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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2악장 의학연극시리즈3 <용종절제술>

“삶은 무조건 아름답습니다” - 용종(?~2020)

장영
192호 2020.12.03
의학과 연극, 연극 무대 위에서 병원에서의 의료행위가 함축적으로 재현되고 드러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만약 의료행위가 재현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재현될 것이며, 시리즈로 진행되고 있는 ‘의학연극’에서 포착하는 ‘병’이나 ‘병원’의 의미는 무엇일까? 등의 질문을 품고 극장으로 향했다.
의학연극의 캐릭터들
의학과 연극, 연극 무대 위에서 병원에서의 의료행위가 함축적으로 재현되고 드러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만약 의료행위가 재현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재현될 것이며, 시리즈로 진행되고 있는 ‘의학연극’에서 포착하는 ‘병’이나 ‘병원’의 의미는 무엇일까? 등의 질문을 품고 극장으로 향했다. 티켓 부스에서 ‘실제로 용종이 절제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나온다는 안내를 받으면서, 정말로 ‘용종절제술1)’ 이 주가 되는 연극일 것 같다는 점에 흥미를 느끼고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있었다.

극장에 들어서자 간단한 무대에 소박한 커튼과 병실 침대가 배치되어 있었고, 귀여운 노란색 베개가 보였다. 무엇보다 내시경 기계 본체가 무대 위에 재현된 점이 흥미로웠다. 대장 내시경 카메라가 찍어내는 영상을 보여줄 모니터들도 무대에 배치되어 있었다. 간호사, 의사, 그리고 머리를 깔끔하게 매만진 VVIP 환자가 등장한다. 의사는 환자가 30대 초반의 ‘금수저’이며, 그의 어머니가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나았기 때문에 해당 환자가 이 병원에 1억 이상을 기부했다는 정보를 준다. 의사는 저 환자에 비하면 자신은 그냥 ‘노동자’라고 말한다. ‘젊은 VVIP 환자’라는 언급을 통해 환자가 어떤 계층을 대표할지에 대한 설정이 초반에 정확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 설정이 조금 거만하고 심드렁한 환자의 연기로도 연결되고 있는 듯했다. 극이 진행되면서 ‘금수저’이고 ‘VVIP’인 해당 환자가 자신의 삶을 돌보지도 돌아보지도 않았고, 오로지 ‘일’만을 위해 지옥처럼 살아왔다는 정보가 추가된다. 젊은 나이에 모든 걸 가진 것 같은 부자도 반드시 자신의 삶에서 행복하지는 않으며, 질병과 죽음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닥쳐온다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명확히 전달하게 된다. 환자는 수면 상태에서 용종절제술을 받고 난 다음, 수면 상태에서 얻은 삶에 대한 깨달음을 잊고 습관적으로 살던 방식 그대로 돌아간다. 환자는 병원이라는 공간 자체가 불편한 사람처럼 행동하고, 병원이라는 시스템에 속한 ‘친절한 간호사’는 그에게 끊임없이 수술에 관해 설명한다. 보험 광고에서 들어본 적 있는 아주 빠르고, 친절하지만, 감정을 크게 쓰지 않는 말투로 간호사가 대장내시경 검사에 대한 설명을 계속 이어간다. 잘 듣지 않더라도 끝까지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 것이 간호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극 초반부터 병원의 시스템, 캐릭터들이 갖는 계층에 대한 인식, 그리고 병원 내 노동의 장면에 대한 정확한 설정과 언급들이 대사들 속에서 섬세하게 드러난다. 이 극의 캐릭터들은 충분한 대표성을 띠고, 그로 인해 캐릭터에 대한 선명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관객으로서 이 극의 ‘병원’이라는 장소에서 등장하는 인물을 통해 동시대의 인물들을 더욱 복합적으로 포착할 수 있기를 기대한 측면이 있었기에, ‘환자’나 ‘의사’ 그리고 ‘간호사’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내적 진실과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연극이 끝난 이후에 더욱 궁금해졌다.
카메라와 용종절제술
진정제 주입 이후 환자가 잠드는 순간-꿈속의 인물들은 대개 인과도 없이 움직이고, 불가해한 행동들을 한다-갑자기 의사와 간호사는 남철-남성남 콤비 스타일의 슬랩스틱을 하며 용종과 환자를 대결하게 만들고, 이후 용종과 환자는 각자의 목숨을 걸고 삶에 대해 발언하고 경쟁한다. 사회자가 된 의사와 간호사는 알 수 없는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하고, 투명한 칠판에 알 수 없는 글자들과 점수를 표기한다. ‘아저씨’처럼 보이지만 겨우 ‘청소년’인 용종은 최선을 다해 살고자 하였으나, 끝내 패배한다. 환자는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목숨을 건진다. 이 연극을 보고 나오면서, 가장 묵직하게 남았던 것은 용종절제술을 카메라로 근접 촬영해 무대 위에 틀어주는 장면이었다. 용종절제술 영상이 시작되었을 때, 창작자는 ‘왜 무대 위에서 이 장면을 생생한 영상으로 보여주려 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극장의 어둠 속에서, 이러한 질문을 해보며 마스크를 쓴 채 고요히 용종절제술 장면을 바라보니 점점 기묘한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다. 관객들이 모두 집중한 채로 용종이 잘려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장내시경 장면을 실제로 보여주는 순간마다, 용종과 환자의 대결이 이어지는 코믹한 분위기 아래 이 연극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층위가 있음을 분명히 감각할 수 있었다. ‘프리즐 선생님과 함께 매직 스쿨 버스를 타고 우주, 해저 그리고 심지어 인체 내부로까지 신나는 모험과 과학 현장 학습여행을 떠나2)’는 ‘신기한 스쿨버스’ 같은 만화를 볼 때처럼, 전혀 들여다보지 않았던, 그리고 감각할 수도 없었던 서늘한 비밀의 방으로 들어간 느낌이었다.
