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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상상극장 2021 <어딘가, 반짝>

흉터가 매력이 될 수 있을까

정진세
201호 2021.05.27
진삼촌이라 할까, 세언니라고 할까. 아무렇게나 맘대로 불러주세요. 나는 연극in 잡지에서 글을 다듬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연극을 만들기도 하고, 연극을 보기도 해요.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모으기도 하고, 그렇게 모은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려서 다같이 보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일 중에서, 오늘은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이 독자님에게 전하겠습니다.
진삼촌이라 할까, 세언니라고 할까. 아무렇게나 맘대로 불러주세요. 나는 연극in 잡지에서 글을 다듬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연극을 만들기도 하고, 연극을 보기도 해요.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모으기도 하고, 그렇게 모은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려서 다같이 보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일 중에서, 오늘은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이 독자님에게 전하겠습니다.
세언니, 아니 진삼촌은 지난 5월 9일 일요일에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 갔어요. 어린이가 있는 곳, 어디나 극장이 된다! 고 말하는 사람들이 어린이 관객들을 위해서 연극을 만드는 공간이에요. 거기서 <어딘가, 반짝>이라는 어린이 연극을 보았습니다.
극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어린이 관객들은 2층 테이블에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었어요. 설마,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관 객 참 여?’ (헉... 나는 안 시켰으면 좋겠다...) 하고 싶어 한 건지 아빠가 등 떠밀어서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슥삭슥삭 뭔가를 그리고 말하는 어린이들의 표정이 밝아보였어요. 자기 이야기를 종이에 쓰고 그것을 편지처럼 쓰는 거였는데, 진삼촌, 아니 세언니는 그 모습을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내가 참여하는 건 어렵지만, 남이 참여하는 걸 보는 건 재밌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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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을 위한 초대장(왼쪽)과 어린이 관객의 사연(오른쪽)
어떤 이야기였냐면, ‘몸’에 대한 거였어요. 엄마의 몸도, 언니의 몸도 아닌 바로 나의 몸. 몸에 남아있는 흉터, 상처, 그리고 기억들을 꺼내놓는 거였어요. 어린이 시절에 있었던 내 몸의 흔적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이 났어요. 어디로 간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남아있는데, 안 보이는 거겠지, 하는 생각도 이어졌어요. 와, 아직 공연도 안 봤는데,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다니... 생각, 멈춰!
짧은 기다림 끝에 드디어 1층으로 내려가 극장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거기서 세 명의 배우들을 만났습니다. 한 명은 뒤에 앉아서 다양한 악기를 연주했고요, 두 명은 앞에서 무대를 누비며 다양한 인물들을 표현했습니다. 배우들은 두더지와 소녀의 역할을 나눠서 했는데요, 물론, 이야기로 들어가기에 앞서서 ‘미쓰’와 ‘테리’로 나눠서 연극 세계의 문을 열기도 했지요.
그러니까 이지민 배우와 이미라 배우가, ‘미쓰’와 ‘테리’가 되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그 안에서 또 다시 외모를 멋지게 바꾸고 싶어하는 ‘소녀’와 마법으로 이를 바꿔주는 ‘두더지’가 되는 거예요. 연극은 이렇게 이야기 속에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복잡하지만, 또 그게 재미있어요. ‘미쓰테리’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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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되고 싶어서 오디션을 봐야하는 소녀는 두더지에게 조르고 졸랐어요. 얼굴을 예쁘게 바꿔달라고, 몸을 더 날씬하게 해달라고. 오디션에 떨어졌다고 매일같이 찾아와서 마법사 두더지에게 ‘몸’을 바꿔달라고 하는데요, 그 모습이 보면 볼수록 점점 안쓰러웠어요. 왜냐면 점점 ‘나’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었거든요. 나중에는 하나씩 빼다가 심지어 ‘먼지’가 돼요. 살을 빼다보면 먼지가 되어 있는... 이 끔찍한 현실.
