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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의 조각들 2021 <MC.mama 팬미팅_나를 환대하라>

이런_가수_또_없어요.wav

이지현
206호 2021.09.30
MC.mama가 첫 팬미팅을 연다. 그녀는 8년 전 화장실에서 1집을 녹음하던 그때처럼 본인에게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팬들을 만나고자 한다.

MC.mama가 첫 팬미팅을 연다. 그녀는 8년 전 화장실에서 1집을 녹음하던 그때처럼 본인에게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팬들을 만나고자 한다. 아직 소속사가 없기 때문에 자체적인 기획 및 진행을 통해 인간적인 소통을 할 예정이다. 그녀는 운전면허도 없기 때문에 집에서부터 들고 올 수 있는 만큼 무언가를 들고 와서 팬미팅을 할 것이다 …

이 공연의 제목과 설명을 처음 보고 든 생각은 온통 물음표로 가득했다. ‘MC.mama가 대체 누구지? 8년 전 화장실에서 1집을 녹음하던 그때처럼…? 릴렉스드 퍼포먼스는 뭐지? 근데 또 환대야?’ 등등. 그래서 공연을 보러가기 전, 각각의 물음들에 대한 힌트를 조금이라도 찾아보기로 했다.

#MC.mama

초록창에 MC.mama를 검색하면 나오는 결과는 MAMA 시상식의 MC를 맡은 연예인 누구, 또는 가수 빅마마에 대한 내용뿐, MC.mama라는 가수에 대한 정보는 찾을 길이 없었다. 혹시 공연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이 아닐까 의심하던 중, 공연 소개에 나온 링크를 클릭하자 MC.mama의 진짜 음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MC.mama는 2013년에 1집 ‘살림살이 아우라의 몽따아쥬’를 발매하고, 2017년 2집 ‘라운드 라운드 그라운드’를 발매한 무려 2집 가수였다. 그리고 마침내 한 곡을 재생하는 순간…1)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MC.mama, 혹은 마마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릴렉스드_퍼포먼스

마마의 노래를 들으며 검색해본 릴렉스드 퍼포먼스(Relaxed Performance)는 공연의 접근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특히 장애인에게 편안한 분위기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조명의 급격한 밝기 변화나 완전한 암전, 갑작스러운 폭발음이나 커다란 음향 등이 등장하지 않고, 공연 중 언제든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공연이라고 했다. ‘이건 나를 위한 공연이잖아?’ 평소 공연 관람 중 갑자기 커다란 폭발음이 들리거나 밝은 불빛이 객석을 비추거나 암전이 길어지면 항상 감각이 곤두서고 불안해하던 터라,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 것만 같은 이번 팬미팅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더 커져 갔다.

#환대

하지만 아무리 MC.mama의 노래에 반했다고 해도, 팬도 아닌 내가 얼굴도 모르는 가수에게 무슨 환대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게다가 환대의 본질적 의미와 실천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를 지나면서, 여러 공연과 담론에서 다루는 환대라는 용어 자체에 조금은 지쳐있던 터였다. 심지어 공연 하루 전에는 “야광봉 케이크 배너 등신대 모두 현장반입이 가능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까지 받게 되자, 앞서의 기대감과는 별개로 아득한 당혹스러움이 밀려왔다. 이 공연… 정말 릴렉스드 퍼포먼스가 맞는 걸까?

#그런_남편 #그런_아내 #그런_집 #없어요

서울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강아지들 뛰놀 마당도 있고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고
곰팡이는 제발 좀 없는
그리고 집주인이 멀리 사는
6천 7천 8천 9천의 전세
그런 집은 있나요
그런 집은 없어요
그런 집은 없어요
그런 집은 없어요
- MC.mama, ‘벽’ 가사 중

