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검색영역

극단 애인 <1인 무대> 온라인 공연

각 배우들의 고유한 세계를 만나다.

장윤정
194호 2021.01.21
단 한 명의 배우에게 오롯이 무대를 맡기는 공연은, 그만큼 그 배우를 신뢰하기에 가능한 작업일 것이다. 극단 애인은 2019년 12월, <1인 무대>를 통해 이와 같은 작업을 시도한 바 있다. 다섯 명의 배우가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직접 창작하고 연기한 공연이었다. 그리고 2020년 12월, 극단 애인은 다시 한 번 <1인 무대>의 역사를 이었다. 강보람 배우, 강희철 배우, 백우람 배우, 하지성 배우로 구성된 이 작품은 총 네 편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으로서, 각각의 화두만큼 형식도 다양하다. 이들은 이미 2019
단 한 명의 배우에게 오롯이 무대를 맡기는 공연은, 그만큼 그 배우를 신뢰하기에 가능한 작업일 것이다. 극단 애인은 2019년 12월, <1인 무대>를 통해 이와 같은 작업을 시도한 바 있다. 다섯 명의 배우가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직접 창작하고 연기한 공연이었다. 그리고 2020년 12월, 극단 애인은 다시 한 번 <1인 무대>의 역사를 이었다. 강보람 배우, 강희철 배우, 백우람 배우, 하지성 배우로 구성된 이 작품은 총 네 편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으로서, 각각의 화두만큼 형식도 다양하다. 이들은 이미 2019년 <1인 무대> 공연에 참여한 바 있기에, 2020년 <1인 무대>에서는 전작과 달리 어떤 지점을 주목하고 있을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공연은 전박찬 배우의 음성해설에서부터 시작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영상으로 상영됨에도 불구하고 극장 내에서의 비상시 대피요령에 관한 설명이 진행되는데, 이 지점은 관객에겐 극장 공간에 와 있는 듯한 감각을 전달하고, 그동안 관객이 우선시되어 한발 물러나곤 했던 창작자들의 안전을 유의하는 태도로 읽혀 인상적이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기에 앞서 이음아트홀 공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음성해설을 진행하는 지점에서, 다양한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게끔 고민한 흔적이 나타난다.
01
유머에서 발견되는 삶의 페이소스
<1인 무대>는 강희철 배우의 ‘2020 장애 우습다’로 막을 연다. “보통 사람 강희철”이라는 가사를 필두로 강희철 배우는 랩을 하며 등장하는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대등한 위치에서 ‘보통 사람’이란 범주에 속하는 관계임을 연상하게 한다. 작품은 강희철 배우의 일상을 바탕으로 창작된 스탠딩 코미디로서 제목에서부터 다층적인 의미를 드러낸다.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장애가 특별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와 장애를 소재로 하여 웃음이 유발된다는 의미를 동시에 담았다. 강희철 배우는 반어와 역설을 활용하여 ‘성실한 보통 장애인’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주로 일상에서 겪게 되는 곤란한 상황들을 묘사하고 있다. 장애를 연민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방법, 사랑을 꿈꾸며 건강을 염려하는 과정 등. ‘장애’를 소재로 유머를 자아내는 강희철 배우의 코미디에는 삶의 페이소스가 묻어난다. 이 작품이 주목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곤란한 순간들은 각각 모양새만 다를 뿐,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애환이다. 그렇기에 장애인 또한 일상의 애환을 겪으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지점을 사유하게 만든다.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정보 격차를 한층 좁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작품이다. 강희철 배우는 극중에서 관객이 ‘장애’를 소재로 하면 잘 웃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웃음은 앎에서 비롯되기에, 그동안 장애인의 일상에 대한 무지와 낯섦이 관객의 웃음을 가로막았던 것은 아닐까 짐작하게 된다. 장애인에 대한 정보가 매체에서 노출되는 경우는 현저히 적은 편이다. 게다가 미디어에서는 장애를 마치 극복의 대상인 것처럼 왜곡하여 송출하곤 한다. 그러니 주체로서 실존하는 ‘존재’를 두고, 마치 이겨내야 하는 문제인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나’로 존재하는 데에 무얼 이겨내야 한다는 말인가. 강희철 배우는 이 지점을 짚어내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같은 사회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동시대인이라는 점을 발견하게 한다.
02
소위 스탠딩 코미디의 형식에는 강력한 ‘펀치라인’이 존재한다고 한다. 입담만으로 좌중을 사로잡아 분명한 인상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펀치라인이 꼭 통렬한 풍자의 한마디여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예컨대 ‘2020 장애 우습다’의 경우, 그간 장애인의 일상에 대해 미처 몰랐던 지점을 사유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한마디가 유머를 덧입고 전달될 수만 있다면 그것이 펀치라인이 될 것이다. 다만, 아무래도 스탠딩 코미디의 묘미가 현장에서 발생하는 배우와 관객 간의 호흡에 있는 만큼, 관객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할 배우의 기량이 무관중으로 진행되어 다 드러나지 못한 부분에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장애인 배우의 신체 움직임에 대한 조명
강보람 배우의 ‘놓다’는 신체 움직임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제목처럼 배우는 공기 및 지면과의 마찰에서 감각되는 직관에 따라 몸이 이끄는 대로 움직인다. 그녀의 움직임은 마치 각 신체를 분절하여 인식하는 것처럼 나타난다. 그 분절되고 파편화된 신체가 주체의 자리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되는데, 특히 신체에서 자율성이 덜한 관절 부위가 자유의지를 얻은 듯 움직이는 지점이 인상적이다. 또, 신체 움직임이 공간 속에서 만들어내는 소리를 분석하고 공연에 담아내어, 움직임이 일으키는 청각적 효과를 주목하고 있는 점 또한 눈에 띈다. 무엇보다 정면의 스크린에 그녀의 연습 영상이 영사되고 무대 위에서는 그녀의 움직임이 동시에 진행되어, 과감히 몸을 던지고 넘어지는 것을 연속함으로써 넘어짐을 즐길 수 있는 정도가 되기까지 그녀가 ‘놓은’ 것이 신체에 대한 강박이며, 그 끝에서 얻은 것이 신체로부터의 자유로움이라는 점을 사유하게 만든다.
034

