 ‘단편’일 것이다. 그런데, ‘단편’이라 하여 모든 단편 작품들을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단단페스티벌은 ‘단편’으로서의 어떤 미덕을 주요하게 살펴보는지 궁금해진다. 예컨대, 같은 페스티벌일지라도 매년 다른 키워드를 꼽아 작품을 구성하는 형태를 경험하곤 한다. 서울미래연극제, 페미니즘연극제가 그러하다고 하겠다. 그렇기에 관객으로서 올해 단단페스티벌의 키워드는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또, 페스티벌이 끝난 후 전체 창작팀들과 기획팀은 함께 작업을 돌아보는 자리를 이어가는지도 궁금해진다. 그동안 페스티벌의 마무리 단계는 더 발전된 다음을 기약하게 만들기에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던가. 단단페스티벌 또한, 그러한 과정으로써 또 다른 모습의 단단페스티벌로 나타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 공연 장면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 공연 장면
2018년 3월 소극장 혜화당에서 SF연극제를 접했다. 당시 관람한 <프눌과의 전쟁>은 소극장에서 만난 SF연극 중 가장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관객은 연극에 종사하는 지인 관객보다 대중 관객들이 주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때, 소극장의 활기와 열기를 경험했다. 소극장 혜화당의 미덕은 거기에 있었다. 신선한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관객에게 연극의 재미를 전달하며 사유의 장을 펼쳐내는 극장이 소극장 혜화당이었다. 그렇기에 소극장 혜화당의 여러 페스티벌, 특히 그중에서도 단단페스티벌의 향방이 주목된다. 참여자도, 관객도, 극장도 함께 단단해져 가는 과정의 페스티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단단페스티벌은 작품을 주조하는 데에 담금질의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단단페스티벌이 서로가 단단해질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제공: 단단페스티벌]

제5회 단단페스티벌
일자
2020.10.14. ~ 2020.11.15
장소
소극장 혜화당
관련정보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20008108
인곡(人曲) : 종말 앞에서
작/연출
권오윤
출연
전병일, 박세은, 김건수, 김장현, 이진우, 이성혜
드라마트루그
류이향
조명
유재헌
음악
김지수
안무
김민지
무대감독
전병일
조명오퍼레이터
장하은
진행
박세은
스튜디오212
HER STORY
작
김나영
연출
김경미
출연
김나윤, 서은지, 김소율
첼로연주/음악감독
에디
무대감독
허동수
조연출
박해란
극단 무아지경
가위바위보
작/연출
허병필
출연
서진혁, 서성영, 오희석, 이채린, 장운식, 민나리
예술감독
정형석
기획PD
김병애
무대감독
이성원
아트디렉터
손현경
조명
허병필
무대
한호정
의상/소품/분장
이문주
조연출/오퍼레이터
신영인, 조은하
극단 드림시어터컴퍼니&닷팩토리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
작
김지용
연출
김남언
출연
서광재, 장주연, 문창준, 예양
예술감독
이대영
프로듀서
이경훈
무대
김민석, 박소윤
음악
정다운
음향감독
우수민
조명
홍문화
조연출/조명오퍼레이터
김한별
사진/그래픽
김다운
의상/소품
강승화
프로젝트 그룹 낙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