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아트랩 2021 박인혜 <오버더떼창: 문전본풀이>
합창을 넘어 떼창으로
민지홍
198호
20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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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는 성악과 관현악으로 구성된 음악극으로, 가장 큰 규모의 종합 예술이다. 넓은 무대를 채운 화려한 세트 가운데 눈부신 조명이 비추고 오페라 가수가 멋진 아리아를 부른다. 아름다운 노래와 더불어 주인공으로서 뿜어내는 아우라는 비록 홀로 노래하지만 무대를 장악하고 관객을 사로잡기 충분한 무형의 힘이 담겨있어 강한 인상과 존재감을 남기곤 한다.
오페라는 성악과 관현악으로 구성된 음악극으로, 가장 큰 규모의 종합 예술이다. 넓은 무대를 채운 화려한 세트 가운데 눈부신 조명이 비추고 오페라 가수가 멋진 아리아를 부른다. 아름다운 노래와 더불어 주인공으로서 뿜어내는 아우라는 비록 홀로 노래하지만 무대를 장악하고 관객을 사로잡기 충분한 무형의 힘이 담겨있어 강한 인상과 존재감을 남기곤 한다.
그렇다면 오페라의 주역 가수들로 구성된 합창단을 만든다고 상상해보자. 뛰어난 기량을 가진 오페라 가수들이 한데 모인다면 훨씬 더 드라마틱하고 웅장한 소리로 채워지지 않을까? 유감스럽게도 생각처럼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페라 가수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나지만 그만큼 각자의 음악적인 개성 역시 다르기 마련이라 하나의 일치된 소리를 추구하는 합창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악을 전공하던 대학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학우들이 어려워하던 수업 중 하나가 바로 합창이었다. 자신의 소리를 마음껏 내지르지 못하고 꾹 참아야 하며, 자신의 소리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인의 소리를 들으려 애써야 했기 때문이다. 혼자 노래하던 습관에 익숙해져 있던 학생들에게 타인과 노래한다는 것은 낯선 일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어딘지 모를 답답함과도 같았다. 결국 그동안 연습실에서 땀 흘려 연습하던 ‘매운맛’의 발성 대신 합창을 위한 ‘순한맛’의 발성으로 노래해야만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여럿이 하나가 되어 소리가 고루 녹아드는 순간 어디서도 들어볼 수 없는 풍성한 하모니가 만들어진다. 솜털처럼 부드러운 피아니시모부터 온몸이 짜릿해질 정도로 박력 넘치는 포르티시모까지, 하나가 되었을 때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소리의 매력은 합창 수업만 되면 좀이 쑤시는 학생들마저 매료시키고 빠져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합창이라는 음악의 진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을 숨기고 개성을 감출 때 비로소 아름답게 조화된 소리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서양 음악과 국악은 서로 다르지만 오페라를 판소리로 치환해보자. 규모는 다르나 오페라 주인공이 아리아를 부르듯, 소리꾼은 고수와 단둘이서 오롯이 무대를 소리로 가득 채운다. 오히려 몇 시간에 걸쳐 홀로 판소리를 완창하는 소리꾼의 역량과 힘은 단순히 비교키 어렵겠지만 오페라 가수의 무대를 압도한다고도 할 수도 있겠다. 또한 같은 판소리와 대목을 부른다 하더라도 어떤 소리꾼이 부르느냐에 따라 그 감칠맛이 달리 우러나듯 소리꾼의 음악적 개성이나 취향, 해석이 저마다 다르고 강하게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소리꾼들이 모여 ‘합창’을 한다는 것은 한때 음악을 공부했던 나로서는 매우 흥미로운 관심거리였다. 특히 이번 판소리 <오버더떼창: 문전본풀이>(이하 <오버더떼창>)는 ‘판소리 합창 가능성 탐구’라는 부제가 달려있었기에 국악, 판소리로 이루어진 합창이 어떻게 풀이되고 해석될지는 상상으로만 그저 가늠해볼 뿐이었다.
