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열의 리플레이]
‘박근혜표 검열’이 남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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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은 2015년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단어다. 아마 이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은 검열로 시작해서 검열로 끝날 것 같다. 이명박 정부 때는 주로 언론인들이 고난을 겪었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에 많은 언론인들이 저항했고 앞장섰던 언론인들이 해직을 당하는 등 고난을 겪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 악몽이 문화예술계에 재현되고 있다. 박근혜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이 다양한 형태의 검열과 유형·무형의 보복을 당하고 있다.
검열이 박근혜 정부 때만 있었나, 라고 물을 수도 있다. 물론 아니다. 다른 정권에서도 검열은 문화예술계 상사였다. 예술의 역사는 검열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구분해야 할 것이다. 검열의 대상과 양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검열과 관련된 ‘표현의 자유’ 이슈가 주로 성 표현물의 수위, 청소년 연령 제한, 문신 및 대마 비범죄화 등과 같은 문화적 요소였다. 하지만 지금은 군부독재 시절의 정치 검열과 메카니즘이 비슷하다. 예술 검열과 예술 지원을 연계해서 압박하고 검열의 주체가 사법기관이 아니라 예술 행정가라는 점에서 이전과 완전 다르다.
풀어서 말하면 이렇다. 이전에는 ‘이런 것을 우리 사회가 허용할 수 있을까’가 검열의 기준이었는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검열의 기준이 되었다는 것이다. 검열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는 정부 지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반드시 보복을 하며, 이를 사법기관이 아니라 현장의 예술 행정가들이 나서서 한다는 점도 달라졌다. 즉 현장예술가들을 보조하고 예술을 부흥시켜야 할 당사자들이 검열에 앞장섰다는 것이다. 올해 벌어진 대표적인 검열 사례들을 들여다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연말 이슈였던 부산광역시의 부산국제영화제 고발을 보자. 부산시는 감사원의 부산국제영화제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용관 부산국제집행위원장 등 영화제 집행부 3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때 세월호 구조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상영한 후 부산시는 행정 지적사항이 발견되었다며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계속해서 종용해왔다. 그러나 영화인들과 해외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부산시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포기하는가 싶더니, 감사원과 검찰을 통해 영화제를 압박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영화진흥위원회의 태도다. 바람막이가 되어야 할 영진위가 오히려 부산국제영화제 압박하는 데 앞장섰다. 다른 작은 영화제를 도와야 한다며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지원 예산을 40% 삭감했다.
국립국악원에서도 검열 논란이 일었다. ‘금요공감’ 프로그램에서 공연될 예정이던 <소월산천>에서 박근형 연출가가 맡은 연극 부문을 제외하라는 압력이 들어온 것이다. 국악원 측은 공연장인 풍류사랑방의 극장 시설이 연극 공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박근형 연출가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부녀를 풍자한 연극 <개구리>(2013년)를 무대에 올린 후로 박근혜 정부의 집중 견제를 받아온 터라 검열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문화예술인들의 반발도 컸다. <소월산천>을 비롯한 5개 공연이 취소되고 김서령 예술감독이 사퇴하는 등 파장이 컸다. 하지만 정부 측은 ‘모르쇠’ 행정으로 일관했고, 누구 하나 징계를 받는 이도 없었다.
박근혜 정부의 검열은 국경도 넘었다. 했다. 10월23일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열린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 세미나가 그렇다. 한국과 프랑스는 2015년을 ‘한·불 상호교류의 해’로 선포하고 다양한 문화교류를 해왔다. 한국 정부기관(예술경영지원센터)이 후원하는 이 세미나에서 동국대 영상대학원 차승재 교수는 발제자로 예정되어 있었다. 프랑스 쪽 담당 교수에게 영문 발제문까지 보낸 상태였다. 그런데 정부기관으로부터 정부에 비판적인 차 교수가 포함되면 행사를 지원할 수 없다는 압박이 들어왔고, 결국 차 교수는 자진 하차했다.
올해 대학로의 가장 대표적인 검열 사례는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세월호 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팝업씨어터 작품 중 하나인 <이 아이> 공연을 방해한 것이다. 이 사건은 ‘검열 당사자’인 유인화 센터장, 양효석 본부장, 임수연 문화사업부장이 ‘직무정지’ 처분을 받아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이번 논란을 거치는 와중에 공연예술센터의 상급기관인 문화예술위원회가 독립기관인 센터를 다시 예술위 산하 부서로 축소해버린 것이다. 공연예술센터의 독립성이 낮아진 것이다. 연극인들은 검열이 더욱 직접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일만 꼽아도 이 정도다. 여기서 터지고 저기서 터지고 정말 정신없이 터졌다. 문화예술인들은 들고 일어섰다. 지난 연말 서울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열린 ‘예술 검열 반대와 문화민주주의를 지키는 문화예술인 만민공동회’는 박근혜정부의 검열을 성토하는 자리였다. ‘문화 융성’을 일으키겠다던 박근혜 정부가 ‘검열 융성’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도 그리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문화예술 행정가들의 처신은 좀 달라졌으면 한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예술은 영원하다. 그들이 예술가들의 가슴에 못질을 한 것은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정권의 탄압에 방패막이가 되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완장을 차고 앞장서지는 말자. 제발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