강보람 배우의 작업이 유의미한 이유는, 철저히 신체 움직임 자체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배우들의 작품은 서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신체 움직임을 중심으로 하는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편이다. 다시 말하면, 장애인 배우의 신체 연기에 대한 역사와 자료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된다. 즉, 강보람 배우의 작업은 장애인 배우의 신체 움직임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지점에서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 장애인의 신체가 지닌 물성과 그 움직임에서 비롯되는 미학적 가치에 대해 파악하고 정리할 배경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강보람 배우의 작업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장애인 배우의 작업이 기존의 연극 미학을 앞질러 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비장애인 배우의 신체 움직임에서 발견되는 즉물적 감각을 설명하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였다면, 이제 장애인 배우의 신체 움직임을 설명할 언어를 찾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강보람 배우의 작업을 지속하여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보람 배우는 이미 2019년 <1인 무대>에서도 ‘모래 위에 서다’라는 신체 움직임 공연을 한 바 있다. 그녀의 작업이 신체 움직임으로써 연속성을 지니게 된다면 특정 배우의 세계관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지는 것과 동시에 장애인 배우의 신체 움직임에 대한 언어 또한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인간의 고유성 및 존엄성에 대한 가치 회복에 대하여
‘침묵의 오육초; 나를 쏟아내다’는 정면의 스크린에 백우람 배우의 신체에 적힌 글자들을 영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관객은 총 세 가지 액자식 구성을 보게 되는데, <1인 무대>를 송출하는 매체의 화면과 화면 속 글자들이 영사되는 스크린과 백우람 배우의 신체를 비추는 핸드폰 카메라 액정 화면이 그러하다. 스크린에 비치는 글자들의 내용은 주로 백우람 배우가 일상에서 겪은 멸시의 문장을 담고 있다. 백우람 배우가 상의를 탈의하자, 배우의 신체에 적힌 모욕적인 언사들이 그대로 노출된다. 스크린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되던 문장이 실제 배우의 신체에 덮여 있자, 각 언어가 지닌 폭력성과 가학성이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한 개인에게 가해진 언어폭력이 마치 신체에 가해진 폭력처럼 직관적으로 감각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백우람 배우는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폭력적인 언어들을 거부하며 ‘나’라는 고유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지녀야 함을 전달한다. 백우람 배우가 겪은 폭력적인 언어들의 내용은 주로 ‘빨리’, ‘웃음’ 등에 해당한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인내심 없는 태도라고 하겠다. 결국 백우람 배우는 진심을 말하지 못하거나 의사를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에 이르게 되고, 괜찮지 않은 현실 앞에서 괜찮은 ‘척’해야 하는 지난날들을 되짚는다. 백우람 배우에게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침묵하던 순간에 겪었던 상처를 오롯이 쏟아내는 시간이다. 언어표현 외에도, 연속하여 무대를 내달리는 것으로써 내면에 갇혀 있던 의사를 발산한다. 모든 내면의 언어들을 비워낸 후에야 오롯이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데, “잘 견뎌줘서, 잘 버텨줘서” 스스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는 지점에서, 관객은 개인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금 사유하게 된다.
