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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띵시어터 × 허윤경 <미니어처 공간극장: 오픈 베타>

매체의 전이, 감각의 획득 혹은 탈락, 그리고 온라인 극장

손옥주_공연학자
194호 2021.01.21
시간-공간-대기(air) 지금으로부터 110여 년 전, 스위스 출신의 무대미술가 아돌프 아피아는 독일 드레스덴 근교의 작은 마을 헬러라우에서 매우 독특한 공간실험을 행한 바 있다. 전통적인 프로시니엄 극장 안에서 무대와 객석을 구분 짓는 용도로 활용되어온 무대 가장자리(Bühnenrampe)와 오케스트라 피트 등의 공간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극장 모델을 실현해낸 것이다. 무대와 객석 간의 물리적 거리에 대해 문제 삼기 시작했다는 것은 곧 그와 같은 물리적 거리가 필연적으로 전제해온 관객의 수동
시간-공간-대기(air)
지금으로부터 110여 년 전, 스위스 출신의 무대미술가 아돌프 아피아는 독일 드레스덴 근교의 작은 마을 헬러라우에서 매우 독특한 공간실험을 행한 바 있다. 전통적인 프로시니엄 극장 안에서 무대와 객석을 구분 짓는 용도로 활용되어온 무대 가장자리(Bühnenrampe)와 오케스트라 피트 등의 공간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극장 모델을 실현해낸 것이다. 무대와 객석 간의 물리적 거리에 대해 문제 삼기 시작했다는 것은 곧 그와 같은 물리적 거리가 필연적으로 전제해온 관객의 수동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질문하기 시작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한데, 이 같은 헬러라우 극장의 구조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극장의 구조를 선취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함의를 지닌다. 다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지금껏 실내 극장에서 이루어져온 공연들 가운데 창작자의 의도에 따라 극장 공간이 재구성된 경우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처럼 20세기 초반에 변주된 서구식 극장의 형태를 상당 부분 고수해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나 관객의 능동성, 즉 깨어있는 관객에 대한 시대적 요청과 그에 상응하는 극장 구조의 변화는 2020년에 발생한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건/현상을 계기로 변곡점에 도달한다.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의 특성은 사람 간의 직접 대면을 불가하게 만들었는데, 이는 단순히 극장이라는 특정 실내 공간 안에 여러 몸들이 공존할 수 없음을, 따라서 작금의 공연 구성 환경과 수행 조건이 불러온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공연이란 무엇이며 무엇일 수 있는지에 대해 영점에서부터 재고해야 함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신체의 공존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공기의 공유가 불가능해지고, 공기의 공유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공기를 매개로 온전히 전파될 수 있는 신체 감각이 부분적으로 차단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바로 그것일지도 모른다. 독일의 공연학자 가브리엘레 브란트슈테터 교수는 무대 공연에 대한 일종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공연의 영상화와 관련해, 가령 냄새와 같이 공기 중에 있는 것들을 감각하는 것이 신체성에 있어 중요한 반면, 에어로졸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현 상황에서는 공기 자체가 생존을 위협하는 장애물이 된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희곡(드라마 텍스트 혹은 움직임 구조)-배우(보이는 몸)-관객(보는 몸)’으로 통상 정의되어온 연극(공연)의 3요소가 바야흐로 공연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 단위의 조건들, 즉 다자간의 집합과 공유를 가능케 하는 ‘시간-공간-대기’라는 보다 사회적・환경적 조건들로 전이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공연예술이 코로나 시대에 이르러 시간(동시접속)과 공간(온라인)의 공유는 가능하되, 대기의 공유는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효과적인 수단인 온라인 공간을 일종의 대안적 무대로 전유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시사적이다.
01
Nothing Theater
라이브 스트리밍과 댄스 필름, 유튜브와 비메오 사이를 오가며 2020년을 마무리할 때쯤, ‘낫띵시어터(Nothing Theater)’ (http://nothingtheater.com)에 접속하게 되었다. 서울문화재단이 신설한 온라인미디어 지원사업 ‘ART MUST GO ON’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이 온라인 극장의 개관 기획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낫띵시어터’의 총괄기획자인 스튜디오그레이스의 양은혜 프로듀서는 이 새로운 극장에 대해 “극장을 기억하는 공간이자 해체된 공간으로 극장의 시간이 이어지는 온라인 극장”으로,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의 협력기획자인 권태현 큐레이터는 “아무것도 아닌(nothing) 것과 근본적인 사물(thing)이 겹쳐있는” 곳으로 각기 정의한 바 있다 (인용 출처: http://nothingtheater.com/about). 사실 온라인 공간 안에 가상의 공연장소를 지으려는 시도는 이미 국내 공연예술계에서 몇 차례 이루어진 바 있다. 대개 마인크래프트 등 게임 플레이어가 원하는 바대로 직접 공간을 건축해낼 수 있는 기존의 게임 프로그램을 활용해 현실 공간을 본뜬 가상의 장소를 만들어 온라인 공간 안에 세팅해놓으면, 그 공간을 관객이 직접 게임 플레이어가 되어 돌아다니며 게임 룰을 활용해 공간을 감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곤 했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아닌, 그러나 그 무엇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온라인 극장을 표방하는 ‘낫띵시어터’는 과연 어떤 극장이며, 관객은 그 안에서 무엇을 감각할 수 있는 걸까.
