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비평] 평론가 김소연과 배우 김신록의 리뷰를 중심으로
수행을 위한 비평의 도구들,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이지현
196호
202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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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비평가들은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행위와 요소들이 관객과 즉각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연극의 현상들에 주목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무대 위 또는 공연 공간에서 일어나는 배우의 수행,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감각적 요소들, 그리고 배우와 관객의 상호작용에 대해 오늘의 비평은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읽어내고 있을까?
동시대 비평가들은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행위와 요소들이 관객과 즉각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연극의 현상들에 주목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무대 위 또는 공연 공간에서 일어나는 배우의 수행,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감각적 요소들, 그리고 배우와 관객의 상호작용에 대해 오늘의 비평은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읽어내고 있을까?
이 짧은 글은 배우의 몸에서 촉발되는 감각적 현상을 다루는 비평의 언어에 한정하여 수행을 다룰 것이다. 동시대 공연을 이야기할 때 ‘수행’은 관용어처럼 널리 쓰이지만 결코 명료하게 잡히지 않는 개념이다. 다만 배우의 수행이 만들어내는 순간을 포착하는 비평의 도구들을 잠시나마 쪼개어 들여다봄으로써, 공연과 지면 사이에 펼쳐진 조각들의 면면을 파악할 수 있으리라.
이 짧은 글은 배우의 몸에서 촉발되는 감각적 현상을 다루는 비평의 언어에 한정하여 수행을 다룰 것이다. 동시대 공연을 이야기할 때 ‘수행’은 관용어처럼 널리 쓰이지만 결코 명료하게 잡히지 않는 개념이다. 다만 배우의 수행이 만들어내는 순간을 포착하는 비평의 도구들을 잠시나마 쪼개어 들여다봄으로써, 공연과 지면 사이에 펼쳐진 조각들의 면면을 파악할 수 있으리라.
비평가가 감각하는 주관적 체험의 언어
여기서 살펴볼 비평의 도구들은 평론가 김소연과 배우 김신록의 공연 리뷰에서 발췌한 것이다. 두 사람의 도구를 들여다보기로 선택한 것은, 이들이 각각 평론가와 배우라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무대 위 배우의 몸과 그로부터 파생된 현상을 다루는 비평적 언어를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김소연은 2015년 공연된 크리에이티브 VaQi의 <비포 애프터>(이경성 구성‧연출)에 대한 리뷰 「감각의 윤리 <비포 애프터>」1)에서, 배우 성수연이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실제로 느꼈던 고통을 재현하는 장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김소연은 2015년 공연된 크리에이티브 VaQi의 <비포 애프터>(이경성 구성‧연출)에 대한 리뷰 「감각의 윤리 <비포 애프터>」1)에서, 배우 성수연이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실제로 느꼈던 고통을 재현하는 장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아마도 이 연극의 가장 폭발적인 장면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갑작스레 그녀의 몸을 타고 흐르던 찌르르한 감각일 것이다. 온 몸의 관절 마디마디에서 쌓이고 쌓여있던 감정의 찌꺼기들이 쏟아져 나오던 그 느낌, 살과 피와 뼈를 떨게 하는 구체적인 감각을 성수연 배우는 무대 위에서 온 몸으로 재현한다. (중략) 직접 죽을 수는 있지만 죽음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이 장면의 강렬함은 닿을 수 없는 타인의 고통에 가 닿고자 하는 그 치열함 때문이다.
김소연은 배우가 재현하는 몸의 고통을 ‘몸을 타고 흐르던 찌르르한 감각’, ‘관절 마디마디에서 쌓이고 쌓여있던 감정의 찌꺼기들’, ‘살과 피와 뼈를 떨게 하는 구체적인 감각’ 등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 다양한 표현들은 무대 위 배우가 펼쳐내는 연기에 더해, 평론가 스스로 객석에서 간접적으로 감각한 몸의 이미지, 그리고 몸 내부 장기들의 움직임을 상상적으로 묘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무대 위에서 배우를 통해 체화된 고통은 이를 감각하는 관객에게 저마다 다른 진폭으로 전해지고, 그 가운데 김소연에게 감각된 고통의 진폭이 특정한 신체적 움직임의 묘사로 구체화되어 드러난 것이다.
김소연은 해당 리뷰 전반에서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사회 변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 공연에서 배우들이 안전 대피 요령을 강조하는 첫 장면, 배우의 경험과 역할연기에 대한 대화, 성수연 배우가 재현하는 고통의 감각 등 몇몇 장면을 부각시켜 자세히 묘사하는 방식을 취했다. 공연의 첫 장면에 대한 언급은 다음과 같다.