05
무대에 내재한 가능성의 의미
하지성 배우의 ‘여기에 있다-배우편’은 무대부터가 흥미롭다. 무대에 책과 같은 영상을 띄우고 글자 영상을 무대 바닥에 쌓이게끔 하여, 무대가 곧 대본이 되는 형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대본 안으로 하지성 배우가 들어온다. 작품은 휠체어와 하지성 배우의 대립으로 구성된다. 휠체어에서는 녹음된 하지성 배우의 목소리가 송출되고 실제 하지성 배우는 그 목소리와 대화를 이어간다. 휠체어의 음성은 주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반면, 하지성 배우는 세상에 열린 마음으로 스스로를 드러내고자 하는 진보적 태도를 취한다. 궁극적으로 살펴보면 이 작품에는 ‘자유’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지성 배우는 휠체어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마음과 신체뿐 아니라 감정까지도 무대에서만큼은 오롯이 자유로워지고 싶음을 표현한다. 휠체어만 남겨둔 채 클러치를 잡고서 걷고 춤추며 배우로서 무대를 즐기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 하지성 배우는 여러 연출들을 호명하며 언제든 준비된 배우라는 지점을 언급하는 등 재치 있는 웃음을 유발한다. 이어 백상예술대상 수상소감을 전하는 장면까지 유쾌하다. 자연히 관객은 이 유쾌한 발언들 뒤로 ‘왜 안돼?’라는 반문을 하게 된다. 즉, 배우의 꿈을 언급하는 공연처럼 보이지만, 사실 ‘가능성’에 대한 화두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작품은 말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여기 ‘배우’가 있는데.
067
지속성을 기대하는 프로젝트
극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기에,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수평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함께 즐기고 서로 소통하며 다양한 화두를 공유하여 고민하는 시간이 공연의 시간 아닐까. 그런 지점에서 극단 애인의 <1인 무대>는 각양각색의 화두를 담아내고 그 형식도 다채로워 흥미롭게 다가온다. 다만, 지금까지의 <1인 무대>에서는 장애인 배우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을 띠고 있는데, 배우와 관객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지점도 고려된다면 또 어떤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1인 무대>는 배우가 스스로 작품의 전반을 담당하여 창작해낸다는 지점에서 뜻깊은 작품이다. 또, 그만큼 실험성이 강한 작품이기에 어떤 것이 되었든 도전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가 지속되어 <1인 무대>의 세계관이 풍성해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공연을 관람하는 내내 해를 거듭하여 준비하면서 연극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라는 점이 체감되었다. 그렇기에 차후 다시 만날 <1인 무대>는 꼭 관객과 직접 대면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배우와 관객의 시너지가 발생하는 현장을 경험해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사진 : 극단 애인 유튜브 화면 캡쳐]

1인 무대
총연출
강예슬
드라마터그
강보름
출연
강보람 강희철 백우람 하지성
멘토
금배섭 김기일 김지수 임성현
무대감독
최귀웅
무대 디자인
김형연 송지인
조명 디자인
김종석
영상 디자인
정인혁
안무가
이소영 조안무 류정문
사운드 디자인
최환성
의상
박인선
분장
남혜연
그래픽 디자인
황가림
기획, 홍보
조주희, 강성훈
문자통역
연보라
음성해설 대본
구자혜
음성해설
전박찬
영상 촬영
박태준
오퍼레이터
김수진 이기석
관련정보
http://www.i-eum.or.kr/board/read?boardManagementNo=18&boardNo=2795&searchCategory=&page=1&searchType=&searchWord=&level=2&menuNo=13
https://www.youtube.com/watch?v=cCMIgluxu7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