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검색영역

극단 비밀기지 <용기 없는 일주일>

방관의 교실

이채희
200호 2021.05.13
'방관자 효과'라는 것이 있다.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게 되는 현상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도와줄 것이라 생각해서, 어쩌면 내가 그 피해자를 도와줌으로써 또 다른 피해를 입게 될까 봐, 많은 사람들은 방관자를 자처한다. <용기 없는 일주일>에서는 이러한 방관자 효과를, 주인공 '용기'가 없는 일주일간의 사건들을 통해 보여준다.
"수어통역 영상보기"
(촬영/편집 : 김지성, 녹음 : 윤비원, 음향 믹싱 : 임나윤)
음성낭독 : 박상수
음성낭독 : 김소울
'방관자 효과'라는 것이 있다.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게 되는 현상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도와줄 것이라 생각해서, 어쩌면 내가 그 피해자를 도와줌으로써 또 다른 피해를 입게 될까 봐, 많은 사람들은 방관자를 자처한다. <용기 없는 일주일>에서는 이러한 방관자 효과를, 주인공 '용기'가 없는 일주일간의 사건들을 통해 보여준다.
<용기 없는 일주일>은 동명의 청소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원작자인 정은숙 작가와 신진호 연출가, 그리고 '청소년 어른이 되다 2021' 워크숍에 참가한 청소년 10인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청소년극이다. 객석을 '디귿자'로 배치하고, 마주 보는 형태인 기존의 객석 중 한쪽 면을 무대로 사용한 독특한 구조에, 몇 가지의 소품만으로 무대미술을 대신한다.
이야기는 왕따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빵 셔틀'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난 박용기. 담임선생님은 이 사건의 범인이 셋이고, 그중에는 의외의 인물도 있으며, 일주일 안에 세 명 모두가 자수하면 일이 커지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중 확실한 범인은 허치승과 오재열 두 명. 아이들은 용기 없는 일주일 동안 마지막 범인인 '제3의 아이'를 찾아내기 위해 애쓴다. 서로 의심하고 떠넘기는 아이들, 그리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내면의 비겁함, 옹졸함, 두려움이 극의 전반을 차지한다.
본문이미지1
극은 얼마 전에 전학 온 '보미'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극 중간중간 보미의 해설이 극의 진행을 돕는다.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학교 게시판인 '와글와글'에 글이 하나 뜬다. 그 글은 '허치승', '오재열', '김재빈'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재빈은 피해자인 박용기와 별로 엮인 적이 없이, 단순히 박용기가 사 온 빵을 조금 얻어먹은 게 전부였기에 억울하다. 김재빈이 제3의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한 보미는, 오픈 채팅방을 이용해 익명으로 ‘윤보미랑 손을 잡으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허치승까지 끌어들여 그룹을 구성한다. 그리고 그 셋은 친구들에게 그날의 상황에 대해 물으며 정보를 수집한다. 아이들은 모두 각자 나름대로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있었다. 모두가 ‘나는 범인이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이들은 어느새 서로를 넘어 자신까지 의심하고 있었다.
극 중에서 박용기의 심리나, 생각은 모두 담임선생님을 거쳐서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박용기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았기에, 아이들 사이에서 온갖 추측이 난무할 수 있었고, 그 속에서 갈등이 더 커져간다.
제3의 아이를 찾아내기 위한 추리는 계속됐다. 새로 알게 된 사실은, '와글와글'에 글을 올린 사람은 서나래였고, 그 전반에는 김재빈의 'UCC'사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재빈이 몇 달 전에 찍었던 UCC 영상에는 서나래가 하품하는 장면이 들어갔고, 이에 앙심을 품은 서나래가 김재빈을 골탕 먹이기 위해 글을 썼던 것이었다. 서나래는 김재빈이 범인이라 생각하고 글을 올린 것이 아니었기에, 김재빈을 범인이라고 확정 지을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자수한 세 명의 아이는 반전 없이 허치승, 오재열, 그리고 놀랍게도 김재빈이었다. 김재빈은 무슨 생각으로 자수를 했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은 리뷰를 쓰는 순간까지 풀리지 않았다. 세 아이가 자수를 하려고 교무실 앞에 앉아있는 장면에서, 많은 아이들이 세 명의 아이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지나간다. 이 장면에서 나머지 학생들이 느끼는 안도감과 이기심을 표현한 것 같아 인상 깊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담임선생님은 자수한 셋은 진짜 범인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아이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오히려 경찰 조사를 면했다며 좋아한다. 이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듣기 평가가 시작되고, 보미가 교실을 한 바퀴 둘러보며, 극은 막을 내린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단지 평범한 교실만이 남았다.
본문이미지2
결말은 좋으면서도 아쉬웠다. 강렬한 메시지가 없었음에도 그 빈자리가 느껴지진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크게 얻은 게 있는 듯한 기분도 아니었다. 극 특유의 잔잔함 속 긴장감이, 우리에게 여운을 주고 있었다는 건 분명했다.
소설을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있는 연극으로 풀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였을까, 전하려는 메시지가 잘 드러나지 않아서 그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더군다나 아이들 개개의 서사도 분명히 존재했을 것인데, 그런 면들이 잘 담기지 않으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었다. 특이하게도 극중에서는 랩을 통해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한다. 새로운 요소를 사용하는 시도는 좋았으나, 한편으로 극을 파악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보들이 잘 전달되지 않아서 이해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 청소년극이라는 특징 때문인지 극이 진행되는 동안, 소위 '급식체'라고 불리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급식체는 청소년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낸 특징이지만, 사회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강하고, 왜곡되어 전달된 문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극을 보는 동안 조금은 불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심지어 극 중에 나오는 급식체들은 청소년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들이기도 했다. 극 중 인물들은 이미 교복으로 충분히 표현되었는데, 굳이 급식체를 써야 했을까. 청소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다른 방법들이 있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은, 극에서 표현된 청소년의 심리이다. 청소년, 특히 중학생은 가장 주변에 연루되기 쉬운 심리를 가졌다. 이런 청소년의 심리는, 상황이 극에 치달을수록 그 힘을 발휘한다. 이 극의 상황은 이러한 청소년의 심리를 표현하기에 아주 적합했고, 이 점은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어쩌면 방관은 우리의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우리의 생각보다 더 많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일에 무관심한 현대 사회 속에서, 작은 관심을 가짐으로써 바람직한 사회상을 만들어 갈 수 있길 바라본다.
본문이미지3

[사진제공 : 김은혜, 유준기]

극단 비밀기지 <용기 없는 일주일>
날자
2021.4.2.(금) ~ 2021.4.11.(일)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원작
정은숙
연출/각색
신진호
무대
Shine_Od
음악
공한식
조명
박준범
안무
장하람
조연출
김성혁 이지윤
협력프로듀서
정재은
촬영및기록
김은혜 유준기
음향오퍼
박보경
관련정보
https://theater.arko.or.kr/Pages/Perf/Detail/Detail.aspx?IdPerf=257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