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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집단 독 <느닷없이, 10분난장 (1st, 연출가)>

정말로 ‘당신이 잃어버린 것’

신효진
206호 2021.09.30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공연계는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공연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거리두기 정책 때문에 가까스로 올린 공연이 턱없이 적은 관객과 만나게 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공연계는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공연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거리두기 정책 때문에 가까스로 올린 공연이 턱없이 적은 관객과 만나게 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공연계는 결국 살아남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을 자발적으로 혹은 강압적으로 찾아 나서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중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우리가 가장 상상하기 쉽고 또 보편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영상 촬영을 통한 유튜브 스트리밍의 방식이었다. 실제로 이는 가장 많은 연극이 선택한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통해 진행된 ‘연극 상영’의 대부분은 실시간 스트리밍이 아닌, 이미 촬영된 영상을 송출하는 형태에 가까웠다. 어느 쪽이든, 관객이 있는 것과 동일하게 공연을 실연해야 촬영 및 송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는 문제 역시도 늘 코로나19 이후 연극의 문제점으로 꼽혀왔다. 대형 프로덕션의 경우 ‘현장감’을 전달할 수 있는 송출용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각종 촬영 장비와 인력을 동원할 수 있지만, 소형 프로덕션은 예산상 그것이 불가능하기에 아예 공연 자체가 취소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더군다나 촬영을 위해서는 일반적 동선이 아니라 촬영을 위한 동선 계산이 따로 필요하기에 접근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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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느닷없이, 10분난장 (1st, 연출가)> (이하 <10분난장>)에서는 대면 공연과 유튜브 송출이 동시에 이루어졌는데, 다양한 연출가들이 ‘창작집단 독’의 희곡을 각자의 색깔대로 연출해내는 작업이었다. 2015년에 제철소에서 출판된 희곡집 『당신이 잃어버린 것』에 실려있는 희곡들 위주였다. 개인적으로는 유튜브 송출 형식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10분난장>은 유튜브로 감상했다.
<10분난장>의 유튜브 송출은 두 가지 송출 형식(촬영된 영상을 내보내는 경우,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는 경우)이 혼용되어 있었다. 실시간 스트리밍의 경우 연극과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현장감’을 전달할 수는 있으나, 영상의 흔들림이 지나치게 심하거나 마이크 송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전혀 소리 전달이 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아쉽게도 <10분난장>의 실시간 스트리밍 역시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박춘근 작, 손현규 연출의 <은하철도 999>의 경우(11일 토요일 자) 공연이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화면이 심하게 흔들리는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 재조정 때문에 30분 이상씩 스트리밍이 딜레이 되기도 했다. 특히 음향 문제는 ‘정상적’으로 송출된 다른 영상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롱 테이크 촬영처럼 구역을 나누어 카메라를 구역별로 옮겨가며 공연이 이어지는 구성은 흥미로웠다. 연극 영상의 미래는 롱 테이크 촬영 기법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연극의 대안이 정말로 영상에 있다면, 연극만의 묘미를 살리면서 촬영할 수 있는 실시간 연출과, 카메라 워킹의 시도들이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실시간으로 송출되기에 마스크를 쓰고 연기를 진행하는 배우들을 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고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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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영상을 활용한 연출들 역시 발견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는데, 유담 연출의 <에덴>과 이은비 연출의 <조금 늦었지만 메리크리스마스>가 그러했다. 두 작품은 영상을 활용한 연출적 시도 외에도 ‘남자’ 역할에 여성을 캐스팅하거나(<에덴>), 역할의 성별을 바꾸어 캐스팅하는(<조금 늦었지만 메리크리스마스>) 시도가 돋보였다.
<에덴>은,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아담과 이브를 연상케 하는 부부 ‘남자’와 ‘여자’가 ‘에덴’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뱀’, ‘사과나무’에 대한 비유 역시도 등장한다. 하지만 재밌는 지점은 이들이 원래 전원생활을 3년 동안 하다가 ‘에덴 아파트’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점이고, ‘뱀’과 ‘사과나무’에 얽힌 사건 역시도 전원생활을 하는 동안에 겪은 일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경적’으로 비유하자면) 아담과 이브가 가꾸던 동산(전원생활)에서 쫓겨난 뒤에 들어오게 된 곳이 에덴(아파트)이라는 접근이었다. 이러한 상상이, ‘남자’ 역할에 여성을 캐스팅한 것과 어우러져 다양한 상상의 여지를 만들어냈다. 2분할 화면으로 각각의 공간에서 화면상으로 서로를 마주보는 듯한 모습을 만들다가, ‘뱀’ 이야기를 재연하면서 도망다니는 실랑이를 벌일 때는 한 공간으로 합쳐졌다가, 마지막에는 마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보는 듯 분할된 화면 쪽으로 서로의 손을 맞대다 마주치는 연출이 인상 깊었다.
<조금 늦었지만 메리크리스마스>의 경우, 극 중 이야기가 인형극으로 전개되며, 희곡상의 ‘아내’ 역할을 남성이, ‘남편’ 역할을 여성이 맡는 젠더 크로싱으로 많은 부분의 문제점을 피해가려고 시도한 것이 보였다. 희곡상에 ‘남편’의 설명에는 ‘사십 대 중반, 술과 담배 그리고 친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무역회사 직원’, ‘아내’의 설명에는 ‘사십 대 중반, 교회에 다니고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가정주부’라고 되어 있다. 그들의 대사도 마찬가지로 2021년 현재의 관점에 맞춰 보기에는 조금 어색하거나 불편한 지점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희곡 중 남편의 대사 “남자들은 원래 안 그래. 몸 구조가 다르다고! 그리고 뭐? 내가 여자냐, 앉아서 소변 보게?” 같은 경우 현재의 젠더감수성과는 맞지 않는다. 이은비 연출은 이런 지점을 젠더크로스 캐스팅으로 타개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성상 여전히 남아있는 성역할 고정관념의 해체를 위해서는 인형극의 형태를 차용한 것 같았다. 부부 중 한쪽(희곡상에서는 남편, 공연상으로는 아내가 되었다)의 머리카락이 갑자기 하얗게 세면서 ‘벌어지는’ 갈등처럼 보이지만 사실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면서 숨겨져 있던 부부간의 갈등이 ‘드러나는’ 것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마지막에 ‘남편’이 ‘아내’의 머리를 염색해주며 부부 사이의 갈등이 봉합되는 장면은, 대사를 나누며 스크래치 아트를 펼치는 장면으로 묘사되었다. 두 배우가 검은 스크래치 보드 위에 선을 그으면 밑에 있던 무지개색이 드러나는 모습을 통해 강한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쉬운 동시에 동시대 창작자로서 함께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지점은, 대사의 내용이나 말의 골자, 역할 롤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경우 이러한 젠더 크로스 캐스팅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 반드시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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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었지만 메리크리스마스>

