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대통ㅤ< 일희일비 >
복주머니에 나의 언어를
김은한
195호
20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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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 상품인 쇼콜라 까눌레를 사려고 줄을 선 적이 있다. 바로 앞 손님에서 품절 되었다. "아쉬워라. 다음에 올게요."라고 말은 했지만 분해서 공원에 잠시 앉아 있다가 귀가했다. 관극 경험도 점점 닮고 있다. 작은 공연은 지금 만나지 못하면 덧없이 몇 마디 구전(口傳)으로 남는다. 온라인 비대면이 강화되면서 남는 공연과 남겨지는 공연의 간극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삶이 가능성을 좁혀가는 과정이라면, 보지 못한 공연에는 되지 못한 ‘나’가 앉아있을 것이다.
한정 상품인 쇼콜라 까눌레를 사려고 줄을 선 적이 있다. 바로 앞 손님에서 품절 되었다. "아쉬워라. 다음에 올게요."라고 말은 했지만 분해서 공원에 잠시 앉아 있다가 귀가했다. 관극 경험도 점점 닮고 있다. 작은 공연은 지금 만나지 못하면 덧없이 몇 마디 구전(口傳)으로 남는다. 온라인 비대면이 강화되면서 남는 공연과 남겨지는 공연의 간극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삶이 가능성을 좁혀가는 과정이라면, 보지 못한 공연에는 되지 못한 ‘나’가 앉아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배우가 직접 희곡을 쓰고 연기하는 공연을 올린다는 소식을 보았다. 5회 공연. 회당 4명의 관객을 받는 낭독 공연이다. 최근에 낭독 공연은 ‘무언가 저지르겠다’는 예고인 경우가 있어서 더욱 궁금해졌다. 이러한 홍보 방식은 여러 여건과 더불어 더 내밀한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기도 하리라. 지나치게 환대받거나 관객이 담대해져야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무척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SNS 예매라기에 배우들의 인스타를 새 창으로 띄워두었다. 듣고 싶은 곡도 알려달라는 글도 있어 미리 텍스트 복사를 해두었다. 소규모 공연의 경우 수요 확인을 하고 추첨으로 관객을 받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촌극장이나 을지공간을 떠올리게 하는 한얼소극장 꼭대기층 ‘휴휴’라는 공연 공간은 작업실이나 가정집으로 쓰일 듯 했다. 양 벽에서 마주하고 있는 소파 두 개, 책상과 서재가 있는 아늑한 거실. 티켓은 빤빤하게 접은 복주머니였다. 풀어보기 아까웠다.
인스타그램에서 배우가 직접 희곡을 쓰고 연기하는 공연을 올린다는 소식을 보았다. 5회 공연. 회당 4명의 관객을 받는 낭독 공연이다. 최근에 낭독 공연은 ‘무언가 저지르겠다’는 예고인 경우가 있어서 더욱 궁금해졌다. 이러한 홍보 방식은 여러 여건과 더불어 더 내밀한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기도 하리라. 지나치게 환대받거나 관객이 담대해져야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무척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SNS 예매라기에 배우들의 인스타를 새 창으로 띄워두었다. 듣고 싶은 곡도 알려달라는 글도 있어 미리 텍스트 복사를 해두었다. 소규모 공연의 경우 수요 확인을 하고 추첨으로 관객을 받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촌극장이나 을지공간을 떠올리게 하는 한얼소극장 꼭대기층 ‘휴휴’라는 공연 공간은 작업실이나 가정집으로 쓰일 듯 했다. 양 벽에서 마주하고 있는 소파 두 개, 책상과 서재가 있는 아늑한 거실. 티켓은 빤빤하게 접은 복주머니였다. 풀어보기 아까웠다.