두더지는 사람들의 몸을 바꿔줄 때 마다, 바꾸고 싶은 몸의 부분의 좋은 추억을 이야기 해달라고 하는데요,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답니다. 원래, 좋은 기억이 있으면 바꾸고 싶지 않을텐데... 그만큼 소녀는 행복해지고 싶었나봐요. 옛 추억 만큼이나 앞으로 바꾸고 싶은 시간들도 소중하니까요.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먼지가 되고나서야 소녀는 자기 몸이 소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요. 당연히 그럴 거예요. 이루고 싶은 꿈도, 나의 건강하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몸이 있어야 가능한 거니까요.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게 하는데, 연극이라서 특별한 재미가 있었어요. 왜냐면 소녀와 두더지가 중간에 싸우는데, 그 싸움을 보면서 나도 거기에 말려든 거 같았거든요. 둘이 말싸움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화해도 하는데, 그러면서 왜 그런 욕심을 갖게 되었는지 이해가 됐어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연극의 인물들이 해주니까, 불편한 마음이 점점 편해졌어요. 알고 보니까 두더지도 자기 자신을 너무 바꾸고 싶어서, 다른 사람을 바꾸는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런 슬픈 사연이 숨어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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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몸에는 상처가 있기도 하고, 흉터가 있기도 하고, 아픈 데가 있기도 해요. 그게 나의 몸이라서 그런지, 왜 그런 아픔들이 있었는지 조금씩 기억이 나요. 그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나눠주니까, 내 몸이, 내 마음이 한결 나아졌어요. 연극은 마지막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사연을 읽어주는데요, 그 편지 속의 몸들이 우리 이야기 같아서 좋았어요. 여기에 함께 앉아있다고 생각하니 누가 그랬을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적잖은 나이의 아저씨가 되어버린 세언니, 아니 진삼촌의 몸에서 (어른)호르몬이 나와선지, 이 장면에선 주책 맞게 울컥했답니다. 뒤에 앉아있던 엄마아빠관계자 어른들도 괜시리 조용해졌어요.
<어딘가, 반짝>은 열 살부터 열세 살 어린이들이 보면 딱 좋은 연극이에요. 살과 뼈로 이뤄진 우리 몸이 쑥쑥 자라는 나이! 왠지 TV와 인터넷에서 본 멋진 사람들의 외모가 부러운 시기 일텐데, 항상 비교되는 나의 몸은 왠지 나의 것이 아니었으면 하니까요. 더 잘생겼으면 더 예뻤으면 더 멋졌으면 하는 욕심들과 함께 하는 시절이겠죠. <어딘가, 반짝>은 그 시기의 고민들을 잘 풀어낸 작품입니다. 작년에 처음 만들어진 연극인데, 오래도록 많은 어린이 관객들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빨랫줄에 걸린 어린이의 사연도 더 많이 보고 싶고요.
흉터가 매력이 될 수 있을까요. 상처가 추억이 될 수 있을까요. 아픔이 다 회복될 수 있을까요. 세언니는 이런 질문들이 마음에 남았어요. 어린이가 있는 곳 어디나 극장이 될 수 있을까. 어린이가 있는 곳 어디나 반짝일 수 있을까. 진삼촌은 이런 질문들도 연이어 하게 되었어요. 어린이에게는 ‘네!’ 라는 대답을 하게 되고, 어른에게는 ‘글쎄요...’ 라는 대답을 해야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실은, 바꿔서 말해주고 싶었답니다. 흉터가 매력이 될 수 있을까요, 네! 어린이가 있는 곳 어디나 극장이 될 수 있을까요. 네! ‘어딘가, 반짝’이는 곳에서, 우리의 이야기는 연극이 될 수 있을까요. 네!

[공연사진_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제공]

예술로상상극장 2021 <어딘가, 반짝>
일자
2021년 5월 8일(토) 오전 11시, 5월 8일(토) 오후 2시, 5월 9일(일) 오전 11시, 5월 9일(일) 오후 2시

장소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1층

창작가(작, 연출, 연기)
이미라, 이지민
작곡, 음악
노선락
관련정보
https://www.sfac.or.kr/participation/sfac_program.do?eduGubunSel=&pageIndex=&eduMstSeq=29568&eduScheSeq=&mode=VIEW&mst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