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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 <메리, 크리스, 마쓰>

너와 내가 만났던 화성에서

김연재
201호 2021.05.27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차분한 연말을 맞았다. 크리스마스뿐만 아니라, 2020년 내내 낯선 일상을 겪어냈다. 모든 게 갑작스러웠고, 만남이 줄어들며 타인과 연결된 느낌이 희미해지기도 했다. 격리되어 고립된 감각, 아름다웠던 일상을 그리워하는 감각을 풀어낸 공연이 있었다.
‘메리크리스마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평소와는 다른 인사를 나누는 연말. 화려한 음악과 조명이 춥고 어두운 겨울을 빛낸다. 연말을 맞아 오랫동안 만나지 않던 사람들을 떠올리고, 안부를 물으며, 오랜만에 만남을 갖기도 한다. 거리가 화려해지는 만큼 외로움이 더욱 짙어지기도 한다.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차분한 연말을 맞았다. 크리스마스뿐만 아니라, 2020년 내내 낯선 일상을 겪어냈다. 모든 게 갑작스러웠고, 만남이 줄어들며 타인과 연결된 느낌이 희미해지기도 했다. 격리되어 고립된 감각, 아름다웠던 일상을 그리워하는 감각을 풀어낸 공연이 있었다.

서로에게 지표가 되어주는 메리와 크리스

스토리는 단순하다. 어떤 이유로 우주에 남겨진 메리와 크리스는 각자의 궤도를 따라 우주선을 운전하다가 작은 부품의 결함으로 도움을 주고받으려 화성에 잠시 정착한다. 우주선을 수리하고 다시 화성을 떠난다. 우주복을 입고 있어서 대화도 못하지만, 두 사람은 그저 다른 생명체를 만난 것에 위안을 느끼고 헤어진다.

“거리라는 것이 가늠이 안 된다. 방향이라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 위가 앞이 되고, 아래가 뒤가 되고, 옆이 앞이 되고, 천장을 내려다보고 바닥을 올려다본다.”

홀로 우주선 안에서 지내며, 방향감각과 시간감각을 잃어가는 크리스(유원준 배우)가 하는 말이다. 우주선은 광활한 우주에서 먼지 같은 존재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궤도만을 따라 움직인다. 아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분위기지만, 너무 평화로운 적막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흐릿하게 만들고, 크리스를 외롭게 한다. 크리스는 우주선 안에서 지구를 보며 아름답다고 감탄할 뿐이다. 마치 우리가 지난 일상이 소중했다고 말하듯이.
망망대해나 사막에 있는 경우, 자신의 위치를 느낄 수 없어 쉽게 지친다. 지형지물이 없어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있는 크리스에게 갑자기 메리(박세인 배우)라는 행성이 나타난다. 연료가 바닥난 메리를 도와주고자 크리스는 우주선 도킹을 한다. 두 사람은 우주에서 유일하게 연결되어, 함께 화성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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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로 이동가능한 미니어처 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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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관객을 만나는 기존의 방법이 무력해지자, 창작자마다 생존방법이자 대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1)는 미니어처 씨어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007가방 만한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 작은 무대에 인간이 들어갈 수 없으니, 인간 대신 인형이 연기한다. 연기자와 무대가 작아지니 관객석에서 잘 보이도록 영상으로 송출한다. 관객은 배우와 인형극, 영상 세 가지 층위를 모두 즐길 수 있다. 다시 재생 할 수 없는 현장이기에 재빠르게 영상과 영상의 실재와 그것을 만드는 배우를 관찰했다. 무대에서 배우가 인형을 조종하는 것을 보면, 행위가 눈에 들어왔다. 배우가 관객들을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놀이를 하고 있다는 거리두기 효과가 나타났다. 달고나를 수백 번 저었던 것처럼 ‘우리는 재밌게 살려고 극장 안에 모였구나!’ 미니어처 씨어터 안 인형극을 보면, 이야기가 보였다. 표정도 없고, 눈코입도 보이지 않는 인형이 새초롬히 움직이는 것을 보면, 인형에 이입되어 부끄럽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했다. 영상으로 미니어처 씨어터에서 벌어지는 연극은, 스톱모션을 보는 듯했다. 집에서 송출된 영상만 보게 됐다면, 인형극을 흥미롭게 보고 있었을까? 관객과 같은 공간 안에서 말하고 있는 배우의 육성, 조종자와 인물을 오가는 배우, 죽어있다가 살아나는 인형들을 보며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배우의 말로 우주가, 세계가 펼쳐지는 연극