관객은 바닥에 둘, 소파에 둘 앉을 수 있다. 진행 음악은 관객이 선택한 노래가 반복되었다. 입술이 보이는 마스크를 쓰고 기다리고 있는 배우. 신발을 신고 내려가지 말고 안고 가다가 안전한 곳에서 신을 것. 애틋했다. "운수대통 일희일비는 운수대통을 바라는 비수기 배우들의 한풀이 극인가 이 잘 운수대통인 배우들의 신년 파티인가"라는 말로 공연이 흥겹게 시작된다. 운, 수, 대, 통 각각의 음절에 작품이 배치되었다. 친근한 사람과 함께하는 파티는 훨씬 신나긴 하지만, 대체로 한풀이와 구별할 수 없다. 성수기 수입만으로 1년을 꾸려갈 수 있는 건 분자요리 레스토랑 정도 아닐까? 하지만 비수기는 또한 뭔가를 시도할 수 있는 시기이다.
운 : <ㅂㅗㄱ> 백혜경 x <잠복> 경지은 x <복은 먹는 거야> 김의태
배우이자 극작가들은 복으로 시작하는 것, 복에서 떠오르는 것에서 이야기를 건져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으레 하는 인사지만 요즘처럼 복이 절실한 시기가 없다. 그런데 복이 뭐길래? 복학 신청을 하는 두려움, 수어 통역사 자격증도 공부하고 싶고 외국어나 음악 등 평소 하고 싶던 공부와 필라테스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 떠밀리면서도 스스로 결정하고픈 다짐. 또 단수와 복수에 관해, ‘죽어서도 죽일 수 있는’ 복요리를 말한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할 수 있는, 가까운 친구에게 전하는 사랑. 걸쭉한 판소리 시늉 가락에선 ‘작년에 받은 복은 도대체 어떤 녀석이며 어떻게 되었는지’ 타령한다. 복에 관해 함께 되새겨보니 이 단어, 기대감보다는 수상쩍다. 세기말의 불온한 전조가 담긴 말처럼 느껴진다. 게슈탈트 붕괴처럼 불안한 ‘복’보다는 곁에 있는 사람들이 든든하다.
수 : <차 안> 양대은 x <12월 32일> 김별
동명의 노래가 떠오르는 <12월 32일>은 두 사람의 기다림으로 진행된다. 무언가 생각과 다른 일에 번민하며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반면 <차 안>은 눈 때문에 갇힌 차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 사람을 비춘다. 기다리는 시절과 멈춘 시절의 은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트럭에서 파는 생선을 사서 먹기로 했는데 대뜸 김치냉장고 이름이 오타가 난 듯한 인물이 들어온다. 상하고 있으니 먹을 수 없을 것이라니, 이렇게 추운데. 여러 이유로 사람들이 녹아내리듯 차를 떠나고, 그 자리는 더욱 기이한 인물들이 채운다. 쉴 곳은 없고 화장실만 있을 뿐. 자잘한 유희는 있어도 개인 공간은 없는 숨 막히는 감각이 전해졌다. 감성으로 포장될 수 없는 삶의 곤궁. 두 작품은 차 안의 끝말잇기가 기다리는 배우의 대사로 연결되는 등, 극이 연동되는 부분이 즐거웠다. 여전히 2021년을 쓰기가 조심스럽다. 해가 지날수록 세상일은 딱 자를 수 없고, 여전히 작년을 사는 듯한 감각. 관객은 바닥에 깔린 동그라미 방석으로 이동한다.
대 : <쌰워> 경지은
두 인물이 샤워하며 티격태격 즐겁게 수다를 떤다. 공연 공간의 실제 화장실이 무대가 된다. 사적인 공간. 두 인물은 어떤 음악을 고르거나 휴지를 쓰고 청소를 하는데도 의견이 조금씩 나뉜다. 서로의 몸에 관한 이야기, 새 솔을 사고 싶은데 집에 물건이 많아지는 것을 걱정하며 2000원짜리 샤워 볼로 만족해야 할까 고민한다. 소홀하다 홀로된 자연인들을 한심하게 보기도 하고, 가고 싶은 이소라 콘서트가 무사히 열리기를 기대한다. “필요한 분노는 빼고 나머지는 흘려버리세요.”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샤워는 어딘가로 뻗어나가기 위한 준비 시간이기도 하고 내 취향대로 꾸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간이다. 가만히 씻으며 다음 일, 다른 일을 상상하며 고집을 부릴 수 있는 시간이다. 복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비수기를 견디어 내는, 아니 꾸려나가는 모습도 샤워 같은 것이리라 생각했다.
