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사라진, 사람들: 2021 세월호>
이웃이 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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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공연’의 난점에도 불구하고 세월호를 주제로 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 6기동인들과 사뭇 다른 7기동인들의 작업은 마리안느 허쉬(Marianne Hirsch)의 ‘포스트메모리’ 개념을 떠올리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고 누군가에게는 ‘잊힌’, 혹은 ‘그만해도 되는’ 일로 여겨지는 사건을 지속적으로 환기하고 그 의도적 반추를 공연으로 만들어 문화적 기억으로 이어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후 세대(generation after)’의 태도나 관점을 지닌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목격하고 국가적/사회적 트라우마를 겪은 창작자들을 포스트 세대로 볼 수는 없으며, 세월호 사건은 지금-여기의 현실 속에서 아직 기억투쟁 중이다. 7월 5일, 서울시가 광화문의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할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4월 16일의 약속을 저버린 일만 해도 그렇다. 기억공간은 단순히 기념의 제도화 된 형태로 갈음할 수 없다. 세월호로 희생된 사람들을 애도하고 미진한 책임, 완수되지 못한 진상규명을 문제삼는 시민들의 흔적이 있는 기억공간은 그럴듯한 기념 건축물이나 조형물보다 소중하다. 세월호를 지우려는 행위는 도리어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되새기게 만든다.
올해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7주기 추모의 주제는 ‘책임·기억·약속’이었다. 기억 옆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책임과 약속이 말해주듯, 기억은 과거에 머무르는 일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향한 약속이자 책임이어야 한다. 아직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세월호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 곁에서 이 지난한 싸움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한, 세월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공연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자신의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참사 당사자들의 경험을 자신의 기억과 연결시키는 사람들, 참사로 인한 사회적 고통을 감지하고 상상하고 공감하는 사람들,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한 사람들, 그래서 잊었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보았다. 무대에 있는 사람들과 객석에 있는 사람들, 사진과 영상 속에 있는 사람들, 거리를 걷는 사람들, 목소리를 들려주는 사람들, 저마다의 기억 속에 잠시 들어앉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데 모아 이런 질문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7년, 사람들은 어떻게 자기의 삶을 살아왔을까. 혹은 어떻게 앞으로의 삶을 함께 살아갈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이웃과 공동체를 상상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2021 세월호’는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쿵짝 프로젝트와 래빗홀씨어터, 프로젝트그룹 쌍시옷이 함께 만든 <모자_숨_스물 다섯>이 먼저 극장에 올라갔고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기억여행>이 안산 공연을 마치고 혜화동1번지로 왔다. 0set프로젝트의 <거리두기>는 혜화동1번지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혜화초등학교로 이어지는 골목길을 함께 걷고 극장에 안에 마련된 기억 서랍 앞에 도착하는 참여형 공연으로 관객을 만났다. 그리고 엘리펀트룸은 <세월호를 핑계로>라는 제목으로 연출의 친구 여섯 명의 인터뷰를 음성과 글로 만들어 웹사이트에 전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현재 2차 인터뷰까지 업로드 되었다. 3차 인터뷰와 에필로그가 기다려진다).
공연 방식은 다 다르지만, 이번 공연의 창작자들이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너무 잘 알 것 같다. <기억여행>의 초반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세월호 납골당 결사반대’ 팻말을 들고 나온 사람들 중에 동태찌개집 사장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한동안 뜸했던 자신의 식당 단골 손님이 유가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일이다. 구호를 높이 외치던 동태찌개집 사장의 목소리가 작아지면서 나온 대사는 “내가 알아요... 내가 안다고... 내가 그 애를 안다고.” “생생헌디... 고놈 밥 먹는 모습이... 눈앞에 생생헌디...”였다. 연극은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말할 수 없었을 혐오의 말들을 주워 삼키는 그 ‘사람들’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 그 결심이 너무 대단하고 소중해서, 당사자로서 실제로 그와 같은 혐오의 말들을 듣고 수없이 상처받고 다쳤을 기억을 연기로서 소화해내고 있는 엄마-배우들의 모습을 눈물을 훔치며 바라보았다. 타인이 되기로 작정한 사람들에게 혐오와 폭력을 그대로 돌려주는 방식은 적대와 분노를 재생산할 뿐이라고 생각했을 터다. 그렇지만 그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을까.
<거리두기>는 사람들 사이에 놓인 ‘거리’를 화두 삼는다. 이 공연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혜화동 ‘거리’를 함께 걸으면서 준영이를 둘러싼 가족의 이야기‘거리’를 듣고 가족 간에도 좁힐 수 없는 ‘거리’, 또은 가족이기에 필요한 적절한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참사를 같이 겪은 가족이지만, 엄마가 느끼는 슬픔과 아빠가 느끼는 괴로움과 형제가 느끼는 아픔이 다 같을리 없다. 같은 집에서 살았지만 알고 있는 모습이 다를 수도 있다. <거리두기>는 이 ‘거리’를 의식하면서 유가족에게 한발 더 다가간다. 그리고 그날 ‘이후’ 가족 구성원 각자가 보낸 시간과 그 시간동안 느낀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극장 안에 마련된 서랍엔 그 기록들이 가득했다.
