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창작극페스티벌 ‘초연입니다’ <어서와요, 이곳으로>, <Enfant terrible: 무서운 아이들>
작지만 당찬 페스티벌
남지수_연극평론가
191호
202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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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회를 맞이한 창작극 페스티벌 ‘초연입니다’는 대학교 문화마케팅 스터디 동아리 ‘컬쳐유니버’에서 파생한 ‘몽상가들’이 주최한 기획 중심형 축제다. 공연을 향한 뜨겁고 순수한 열정으로 축제를 만들어낸 것에 대한 찬사 이전에, 유례없는 전염병의 확산 속에서도 축제를 이어가기로 결정하고 대관과 홍보 등 쉽지 않은 현실적 문제들을 타개해나간 그 추진력이 무척 놀랍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창작극 페스티벌 ‘초연입니다’는 대학교 문화마케팅 스터디 동아리 ‘컬쳐유니버’에서 파생한 ‘몽상가들’이 주최한 기획 중심형 축제다. 공연을 향한 뜨겁고 순수한 열정으로 축제를 만들어낸 것에 대한 찬사 이전에, 유례없는 전염병의 확산 속에서도 축제를 이어가기로 결정하고 대관과 홍보 등 쉽지 않은 현실적 문제들을 타개해나간 그 추진력이 무척 놀랍다. 1~2회 축제 때는 관객과의 교류에 집중하는 작품을, 올해는 코로나로 더욱더 공연하기 힘들어진 창작극의 무대화 자체에 주목했다고 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기획팀 구성원 및 연극동아리 단원들의 내부 피드백을 바탕으로 작품이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페스티벌은 요즘 젊은 친구들이 어떠한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이 유례없는 시대에 어떠한 연극을 갈망하고 있는지 살필 수 있는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4개 극단이 5일간 쉼 없이 공연을 이어가는 축제에서 두 작품을 관람했다.
<어서와요, 이곳으로>
극단 배우들
극단 배우들
첫 번째 공연은 2017년 서울시 청년예술단 출신 배우들로 구성된 극단 배우들의 <어서와요, 이곳으로>라는 작품이다. 아라뱃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인해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 장사도 안 되고 집값도 떨어지게 되자, 지역주민들이 범인을 직접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다. 주민들이 각자 추정하는 용의자를 설명하면 피해자와 용의자 사이에 있었을 법한 사건들을 극중극 형식으로 재현하며 과연 그를 누가, 왜 죽였을지 추리해 간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주차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일, 피해자 부인에게 내연남이 있던 비밀, 붉은 수돗물 사건으로 담당자였던 피해자 대신 하급 공무원이 파면 당했던 사건들이 언급되면서 익히 들어왔던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면면들이 목도된다.
이 같은 추리극이 일반적으로 여러 추측을 가능케 하는 복선을 배치하거나, 사건을 긴박하게 추동해 긴장감과 집중력을 자아내기 위해 애쓰는 반면, 이 연극은 애초 사건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수용하지 않으려 했던 듯 배우들의 멀티플레이로 빚어내는 소극적 상황만을 강조하는데 주력한다. 개연성 있는 응축된 서사로 용의자를 좁혀 나가는 서스펜스 보다 상황을 산만하게 펼쳐나가는 극작술은 주민들의 엉성한 추리력이나 엉뚱한 상상력, 또는 눈앞의 진실을 보지 못하는 상황을 풍자하려는 연극적 장치였을까. 그러나 그 어떤 지점도 명확하게 인식되지는 않는다. 모진 말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 속에서 직면하게 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예리한 성찰도, 인물들의 욕망에 대한 타당성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이 연극은 그저 배우들의 쉴 새 없는 반복된 변장으로 공허한 웃음을 남기게 되었다.
<Enfant terrible: 무서운 아이들>
창작집단 꼴
창작집단 꼴
두 번째 관람한 창작집단 꼴의 <Enfant terrible: 무서운 아이들>은 20세기 초 열정과 광기의 삶을 살았던 프랑스 아방가르디스트 장 꼭또(Jean Cocteau)의 동명 텍스트를 원작으로 하는 공연이다. (그런데 원작에 적극적으로 기댄 이 공연을 과연 창작극으로 분류할 수 있는가?) 부모의 보호로부터 -그것은 사회나 국가의 제도, 관습, 질서로도 치환될 수 있을 텐데- 완벽히 절연된 아이들은 부재와 결핍 속에서 서로를 소유하려는 집착을 드러내고, 약물중독, 근친상간, 동성애, 자살 충동 등 원초적 욕망에 강하게 포획된 상태다. 거칠고 투박한 세트, 잉크를 흩뿌린 장난을 일삼은 듯한 무대는 인물들이 살고 있는 음침하고 스산하며 격렬하고 몽환적인 세계의 분위기를 잘 자아낸다.