끝내 내시경 검사에서 좋지 않은 무언가가 발견된 그 순간, 하루아침에 자신이 병에 걸린 환자였음이 밝혀지게 될지도 모르는 그 순간, 세계와의 안전한 연결이 끊어질지도 모르는 바로 그 순간. 평범한 일상과 괴리되는 그 순간이 만들어내는 온도와 분위기가, 삶과 죽음, 세계와 자신의 연결감에 대한 관객의 사유를 촉발한다.
카메라로 근접 촬영한 영상을 보며, 용종절제술 장면이 주는 아주 침착하고 차가운 느낌이 섬뜩하면서 슬프기도 했다. 어떤 몸의 내부에 용종이 세포분열을 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고, 조용히 자라나고 있다. 관객으로서, 환자를 죽일 수 있는 그것이 잘려 나가기를 염원하는 동시에 그것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고통을 무시한 채 살아온 순간들에 대한 생각을 차분히 하게 된다. 코미디 아래에 깔려있던 죽음에 대한 차갑고 침착한 감각, 관객석에서 연신 웃음이 터져 나오고 역동적인 코미디가 이어지던 이 ‘의학연극’이 준 낯선 감각이었다.
환자와 용종, 그리고 생존본능
연극에서는 환자의 수면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실제 현실에서의 대장내시경 검사 장면이 병치 된다. 환자의 꿈속, 환자와 용종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상황. 환자는 부족함 없으나 일 그리고 술로 채워진 자신의 삶이 절반 정도는 ‘지옥’이었음을 말하는데, ‘생애의 열망’과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에 대해 발언해야 하는 이 시간이 환자에게는 매우 낯설고 권태로워 보인다. 반면 시종일관 최선을 다해 몸을 움직이는 용종 캐릭터는 삶을 사랑한다. 환자가 모든 것에 무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동안, 곧 제거될 용종은 경쟁 종목인 ‘허들 넘기’를 ‘아크로바틱 수준’으로 하며 삶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 극은 그렇게 생존본능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삶에 대해 고려해보지 않은 젊은 환자는 염세적이며, 한편 매일 면역세포들에 맞서 진짜 죽음의 위기 속에 노출되어 있었던 용종은 삶을 사랑하고 동료와 함께 살아남는 것이 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고백한다. 용종이 말한다. “삶은 무조건 아름답습니다” 환자는 죽고 싶어 했던 적이 있고, 거리를 떠돌다 벽에 머리를 찧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무참히 잘려 나가는 용종은 그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
니체는 『이 사람을 보라』,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지, 2절에서 “내 생명력이 가장 낮았던 그해는 내가 염세주의자임을 그만두었던 때이다. 나의 재건 본능이 내게 낙담과 비참의 철학을 금지해버렸던 것이다”라고 쓴다.3) 차라리 죽음에 매 순간 노출된 용종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재건하기 위해, 삶을 꿈꾸고 낙담과 비참을 거두었던 것만 같다. 용종은 동료들과 처음 혈관을 만들던 순간을 뜨겁게 기억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발언한다. 용종보다 삶을 사랑하지 못했던, 제가 만든 용종보다도 자신을 귀하게 여기지 못했던 용종의 ‘조물주’. 환자는 용종과 대화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고 말한다. 그 대사를 객석에서 들으며, 어떤 낙담과 비참의 순간에도 침착하게 성실하게 뛰어준 심장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삶을 내팽개치려 하는 순간조차, 몸은 삶을 내팽개친 적 없다. 잠에서 깨어난 환자가 다시 일상을 회복하는 동시에 무엇도 기억하지 못하는 마지막 장면을 보며, 극장을 나서더라도 되도록 용종의 말을 잊지 않기로 결심했다. 2020년 11월 25일, ‘아름다운 극장’에서 절제된 용종은 이렇게 말했다. “삶은 무조건 아름답습니다.” 그의 말을 기억하며.

[사진 제공: 극단 2악장]

의학연극 시리즈3 용종절제술
일자
2020.11.19 ~ 2020.11.29
장소
아름다운 극장
작/연출
박현정
출연
김다솔, 김상현, 남재국, 민경석, 박철현
조연출/무대감독
신주현
드라마터그
육지
무대디자인
송성원
조명디자인
노명준
그래픽디자인
김수인
음향디자인
공한식
영상디자인
오세아
의상디자인
고혜영
기획
이승연, 전미진
의학자문
박성근 김윤정
극단 2악장
관련정보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roupCode=20009547
  1. 위 또는 장과 같은 소화관 점막 표면에 비정상적으로 돌출된 용종을 주로 내시경을 삽입하여 절개하는 시술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2. 넷플릭스의 <신기한 스쿨 버스> 소개 글
  3. 고병권 지음, 『언더그라운드 니체』, 천년의 상상, 2014, 27쪽에서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