<모자_숨_스물 다섯>은 세 개의 이야기가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얽혀있다. 임성현 연출과 ‘엄마’가 함께 출연한 <모자>는 <거리두기>에서 확인한 그 거리를 좁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과정이 살갑고 다정하다. 세월호 이후, 가까운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표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과장이 아닌 것 같다. 오래 묻어두었을 엄마의 아픈 기억을 꺼내고 모자 사이의 포옹으로 맺는 이 이야기는 ‘세월호’라는 주제 하에 진행되었기에 더욱 뭉클했다. 아마도 그건 <숨>에서 함께 나눈 호흡과 감각, <스물 다섯>에서 시도된 타인과의 연결 덕분이 아니었을까. 다가가기 어렵지만, 다가가면 결코 다르지 않은 이웃들을 확인하게 되는 일, 이번 공연은 이 평범한 사실을 다시 일깨운다.
<세월호를 핑계로>가 마련한 인터뷰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기일의 친구들이 이 인터뷰를 계기로 친구의 죽음을 떠올리는 일은 퍽 인상적이다. 친구의 죽음에 관한 의구심과 상실로 인한 빈자리와 부모를 향한 마음을 통해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의 마음을 짐작해보는 일은 진솔하고 자연스럽다. 사회적 참사에 관한 ‘감응’은 나의 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과하며 구체화 된다. 직업도 소득도 성격도 가치관도 정치성향도 다른 친구들이지만 각자 직장에서, 가족을 만들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느낀 고충을 털어놓으면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원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감지하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세월호의 정치 세력화’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지만, 세월호를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기억하는 공통된 마음은 불가해한 죽음에 대한 애도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비판에 기반하고 있다. 어쩌면, 1차 인터뷰의 결론(?)처럼 단순하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회적 참사를 이해관계로 판단하지 않고 가까운 이웃에게 일어난 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결코 좁힐 수 없는 거리를 승인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상상을 함께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모자_숨_스물 다섯>과 <거리두기>는 매일 다른 출연자가 나오는 공연이었다. <기억여행>도 매일이 다른 공연이었을 것이다. 다른 날의 공연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이상하게도 그 알 수 없는 서로의 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안심되었다. 더 가까이 들여다볼 시간과 더 많이 표현할 용기가 허락되는 한, 우리는 더 많이 노력해야할 것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문제들을 성찰하는 일은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개인과 공동체는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며, 절대적 환대는 불가능하지만 그 불가능성의 지평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가능하다는 어느 책의 말을 오래 붙들고 싶어졌다.
[사진제공 : 이미지 작업장_박태양, 0set프로젝트]
- 일자
- 2021.06.03. ~ 2021.06.08.
- 장소
-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 출연
- 곽마리아 임성현
- 공간디자인
- 조경훈
- 조명디자인
- 고귀경
- 사운드·영상
- 목소
- 공연 크루
- 한혜진
- 의상
- 임누리
- 조명 오퍼레이터
- 차지수
- 음향·영상 오퍼레이터
- 김태령
- 자막 제작·오퍼레이터
- 이정주
- 후원
- 서울시_수어통역협동조합
- 일자
- 2021.06.03. ~ 2021.06.08.
- 장소
-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 연출
- 윤혜숙
- 연출부
- 김태령
- 출연
- 강혜련 조의진
- 워크숍 진행
- 최희범
- 워크숍 참여 및 글쓰기
- 김광배(김건우 아버지) 김미나(김건우 어머니) 강혜련 조의진 김태령 윤혜숙
- 공간디자인
- 조경훈
- 조명디자인
- 고귀경
- 음향
- 임서진
- 영상
- 강수연
- 조명 오퍼레이터
- 차지수
- 음향·영상 오퍼레이터
- 김태령
- 자막 제작·오퍼레이터
- 이정주
- 일자
- 2021.06.03. ~ 2021.06.08.
- 장소
-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 구성
- 김동영 신지원 송정안 여울 원지안 이주찬
- 인터뷰이
- 문석연 이시원
- 공간디자인
- 조경훈
- 조명디자인
- 고귀경
- 조명 오퍼레이터
- 차지수
- 음향·영상 오퍼레이터
- 김태령
- 자막 제작·오퍼레이터
- 이정주
- 연출
- 송정안
- 후원
- 서울시_수어통역협동조합
- 일자
- 2021.06.10. ~ 2021.06.13.
- 장소
-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 출연
- 김명임(2-7 곽수인 엄마) 김도현(2-7 정동수 엄마) 김순덕(2-1 장애진 엄마) 박유신(2-3 정예진 엄마) 박혜영(2-3 최윤민 엄마) 이미경(2-6 이영만 엄마) 최지영(2-6 권순범 엄마)
- 작
- 김규남
- 연출
- 김태현
- 조연출
- 김지우
- 조명
- 류성국
- 무대
- 동네풍경
- 의상소품
- 변효진
- 운영PD
- 조수연
- 후원
- 4.16재단 서울시
* 이 사업은 2021 해양수산부 지원 사업입니다.
- 일자
- 2021.06.10. ~ 2021.08.15.
- www.facethesewol.com
- 연출
- 김기일
- 그래픽디자인
- 정호연
- 웹디자인
- 정인혁
- 인터뷰이
- 김기일의 친구 여섯명
- 후원
- 서울시
- 일자
- 2021.06.15. ~ 2021.06.17.
- 장소
-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및 거리
- 창작
- 오민영 오홍진 임영애
- 조명
- 고귀경
- 그래픽디자인
- 김은정
- 사운드·설치
- 다이애나밴드
- 연출
- 신재
- 셋업크루
- 양대은
- 영상
- 윤
- 사진기록
- 허선혜
- 수어통역
- 수어통역협동조합
- 후원
-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