성북마을극장에 들어서서 무대를 바라보면, 눈앞에는 흰색 반 팔 티셔츠에 면바지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MC.mama가 방석 위에 앉아 있고, 그 옆에서 초등학생 아들이 뛰어다니고 있다. 마마를 둘러싸고 무대 바닥에는 종이상자와 메모지를 직접 잘라 만든 알록달록한 장식이 깔려 있다. 스크린에 연결된 마마의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각종 파일들이 펼쳐져 있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마마는 소품을 싣고 온 캐리어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은 채 손수 자신의 팬미팅을 세팅하고 있다. 그리고 객석에는 마마의 팬들이 야광봉을 비롯한 각종 굿즈를 흔들며 마마를 응원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샌가 나 역시 그 분위기에 빨려 들어가, 입장할 때 건네받은 ‘밤바라밤 밤 MC.mama’ 플래카드를 객석 맨 앞줄에서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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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곡 뮤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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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회

‘엄마의 팬미팅’을 사유로 초등학교에 현장학습 신청서를 제출해 수업을 하루 빼고 함께 서울로 올라온, 아들이자 게스트인 DJ.ho와 함께 MC.mama는 손수 만든 PPT를 열어 자신의 첫 팬미팅의 식순을 공개한다. 팬미팅은 근황 토크, 히트곡 뮤비 보기, 지난 생일파티, 신곡 발표, 싸인회, 마마의 앞날 응원하기 등 10가지 순서로 이어진다.

“울 엄마가 진짜 노력해서 만들었어요.”

DJ.ho의 이 즉흥적인 멘트처럼, 마마는 PPT로 정성껏 작업한 2집 히트곡 ‘벽’의 뮤직비디오를 재생한다. “고장 난 가구로 공기청정기를 만들고 / 부인의 수다에 추임새도 넣어주고 / 배고플 땐 밥해주고 가려울 땐 긁어주고 / 동굴에는 자주 안 들어가는 … 그런 남편 있나요 / 그런 남편 없어요 / 그런 남편 없어요…” 모두의 이상을 충족시키지만 세상에 없는 그런 ‘남편’은 그런 ‘아내’로, 그런 ‘집’으로, 그런 ‘직업’에 대한 바람으로 이어진다. (MC.mama는 자신의 프로듀서이자 남편인 DJ.papa와 함께 작업하는데, 주로 마마가 쓴 가사에 DJ.papa가 곡을 붙이는 방식으로 음악이 완성된다고 한다.) 사전 조사 때 처음 듣고 반했던 이 노래는 과감한 PPT 타이포그래피와 함께 다시금 강렬하게 무대에 펼쳐진다.

이어지는 영상은 전문 장비(?)로 30분간 촬영한 1집 히트곡 ‘밤바라밤’ 뮤직비디오. 이 곡에는 MC.mama가 무려 3년간 이어졌던 DJ.ho의 모유수유를 끝내기 위해 온갖 정보를 찾던 중, 블로그에서 전해지는 ‘뽀로로 밴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슬픈 사연이 담겨 있다. “지난 여름 용솟음쳤던 내 젖줄기의 운명도 / 누군가는 젖꼭지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더라 / 그 집 막내가 범인이라더라 … 방끗 웃는 뽀로로 반창고로 두 꼭지 굳게 닫아라 / 블로그 언니들이 전하는 극단의 이별 공식…” 어둠 속 마마의 집안에서 미러볼 조명이 반짝이는 가운데, “밤바라밤 밤 밤바라밤 바라바라바라바라 밤” 후렴구에 맞춰 뽀로로 인형이 거실을 불안하게 뒤뚱거리고, 그 리듬 속에서 함께 점프하는 어린 DJ.ho의 모습이 등장한다. 마마의 팬들은 (어느새 나도 포함하여) 비록 소규모지만 아이돌 팬덤 못지않은 열기로 함성을 내뿜으며, 살림살이와 결혼생활, 육아에 대한 풍자와 해학, 고통과 웃음이 뒤섞인 마마의 랩에 환호하고 후렴구를 떼창한다.

