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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의 리플레이]

‘섬친아'를 아십니까?

고재열_시사IN 문화팀장
85호 2016.02.04
올 겨울 화두는 ‘청년은 섬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섬에 청년들을 실어 나르는 일을 도왔다. 섬연구소의 청년섬캠프로 네 번, 그리고 여행대학의 섬청년탐사대로 한 번 실어 날랐고 앞으로 섬청년탐사대로 두 번 더 실어나를 예정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올 겨울 화두는 ‘청년은 섬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섬에 청년들을 실어 나르는 일을 도왔다. 섬연구소의 청년섬캠프로 네 번, 그리고 여행대학의 섬청년탐사대로 한 번 실어 날랐고 앞으로 섬청년탐사대로 두 번 더 실어나를 예정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 청년들의 눈을 우리 섬으로 돌려보겠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애국주의는 아니었다. 내가 보니 너무 좋아서 청년들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이 흔해진 세대라 대부분 해외여행 경험이 있었다. 외국의 멋진 섬을 꿈꾸는 그들이 정작 우리 섬은 대부분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 그들에게 우리 섬을 기준점으로 잡아주고 싶었다. 앞으로 해외에 나가서 많은 섬을 보겠지만 우리 섬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있다면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의 ‘청년섬캠프’에 동참했는데 예상이 적중했다. ‘섬맹’이었던 그들이 섬을 한 번 경험하고 나면 ‘섬친아(섬에 미친 아이들)’로 돌아섰다.

청춘은 섬을 보는 눈도 달랐다. 벽화를 그리지 않고 밑칠만 해둔 벽을 보고 그들은 “이 섬은 벽화가 없어서 참 좋네요” 라고 말했다. 섬 주민들은 왜 우리 섬에는 다른 마을에 다 있는 마을 벽화가 없느냐고 안달을 하는데, 청춘들은 오히려 그것이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없어서 더 신선하다는 것이었다. 섬 주민들은 해류에 밀려온 쓰레기가 많아서 걱정이라고 했는데 청년들은 그러면 우리가 섬의 쓰레기를 치우면서 여행을 하겠다며 새로운 개념의 섬여행(섬청년탐사대)을 기획했다. 개발의 여파가 덮치지 않은 ‘백지상태'인 섬과 의욕 넘치는 청년의 만남은 찰떡궁합이었다.

청년섬캠프에서 둘러본 섬은 전남 고흥군의 연홍도·사양도·애도 그리고 보성군의 장도와 통영의 연대도와 만지도였다. 특히 전남의 섬들은 아직 관광지로 개발되기 전이어서 펜션이나 민박은커녕 슈퍼마켓도 찾아볼 수 없다(애도에만 ‘쑥섬카페’가 있다). 오직 섬 주민들만 오가던 외로운 섬이었다. 이중 연홍도와 장도는 전라남도가 선정한 ‘가고 싶은 섬’으로도 꼽혀 앞으로 섬 관광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청춘들은 소외된 섬을 ‘가고 싶은 섬’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힌트를 주었다. 섬 주민들은 ‘오고 싶은 섬’으로 만들기 위해 뭔가를 채우고 싶어 했지만 청춘은 오히려 ‘섬의 결핍’을 즐겼다. 고운 모래가 깔린 넓은 백사장이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전망대가 없어도 그저 한가롭게 섬을 소요했다.

‘청춘섬캠프’를 마치자 다양한 현상이 나타났다. 1기부터 4기까지 매번 30~40여 명이 참여했는데 이들 중에서 ‘섬친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열심히 다른 섬에도 가보고 그 소식을 커뮤니티에서 공유했다. ‘청년섬캠프'에 참여했던 권지훈 요리사는 다니던 레스토랑도 그만두고 섬밥상 탐사에 나섰다. 여러 ‘섬친아’들 중에 백미는 섬의 쓰레기를 치우면서 여행하자며 ‘섬청년탐사대'를 꾸린 여행대학 강기태 총장이었다.

‘섬청년탐사대’와 함께 관매도에서 해양 쓰레기를 치우고 저녁에 캠핑장에서 청춘들과 즐겁게 놀았다. 그런데 자정무렵 관매도 동네 주민 한 분이 캠핑장에 찾아오셨다. ‘아뿔싸, 우리가 너무 떠들었나’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그 주민은 역정을 내는 것이 아니라 검정 비닐봉지를 하나 내밀었다. 냉동실에 넣어둔 ‘군소'를 꺼내 왔다고, 젊은 친구들 중에는 이 맛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고 들고 온 것이었다. 그 순간 청년들과 섬이 드디어 소통이 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은 마을회관 옆 민가에서 얻어먹었다. 어젯밤에 집에 제사를 지내서 음식이 많으니 같이 먹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감동적인 섬밥상을 받아먹었다. ‘여기가 아니면 어디 가서 이런 걸 먹어보겠나’ 하는 것들이 밥상에 즐비했다. 이번 밥상엔 반건조 간재미가 인상적이었다. 시큼하고 꾸덕한 것이 막걸리 안주로 그만일 것 같았다. ‘홍탁’ 못지않은 ‘간탁(간재미와 탁주)’이었다. 같이 밥상을 받았던 권지훈 요리사는 ‘청년섬캠프’에 참여했다가 섬의 매력에 반해 다니던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섬을 순례하고 있었는데 이런 요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해 ‘섬밥상’을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나의 일은 청년들을 섬에 데리고 가는 것으로 끝이었다. ‘청년섬캠프’에 데려갔던 여행대학 강기태 총장이 ‘섬청년탐사대’를 꾸렸듯이 탐사대로 동참한 무인도탐험가 윤승철은 ‘무인도탐사대’를 꾸리기로 했다. 나와 함께 캠핑을 했던 청년들은 ‘청년섬캠핑팀’을 조직하기로 했다. 이들 뿐 아니라 탐사대 참여자들은 마을지도를 그리겠다, 어른들의 사연을 취재하겠다, 마을에 벽화를 그리겠다, 마을홍보 영상물을 만들겠다며 자신들만의 미션을 설정했다. 앞으로 이들과 두 차례 더 이 섬을 찾을 예정이다.

우리나라에는 4500여 개의 섬이 있다. 그 중 유인도는 500여 개 밖에 되지 않는다. 유인도였다가 공도화 되면서 무인도가 된 섬이 유인도 숫자보다 많다고 한다. 어쩌면 그곳에 우리의 미래가 있지 않을까? 청년들이 중동에 갈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섬을 재발견해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청년섬캠프’와 ‘섬청년탐사대’를 해보고 얻은 결론이다. 섬을 개발하고 싶다면 토목사업에 돈을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청년에게 투자하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