그렇다면 오페라의 주역 가수들로 구성된 합창단을 만든다고 상상해보자. 뛰어난 기량을 가진 오페라 가수들이 한데 모인다면 훨씬 더 드라마틱하고 웅장한 소리로 채워지지 않을까? 유감스럽게도 생각처럼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페라 가수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나지만 그만큼 각자의 음악적인 개성 역시 다르기 마련이라 하나의 일치된 소리를 추구하는 합창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악을 전공하던 대학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학우들이 어려워하던 수업 중 하나가 바로 합창이었다. 자신의 소리를 마음껏 내지르지 못하고 꾹 참아야 하며, 자신의 소리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인의 소리를 들으려 애써야 했기 때문이다. 혼자 노래하던 습관에 익숙해져 있던 학생들에게 타인과 노래한다는 것은 낯선 일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어딘지 모를 답답함과도 같았다. 결국 그동안 연습실에서 땀 흘려 연습하던 ‘매운맛’의 발성 대신 합창을 위한 ‘순한맛’의 발성으로 노래해야만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여럿이 하나가 되어 소리가 고루 녹아드는 순간 어디서도 들어볼 수 없는 풍성한 하모니가 만들어진다. 솜털처럼 부드러운 피아니시모부터 온몸이 짜릿해질 정도로 박력 넘치는 포르티시모까지, 하나가 되었을 때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소리의 매력은 합창 수업만 되면 좀이 쑤시는 학생들마저 매료시키고 빠져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합창이라는 음악의 진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을 숨기고 개성을 감출 때 비로소 아름답게 조화된 소리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서양 음악과 국악은 서로 다르지만 오페라를 판소리로 치환해보자. 규모는 다르나 오페라 주인공이 아리아를 부르듯, 소리꾼은 고수와 단둘이서 오롯이 무대를 소리로 가득 채운다. 오히려 몇 시간에 걸쳐 홀로 판소리를 완창하는 소리꾼의 역량과 힘은 단순히 비교키 어렵겠지만 오페라 가수의 무대를 압도한다고도 할 수도 있겠다. 또한 같은 판소리와 대목을 부른다 하더라도 어떤 소리꾼이 부르느냐에 따라 그 감칠맛이 달리 우러나듯 소리꾼의 음악적 개성이나 취향, 해석이 저마다 다르고 강하게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소리꾼들이 모여 ‘합창’을 한다는 것은 한때 음악을 공부했던 나로서는 매우 흥미로운 관심거리였다. 특히 이번 판소리 <오버더떼창: 문전본풀이>(이하 <오버더떼창>)는 ‘판소리 합창 가능성 탐구’라는 부제가 달려있었기에 국악, 판소리로 이루어진 합창이 어떻게 풀이되고 해석될지는 상상으로만 그저 가늠해볼 뿐이었다.
여러 음을 갈래로 나누거나 포개지는 화성적 성격을 바탕으로 하는 서양음악과는 다르게, 판소리는 ‘시김새’라 부르는 특유의 구성진 가락과 단선율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고루 잘 섞일수 있는 소리를 만들어야 하는 합창에 그리 적합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공연의 각색/작사/작창을 맡은 박인혜 소리꾼은 조화를 이루기 위한 ‘합창’이 아닌 판소리를 위한 ‘합, 창’으로 관객들을 마주했다. 또한 힘찬 추임새와 함께 흥을 돋우는 고수의 북뿐만 아니라 화성적 악기인 가야금과 양금을 편성해 소리꾼들의 소리를 보다 풍성하고 수려하게 꾸며주었다. 결국 소리하는 소리꾼 한 사람 한 사람의 음악적 개성을 극 안에서 자유로이 드러내며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판소리의 재미와 매력을 저버리지 않았고, 이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판소리와 합창에 대한 유쾌한 반전이었다.