김소연은 해당 리뷰 전반에서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사회 변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 공연에서 배우들이 안전 대피 요령을 강조하는 첫 장면, 배우의 경험과 역할연기에 대한 대화, 성수연 배우가 재현하는 고통의 감각 등 몇몇 장면을 부각시켜 자세히 묘사하는 방식을 취했다. 공연의 첫 장면에 대한 언급은 다음과 같다.
이 첫 장면은 통상적인 비상시 대피 요령을 넘어, 위험에 대한 환기를 넘어, 이 작품의 매우 중요한 모티브를 함축한다. 바로 몸이다. 서로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시각만이 아니라 촉각까지 이용할 것을 권유받는다. 또한 시각이 완전히 통제되었을 때 촉각은 우리가 스스로를 지탱할 매우 중요한 감각이라는 것을 환기하게 된다. 그리고 숨 쉬기.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이 기본적인 행위가 바로 생명의 가장 본질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어 김소연은 “물론 첫 장면에서 이러한 것들이 명료하게 드러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묘사는 앞서 성수연 배우의 몸이 만들어내는 고통의 감각에 대해 언급한 부분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배우의 몸에 대해 평론가 자신이 감각한 신체 반응을 묘사한 것과 비슷하게, 위 발췌 문단에서는 해당 장면에서 명료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배우들의 행위가 불러일으키는 감각에 적극적으로 반응해 환기가 일어난 비평가 스스로의 사유를 확장하여 나타낸 것이다. 즉 김소연은 기존의 연극 문법과 다른 구성과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비포 애프터>에 대한 비평 과정에서, 관객으로서 반응하는 자신의 신체적 감각과 그로 인해 확장된 사유 등을 통해 공연을 읽어내고 있다.
<비포 애프터>에서 세월호에 대한 고통의 기억을 배우 성수연이 감각한 아버지의 죽음과 연결시키는 맥락에 대한 김소연의 해석은, “가장 내밀한 그래서 가장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감각을 동반”하여 “고통과 폭력의 다양한 양상에 대한 성찰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후 평론가는 무대 위 고통의 감각을 생생히 묘사하고, 나아가 “몸에 대한 주목은 다양한 무대적 실험들이 블랙박스 안에서의 감각적 실험에 한정되지 않고 이들이 항상 질문하는 연극이 어떻게 세상을 향해 열려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상당히 많은 해답을 보여준다”고 밝힘으로써 이 공연에서의 ‘성찰’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우회적으로 표시한다.
해당 리뷰 내에서 고통스러운 감각에 대한 표현들은 마치 독자의 몸에도 공명을 일으킬 듯이 생생하다. 이를 통해 공연을 접하지 못한 독자는 공연장의 분위기와 감각을 통한 사유의 설득력을 전달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감각 체험을 다룬 표현들이 장면 묘사와 구분되지 않고 한데 합쳐져 있는 까닭에, 누군가는 배우의 연기가 실제로 관객의 폐부를 찌르는 정도의 강렬함을 유발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지도 모를 일이다.
연기 비평의 도구들
배우 김신록은 “‘누구의 호연이 빛났다’는 식의 한 줄짜리 첨언을 넘어 선 본격적인 ‘연기비평’을 시도”하기 위해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에서 「누군가 할 때까지 일단 나라도 한다! 연기비평」 시리즈를 기고해왔다. 2) 이는 희곡 텍스트나 연출적 요소와 마찬가지로 배우의 연기또한 비평에서 주요하고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배우의 관점에서 배우의 연기를 읽어나간 새로운 시도의 리뷰들이다.
김신록은 2018년 공연된 상상만발극장의 <믿음의 기원2: 후쿠시마의 바람>(박해성 작‧연출, 이하 <믿음의 기원2>)에 관한 리뷰 「허구와 실재 사이, 비어있는 몸으로 그리는 <믿음의 기원2: 후쿠시마의 바람>」3)에서 배우의 연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발화하지 않을 때 배우들은 주로 관객들과 나란히 의자에 앉아 있는데, 적극적으로 인물로서의 여운을 가지고 있거나, 명확하게 배우 자신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마치 직전에 직접 발화한 인물의 말들이 지금 배우로서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가늠하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이다. (중략) 관객은 음향효과가 구축하는 상상 속의 시공간을 경험하는 대신, 지금 자신이 앉아있는 극장 안으로 소리와 진동이라는 실재가 밀려드는 것을 또랑또랑하게 경험한다.
무대와 객석이 구분되지 않은 이 공연에서 배우들이 취하고 있는 인물-배우 사이 경계에 놓인 위치성에 대해 김신록은 “마치 직전에 직접 발화한 인물의 말들이 지금 배우로서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가늠하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이라고 묘사한다. 김신록은 배우로서 축적해온 자신의 경험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무대 위 배우의 표정이 갖는 의미와 맥락을 적극적으로 유추해낸다. <믿음의 기원2> 공연 내내 배우들이 인물-배우 사이 입장과 그 경계를 오가는 모호한 태도는 김신록의 표현을 통해 구체화된 언어로 발굴된다. 배우들이 구축하는 경계의 전환은 이 공연에서 실재와 허구를 오가는 맥락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비언어적 요소로, 서사 중심의 비평적 도구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것이다.