02
공간극장과 감각의 문제
이번 개관 기획공연에는 허윤경 안무가의 <미니어처 공간극장: 오픈 베타>(이하 <오픈 베타>)와 차지량 작가의 <떠나려는 사람만이 모든 것을 본다>, 이상 두 편의 작품이 초청되었다. 안타깝게도 차지량 작가의 작품은 필자가 소유한 컴퓨터 사양의 문제인지 혹은 온라인 극장 내부 프로그램 상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메인페이지 너머의 공간으로 진입할 수가 없어 관람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낫띵시어터’에 대한 이번 경험은 불가피하게 허윤경 안무가의 작품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음을 밝힌다.
이번 공연은 허윤경 안무가가 <미니어처 공간극장>이라는 제목으로 지금까지 갤러리 175, 저드슨 처치(미국), 선돌극장, 신촌극장 등지에서 진행해온 일련의 퍼포먼스 컨셉을 바탕으로 하되, 장소를 온라인 극장으로 옮겨왔다는 특징을 보인다. 공연 컨셉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공연 초반, 관객에게 개별적으로 지시문이 주어지고 관객이 자유롭게 관람하다가 자신이 원할 때에 이 지시문에 따라 특정 행위를 수행한다. 그리고 공연 중간, 다른 관객과 지시문을 교환(오프라인)/새로고침(온라인)함으로써 공간 환경을 전환시키기도 한다. 이와 동시에 오프라인/온라인 공간 이곳저곳에 흩어져있는 쪽지들을 자유롭게 읽기도 하고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하거나 새로이 덧붙일 수도 있다. (참고로 이번 온라인 극장에 접속한 필자에게 주어진 쪽지의 내용은 “13. 어떤 소리이든 가장 가까이 들리는 곳에 왼쪽 귀가 향하도록 있어주세요”였다.)
이처럼 실제와 가상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미니어처 공간극장>에 있어 어쩌면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동시에 여러 명이 한 공간 안에서 각자 지시문의 내용을 수행해내고, 그 모습을 서로 관람하고, 중간에 다른 관객과 쪽지를 바꿔 그 관객이 이전에 행한 바를 내가 선택한 시간 안에서 다시금 수행해내고, 그와 같이 시시각각 변환되는 환경을 다시금 서로 관람하는 오프라인의 교환적 생태계가 1인 관객 참여로 진행된 이번 <오픈 베타> 작업에서는 원천적으로 주어질 수 없었다는 점일 것이다.
03
실제 신촌극장의 구조를 바탕으로 모델링 된 <오픈 베타>의 공간에 진입한 이후부터 관객은 싱글 플레이어가 되어 마우스 클릭과 방향키의 설정에 따라 이동하게 되는데, 이동 경로 안에서 만나게 되는 다른 관객들은 온통 ‘시간의 흔적’으로만 경험될 수 있다. 비록 ‘새로고침’을 통해 다른 관객-플레이어가 바꿔놓은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해도, 그와 같은 경험은 오로지 ‘새로고침’이 불러오는 시간차(interval)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타자를 시간성 안에서 감각하게 한다. 다른 관객이 남긴 쪽지의 내용은 읽을 수 있으나, 정작 나로서는 그 쪽지를 쓰는 순간의 관객 모습과 그가 놓인 위치와 그 순간의 온라인 극장 공간 내부의 환경은 환기할 수 없다. 따라서 쪽지의 내용 이외에 타자와 관련해 경험하거나 알 수 있는 것은 실로 많지 않다. 이는 아마도 여러 관객들이 참여했던 오프라인 공연과는 달리 이번 온라인 공연이 1인 참여 방식으로 제작되었기에 불가피한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온라인 공연의 특성상 공기나 온도 등 오프라인 상에서 공유 가능한 감각의 매개가 차단되었을 때 더욱 강력하게 발생하는 특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 극장이 온라인의 가상공간으로 옮겨갈 때, 관객은 무엇을 새로이 획득하며 무엇을 새로이 상실하게 되는 걸까. 약 3개월이라는 짧은 사업 기간의 한계로 인해 게임 엔진을 비롯한 프로그램 상의 구동력 등은 아직 실험 중이었고, 그런 만큼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적지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이번 <오픈 베타> 공연은 현재 공연예술계 전반이 체감 중인 매체의 전이에 대해, 그리고 그에 따른 감각의 획득과 탈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국내 공연예술계에 또 하나의 새로운 화두를 던져주었다.

[사진출처 : 허윤경]

미니어처 공간극장: 오픈베타
안무/출연
허윤경
사운드
지미 세르(Jimmy Sert)
영상
다비드 카르도나(David Cardona)
사진
팝콘
개발
dev.D
개발기획/3D모델링
박이선
협력
신촌극장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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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기획,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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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기획/3D모델링
박이선
영상기획
온리원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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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우
관련정보
http://nothingtheat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