통 : <괜찮은 가족> 허선혜
처음 관객석으로 준비되었던 소파 위에서 진행된다. 이오네스코의 <왕은 죽어가다>가 떠오르는 썰렁하고 금이 가고 무너져가는 집에선 가족이 한참 길을 잃기도 한다. 용케 집이 팔렸다. 예비 사위를 기다리는 부부. 어머니는 무심하고 아버지는 제대로 기억하는 게 없다. 딸 행진의 영혼을 아껴주는 사위는 동성 연인 ‘쿠키’이다. 행진의 남자 형제는 맹렬히 반대하지만 그건 본인만 수치스러워하는 생식적 비밀 때문이다. 대를 못 잇는다고 가족의 미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끝이 조금 빠를 뿐. 행진은 부모와의 관계를 청산하면서 각자가 품고 있는 엉뚱한 계획, 음모, 보험과 마주하게 된다. 끝없이 파괴되면서도 무엇하나 의외로 불행하지 않은 듯한 풍경이 절묘하고 코믹했다. 이기적인 꿍꿍이와 무심함으로 비눗방울처럼 끈끈한 행복하고 기묘한 가족을 배우들은 태연하게 그려내었다. 종이 부스러기나 물컵 등 자잘한 생활 도구로 음향 효과를 내는 것도 즐겁고 내밀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공연을 마치고 관객은 티켓인 복주머니 열어서 올해 내가 꼭 받고 싶은 복을 적어 가져가거나 복 나무에 놓고 갈 수 있었다. 배우에게 비수기는 어떤 시간일까? 하늘의 복을 기다려야 할까? 지나치게 하늘에 의지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우린 너무 많이 보았다. 이제는 예정된 공연이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단단히 채비해야 하는 법. 하지만 스스로 훈련하며 견디고 준비하는 게 쉬운가. 좋은 건 이처럼 공연을 해버리는 것이라 느꼈다. 배우가 직접 쓰는 희곡은 공동창작 형태의 프로덕션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번 공연은 다양한 조합과 구성으로 직접 극장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메일링 서비스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는 지금 가진 고민을 털어놓고, 조금 멀리 보거나 무의식적으로 글쓰기를 하면서, 지나치게 연민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이 넋두리는 또한 흥이 많은 배우와 만나 기쁘게 다가왔다. 배우들에게는 공연에서야 간신히 흔들어 볼 수 있는 시절일 텐데, 덕분에 복 된 한 시간이었다.
공연을 마치고 관객은 티켓인 복주머니 열어서 올해 내가 꼭 받고 싶은 복을 적어 가져가거나 복 나무에 놓고 갈 수 있었다. 배우에게 비수기는 어떤 시간일까? 하늘의 복을 기다려야 할까? 지나치게 하늘에 의지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우린 너무 많이 보았다. 이제는 예정된 공연이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단단히 채비해야 하는 법. 하지만 스스로 훈련하며 견디고 준비하는 게 쉬운가. 좋은 건 이처럼 공연을 해버리는 것이라 느꼈다. 배우가 직접 쓰는 희곡은 공동창작 형태의 프로덕션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번 공연은 다양한 조합과 구성으로 직접 극장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메일링 서비스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는 지금 가진 고민을 털어놓고, 조금 멀리 보거나 무의식적으로 글쓰기를 하면서, 지나치게 연민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이 넋두리는 또한 흥이 많은 배우와 만나 기쁘게 다가왔다. 배우들에게는 공연에서야 간신히 흔들어 볼 수 있는 시절일 텐데, 덕분에 복 된 한 시간이었다.
[사진제공 : 박세인]
운수대통 <일희일비>
- 일자
- 2021.1.29(금) ~ 2021.01.31(일)
- 장소
- 한얼소극장
- 작
- 백혜경, 경지은, 김의태, 양대은, 김별, 경지은, 허선혜
- 구성/출연
- 경지은, 김별, 김의태, 백소정, 백혜경, 양대은, 한혜진
- 포스터디자인
- 김의태
- 사진
- 박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