#장르 #얼터너티브_가내수공업_마마스타일

MC.mama의 음악을 어떤 장르로 정의할 수 있을까? 가사, 멜로디, 리듬, 뮤직비디오, 마케팅, 유통, 심지어 팬미팅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제도권 주류 음악계의 그것과 닮은 구석이 없다. 히트곡조차 한번 접하기가 쉽지 않지만, 마마의 음악은 한번 들으면 결코 쉽게 잊을 수 없는 마력이 있다. 일상에서 살아 숨 쉬는 가사, 자조적이고도 유쾌하고 이따금 낭만적인 삶의 태도,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다가 어느새 따라 부르게 만드는 중독적인 후렴구까지. 8년 전 화장실에서 1집을 녹음하며 시작된 그녀의 음악을 장르로 말하자면, 기존의 어떤 것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의미에서의 ‘얼터너티브’, 집이라는 장소성 및 가족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 그리고 일상생활을 소재로 만들어지는 ‘가내수공업’의 성질을 띤 마마의 고유한 스타일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환대 #정성껏_후하게_대접함

넘쳐나는 것들을 나눠 갖기 위해서는
왜 많은 이유가 필요할까
- MC.mama, ‘산책’ 가사 중

무대 위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니 앞이 잘 안 보인다며 때때로 다른 PPT 페이지를 클릭하여 보여주던 마마는, 싸인회에 줄을 선 팬들을 보고 깜짝 놀라 당황하면서, 자신을 아는 주변 사람들 외에 새로운 팬들이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다며, 도대체 어떻게 알고 오신 거냐고 팬들에게 되묻는다. 이내 평정을 되찾은 마마는 오늘을 위해 집에서 개발하고 연습했다며, 직접 준비한 싸인지와 (DJ.ho가 말하길 “MC.mama 한정판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제작된) 플래카드 위에 웃는 얼굴의 ma‿ma 모양 싸인을 정성껏 그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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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의 앞날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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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의 보답

마마의 앞날을 응원하고, 팬으로서 보답하는 일은 커피차 조공처럼 거창한 선물이 아니어도 괜찮다. 마마는 자신의 소원인 ‘가수 정승환과의 콜라보’를 해시태그로 독려하고, 유기동물 보호소에 후원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마마의 보답은 팬들에게 꽃을 선물하는 것. DJ.ho는 극장 앞 가게에서 마마와 함께 고른 드라이플라워 다발을 들고 객석으로 올라가 팬들에게 하나하나 나누어준다. 마마는 스스로 말하길 “가진 게 많은 사람”이라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은 것들이 많다고, 다음에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겠다고 제안한다.

#산책

마마의 선물을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라이브로 발표한 신곡 두 곡을 비롯하여 팬미팅의 모든 과정을 손수 준비하고 팬들에게 건네준 MC.mama의 넉넉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그리고 “반갑게 맞아 정성껏 후하게 대접한다”라는 환대의 사전적 의미를 말 그대로 체감한다. ‘나를 환대하라’라는 거창한 팬미팅 제목과 달리, 마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환대를 캐리어에 꾹꾹 담고 실어와 팬들에게 꺼내 보였다. 그러니까 마마의 환대는 손에 잡히지 않는 관념적인 뜬구름 같은 것이 아니라, 손수 누군가를 맞이하고 정성껏 베풀어주는 태도 그 자체이다. 그리고 얼터너티브 가내수공업 마마스타일 뮤직 또한, 자신을 둘러싼 매일의 생활과 관계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이를 환대하는 삶의 방식이다.

아직도 여전히 잘 사용 중인 유선 이어폰을 가방에서 꺼내, 마마의 2집 앨범 수록곡 ‘산책’을 들으며 걷는다. 차분한 멜로디와 함께 바스락거리는 걸음 소리가 들리고, MC.mama가 느린 속도로 랩을 이어간다. “천천히 걷는다. 내가 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정말 아무것도 없을까? 잠시 앉아 쉬어본다. 넘쳐나는 것들을 나눠 갖기 위해서는 왜 많은 이유가 필요할까”

별다른 이유 없이 넘쳐나는 마음을 한껏 보답받은 팬으로서, 마마의 노래는 꼭 직접 들어보시기를 권한다. 이런 가수 또 없어요.

[사진제공: 필자]

환대의조각들 2021 <MC. mama 팬미팅 나를 환대하라>
일자
2021.9.10

장소
성북마을극장

진행
MC.mama
주관/주최
다이애나랩
협력
성북마을극장, 인포숍카페별꼴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련정보
http://fragments2021.ink/#/
  1. MC.mama의 음원 링크 https://soundcloud.com/mc_mama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