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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체험극ㅤ< DOUBLE >

예약부터 관람까지, 신선하고 낯선 자극

김수희
195호 2021.02.18
후기를 쓰기 전 공연을 경험하게 된 사연을 간단하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평소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생님께서 ‘체험형 소리극’이라고 하시며 추천하셨기에 덮어놓고 예약을 했습니다. 멜론티켓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티켓을 예약하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았는데 이후 인증을 받고 공연을 체험하는 데까지가 복잡해 하마터면 공연을 놓칠 뻔했습니다. 저녁 6시 공연을 예약했다 생각했고 5시부터 용을 쓰다 결국 6시를 넘겨버렸고, 어쩔 수 없이 담당자에게 카톡 문의를 했습니다. 카톡이 오가는 동안 저녁 10시 공연을 예약해뒀다
후기를 쓰기 전 공연을 경험하게 된 사연을 간단하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평소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생님께서 ‘체험형 소리극’이라고 하시며 추천하셨기에 덮어놓고 예약을 했습니다. 멜론티켓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티켓을 예약하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았는데 이후 인증을 받고 공연을 체험하는 데까지가 복잡해 하마터면 공연을 놓칠 뻔했습니다. 저녁 6시 공연을 예약했다 생각했고 5시부터 용을 쓰다 결국 6시를 넘겨버렸고, 어쩔 수 없이 담당자에게 카톡 문의를 했습니다. 카톡이 오가는 동안 저녁 10시 공연을 예약해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앱을 깔아도, 인증을 해보려 해도 안 되는 거란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랬습니다. <DOUBLE>이라는 공연은 이렇게나 접근이 어려웠습니다. 나중에 보니 우란문화재단 홈페이지에 예약과 체험방법에 대해 상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미숙지로 공연을 경험하지 못할 경우 환불은 어려우니 꼭 확인 후 예약하라는 친절한 문구도 있었습니다. 좀 읽고 예약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출처 : 앱스토어 DARKFIELD RADIO KOREA
사진출처 : 앱스토어 DARKFIELD RADIO KOREA
보도자료에 따르면 <DOUBLE>은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베스트VR부문’ 공식 초청작이었다고 합니다. 호주, 영국, 뉴질랜드, 미국에 이어 비영어권 최초 한국어 버전의 공연입니다. ‘시각이 사라지면 더욱 날카로워지는 사람의 감각에 집중하여 40피트짜리 대형 선박컨테이너를 이용한 오프라인 체험형 공연을 선보’이는 프로젝트에서 ‘입체음향이라는 다크필드의 컨셉은 유지한 채, 관객은 기존의 선박컨테이너가 아닌 자신의 집에서 별도로 제작된 애플리케이션(다크필드 라디오)을 통해 온라인으로 체험하게 되는 특별한 형태의 공연’이라고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만나온 가까운 사람이 생김새만 똑같은 다른 사람으로 뒤바뀌었다고 믿게 되는 정신질환의 일종인 카그라 증후군(Capgras delusion)을 소재로 누구나 일상에서 경험하게 되는 착각과 현실 사이에서 생겨나는 의심을 증폭시키고자 하는 이야기가 주 골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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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앞의 정신없음 덕분에 오히려 차분히 공연을 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크필드 라디오’라는 앱을 깔고 인증을 받은 후 이어폰을 꽂았습니다. 성능이 좋은 헤드셋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제 유선이어폰도 최선을 다했다고 봅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오디오극이라는 생각에 ‘이러면 더 집중이 잘 되지 않을까’ 하여 방의 불을 다 끄고 누웠습니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제 곧 공연이 시작된다는 안내와 함께 오른쪽과 왼쪽 각각 음향이 따로 잘 나오는지 확인시켜 줬습니다. 일전에도 참관형 전시공연에서 헤드셋을 쓰고 전시실을 돌아다녀본 경험은 있었고 그때도 음향이 입체적으로 흘러 나와 이것은 그리 신기하거나 놀랍지 않았습니다. 이후 부엌으로 가라는 지령과 함께 물을 준비하고 식탁에 앉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맞은 편 사람의 평소 이미지를 떠올려 보라고 했던 거 같습니다. 왜 기억을 더듬는가 하면, 이미 식탁 때문에 약간 당황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에는 식탁이 없고 밥상뿐이었습니다. 