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 <메리, 크리스, 마쓰>
너와 내가 만났던 화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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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지표가 되어주는 메리와 크리스
“거리라는 것이 가늠이 안 된다. 방향이라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 위가 앞이 되고, 아래가 뒤가 되고, 옆이 앞이 되고, 천장을 내려다보고 바닥을 올려다본다.”
망망대해나 사막에 있는 경우, 자신의 위치를 느낄 수 없어 쉽게 지친다. 지형지물이 없어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있는 크리스에게 갑자기 메리(박세인 배우)라는 행성이 나타난다. 연료가 바닥난 메리를 도와주고자 크리스는 우주선 도킹을 한다. 두 사람은 우주에서 유일하게 연결되어, 함께 화성으로 간다.
트렁크로 이동가능한 미니어처 씨어터
코로나로 관객을 만나는 기존의 방법이 무력해지자, 창작자마다 생존방법이자 대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1)는 미니어처 씨어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007가방 만한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 작은 무대에 인간이 들어갈 수 없으니, 인간 대신 인형이 연기한다. 연기자와 무대가 작아지니 관객석에서 잘 보이도록 영상으로 송출한다. 관객은 배우와 인형극, 영상 세 가지 층위를 모두 즐길 수 있다. 다시 재생 할 수 없는 현장이기에 재빠르게 영상과 영상의 실재와 그것을 만드는 배우를 관찰했다. 무대에서 배우가 인형을 조종하는 것을 보면, 행위가 눈에 들어왔다. 배우가 관객들을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놀이를 하고 있다는 거리두기 효과가 나타났다. 달고나를 수백 번 저었던 것처럼 ‘우리는 재밌게 살려고 극장 안에 모였구나!’ 미니어처 씨어터 안 인형극을 보면, 이야기가 보였다. 표정도 없고, 눈코입도 보이지 않는 인형이 새초롬히 움직이는 것을 보면, 인형에 이입되어 부끄럽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했다. 영상으로 미니어처 씨어터에서 벌어지는 연극은, 스톱모션을 보는 듯했다. 집에서 송출된 영상만 보게 됐다면, 인형극을 흥미롭게 보고 있었을까? 관객과 같은 공간 안에서 말하고 있는 배우의 육성, 조종자와 인물을 오가는 배우, 죽어있다가 살아나는 인형들을 보며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배우의 말로 우주가, 세계가 펼쳐지는 연극
또한, 배우는 인형 조종자의 입장으로, 3인칭 시점으로 서술하기도 했다. 어떨 때는 역할의 구분 없이 모든 배우가 상황을 구현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을 했다. 배우들이 말로 가보지 않은 공간을 묘사하고, 그곳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능청스럽게 모든 감각을 전달하고, 관객에게 전이시킬 때, 극장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같이 주술에 빠졌다. 배우라는 주술사를 믿고 관객은 메리, 크리스, 마쓰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했다.
상상을 자극하는 오브제
공연에서 가장 눈이 가는 건, 오브제였다. 사물의 가능성을 창조해낸 디자이너의 유희본능을 엿보는 재미가 있었다. 익숙한 사물이 어색하게 있으면서, 연기도 한다. 이제는 유물이 된 볼마우스가 등장해서 반가웠다. 장갑, CD, 병뚜껑, 캔, 전선, 수세미 등의 생활용품을 무대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메리, 크리스, 마쓰>는 공연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제각기 충분히 즐길수 있게 서사 전개보다는 관객이 시공간을 향유하는데 중점을 두어 감각이 즐거웠다.
음악은 공간에 가득했던 긴장을 풀어주었다. 배우와 호흡을 맞춰 음향효과를 내며 놀이하는 듯한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연주될 땐 크리스마스를 소환됐다. 1시간 동안 메리, 크리스, 마쓰가 노는 것을 지켜보며, 잠시 함께 머물렀던 기분이었다.
[사진제공 : 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
- 일자
- 2021.04.29.~2021.05.02
- 장소
- 연희예술극장
- 작/연출
- 조예은
- 출연
- 박세인 유원준 박현
- 음악/연주
- 백하형기
- 기획
- 최문혁
- 미술
- 신은혜
- 음향
- 박진호
- 조명
- 김소현
- 영상
- 송용기
- “COVID19로 인해 일터를 잃은 창작자들이 모여 비대면 상황에서도 연극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다. 오프라인 공연과 온라인 공연이 병행될 수 있는 공연 형태를 고민한다. 트렁크 가방에 담길 수 있는 콤팩트한 무대를 지향하며 언제, 어디서든 꺼내볼 수 있는 기동성 있는 연극에 도전한다. (중략) 연극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추구하고, 대체될 수 없는 연극의 고유성에 대해 고민하며 작업의 의미를 찾아나간다.” 공연 리플렛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