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열의 리플레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생각해 본 문화난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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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는 테마 중 하나가 '문화 난개발'이다. '문화 난개발'이란 이런 것이다. 부여 백제문화단지 건설비용 4000억 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축비용 5000억 원, 순천만정원축제 행사장 조성비용 7000억 원,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건축비용 8000억 원, 이렇게 수천억 원의 비용을 들여 건설한 곳이 제몫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조 원을 들여서 했던 여수엑스포나 수천억 원의 비용을 들이고도 잠정 중단한 영암 F1도 빼놓을 수 없다.
국제행사의 경제효과에 대해 부풀리는 경제학자들이 이런 대규모 문화예술 프로젝트로 인한 경제효과를 얼마로 산정할 지 궁금하다. 아무리 허황된 경제학자라도 아마 투자비용에서 ‘0’ 하나는 빼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 프로젝트는 흑자와 적자를 논할 수는 없겠고, 문화적 파생효과는 따져볼 수 있겠지만 효과가 있다고 주장할 만한 프로젝트가 있을 지 의문이다.
지역 문화행사 중 글로벌한 수준으로 성장한 행사로는 부산국제영화제나 광주비엔날레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두 행사를 비교해보면 확장성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섬처럼 존재하는 비엔날레관에서 먼 존재하는 행사다. 비엔날레 때 행사 관람자가 광주에 머무는 시간은 한나절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톨게이트에서 나와서 비엔날레만 잠시 보고 다시 톨게이트로 빠져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니면 같은 시간에 열리는 부산비엔날레를 보기 위해 부산으로 가곤 한다.
반면 부산국제영화제는 행사의 반경이 큰 행사고 머무는 시간이 긴 행사다. 영화제에 온 사람들은 '부산'까지 즐긴다. 광주에 온 사람들이 '비엔날레'만 보고 가는 것과 대비된다. 미술과 영화의 장르적 차이도 있겠지만 문화행사를 중심으로 어떤 생태계를 확장시키느냐에서 확연하게 비교된다. 그나마 광주비엔날레는 연간 100억 가까운 비용을 들이기 때문에 그나마 자리를 잡았지만 하나마나한 행사를 치르고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문화예술 프로젝트의 기회비용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예산은 중앙과 지방정부 지원금과 자체 충당금을 합쳐 120억 원 이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 해 전 충남도에서 한 세계대백제전의 예산은 400억 원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세 배나 되는 예산을 쓰고도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는 행사로 끝난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국민이 보내준 지원과 성의를 모아 국제행사의 반열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다른 행사들은 이런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륙하지 못하고 활주로를 맴돌며 기름만 낭비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소프트웨어적 접근보다 하드웨어적으로 접근하려는 자세다. 수천억 원 하는 시설을 '정치논리'로 짓는다. 이렇게 돈을 쏟아 붓는데 대보름날 짚불놀이처럼 한 번 타오르고 그것으로 끝이다. 행사 때 겨우 잔불 한 번 쐬고 끝이다. 현장 예술가들은 불과 수백 수천만 원의 지원금을 얻기 위해 피 말리는 노력을 하는데 수천억 원이 <웰컴투동막골> 팝콘 날리듯이 공중에서 휘발된다.
한번 환산을 해보자. 일반인들은 있는 줄도 모르고 가끔 드라마 세트장으로나 쓰이는 백제문화단지는 부산국제영화제를 30년 이상 치를 수 있는 돈으로 만들어졌다. 젊은 여행가들의 인스타그램 명소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순천만정원은 60년 정도 치를 수 있는 돈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대표적인 실정으로 꼽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40년이고 개관하자마자 콘텐츠가 빈곤하다는 비판을 듣는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은 65년이다.
도대체 양심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가? 이제 문화난개발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해야 할 때다. 제주올레가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되었나? 아마 그런 예산을 들여 조성이 되었다면 지금의 제주올레가 되지 못하고 제주의 난개발 사례가 되었을 것이다. 정치인들의 치적 쌓기로 진행되는 문화 난개발에 대해 심각한 문제제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에서 하면 삽질인데 지역에서 하면 투자가 되는 게 아니다.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