여기에 덧붙여 2015년에 출간된 희곡집을 기준으로 한, 다시 말해 6년 전의 감수성과 현재의 감수성이 몹시 다르다는 것을 감안할 때, 왜 이 이야기들이 다시 무대에 올라야만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통찰은 전반적으로 필요해 보였다. <두통>이나 <지지리 곰탕> 같은 경우에도 다소 젠더 감수성이 떨어지는 대사들이 다수 있어 보는 내내 마음에 걸렸다. 특히 <두통>의 경우, 1부는 3분할 화면에 더빙 형식으로 배우들이 표정 연기만을 선보였는데, 그러한 영상 연출 자체는 새로운 시도로 느껴졌지만, 극 중 등장하는 유일한 여성 ‘차유진’을 둘러싼 ‘소문’을 이야기할 때 배우들이 표정으로 내내 익살스러운 톤을 유지하는 것이 희곡 재해석의 의도로는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2부의 경우 관객이 ‘변사체’의 관점으로 극을 바라보게 되는데 이 역시 시도는 즐거웠으나 내용적인 재해석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이야기를 ‘지금’ ‘왜’ 다시 봐야 하는 것일까. 단순히 짧은 희곡들을 모아서 상연하는 것만이 목적이었던 게 아니라면, 이것을 다시 봐야 하는 이유를 짚어 보여주는 것 역시 관객은 기대하게 된다. 우리가 지금, 정말로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생동감 넘치고 현장성이 살아있는 연극일까? 아니면 이러한 시도 자체에 치우쳐 재해석의 여지 없이 닫혀버린 이야기들일까? 궁금해졌다.

[사진제공: 포스터_느닷없이 10분난장(1st, 연출가) <에덴>_공연에 사용된 2채널 영상 스틸샷 <조금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_얄라리얄라]

창작집단 독 <느닷없이, 10분난장 (1st, 연출가)>
일자
2021.9.8 ~ 9.12

장소
YouTube 채널 ‘10분난장’

공동기획
정승현, 창작집단 독

관련정보
https://www.instagram.com/10nanjang/
<에덴>
작
조정일
연출
유담
출연
배소현, 박신애
<조금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
작
유희경
연출
이은비
무대디자이너
정애솔
사운드디자인
조연하
출연
박수진, 서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