밥상을 펼쳐야 하나 어째야 하나, 그럼 일단 불부터 켜? 그럼 집중이 깨질텐데, 라는 생각으로 제 집중력은 이미 강을 건너고 있었습니다. 거기다 맞은 편 사람도 없었습니다. 저는 혼자 예약했습니다. 왜 예약창의 티켓 선택에 1매, 2매, 4매 이런 식의 복수로 되어 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여럿이 같이하면 더 재밌어서 기획팀이 제안한 것이었습니다. 다 계획이 있었던 거였습니다. 이것도 나중에 생각이 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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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에 빠져 잠시 망설이는 사이 어떤 발자국 소리가 들렸습니다. 문소리였을까?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부엌에서 들을만한 친숙한 소리들이었습니다. 물소리? 컵 소리? 이어 뭔가 던지는 소리였을까? 깨지는 소리? 아무튼 거친 소리들이 막 들려왔습니다. 발소리도 쿵쾅쿵쾅. 저는 우리 집에 낯선 이가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느꼈습니다. 너무 겁이 나서 얼른 일어나 불을 켰습니다. 남성은 뭐라고 계속 얘기했습니다. 앞을 보라고 한 거 같기도 하고, 뭔가 한숨을 쉰 거 같기도 하고, 화를 낸 거 같기도 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찌나 내 귀에다 대고 말들을 때려 박는지 진짜 어떤 남성이 지금 옆에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무서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럼 이어폰을 빼면 될 텐데 이상하게 움직여지지도 않았고, 끝까지 들어보자는 호기심도 있었고, 이게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큰 위로가 됐습니다. 하지만 정말 진짜 같았습니다. 남성이 나가면서 공연이 끝난 거 같습니다. 이것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공연이 끝났다는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와서 알았습니다. 시계를 보니 딱 20분이 지나 있었습니다.
나의 일상적 공간이 체험의, 공연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설정이 참 신기했습니다. 익숙한 소리들이 낯설게 느껴지고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다만 소리에 너무 놀라 정작 남성배우가 하는 대사는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제가 너무 촌스러워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대사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기도 했고 후기도 써야 했기에 재예약을 하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종료가 되어 있었습니다. 오픈 런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아쉬웠습니다. 꼭 다시 한 번 더 제대로 경험해보고 싶은 공연이었습니다.
저는 요즘 코로나 이후 공연의 현장성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관객을 만나는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안전수칙을 지키면서도 사람을 모으는 홍보를 진행하는 것이 괜찮은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그런 혼돈 속에 있을 때 이 공연을 경험하게 되어서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대면이면서도 관객 참여형의 소리극. 입체낭독의 확장형 코로나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붙일 수식어가 너무 많은 공연이었습니다. 새롭고 신선한 형식의 공연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습니다. 더 노력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엄청난 자극을 받았습니다. 자극에 점점 무뎌지는 몸뚱아리와 정신세계가 문제지. <DOUBLE>을 한 줄로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예약부터 관람까지 너무나 신선하고 충격적이며 접하기 어렵고 낯설어 자극적인 공연이다.

(*본문의 내용 중에서 공연을 소개하는 부분은 우란문화재단에서 제공받은 보도자료의 문구를 인용하였습니다.)

[사진:(C)DARKFIELDEVENTS LTD / 제공:우란문화재단]

온라인 체험극 <DOUBLE>
일자
2020.12.17.(목)~ 2020.12.28.(월)

장소
다크필드라디오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후 온라인 체험)

제작
다크필드Darkfield 기획 우란문화재단 티켓예매 멜론티켓

관련정보

www.darkfield.org
http://www.wooranfdn.org/program/sisun_view.jsp?idx=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