김신록은 배우로서의 고유한 경험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인물 구축 과정, 연기 수행 등을 세밀하게 읽어내는 동시에 공연의 작업 과정까지도 유추한다. 한편 그 언어에는 오히려 배우 수행의 과정을 너무 잘 이해하는 까닭에 나타나는 모호한 표현도 공존한다. 이를테면 2018년 공연된 <러브 스토리>(이경성 연출)에 관한 리뷰에서, 배우 우범진이 상상 속 인물이 되어가는 장면의 긴 대사를 제시한 뒤 김신록은 “우범진은 위와 같은 설명과 함께 자신의 몸의 해당 부위를 변형시켜 가는데 그 시도가 적극적이고 결과 또한 꽤 그럴 듯하다”고 말하면서 구체적 의미가 비어 있는 해석을 제시한다.4)
만약 무대 위 구현 장면에 대한 설명이 배우의 대사에 의존하는 것뿐 아니라, ‘적극적인 시도’와 ‘꽤 그럴듯한 결과’의 세부과정이 연기 비평적 언어로 다시금 구체화되어 공유되었다면 독자에게 더욱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무대의 결과가 아닌 객석의 ‘과정’을 비평하기
동시대의 많은 연극은 점차 배우의 몸을 넘어 관객의 신체를 중심으로 한 체험을 중심에 두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때 그 체험의 주관성은 어떻게 공유될 수 있을까? 그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비평의 도구는 어떻게 작용할 수 있을까?
비평가 스스로가 관객으로서 적극적으로 감각하는 주관적인 내용에 관한 묘사는, 어디까지가 공연과 관련된 것이고 어디부터가 자신의 고유한 감각인지를 가려내는 작업이 일차적으로 요구된다. 또는 그 감각의 경계가 모호하거나 해체된다면 그 지점까지도 언어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정교함과 구체성을 통해, 비평가가 포착해내고 상상한 몸의 감각이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공유될 수 있을 것이다.
비평가 스스로가 관객으로서 적극적으로 감각하는 주관적인 내용에 관한 묘사는, 어디까지가 공연과 관련된 것이고 어디부터가 자신의 고유한 감각인지를 가려내는 작업이 일차적으로 요구된다. 또는 그 감각의 경계가 모호하거나 해체된다면 그 지점까지도 언어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정교함과 구체성을 통해, 비평가가 포착해내고 상상한 몸의 감각이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공유될 수 있을 것이다.
공연 체험과 수용의 지평이 확장되고 세분화되는 동시대 연극에서, 어떤 공연에 대해 “~가 아쉬웠다”거나 “~했으면 어땠을까”에서 그치는 단일하고 안일한 비평에 대한 수요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대신 공연의 수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결코 일반화될 수 없는 감각을 언어화하고 공유하는 작업의 중요성이 더 커져갈 것이다. 한 사람의 비평가, 곧 한 사람 한 사람의 관객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통해 감각한 조각조각들을 섬세하고도 풍부한 언어를 통해 드러내고, 이를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공유하여 논의가 확장됨으로써 동시대 연극 비평의 지평은 풍요로워질 것이다.

※ [메타비평]은 연극계 혹은 예술계의 여러 ‘매체’에 발표된 ‘비평문’에 대한 추가적인 ‘비평’을 의미합니다. 기존의 시각에 대한 비평적 발언이나, 불안정한 의제의 수정 및 새로운 의제 도출, 다양한 관점의 제시 등을 목적으로 합니다. 연극in은 작품에 대해 이어지는 대화와 토론을 적극적으로 장려합니다. 취지에 공감하는 필자들은 webzine@sfac.or.kr 로 ‘비평에 대한 비평’을 보내주세요. [리뷰]코너를 통해 소개하겠습니다.
- 연극in 웹진
- 연극in 웹진
- 김소연. 「감각의 윤리 <비포 애프터>」, 『연극평론』 통권 80호 2016 봄호, 61-64쪽.
- 김신록. [리뷰] 배우 김신록의, 누군가 할 때까지 일단 나라도 한다! 연기비평 <믿음의 기원2>,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2018년 10월 20일. http://indienbob.tistory.com/1103
- 위의 사이트.
- 김신록. 「‘배우-작가’ 나경민, 성수연, 우범진이 써내려간, <러브스토리>」,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2018년 12월 1일. http://indienbob.tistory.com/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