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서현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특별한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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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편집 : 김지성, 녹음 : 윤비원, 음향 믹싱 : 임나윤)
전지적 관객 시점에서
관객이라는 단어 앞에 수식어를 붙여 본 적이 없다. 개별성으로 인식하지도 않는다. 간혹 1인 관객을 위한 공연들이 있긴 하지만 그때에도 관객은 어디까지나 관객‘들’로서 무리로 인식된다.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는 여기에 과감하게 ‘직업’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관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단어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관객만큼 패턴이 일정한 이들도 없다. 어긋나지 않고 실수 없이,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하고 의연하게 그 역할을 수행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객석에 있는 것만으로” 희곡, 배우와 더불어 연극의 3요소가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객석에 앉기까지 관객들은 부지런히 움직인다. 연극을 보는 도중에도 지금 보고 있는 연극에 대한 생각을, 때로는 지금 보고 있지 않은 연극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하며 연극이 끝나고 극장 밖을 나와서도 연극에, 극장에 꼬리가 달린 것처럼 방금 본 연극에 대한 생각들이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과정을 혼자 또는 일행과만 겪을 뿐이다. 극장에 함께 있던 관객들에게 주의를 기울여 본 적도 거의 없어 얼굴들을 떠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그러한 관객이 연극에 전면적으로 등장했을 때, 관객의 입장을 그려 낸 전지적 관객 시점에서 비로소 자신 역시 연극의 일부였음을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겪게 되는 것이다.
애정이라는 기분들
관객은 연습도, 리허설도 없이 곧바로 실전으로 돌입한다. 극장에 들어갈 때마다 약간의 긴장감과 설렘을 동반하게 되는데 이는 무대를 직접 본다는 현장감뿐만 아니라 그 장소 안에서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런 경험이 쌓일수록 느는 것은 기술이 아닌 기분, 애정이다. 노련해지는 애정은 관객이라는 존재에 대한 기대를 배반하기도 하는 것이다. 열정을 불태운 나머지 열혈 관객으로 살다 보니 티켓 부스에서 얼굴만 보고 티켓을 주는 관계자에 가까워지는 입장은 “네 얼굴을 알리지 말라”라는 관객법을 위반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관객들은 후기를 쓰면서 연극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연극을 본 자신을 쓰기도 하는데, 애정이 커지다 보면 솔직한 감상보다는 그저 좋다는 이야기들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거짓으로 좋다고 말하지 말라.”, “후기를 쓰되 비평하지 말라.”라는 관객법을 지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반한 관객-배우는 극장에 갇히게 된다. 관객법을 단 하나라도 어기지 않은 관객들은 드물 것이므로 이 극을 보고 있는 관객들도 관객법을 위반하여 함께 갇힌 셈이다. 현실에서도 직업이란 고달프고 소진되고 불안한 기분들을 동반하기 마련이니, 직업 관객으로 살면서 애정의 위기가 오는 순간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국에는 ‘보고 싶은 것과 보고 있는 것이 일치하는’ 연극, ‘무대 위의 이야기가 나를 부르는 것 같은’ 연극을 보기 위해 직업 관객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는 작품 속 관객-배우만의 상황에 해당하지 않고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를 보는 동시에 겪고 있는 관객들에게도 해당하는 것이다. 함께 있음을 넘어선 함께 갇힘의 강렬한 순간들 속에서, 관객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을 넘어 관객으로서의 자신이 틈입하게 되는 것이다. 직업 관객의 이력서로 등장하는 티켓북에서 비슷한 티켓을 발견했을 때의 동질감이 일차적인 감각이라면, 연극 자체에 대한 동질감은 보다 확장된다. 마지막에 관객-배우가 돌아와 객석에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았을 때, 빈 무대에 있는 건 관객들이 보내는 애정 어린 시선 그 자체였다.
또 다른 특별한 만남을 위하여
[사진제공 : 김은빈]
- 일자
- 2020.2.4(목) ~ 2021.2.6(토)
- 장소
- 신촌극장
- 작/연출
- 김은빈 박예지 배서현 한예지
- 출연
- 김은빈 배서현
- 조명디자인
- 이영은
- 음향디자인
- 나웅서
- 사진
- 김은빈
- 오퍼레이팅
- 나웅서 박예지 한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