대본은 내레이션처럼 행동지문과 감정을 서술하는 부분이 많았다. 배우는 인물로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서술했다. 아주 꼼꼼하고 세세하게 동공이 움직일 때마다, 생각이 날 때마다 관객에게 전달했다. 동화나 소설처럼 쓰여서, 공연도 한 편의 동화책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도 들었다.
또한, 배우는 인형 조종자의 입장으로, 3인칭 시점으로 서술하기도 했다. 어떨 때는 역할의 구분 없이 모든 배우가 상황을 구현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을 했다. 배우들이 말로 가보지 않은 공간을 묘사하고, 그곳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능청스럽게 모든 감각을 전달하고, 관객에게 전이시킬 때, 극장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같이 주술에 빠졌다. 배우라는 주술사를 믿고 관객은 메리, 크리스, 마쓰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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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자극하는 오브제

배우의 말만 있었다면, 상상하는데 막연했을 수도 있다. 전혀 잡히지 않는 우주와 화성과 우주선을 구상해내느라 공연 흐름을 놓칠 수도 있다. 관객이 가상의 경험에 몰입할 수 있도록 무대미술이 조력했다. 한 장면을 들자면, 배우가 우주선 내부 상황을 연기하는 동시에, 우주선일 법한 오브제가 무대 위에 오르고, 영상으로 크게 보여준다. 무대에 우주선의 안팎을 동시에 배치해 ‘저 우주선 안에서 배우가 저러고 있는 상황이구나’를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오브제가 상상을 심상으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였다. 작가가 섬세하게 써냈고, 연출가가 치밀하게 풀어냈다.
공연에서 가장 눈이 가는 건, 오브제였다. 사물의 가능성을 창조해낸 디자이너의 유희본능을 엿보는 재미가 있었다. 익숙한 사물이 어색하게 있으면서, 연기도 한다. 이제는 유물이 된 볼마우스가 등장해서 반가웠다. 장갑, CD, 병뚜껑, 캔, 전선, 수세미 등의 생활용품을 무대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메리, 크리스, 마쓰>는 공연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제각기 충분히 즐길수 있게 서사 전개보다는 관객이 시공간을 향유하는데 중점을 두어 감각이 즐거웠다.
음악은 공간에 가득했던 긴장을 풀어주었다. 배우와 호흡을 맞춰 음향효과를 내며 놀이하는 듯한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연주될 땐 크리스마스를 소환됐다. 1시간 동안 메리, 크리스, 마쓰가 노는 것을 지켜보며, 잠시 함께 머물렀던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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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두 사람이 만나 반짝이는 시간을 만들었다. 다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를 건네며, 각자의 길로 떠난다. 함께했기에 우리는 헤어질 수 있고,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살아갈 수 있다. 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는 2021년 크리스마스에 온라인으로 관객들에게 돌아온다고 한다. 물리적으로 이동 가능한 극장을 넘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이들이 어떤 “대체될 수 없는 연극의 고유성”을 찾아갈지, 앞으로의 궤도가 기대된다.

[사진제공 : 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

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 <메리, 크리스, 마쓰>
일자
2021.04.29.~2021.05.02

장소
연희예술극장

작/연출
조예은
출연
박세인 유원준 박현
음악/연주
백하형기
기획
최문혁
미술
신은혜
음향
박진호
조명
김소현
영상
송용기
관련정보
https://tickets.interpark.com/goods/21002939
  1. “COVID19로 인해 일터를 잃은 창작자들이 모여 비대면 상황에서도 연극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다. 오프라인 공연과 온라인 공연이 병행될 수 있는 공연 형태를 고민한다. 트렁크 가방에 담길 수 있는 콤팩트한 무대를 지향하며 언제, 어디서든 꺼내볼 수 있는 기동성 있는 연극에 도전한다. (중략) 연극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추구하고, 대체될 수 없는 연극의 고유성에 대해 고민하며 작업의 의미를 찾아나간다.” 공연 리플렛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