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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의 리플레이]

가장 예술적인 복수

고재열_시사IN 문화팀장
95호 2016.07.07
권력에 의해 검열당하는 예술인들이 어떻게 권력에 복수할까? 검열을 예술작품으로 승화해 기억시키는 것이 아닐까? <권리장전(權利長戰) 2016_검열각하>(이하 ‘검열각하’)는 그렇게 해서 기획된 일종의 ‘검열 연극제’이다. 5개월 동안 검열에 대한 연극 21편을 상연하는데 공연의 공통된 테마가 바로 검열이다.

권력에 의해 검열당하는 예술인들이 어떻게 권력에 복수할까? 검열을 예술작품으로 승화해 기억시키는 것이 아닐까? <권리장전(權利長戰) 2016_검열각하>(이하 ‘검열각하’)는 그렇게 해서 기획된 일종의 ‘검열 연극제’이다. 5개월 동안 검열에 대한 연극 21편을 상연하는데 공연의 공통된 테마가 바로 검열이다.

‘검열각하’는 대학로의 소장파 연극인인 김수희·윤한솔·이양구 연출가가 맨 처음 기획했다(이후 부새롬 연출가가 가세했다). 연극제를 열기로 한 것은 그동안 검열당한 공연은 있었지만 검열에 관한 공연은 없었기 때문이다. ‘검열각하’ 기획진은 “우리만 검열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함께할 연극인을 수소문했다. 순식간에 20개 극단이 모여들었다(임인자 전 변방연극제 예술감독은 개별 참여). 그렇게 해서 21편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기획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지난해 12월에 행사를 확정지었고, 1~2월에 각자 팀을 구성해 3월부터 5월까지 준비기간을 가진 다음 6월부터 공연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검열각하'의 주역들은 박근혜정부 검열의 피해 당사자들이다. 윤한솔 연출가는 <안산순례길> 공연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다원예술 창작지원사업’에 지원했다가 탈락했는데, 이 과정에서 외압 논란이 있었다. 단원고등학교를 방문하는 장면 등이 있어서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는 논란이 제기되었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가 주관하는 ‘팝업씨어터’에 참여했다 주최측의 검열에 피해를 당하거나 항의했던 김정·윤혜숙·송정안 연출가도 검열 피해의 당사자다. 김정 연출가의 <이 아이> 공연에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고 수학여행을 간 아이가 나오는데 이것이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며 공연예술센터 측은 작품 공연을 방해했다. 그리고 다른 두 팀에게도 ‘대본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윤혜숙 연출가와 송정안 연출가는 검열을 거부했고, 결국 작품은 공연되지 못했다. 이 세 연출가는 자신들이 몸소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검열에 대한 작품을 풀어낼 예정이다. 윤혜숙 연출가와 송정안 연출가는 이번 공연을 위해 아예 극단을 새로 차렸다고 한다.

‘검열각하'라는 예술반정이 이뤄진 과정에는 대학로 젊은 연극인들의 문제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아래로부터의 문제의식이 작용되어 소장파 연극인들이 큰 판을 짜게 되었다. ‘검열각하’의 예술감독을 맡은 김수희 연출가는 “후배들이 질책했다. 선배들은 뭐 하고 있느냐, 이렇게 개기는 시늉만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신청서 들고 지원금을 받기 위해 어슬렁거릴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검열각하’의 주축은 3040 연극인이다. 선배 연극인들의 반응은 조금 갈렸다. 응원하고 동참하는 연극인도 있었지만, 피하거나 심지어 반대하는 연극인도 있었다. 김수희 연출가는 “선배 연극인들에게 부탁했더니 ‘그런 걸 왜 해? 다 지나간 일인데. 이미 한물간 이야기 아니야?’라며 ‘너희는 무모하게 뜨겁다’라고 질책했다.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의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소수였다”라고 말했다.

‘검열각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로 떠오른 검열에 대해 깊이 탐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하는 연출가들은 ‘표현의 자유’와 ‘지켜야 할 선’의 경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하는 자기검열도 고민하게 될 것이다. 검열각하’의 첫 작품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김재엽 연출)은 이런 자기고민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초연의 전회 매진에 힘입어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7월 13일부터 24일까지 재공연될 예정이다.

21편의 연극이 상연되는 ‘검열각하’의 총예산은 4300만 원이다. 웬만한 연극 1편 작품에 불과한 돈이다. 작품별 예산은 200만 원이다. 물론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모자라는 돈은 연출가가 책임지고 마련해야 한다. 연출가들에게는 이것 자체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연습이다. 기본적인 제작비 부담 때문에 연극 장르는 다른 분야보다 지원금 의존도가 크다. ‘검열각하’에 참여하는 것은 그런 지원금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신의 연극 인생을 담보 잡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김수희 연출가는 “예술이 버티게 하는 힘이 되어야 할 지원금이 예술을 길들이는 채찍으로 쓰이고 있다. 더 이상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선언했다. 그러고 나서 스스로 지원금에 얼마나 길들여져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지원금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의 화두는 자력갱생이다”라고 말했다.

<권리장전(權利長戰) 2016_검열각하>의 장전은 원래의 ‘장전(章典)’이 아니라 긴 싸움이라는 뜻의 ‘장전(長戰)’이다. 5개월의 연극제 기간에 거리극도 진행하고 일반 시민과 함께 포럼도 열고, 검열당했거나 검열에 대해서 다룬 음반 도서 작품을 모아 전시회도 할 생각이다. 일종의 ‘검열 박람회’를 구성한 셈이다. 다행히 ‘검열관객'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적극적이다. 검열에 대한 연극적 성찰이 예술적 성취로 남을 것으로 기대된다.

독자의 말