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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의 리플레이]

그들은 왜 사소한 일에만 분노하는가?

고재열_시사IN 문화팀장
81호 2015.12.03
지난 주말(11월 27일) <간장 두 종지>라는 조선일보 칼럼을 읽고 페이스북에 쓴 패러디 시다. 잘 알다시피 원작은 김수영 시인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다. <간장 두 종지>는 한 조선일보 고참 기자가 쓴 칼럼인데 내용은 간단하다.

<어느 날 중국집을 나오면서>

왜 조선일보 기자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청와대 대신에 청와대의 음탕 대신에/ 25000원짜리 탕수육에 간장 두 종지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돼지같이 중국집 종업원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 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시민을 IS라 부르는 각하에게 아무말 못하고/ 복면 쓴 시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지난 주말(11월 27일) <간장 두 종지>라는 조선일보 칼럼을 읽고 페이스북에 쓴 패러디 시다. 잘 알다시피 원작은 김수영 시인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다. <간장 두 종지>는 한 조선일보 고참 기자가 쓴 칼럼인데 내용은 간단하다. 네 명이 중국집에 가서 탕수육을 시켰는데 간장을 두 종지만 줬다는 것이다. 인원수대로 달라고 했더니 2인당 1개밖에 주지 않는다며 거절하자 분노하며 이 칼럼을 썼다.

<간장 두 종지>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5112702513

이 기자가 일주일 전(11월 20일) 쓴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여자>라는 칼럼도 이슈였다.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젊은 여성의 모습을 묘사한 이 칼럼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공공장소에서 화장하는 여자의 모습은 아름답지 않다. 그럼 길에서 토하는 남자의 모습은 아름다운가? 물론 아니다. 나는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 지하철에서의 화장은 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이 글 역시 패러디 하면 이렇게 할 수 있겠다. '공공장소에서 화장하는 여자의 모습을 문제 삼는 칼럼은 아름답지 않다. 그럼 길에서 토하듯 댓글을 다는 남자의 모습은 아름다운가? 물론 아니다. 나는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 지하철에서의 화장을 시비 거는 칼럼은 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여자>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5112002313

조선일보는 생활문화 개선을 위해 애쓰려는 신문이다. 장례 문화를 바꾸자느니, 결혼식을 간소하게 하자느니, 올바른 생활문화를 훈수했다. 전례로 보았을 때 얼마 후에 '지하철에서 화장 안 하기 운동'을 시작할 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지하철에서 화장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아야 하는 직장인의 고된 일상이나 여자의 화장을 예의로 여기는 격식주의라는 구조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것은 게으른 개인의 문제다. 그들은 '사람이 먼저다'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칼럼은 조선일보의 세상읽기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구조보다 개인의 문제에 치중한다. 이는 일베의 세상읽기 방식과도 궤를 같이한다. 세월호 구조실패와 메르스 방역실패에 대해서도 국가라는 구조보다 그 상황에서 대처하는 개인에 대해서 더 문제 삼는다. 그래서 분노한 유가족의 욕설과 폭력을 지적하고 메르스 사태에 임하는 국민의 태도를 탓한다. 개인이 늘 옳은 것은 아니지만 순서는 구조의 문제가 먼저일 것이다. 약자의 분노를 담아서 강자에게 전하는 것이 언론의 일이지 강자들의 투정을 받아주는 곳이 아니다.

왜 간장 종지에만 분노하고 지하철 화장에만 분노하나? 간장 종지 뒤에 숨은 비정규직의 모순에 분노하지 않고 지하철 화장을 해야 하는 노동의 모순을 고발하지 않나? 언론이 왜 존재하는가? 언론은 젊은 사람들을 훈계하기 위해 휘두르는 담뱃대가 아니다. 하루하루 살기 힘든 사람들이 왜 칼럼니스트의 회초리를 맞아야 하는가? 그것이 불만이면 일기를 써라. 언론은 공론장이다. 공론은 우리 모두의 문제에 대한 것이다. 간장 종지와 립스틱에도 구조의 문제가 서려있다. 일기는 일기장에 쓰고 신문에는 칼럼을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