본 공연 내용인 ‘문전본풀이’는 집안 곳곳마다 살고 있다는 가택신의 유래와 내력을 담은 제주도의 전승 신화 이야기다. 박인혜 소리꾼의 새로운 실험과 시도는 현대적 느낌을 물씬 풍기지만 그럼에도 옛이야기를 주제 삼아 판소리의 전통성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전해졌다. 비록 쇼케이스로 진행되어 모든 이야기를 담아낼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내용보다 ‘판소리 합창 가능성 탐구’에 대한 시도를 더욱 주목할 수 있었다. 박인혜 소리꾼과 함께 합창하는 소리꾼들은 앙상블을 이루며 때로는 합창으로서 자유로운 화성을 만들기도, 등장인물의 역할을 맡기도 하는 등 판소리가 담아내는 이야기의 윤곽을 보다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이는 오직 홀로 이야기를 이끌고 인물의 서사를 풀어가는 전통 소리꾼의 역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매력을 지닌 한 명의 ‘배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본 공연 내용인 ‘문전본풀이’는 집안 곳곳마다 살고 있다는 가택신의 유래와 내력을 담은 제주도의 전승 신화 이야기다. 박인혜 소리꾼의 새로운 실험과 시도는 현대적 느낌을 물씬 풍기지만 그럼에도 옛이야기를 주제 삼아 판소리의 전통성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전해졌다. 비록 쇼케이스로 진행되어 모든 이야기를 담아낼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내용보다 ‘판소리 합창 가능성 탐구’에 대한 시도를 더욱 주목할 수 있었다. 박인혜 소리꾼과 함께 합창하는 소리꾼들은 앙상블을 이루며 때로는 합창으로서 자유로운 화성을 만들기도, 등장인물의 역할을 맡기도 하는 등 판소리가 담아내는 이야기의 윤곽을 보다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이는 오직 홀로 이야기를 이끌고 인물의 서사를 풀어가는 전통 소리꾼의 역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매력을 지닌 한 명의 ‘배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두산아트센터 Space111의 올해 첫 공연으로 올라간 본 공연에, 관객들은 자리를 가득 채웠고 소리꾼들이 무대에 올라 소리를 시작했다. 어두운 객석 사이로 흥이 오가며 관객들의 마스크 너머 조심스럽지만 자연스레 추임새가 흘러나왔다. 이는 틀림없이 판소리에서 느낄 수 있던 그것이었다. 한 명의 소리꾼, 한 명의 고수가 무대에 올라 관객에게 한바탕 이야기를 펼친다는 것은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지켜온 판소리의 철칙과도 같다. 하지만 오늘날의 소리꾼들은 판소리의 전승과 보전을 잇는 전통적 사명과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발굴하는 창작자로서의 사명을 함께 짊어지고 있다.
물론 판소리의 현대적 작창과 해석, 여럿이 함께 소리하는 합창의 형식 등 다양한 시도는 이미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박인혜 소리꾼은 이번 공연을 통해 전통을 따르는 것 대신 그를 창작의 도구로 삼아 관객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판’과 ‘소리’를 선보였다. 그러한 점에서 <오버더떼창>은 ‘여러 소리꾼이 함께 소리하는 판소리 합창’이라는 단순한 틀에 갇히지 않았다. 베토벤이 교향곡 9번에서 합창이라는 성악 장르를 교향곡을 구성하는 하나의 악기로서, 음악적 효과를 위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편성했듯 <오버더떼창>에서 엿볼 수 있던 소리꾼들의 판소리 합창은 제목에서 표현한 ‘떼창’이라 일컫는 국악 장르의 색다른 확장이라 분명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판소리의 현대적 작창과 해석, 여럿이 함께 소리하는 합창의 형식 등 다양한 시도는 이미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박인혜 소리꾼은 이번 공연을 통해 전통을 따르는 것 대신 그를 창작의 도구로 삼아 관객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판’과 ‘소리’를 선보였다. 그러한 점에서 <오버더떼창>은 ‘여러 소리꾼이 함께 소리하는 판소리 합창’이라는 단순한 틀에 갇히지 않았다. 베토벤이 교향곡 9번에서 합창이라는 성악 장르를 교향곡을 구성하는 하나의 악기로서, 음악적 효과를 위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편성했듯 <오버더떼창>에서 엿볼 수 있던 소리꾼들의 판소리 합창은 제목에서 표현한 ‘떼창’이라 일컫는 국악 장르의 색다른 확장이라 분명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제공: 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랩 2021 박인혜 <오버더떼창: 문전본풀이>
- 일자
- 2021.03.25.(목) ~ 2021.03.27.(토)
-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 111
- 원작
- <문전본풀이>
- 각색·작사·작창
- 박인혜
- 드라마터그
- 이경화
- 음악
- 박인혜 심미령 조봉국
- 출연
- 박인혜 이다연 양승은 이예린 한아윤 황지영
- 조명디자인
- 김건영
- 음향디자인
- 정새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