잘 알려졌다시피 꼭또의 원작은 그 자체로도 무척 추상적이고 난해한데, 공연은 최소한의 분별 가능한 상황만을 남겨둔 채 서사를 가능한 걷어내는 선택을 했다. 부모를 잃은 네 명의 고아인 폴과 엘리자베스, 아가뜨와 제라르는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소유와 집착, 사랑과 질투의 열병을 앓는다. 그러나 서로를 향한 마음은 엘리자베스의 거짓말, 아니 어쩌면 인물들 스스로의 나약함으로 인해 결코 확인하지 못한다. 오롯이 투명한 욕망만이 가득한 세계에서 그 욕망이 충족되지 못함은 결국 한층 더 잔혹한 일탈을 부추기며 이들 세계의 균열을 예고할 뿐이다. 꼭또의 소설이 파멸되어 가는 인간의 비극성이 아닌, 체제와 관습에 결코 얽매이지 않으며 오로지 자기충동과 욕망을 향해 돌진해 나가는 순수하고도 위험한 인물들의 상태에 관심을 두었던 것처럼, 연출가 역시 이러한 원작의 의도를 충실히 섬기고자 고민한 듯하다. 극장에 진동을 일으키는 음향효과와 향수를 분사함으로써 자아낸 환각효과를 통해 이 작은 세계를 가득 채운 형언 불가능한 불안과 공포를 재현하려 함이 바로 그러한 시도들일 것이다. 이 감각적 장치들이 좀 더 과감하게 작동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적어도 그것이 텍스트와 고군분투한 흔적들이라는 점에서 여러 차례 곱씹게 되는 공연이었다.
사실 한 편의 공연을 더 보고자 극장을 찾았지만 매진으로 볼 수 없었다. 대학로 거리는 퍽 한산했던 반면 관객들로 북적거리는 시온아트홀 풍경은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이쯤 되니 기획팀 몽상가들의 홍보력이 다시금 궁금해진다. 게다가 회차마다 공연 전 관객 이벤트와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등 축제를 풍성하게 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도 성실하다는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내가 본 두 편의 공연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긴 했으나, 쉼 없이 이어지는 일정에 참여극단들의 상황이 녹록치 않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축제가 끝난 지금, 이들은 내년 축제를 위해 어떠한 고민을 하고 있을까. 여러 아쉬움이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대한 기대감을 감출 수 없는 것은, 이 작지만 당찬 페스티벌이 보여준 야심찬 기획력과 뜨거운 현장반응 만큼은 적잖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사실 한 편의 공연을 더 보고자 극장을 찾았지만 매진으로 볼 수 없었다. 대학로 거리는 퍽 한산했던 반면 관객들로 북적거리는 시온아트홀 풍경은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이쯤 되니 기획팀 몽상가들의 홍보력이 다시금 궁금해진다. 게다가 회차마다 공연 전 관객 이벤트와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등 축제를 풍성하게 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도 성실하다는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내가 본 두 편의 공연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긴 했으나, 쉼 없이 이어지는 일정에 참여극단들의 상황이 녹록치 않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축제가 끝난 지금, 이들은 내년 축제를 위해 어떠한 고민을 하고 있을까. 여러 아쉬움이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대한 기대감을 감출 수 없는 것은, 이 작지만 당찬 페스티벌이 보여준 야심찬 기획력과 뜨거운 현장반응 만큼은 적잖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 극단 배우들/ 창작집단 꼴]
2020 창작극 페스티벌 ‘초연입니다’
- 일자
- 2020.11.03. ~ 2020.11.08.
- 장소
- 시온아트홀
어서와요, 이곳으로
- 일자
- 2020.11.03. ~ 2020.11.04
- 장소
- 시온아트홀
- 출연
- 권순형, 박연수, 박희연, 박성원, 신유주, 이선
- 작
- 박성원
- 연출
- 김자영
- 기획
- 성지하
- 무대디자인
- 송수진
- 무대디자인/무대감독
- 양병환
- 진행/오퍼
- 김다인, 정새롬
- 조명감독
- 신승철
- 극단 배우들
Enfant terrible: 무서운 아이들
- 일자
- 2020.11.07
- 장소
- 시온아트홀
- 출연
- 김성각, 이현주, 안지윤, 오한솔
- 원작
- 장 꼭또
- 각색/연출
- 손현규
- 무대미술
- 유주영
- 조명
- 최인수
- 창작집단 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